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넘어 F&B 진출로 돌파구 찾다

    이영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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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14조회수 12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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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로랑 메종키츠네 자크무스 H&M … ‘라이프 공간’으로 승부




    <사진출처 : 아르켓 웹사이트 / 프라다 웹사이트 / 생로랑 웹사이트 / 블루 박스 카페 웹사이트 : 1 H&M이 2017년 론칭한 브랜드 ‘아르켓’의 베를린 매장 내 카페 2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이 디자인한 밀라노의 ‘프라다’ 카페 ‘바 루스’는 그룹의 아트 센터 ‘폰다지오네 프라다’에 자리잡았다. 3 지난해 9월 15일, 생 로랑은 매장 코너에 카페를 오픈했다. 파리 패션위크 기간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패션 피플들이 생 로랑이 새겨진 시크한 블랙 테이크 아웃잔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4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가 2년 전 론칭한 티 룸 ‘블루 박스 카페(Blue Box Café)’>



    오프라인 매장 부진에 패션 기업들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매장 내 카페 운영뿐 아니라 단독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등 요식업에 본격 진출, 패션 브랜드로서의 명성을 넘어 라이프스타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커머스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소비자들의 세컨드 핸드 구매 등 소비행태가 변화하면서 지금은 패션 리테일러들이 살아남기 힘든 시대다.

    미국에서는 2017년에만 700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았다. 영국의 미래 컨설턴트 회사 ‘더 퓨처 라바토리(The Future Laboratory)’는 매장들이 “익스클루시브 상품이나 고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경험 또는 라이프스타일 서비스가 가능한 액티비티 센터로 거듭나야 한다”고 충고한다. 특히 Z세대의 75%는 ‘기억에 남고 흥밋거리를 제공’ 하는 매장을 선호한다고 한다.

    오프라인 매장 부진에 패션 기업들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매장 내 카페 운영뿐만 아니라 단독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등 요식업에 본격 진출, 패션 브랜드로서의 명성을 넘어 라이프스타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출처 : 메종키츠네 웹사이트, ‘카페 키츠네’ 루브르점은 유지 타니와 치히로 야마자키 셰프 듀오가 그래놀라, 일본식 팬케익, 에그 베네딕트를 아침메뉴로 제공하며 점심은 프렌치 비스트로 스타일(크로크무슈, 샐러드 등)을 저녁에는 일본 스타일을 가미한 미국식 햄버거를 선보인다.>


    아르마니 · 프라다 · 랄프로렌 · 티파니 등 먼저 시작

    이러한 움직임은 수년 전 밀라노에서 먼저 출발했다. 대표적으로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아르마니가 ‘아르마니 리스토란테’ ‘아르마니 카페’ 등 다수의 요식업 브랜드를 론칭해 뉴욕 · 홍콩 · 아부다비 · 파리 등 세계 주요 도시 20여개 매장에서 활발히 운영 중이다.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이 디자인한 밀라노의 프라다 카페 ‘바 루스’는 그룹의 아트 센터 ‘폰다지오네 프라다(Fondazione Prada)’에 자리잡았다. 럭셔리 호텔 · 레스토랑 사업으로 성공한 베르사체나 돌체&가바나 등도 이미 F&B 시장에 진출해 그 영역을 공고히 하고 있다.

    미국 브랜드로는 영국과 프랑스 등에 진출한 랄프 로렌의 고급 레스토랑 ‘랄프스’를 비롯해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도 2년 전 티 룸 ‘블루 박스 카페(Blue Box Café)’를 론칭했다. 뉴욕 5번가의 본사 플래그십 매장 4층에 오픈한 이 카페에서는 29달러에 아보카도 토스트와 커피 ‘티파니 티(Tiffany Tea)’ 등 오드리 헵번의 영화처럼 ‘티파니에서 아침을’ 경험할 수 있다.

    지난해 6월부터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생 로랑의 아티스틱 디렉터 안토니 바카렐로는 파리와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크리에이티브 & 컬처럴 데스티네이션(A creative and cultural destination)’이라는 주제로 새로운 콘셉트의 매장을 열고 있다.

