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즈쿠리 대표주자 ‘사이(Scye)’
    옷 정말 좋아하는 이들의 선택

    조태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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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7조회수 9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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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간 착실하게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들고 트렌드에 좌우되지 않으며 빠른 성장을 바라지 않는 브랜드. 가고자 하는 길을 지키며 지속적으로 브랜딩을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가 바로 ‘사이(Scye)’다. 여러 장르가 있는 일본 패션 시장 속에서 옷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고 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로 올해 20주년을 맞이했다.

    일본은 다양한 형태의 셀렉트숍, 즉 리테일이 많기 때문에 사이도 주로 셀렉트숍에 홀세일 비즈니스를 축으로 전개해 왔다. 그러다가 3년 전인 2017년 브랜드 론칭 후 17년 만에 직영 매장을 하라주쿠에 오픈했다. 한국에서는 10년 전부터 10꼬르스꼬모에서 전개하고 있으며, 아이엠숍에서도 취급한다. 사이의 전개사 마스터피스의 대표이자 패턴사인 미야하라 히데아키씨를 만났다.

    트렌드를 의식하지만 치우치지 않으면서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며 고품질의 모노즈쿠리를 추구하는 사이. 이들은 자신들이 갈 길을 꾸준히 가지만 타 브랜드로부터 새롭고 특별한 아이템 기획이나 컬래버레이션 제의를 많이 받는다. 요즘 어떤 브랜드로부터 제안을 받았는지, 어떤 브랜드와 함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는지만으로도 브랜드의 포지셔닝을 가늠할 수 있다.

    서로 리스펙트 하는 브랜드간 컬래버레이션

    한 예로 세계 최고의 정통 스웨트셔츠라는 콘셉트로 품질 좋은 스웨트웨어를 출시하는 브랜드 ‘루프휠러(LOOPWHEELER)’의 스즈키 대표로부터 2017년 직영 매장 오픈과 동시에 컬래버레이션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사이도 스웨트웨어 아이템을 생산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겹치는 아이템이라서 충돌할 수도 있는 이들이 어떻게 협업할 수 있었을까? 먼저 루프휠러의 스즈키 사장이 사이가 지속적으로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장인 정신에 공감해 오픈 기념으로 스웨트셔츠를 같이 만들어 보자고 해서 시작할 수 있었다.

    정통 스웨트셔츠 브랜드로 인정받은 루프휠러가 사이의 모노즈쿠리를 존경해 컬래버레이션을 제의할 정도면 얼마나 옷에 대한 본질을 지키는지 짐작이 간다. 사이는 소재는 물론 디테일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 옷을 만들고, 루프휠러 또한 유행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 지속가능함을 지향하는 브랜드이므로 서로 지향하는 부분이 같다는 공통점이 있어 컬래버레이션이 가능했다.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협업 강조

    미야하라 대표는 “우리가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싶다고 브랜드를 고를 수 있는 위치는 아니지만 루프휠러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바버(Barbour), 반스(VANS), 뉴발란스 등과의 컬래버레이션도 성공적이었다”라고 말한다.

    일본에서 안경과 선글라스의 대표적 셀렉트숍이면서 브랜드인 ‘글로브스 스펙(GLOBES SPECS)’*과 ‘Scye × SPECS’ 아이웨어도 최근 발표했다. 서로 다른 패션 아이템 장르이지만 정말 좋은 상품을 보는 높은 감별력과 서로에 대한 존경심으로 성립된 협업이었다. 양 브랜드 간 신규 고객을 개척한다는 면에서도 서로 메리트가 있었다.

    글로브스 스펙의 오카다 대표도 패션 업계의 유명인으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주 사이의 옷을 입고 등장한다. 이렇게 사이는 패션 업계에서도 프로들이 인정하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서 브랜드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만들고 싶은 브랜드’에 혼신을 담다

    미야하라 대표는 문화복장학원 출신으로 졸업 후 일본 최대 어패럴 기업인 월드사에 취직했다. ‘트랜스 콘티넨츠(TRANS CONTINENTS)’*라는 브랜드의 론칭 멤버로서 패턴부터 봉제와 최종 검품까지 책임지고 진행하면서 모노즈쿠리 전반의 기술적인 관리 일을 담당하는 총괄 업무를 맡았다.

    미야하라 대표는 “대기업은 이익 창출을 위해 브랜드를 이끌어야 하고 비용을 삭감해야 한다. 그래서 정말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드는 것에 한계가 많고, 이는 기업 디자이너들이 고민하는 공통점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많은 경험을 했고 모노즈쿠리에 대한 기반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라고 말한다.

