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파리는 대니시 패션

    harlow
    |
    12.09.17조회수 8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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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프랑스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들로 꼽히는 「브룬스바자」나 「바움앤드페르트가르텐」은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덴마크 브랜드다. 최근 「아크네」 「멍키먼데이즈」 「간트」 등 스웨덴 브랜드들은 심심찮게 소개됐지만 덴마크 브랜드들은 좀처럼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요즘 들어 프랑스 패션 매거진 등 패션피플 사이에서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 바로 덴마크 패션이다. 이미 많이 알려진 스웨덴 브랜드들에 비해 인지도는 낮지만 그래서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보수적이면서도 모던한 스타일, 그러면서도 감각적인 룩의 덴마크 브랜드들이 파리지앵을 사로잡고 있다.


    단순하고 건축적인 실루엣, 질리지 않는 추상적인 모티브, 소재를 돋보이게 하는 커팅 등 화려하진 않지만 세련되고 모던한 스타일로 20대 후반에서 40대 중·후반의 중·장년층에까지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이 덴마크 패션의 장점이다.






    건축적 실루엣 + 심플 실용주의 + 내추럴한 우아함
    덴마크 브랜드들의 이러한 특징은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위치한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공산주의적인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덴마크는 칼 한센이나 한스 베그너와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구 디자이너들을 배출한 나라답게 북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디자인 강국으로 꼽힌다. 덴마크 디자인 스쿨의 패션디자인 과정에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서도 유학을 올 정도로 인기가 있다.


    덴마크 디자인의 특징을 꼽자면 바로 실용주의와 자연스러운 우아함이다. 거추장스러운 장식을 피하고 유행을 타지 않는 단순한 실루엣을 통해 소재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을 드러나게 한다. 이러한 특징들은 최근 생활에 관련된 모든 분야에 걸쳐 불고 있는 에코 바람과 맞물려 덴마크 패션을 재평가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중에서도 최근 단연 눈에 띄는 브랜드는 바로 「바움 앤드페르트가르텐」이다. 1999년 리키 바움가르텐(Rikke Baumgarten)과 헬 헤스테하브(Helle Hestehave) 두 사람이 뭉쳐서 탄생한 이 브랜드는 상반되는 기질을 갖고 있는 두 디자이너가 아이러니와 유머라는 코드를 제품 속에 담아낸다. 여성적이면서도 남성적인 스타일, 반짝이는 소재와 매트한 소재의 만남 등 서로 다른 요소들의 조합을 통해 예상치 못한 스타일의 의상들을 선보인다.


    칼 한센 등 유명 디자이너 배출한 디자인 강국
    특히 「바움앤드페르트가르텐」이 눈길을 끄는 것은 실크, 가죽, 캐시미어 등 최고급 소재들을 적절히 사용한다는 점이다. 멀리서 보면 단순한 룩일지라도 디테일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소재를 처리한 방식 등이 굉장히 정교하고 완벽하다.


    「바움앤드페르트가르텐」은 차츰 덴마크뿐만 아니라 북유럽 내에서 인지도를 넓혀가다 2009년, 북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패션 어워드인 ‘댄스크 패션 어워드(DANSK Fashion Awards)’에서 베스트 대니시 브랜드 상을 수상하며 패션계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또한 코카콜라와의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기하학적인 무늬를 입힌 코카콜라 라이트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여 대중적으로도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러다 같은 해 「브룬스바자」가 브랜드를 매입하며 「바움 앤드페르트가르텐」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특히 「브룬스 바자」가 이미 오래전부터 유럽에 구축해놓은 판매망을 공유하게 됨으로써 서서히 북유럽을 넘어 독일과 벨기에, 프랑스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2010년에는 온라인 숍을 오픈하고 현재는 파리, 런던, 홍콩, 도쿄 등 20여개 나라에 부티크를 오픈한 상태다.





    파리 이어 런던 홍콩 도쿄 등 20여개국에 부티크
    덴마크에서 가장 성공한 패션 브랜드 중 하나인 「브룬스바자」는 1994년 테이와 비욘 브룬 형제가 설립했다. 이들은 남성 디자이너답게 중성적이면서도 어덜트한 여성의 이미지를 세련되게 표현해낸다. 특히 턱시도를 연상시키는 재킷과 빈티지한 색상의 팬츠 등은 남성복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엿보게 한다.


    지난 2011년에는 덴마크의 스타 디자이너이자 「H&M」의 고급라인인 「COS」의 아트 디렉터였던 레베카 베이를 수석 디자이너로 스카우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미 1999년 파리 컬렉션에 선을 보인 후 프랑스에서 꾸준히 인지도를 넓혀왔다. 최근에는 남성복과 세컨드 라인인 「BZR」을 발표해 토털 패션 브랜드로 성장해 가고 있는 중이다.


    한편 2012년 F/W 컬렉션을 통해 「바움앤드페르트가르텐」이 제안하는 스타일은 1950년대 말에서 60년대 중반까지 런던에서 유행하던 ‘모드’ 문화 운동에서 영향을 받았다. 이탈리아 스쿠터 베스파를 아이콘으로 내세우는 ‘모드’ 스타일은 짧은 미니스커트와 팝아트에서 영향을 받은 재킷 등을 들 수 있다.



    「브룬스바자」, 스타디자이너 레베카 베이 영입
    「바움앤드페르트가르텐」은 당시 스쿠터용 모자를 연상케 하는 액세서리와 짧은 스커트 등 발랄하면서도 스포티한 의상들을 선보인다. 「브룬스바자」는 올겨울 색상과 소재의 비율을 다양하게 응용한 컬렉션을 선보인다.
    특히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구성한 추상화가 제니 홀저의 작품들, 컬러 블록의 대표적인 화가 말렌 랜드그린, 장 프루브의 가구디자인 등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이 눈에 띈다. 건축적인 실루엣, 절묘한 컬러 블록과 프린트를 통해 덴마크 디자인이 지닌 단순함과 우아함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아직 한국에서는 「바움앤드페르트가르텐」과 「브룬스바자」의 의상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 없지만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구매가 가능하다. 가격대는 「바움앤드페르트가르텐」의 드레스가 140~350유로 사이, 팬츠는 100~250유로 사이다. 「브룬스바자」는 이보다 약간 높은 가격대를 유지한다.














    **패션비즈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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