    생 로랑, 콜레트 자리에 카페와 아트전시 매장 오픈

    럭셔리 상토노레가(213, rue Saint-Honoré) 자리를 20년간 지키며 파리의 가장 핫한 콘셉트 스토어로 명성을 이어 온 ‘콜레트’가 지난 2017년 말 문을 닫았다. 그 자리를 인수한 생 로랑이 작년 6월 11일 새롭게 리뉴얼한 이 플래그십 매장을 선보였는데, 기존의 컬렉션뿐 아니라 리미티드 에디션과 컬래버레이션 상품 그리고 음반과 아트북 등을 함께 선보이며 라이프스타일 매장으로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9월 15일에는 이 매장 코너에 카페(Café Saint Laurent Rive Droite)를 오픈해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패션 피플들이 생 로랑이 새겨진 시크한 블랙 테이크 아웃잔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머그에는 QR코드가 새겨져 있어 바코드를 스마트폰에 스캔하면 생 로랑이 추천하는 12개의 주간 플레이 리스트도 들을 수 있다. 매장에서는 아트 전시도 함께 진행, 쇼핑과 함께 문화도 즐기는 공간으로서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아프리칸 아트’라는 타이틀로 진행한 첫 번째 전시는 ‘루카스 라통 갤러리(Lucas Ratton Gallery)’와 협업으로 선보였다. 전체적인 작품은 안토니 바카렐로가 직접 선정하며 이들 중 일부는 작고한 이브 생 로랑이 생전에 구입한 작품도 포함돼 있다. 정기적으로 새로운 작품으로 바꿔 선보이면서 실제로 고객들에게 판매하며 유명 빈티지 가구들도 함께 전시헤 콜레트의 명성에 이어 파리지앵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하이엔드 매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출처 : 올상 인스타그램, 프랑스 디자이너 자크무스는 자신이 남부 지중해 출신인만큼 ‘엔드리스 서머 이브닝(endless summer evenings)’을 테마로 지중해식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벽 중간에는 디자이너 취향의 세라믹, 포터리 등 수제 장식품들이 놓여 있고, 테이블은 아테네 장인이 디자인한 오리지널 테이블 웨어로 장식해 유니크하다.>


    메종키츠네, 카페 이어 레스토랑 본격 진출

    2005년 쿠로키 마사야와 질다스 로액이 론칭한 파리지앵 럭셔리 매스티지 브랜드 ‘메종키츠네’도 패션에 국한하지 않고 꾸준히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케이스다. 2013년 파리 ‘팔레 로열(Palais Royal)’ 정원에 첫 카페를 오픈한 이들이 이번에는 레스토랑 사업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냈다. 이미 일본 도쿄에 두 개의 카페와 함께 한국 서울 신사동에 매장과 통합된 카페를 운영 중인 메종키츠네는 지난해 8월 파리의 두 번째 주소로 럭셔리 리볼리(208,rue de Rivoli)가에 ‘카페 키츠네 튤레리(Café Kitsuné Tuileries)’점을 오픈했다.

    레스토랑에 대한 첫 시도로 9월에 오픈한 ‘카페 키츠네 루브르(Café Kitsuné Louvre)’점은 팔레 로열에 위치한 첫 번째 카페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럭셔리 쇼핑가 상토노레와 코메디 프랑세즈와 인접한 앙드레 마로(2, place André Malraux)에 자리 잡았다.

    이 곳은 유지 다니와 지히로 야마자키 셰프 듀오가 그래놀라, 일본식 팬케이크, 에그 베네딕트를 아침 메뉴로 제공한다. 점심에는 프렌치 비스트로 스타일(크로크무슈, 샐러드 등)을, 저녁에는 일본 스타일을 가미한 미국식 햄버거를 선보인다.