    이후에 ‘드레스테리어’라는 브랜드로 부서를 이동하면서 그 당시에는 아주 드문 경우로 상사 허락하에 겸업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때 만들고 싶은 옷을 조금씩 만들기 시작했다. 평상시처럼 근무하고 잠자는 시간을 줄여 모노즈쿠리를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사이가 시작됐다.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드니 힘들어도 신나게 일했다고 한다. 초기에는 자금이 없어 매달 받는 월급으로 옷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천천히 시작했는데 이렇게 하다 보니 정말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스타트 멤버 3인, 인생의 반 동고동락한 식구들

    기업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전시회를 2년 정도 발표해 4번째 시즌이 되는 2002년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정식적으로 사이를 시작했다. 스타트 멤버 3인은 모두 월드사 출신이다. 패턴사와 전체적인 관리를 하는 미야하라 대표, 디자이너 히다카, 그리고 세일즈 호사카. 모두 문화복장학원의 친구이자 월드사 출신 동료다.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아는, 인생의 반 이상을 함께해 온 진정한 인생의 동반자다.

    3명의 역할이 분명하고 잘 분담돼 있는 것도 사이의 성공 비결이다. 그 외 직원은 패턴사, 디자이너, PR 담당 그리고 매장 직원 2명 등 모두 9명으로 운영한다. 매장을 오픈하기 전 7명 체제로 운영하던 스타일은 변함이 없다.

    20년 동안 브랜드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미야하라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특별한 모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얼 클로즈를 지향하고 트렌드에 좌우되지 않으며 패션 요소를 넣지만 고품질 웨어를 목표로 한다. 평상시에도 편하게 입을 수 있고 좋은 소재에 봉제 기술도 최고의 퀄리티를 추구해 모노즈쿠리를 지향하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다. 또 아주 섬세한 부분까지 시간과 정성을 들여 디자인하고 패턴 및 봉제 등 모든 과정에 있어서 조금의 타협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만드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꾸준함과 최고 지향하는 정신, 즉 모노즈쿠리

    디자인은 기획 단계부터 패턴까지 모든 모노즈쿠리의 프로세스가 하나하나 축적돼 이뤄진다. 미야하라 대표는 모든 것은 프로세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공장과의 관계가 중요한데, 좀 더 시간을 투자해서 정중히 요청하고 지시하며 직접 관여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진다. 이렇게 공장과의 좋은 관계가 지속돼 메이드 인 재팬을 20년간 지속할 수 있었다. 소재와 봉제 퀄리티에 맞는 원단사와 공장을 발굴하고 서로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미야하라 대표는 “우리가 얼마나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서 옷을 만드는지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사내에서 이런 부분을 ‘Nobody knows’라고 얘기한다. 아무도 모르지만 우리는 우리가 추구하는 것, 우리가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든다. 그래야 내가 만족하고 세상 밖에 선보일 수 있는 옷을 내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족할 때까지 계속하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한 만큼 반드시 매출에 비례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는 프라이드를 갖고 끝까지 제대로 만드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어떤 물건의 가치는 결국 자신이 만든다고 생각한다. 아주 작은 것도 대충 넘어가지 않고 만드는 과정을 아주 소중히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만의 길을 가는 브랜드

    미야하라 대표의 긍정적인 성격과 겸손한 자세. 극단적인 것은 도전하지 않는 부분이 ‘사이’가 20년 동안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매력이다. 자칫 평범한 스타일의 옷일 수도 있지만 점점 소재가 좋아지고 봉제 퀄리티도 높아진다. 패턴 실루엣 또한 테크니컬함에 맞춰진 옷을 만들어 매 시즌 관철한다.

    시즌마다 입고 버리는 옷이 아니라 한번 사면 트렌드에 좌우되지 않는 일관된 ‘사이’만의 스타일로 옷을 만들기 때문에 오랫동안 입을 수 있다. 안심하고 입을 수 있는 옷, 질리지 않는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당당하게 그 길을 걸어가는 브랜드,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 이것은 브랜드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이자 가장 필요한 점일지도 모른다.



    *글로브스 스펙(GLOBES SPECS) : 1998년 시부야에 오픈한 안경 매장으로 2017년에는 이탈리아의 MIDO에서 2년 연속으로 BESTORE AWARD를 수상했다. 2020 뉴욕에서 열린 OPTImum RETAIL AWARD에서도 GLOBES SPECS의 3번째 매장인 교토 매장이 세계 톱5 매장 FINALIST AWARD를 수상했다.

    *트랜스 콘티넨츠(TRANS CONTINENTS) : 월드사 셀렉트숍의 오리지널 브랜드로 1990년에 탄생했다. 유나이티드애로즈, 빔스, 쉽스 등에서 인기를 얻었지만 2004년부터 실적이 악화돼 투자 펀드 회사 등의 상표권으로 전개하다가 결국 2010년에 브랜드가 없어졌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0년 9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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