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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남이가?” ’고통 분담금’
Tuesday, Nov. 12, 2013 | 민은선 기자, esmin@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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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을 경기에 날씨까지 계속 따라주지않아 매출과 판매율이 심각하게 꺾이자 패션업계 '을' 기업을 향한 '갑' 기업들의 ‘기상천외한’ 결제관행이 늘고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중간에 납품가격을 깎고 물량을 줄이거나 멀쩡한 오더를 캔슬하는 경우가 성행한다. 자사의 매출과 이익관리를 위해 갑으로서의 권력을 휘두르는 이기적인 수법들이다. 이중 가장 기막힌 것이 이른바 ‘고통분담금’.
이런 식이다. 사입가 기준 이미 납품한 것에 대한 대금 5000만원을 결제받을 때가 되니 이중 1000만원을 고통분담금으로 빼 달라 했다. 4000만원만 결제를 받으라는 얘기다. 1000만원은 고통분담금. 시장상황이 어려우니 협력업체가 그 고통을 함께 해 달라는 것이 이 고통분담금의 이유다. 이 단어 안에는 "당신이 우리(오더) 덕분에 살고 있으니 힘들때는 고통을 함께 나눠야 마땅하지않겠냐"라는 긴 문장이 생략돼 있다.
한 하청업체 사장이 이 말을 듣고 “결제 안 받아도 좋다. 공정위(공정거래위원회)에 찌르겠다”며 엄포를 놓으면서 난장판을 벌였다. 그 다음날 모두 결제가 나왔다는 후문이다. 나머지 업체들도 덩달아 깔끔하게 결제를 받게 됐다. 이 ‘사건’은 이 업체와 거래하는 모든 기업들에 알려졌다. “누군지 참 고마운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의 난장판 덕분에 이번 결제가 수월했기 때문이다. 이를 전하는 한 협력업체 사장은 거래사가 아니라 “날강도”라고 흥분한다. 영세한 업체에게일수록 이런 관행의 수위는 더욱 심하고 염치가 없어진다. 미안한 기색도 없다. 이 영세기업의 생명줄이 자신(갑기업)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갑들의 무경우한 거래 관행이 점입가경이다. 물건을 받을 때는 과정 과정마다 까다롭게 그 상품들을 받아놓고 막상 물건이 매장에 나간 후 그에 대한 값을 치러야 할 때는 태도가 돌변한다.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이를 협력업체(실은 하청업체)들에 떠넘긴다. 말이 좋아 ‘상생’이지 결제일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소•영세기업들은 목이 타고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다.
최근 들어 판매율이 떨어지고 매출 자체가 떨어져서 자금이 돌지 않자 기업들의 무례한 관행은 더 다양하고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 이 업계에 ‘고통분담금’이라는 단어는 보통명사가 됐다. 누구에게 이 단어를 얘기해도 무슨 의미인지 금방 이해한다. 규모가 좀 되는 기업에서 시작한 이 관행이 업계로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빅 SPA 기업들과 수입 명품 브랜드에 이제는 온 나라가 아웃도어 판이다. 경기도, 날씨도 따라주지않는다. 앞뒤로 사면초가다. 그렇다고 해서 1조를 향한다는 어엿한 중견 기업이 대놓고 행하는 이런 '고통분담금'. 이 기업의 성장은 분명 스스로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협력업체들의 땀과 노고가 녹아있을진대 힘들때 '고통분담금'을 나누는게 파트너라면 좋을때 나누는 '행복 분담금'도 있는가 묻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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