    또한 늦은 밤에는 칵테일바로 전환해 프랑스 최고 장인(Meilleur Ouvrier de France)상을 받은 알렉시스 타우픽이 코냑과 사케를 믹스한 키츠네 칵테일도 선보인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브랜드의 액세서리 라인과 카페 키츠네 로고가 새겨진 테이블 웨어 그리고 일부 그로서리 상품을 판매한다. 메종키츠네는 앞으로 다수의 ‘카페 키츠네’ 오픈을 계획중이며 특히 중국 시장 확대에 주력, 향후 50여 개의 패션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대세 디자이너 자크무스 레스토랑 ‘올상’ 오픈

    젊고 핸섬한 외모로 소셜 네트워크에서 적극 소통하며 실력까지 갖춘 프랑스 대세 디자이너 시몬 포르트 자크무스도 파리에 새롭게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지난해 3월 갤러리 라파예트 샹젤리제점 그랜드 오프닝에 맞춰 2층에 입점한 자크무스의 ‘카페 시트롱(Café Citron)’을 오픈했고, 작년 9월 오픈한 ‘올상(Oursin-프랑스어로 성게)’은 그의 두 번째 행보다.

    샹젤리제점을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라라 코르네와 요식업체 ‘캐비어 카스피아(Caviar Kaspia)’와의 파트너십으로 함께 오픈한 레스토랑 ‘올상’은 카페 시트롱과 마찬가지로 갤러리 라파예트 샹젤리제점 3층에 입점했다. 그는 남부 지중해 출신인 만큼 ‘엔드리스 서머 이브닝(endless summer evenings)’을 테마로 인테리어도 지중해식으로 화이트 벽에 장식적인 세라믹 데코와 아이보리 벤치, 라탄 체어 등으로 남부의 정취를 한껏 표현했다.

    음식도 트렌디한 파리지앵 레스토랑 ‘세팀(Septime)’출신의 셰프 에리카 아샴보가 카스피아 그룹과 함께 개발한 지중해 특유의 해산물과 생선요리 위주로 성게 타라마(Tarama), 봉골레, 루제(Rougets-붉은 생선) 등으로 구성됐으며 식사와 제공되는 빵도 오징어 먹물과 성게 맛이 첨가됐다.

    가격은 랍스터 샐러드 40유로, 그릴드 옥토푸스 28유로, 젤라토가 12유로 등 비싼 편이지만 하루 450테이블이 회전되는 카페 시트롱의 이미지를 이어 받아 고객들을 충분히 끌어들일 것으로 기대한다. 자크무스는 “나는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여러 방법으로 비전을 표현할 기회를 가졌다.

    우리는 준비가 됐고 자크무스는 패션만이 아닌 라이프 그 자체다. ‘@oursinparis’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올상이 카페 시트롱의 동생 격이라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겼다. 이들 레스토랑은 그가 패션 브랜드를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고객들이 자크무스를 패션 월드 바깥에서도 즐길 수 있는 옵션으로 레스토랑을 통해 자신의 세계에 영향을 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라이프스타일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부상

    이처럼 브랜드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 럭셔리의 경쟁 포인트가 됐다. 광고 캠페인이나 인스타그램 등 강렬한 비주얼로 커버된 소셜 네크워크도 더 이상 브랜드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 이제 사람들은 패션이 아트와 라이프스타일 아이템, 카페 등과 공존하는 ‘라이프 공간’을 원한다. 파리지앵들이 2010년 생 제르망 데 프레에 의류 매장과 함께 오픈한 레스토랑 ‘랄프스’에 햄버거를 맛보기 위해 몰려드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메종키츠네가 오픈한 ‘카페 키츠네’의 요식업 진출이나 자크무스가 갤러리 라파예트 샹젤리제점에 오픈한 시트롱과 올상 등은 패션을 뛰어넘어 새로운 먹거리 창출과 동시에 라이프스타일로 진입하기 위한 당연한 움직임이라 볼 수 있다. 특히 패션 브랜드들이 앞다퉈 선보이는 ‘럭셔리 가스트로노미(Gastronomy)’는 자국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진출하면서 매출 효자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버버리가 운영하는 런던의 ‘카페 토마스(Café Thomas)’는 해외 관광객들을 맞아 붐비고, 구찌는 상하이에 플래그십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마카롱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유명 파티시에 피에 에르메(Pierre Hermé)와 파트너십으로 오픈한 긴자와 서울의 ‘디오르 카페’는 도시인들의 까다로운 미각에 즐거움을 준다.

