[월드] 끌로에, 뉴 디렉터 가브리엘라 허스트 누구?

    이영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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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1조회수 7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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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스위스 럭셔리 리치몬트그룹 보유의 브랜드 ‘끌로에(Chloé)’의 헤드 디자이너 나타샤 랑세레비(Natacha Ramsay-Levi)가 사임하면서 후임으로 임명된 가브리엘라 허스트(Gabriela Hearst)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5년간 커리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이번 영입 소식으로 그런 흐름에 정점을 찍는 분위기다. 201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설립한 그녀는 단단한 마니아층을 구축하며 빠르게 자리를 잡아왔다.

    2019년에는 프랑스 럭셔리 1위 LVMH그룹이 브랜드의 장래성을 점치며 수백만 유로를 투자해 대세 디자이너임을 증명했다. 또 지난가을에 진행된 CFDA 패션 어워즈에서 올해의 여성복 부문 디자이너상을 수상한 후 파리 패션위크에서 첫 데뷔 무대를 갖기도 했다.

    이번에 끌로에 헤드 디자이너로 정식 임명되면서 그녀는 지난 4년간 일했던 전임 나타샤 랑세레비의 사임 이후 일주일 만에 전격 출근하게 됐다.

    컨트리 럭셔리에서 혁신 & 모던 스타일로 전향

    일찍이 패션모델로 시작한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직접 디자인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지난 2004년 불과 몇백 달러의 창업 자금으로 자신의 첫 브랜드 ‘칸델라(Candela)’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스크린 프린트 티셔츠를 제작해 젊은 시절 말을 타는 모친의 사진들을 주된 모티브로 프린트에 사용했다.

    몇 년 후에는 토털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을 제작해 브랜드의 테마로 더욱 럭셔리해진 컨트리 룩을 진행했다. 브랜드의 온라인 플랫폼에는 자신의 컬렉션뿐만 아니라 같은 남미 우루과이 출신 동료들의 제품들도 함께 판매했다.

    하지만 생산과 제작 상황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허스트는 10년간 진행해 온 브랜드 칸델라를 정리하고 휴지기를 가졌다. 2015년 다시 패션 비즈니스로 돌아온 그녀는 이번에는 자신의 네임을 건 브랜드를 론칭했다.



    더 럭셔리하고 모던해진 컬렉션으로 돌아온 그녀는 특히 전통적인 테크닉과 소재의 혁신적인 사용에 집중했다. 예를 들면 알로에 베라를 머금은 다양한 리넨 소재를 개발하거나 섬세한 메리노 울을 컬렉션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보그지의 에디터 니콜 펠프스는 2017년 진행한 그녀의 리조트 컬렉션에 대해 장인 정신과 혁신적인 소재들로 유명한 프랑스 럭셔리 메종 ‘에르메스’에 대적할 만한 아메리카 대륙 출신의 경쟁자로 추켜세우기도 했다.

    허스트의 스타일은 전반적으로 미니멀한 것으로 평판 높으며 때로는 비즈니스적인 느낌과 때로는 소프트하면서 흐르는 듯한 느낌을 선명한 색조의 체크와 스트라이프로 표현하고 있다. 롤 모델은 엔젤라 데이비스(Angela Davis; 미국 영화배우, 사회 운동가)와 오리아나 팔라치(iana Fallaci; 이탈리아 기자, 작가),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미국 부통령 당선인), 태미 더크워스(태국 출신의 미국 상원의원) 등이다.

    강한 여성상을 생각하는 그녀의 고객 리스트에는 질 바이든 여사와 오프라 윈프리, 요르단 왕비 라니아 등도 다수 포함됐다. 그녀는 또 2019년부터 남성복 라인 전개를 시작해 부드러운 느낌의 슈트와 핸드 니트 스웨터를 선보여왔다.

    컬렉션에 자신의 농장 메리노 울 사용

    허스트가 2017년 2월 첫 선을 보인 런웨이 쇼에서는 서스테이너빌리티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로 고객들과 소통했다. 패션쇼 무대는 허스트의 집에서 가져온 의자 등 리사이클 아이템들로 꾸며졌고 플라스틱은 일체 사용되지 않았다.

    그녀는 여러 번 기존에 존재하는 소재들로 자신의 룩을 제작하는 등 환경친화적인 패션에 앞장서 왔다. 또한 과거 인터뷰에서 강한 서스테이너블 철학이 자신이 자라온 우루과이 농장에서 자연과 가까이 연결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부친의 사망 이후 농장을 유산으로 받게 되면서 2011년부터 그곳의 양들을 관리해 자신의 브랜드를 위한 메리노 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항세균적이고 일정 체온을 유지하게 만드는 소프트한 소재로 알려진 메리노 울은 종종 겨울 컬렉션에만 사용돼 왔다.

    하지만 허스트는 아주 섬세한 메리노 울을 이용해 마치 웨이퍼(wafer)처럼 얇은 소재로 제작해 여름 컬렉션에도 반복적으로 선보여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그녀는 2017년 ‘인터내셔널 울마크 프라이즈(International Woolmark Prize)’에서 유니크한 소재 핸들링으로 수상하기도 했다.

    앞으로 허스트는 끌로에를 통해 컨트리적이고 아마존 라이크 에스테틱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그동안 로맨틱하고 걸리시하기까지 했던 브랜드에 일종의 점잖고 절제된 부분과 더불어 텍스타일에 대한 가능성과 예사롭지 않은 비전을 가져다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메이저 패션 브랜드들이 야심 차게 서스테이너블을 목표로 전진하고 있는 만큼 럭셔리와 서스테이너블에 대한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비전이 끌로에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진일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패션비즈=이영지 파리 통신원]



    <사진_ 가브리엘라 허스트(맨위)와 그녀의 컬렉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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