    이처럼 잘 계산된 마케팅 전략은 아마추어(?) 럭셔리 고객들이 그들의 최대 예산안에서 럭셔리를 경험하고 ‘소확행’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럭셔리 경험은 순간적일 수 있지만 큰 비용을 치르지는 않는다.




    <사진출처 : 루제 웹사이트, 잔 다마스가 지난해 9월말 파리 몽토구에 (Montorgueil)지구에 오픈한 ‘루제’의 첫 오프라인 매장은 바로 옆 공간을 레스토랑으로 구성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의 성공을 다시 한번 점치고 있다.>


    온라인 브랜드 루제(Rouje)도 요식업 첫걸음

    온라인으로 성공한 브랜드에도 이러한 전략은 유효하다. 모델 출신으로 파리에서 가장 핫한 인플루엔서 잔 다마스는 지난 2016년 온라인 전문 브랜드 루제를 론칭해 성공적으로 운영해 왔다. 그런 그녀가 지난해 9월 말 파리 몽토구에(Montorgueil) 지구에 오픈한 첫 오프라인 매장은 바로 옆 공간을 레스토랑으로 구성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의 성공을 다시 한번 점치고 있다.

    중가대 여성복 브랜드로 파리지앵 시크를 선보이는 루제는 그동안 로스앤젤레스와 도쿄 등에 팝업 매장을 오픈하며 세계시장 진출을 엿봤고 지난해 봄에는 갤러리 라파예트 샹젤리제점에 입점, 성공적인 팝업 테스트로 고정 공간을 확보하는 등 사세를 확장해 왔다.

    첫 오픈라인 플래그십 매장에는 브랜드 ‘스윌든(Swildens)’을 설립한 제롬 바설리에가 잔 다마스와 함께 론칭한 루제의 의류 라인과 액세서리 그리고 지난해부터 새롭게 론칭한 뷰티 라인도 함께 선보인다. 인테리어는 봉쁘앙과 메르시의 공동 설립자 마리-프랑스 코헨의 회사 ‘스튜디오 데모데’가 밝고 모던한 느낌의 공간으로 디자인하였으며 안락하고 페미닌한 피팅 존도 함께 구성했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둔 그녀는 자신의 첫 요식업 프로젝트를 알렉산드르 아르날 셰프와 함께 시작한다. 이곳에서는 자신의 패션 브랜드 루제처럼 파리지앵 터치를 살린 브라세리 스타일의 메뉴를 제공한다.

    온라인 브랜드로서는 새로운 잔 다마스의 레스토랑 & 매장의 듀얼 오픈 역시 오프라인 브랜드 못지않게 새로운 친화력으로 고객들에게 다가가고 라이프스타일로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브랜드들의 움직임을 확인시켜 준다.

    H&M, 아르켓 확장에 독일 첫 단독 카페까지

    한편 패스트 패션 브랜드 중 이러한 움직임에 단연 선두주자는 스웨덴의 패션 자이언트 H&M그룹이다. 이미 신규 브랜드 ‘아르켓’을 통해 카페를 포함한 통합 라이프스타일 매장을 시도해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그룹이 이번에는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첫 단독 ‘H&M카페’를 오픈했다.




    사진출처 : 아르켓 웹사이트, 2017년 론칭한 H&M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아르켓’은 런던, 브뤼셀, 베를린, 코펜하겐 등에 연거푸 매장을 오픈하며 확장세에 있다. ‘모던 데이 마켓’ 콘셉트의 아르켓은 중저가대로 자체 제작한 스칸디나비아풍의 시크 & 미니멀 남 · 여, 아동복 컬렉션 뿐만 아니라 홈 데코, 장난감, 문구류 그리고 보디 케어까지 일상생활 전체를 아우르는 토털 라이프스타일 매장이다. 내부에는 커피와 시나몬 롤의 아침 식사나 비건 런치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있다. >


    지난해 9월 19일에 오픈한 ‘카페 H&M 랩(Café H&M Lab)’은 시즌별 프레시한 로컬 재료로 제작한 음식도 함께 선보인다. 특히 메뉴 아이디어는 스칸디나비아 요리의 심플하고 신선함에 영감을 받아 선택했다.

    패션과는 별도 프로젝트로 진행한 카페의 콘셉트는 독일에 위치한 ‘H&M 랩’이 개발, 혁신 부서의 로컬 실험실에서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 겸 사업가 한스 라이츠와 컬래버레이션으로 진행됐다. ‘H&M Lab Germany’의 책임자 올리버 랭은 하이델베르크에 첫 파일럿 카페를 오픈한 이유에 대해 “우리는 베를린의 그저 트렌디한 카페 중 하나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카페가 오픈한 장소에서 잘 자리 잡는 것이다”라며 다행히 카페가 중심가에 잘 위치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7년에 론칭한 H&M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아르켓은 런던, 브뤼셀, 베를린, 코펜하겐 등에 연거푸 매장을 오픈하며 확장세에 있다. 레아 리츠 골드만 아르켓 디렉터는 “우리는 단순히 의류 브랜드가 아니다. 우리는 모던 데이 마켓이다”라고 설명한다.

    ‘모던 데이 마켓’ 아르켓은 중저가대로 자체 제작한 스칸디나비아풍의 시크 & 미니멀 콘셉트의 남 · 여, 아동복 컬렉션뿐만 아니라 홈 데코 상품, 장난감, 문구류 그리고 보디 케어까지 일상생활 전체를 아우르는 토털 라이프스타일 매장이다. 건강하고 에틱컬한 음식을 표방하는 ‘뉴 노딕 큐진 마니페스토(New Nordic Cuisine Manifesto)’라는 콘셉트로 카페도 운영한다.

    H&M의 이 같은 프로젝트 론칭은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다. 이제 패션은 의류만 판매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에 직면했고 오늘날 브랜드들은 판매망(매장)을 빠르게 변화시켜야 한다. 아르켓의 개발 책임자 율리카 베르나츠는“고객들이 편안하게 느끼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장소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F&B, 패션 업계의 미래 먹거리?

    지난 몇 년간 리테일 분야는 대대적인 변동기를 맞이했다. 그동안 하이-테크 등 다른 분야와 비교했을 때 패션은 이커머스의 경쟁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보호됐다. 의류를 구매하기 전 고객들이 매장을 방문해 사이즈를 체크한다는 것은 오랫동안 통용되던 공식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 사이트들이 빠른 배송 · 리턴 시스템을 구축하며 이러한 부분이 점점 덜 중요해졌다.

    또한 아마존을 비롯해 크고 작은 사이트들이 직접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리테일 분야를 파고들면서 오프라인 매장들의 입지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에 패션 인더스트리 전체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엄청난 브레인스토밍 작업에 돌입했다. 모든 것을 웹을 통해서 주문하는 시대에 어떻게 하면 고객들의 발길을 매장으로 돌릴 것인가?

    브랜드의 분석 결과는 대부분 하나로 모아진다. 이제는 피지컬 매장이 통상적인 고객 응대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으며 그들에게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모든 브랜드들이 이처럼 매장의 변화를 통해 고객 유입을 이끌만한 여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이 같은 페이스 리프팅은 비싸고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요구된다. 유통망 서베이 회사 IMPP의 이사 플로랑스 기이테는“차별화 전략에 대한 질문, 그동안 어떤 스토리를 전달하고자 했는지, 즉 브랜드 히스토리 · 아이덴티티와 연관된 것을 찾아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이러한 아이디어에 익숙한 럭셔리 브랜드들은 괜찮지만 여타 중소 브랜드들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고객들에게 ‘경험’이라는 신호를 보낼지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럭셔리 브랜드들뿐만 아니라 ‘메종키츠네’ ‘루제’ 등 중소 패션 브랜드들까지 의류업계의 치열한 경쟁 속에 고객들에게 경험을 제공하고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로 패션업계의 요식업 진출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갤러리 라파예트 그룹, 마레에 ‘이탈리’ 첫 오픈




    < 사진출처 : 이탈리 웹사이트 >

    연간 수백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다녀 가는 프랑스 최대 백화점 그룹 갤러리 라파예트도 본격적으로 요식업에 발을 들였다. 지난해 4월12일 파리의 가장 핫한 마레지구에 두 개의 건물과 이를 연결하는 중앙의 코트 야드를 포함, 2500㎡라는 대형 면적에 이탈리안 그로서리, 프레시 마켓, 쿡킹 스쿨, 바, 레스토랑에 아웃도어 테라스 카페까지 아우르는 대형 푸드 코트 ‘이탈리(Eataly)’를 오픈했다.

    론칭 전 1년 동안 준비한 이 프로젝트는 “라이프와 파사지의 장소(place of life and passage)”라는 개념을 제공한다고 그룹측은 밝혔다. 바로 길 건너 고급 리사이클 부티크를 포함 인근에 몇몇 점포를 보유한 그룹이 이번에 오픈한 ‘이탈리’는 예전에는 그룹 소유의BHV마레 백화점 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하는 직원 식당이었다.

    “마레지구 남부에 매력적인 요소들을 만들어 새로운 고객을 유입시키고자 중대한 랜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한 이 마켓이 우리의 에코시스템 구역(neighborhood)을 만드는 작업을 마침내 완성시켰다”고 갤러리 라파예트와 BHV마레의 총감독 니콜라 우제는 설명했다.

    이 사업으로 그룹측은 연간 ‘몇천만 유로’의 매출을 올릴것으로 예상하며 투자(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3년 안에 이익으로 순환되는 구조를 만들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프랑스에서는 이례적으로 이탈리는 일주일 내내 휴무 없이 운영되며 영업 시간도 아침8시에서 자정까지, 목~일요일은 새벽 2시까지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그룹측은 이 프로젝트가 로컬과 관광객 등 고객들을 끌여들여 바로 인접한 BHV마레 백화점도 이익을 보게 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몇년간 BHV마레점은 패션과 홈 데코라인의 리뉴얼 진행을 마쳤고 최근 e-커머스 사이트도 론칭, 고객 유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탈리’의 메인 입구는 ‘상-크와 드라 브레토너리(37 rue Sainte-Croix de la Bretonnerie)’ 가에 있지만 두 개 건물을 연결하는 대형 공간인 만큼 출구도 여러 곳으로 코트야드 내부를 통한 입구와 테라스 쪽, 그리고 BHV마레 백화점 남성관과 직접 연결된 입구까지 다양하다. 한편 2007년 오스카 파리네티가 설립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체인 ‘이탈리’는 현재 13개국 39개의 매장을 운영중이며 프랑스에서는 이번에 갤러리 라파예트 그룹과 메이저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를 체결한 이후 처음으로 론칭한 것이다.

    이들은 파트너십으로 프랑스 타 지역에도 몇년 안에 매장 오픈을 예상하고 있다. 당장 오픈이 계획된 프로젝트는 없지만 단기적 목표로는 파리 내에 이탈리 한 곳을 더 오픈하는 것으로 긍극적으로는 타 지역까지 오픈을 확대하는 것이다. 니콜라 우제는 프로젝트가 이탈리라는 이름으로 마켓과 레스토랑, 그로서리까지 여러 분야를 아우르며 대형으로 진행되는 콘셉트인 만큼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 내에 입점하는 것은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갤러리 라파예트 그룹은 지난 3년 동안 진행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작년 4월 화려하게 오픈한 샹젤리제 백화점 뿐만아니라 대형 푸드 코트 ‘이탈리’의 오픈까지 연간 45억유로 (약 5조9126억원) 라는 천문학적 매출을 일으키는 대기업으로서 앞으로도 공격적인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 수도 파리 공략이 더욱 가속화될 예정으로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은 올해 말 파리의 대형 쇼핑 센터 ‘보그레넬 (Beaugrenelle)’ 입점도 앞두고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0년 2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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