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리처즈 킵 창립자 겸 사장

    정해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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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6조회수 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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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성 가득한 쇼핑의 데스티네이션




    <사진출처 : Pearlfisher 제공>


    음악, 패션,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런던의 브릭스턴(Brixton)에 위치한 ‘킵(The Keep Boutique)’은 환경과 사회적 책임감에 바탕을 두는 브랜드의 상품을 소싱해서 제공하는 지속가능패션 전문 편집매장이다.

    지속가능패션이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던 2012년 온라인에서 론칭하고 2013년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한 킵의 창립자는 30대 초반의 케이트 리처즈(Kate Richards)다. 지리학도 출신으로 특히 인문지리학에 관심이 많았던 리처즈가 인권과 사회적 책임감 그리고 환경에 대한 이슈를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국의 명문대인 에든버러 대학을 졸업하고 대형 경영컨설팅 회사인 악센처(Accenture)같이 잘나가는 직장을 다니던 그가 회사를 때려치우고 지속가능 패션 부문으로 진출(?)한 배경은 무엇일까 지속가능패션 매장을 통해 리처즈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 본다.

    “옷을 사는 새로운 곳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했다”




    사진 : 런던 남부의 브릭스턴 지역에 위치한 킵 부티크는 리처즈가 지속가능패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오픈한 매장으로 현재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지속가능패션 공간 중의 하나다.


    리처즈는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다가 컨설팅 회사인 악센처에서 일했다. ‘기업생활이 어떤지를 아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회사 생활 중에 그는 뭔가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었고 글 쓰던 취미를 살려 블로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양한 주제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패션 블로그로 정착했다. 특히 빈티지를 포함해 대안적인 방법으로 패션상품을 구매하는 것과 윤리적인 쇼핑에 대해 다루게 됐다. 그는 낮에는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하고 밤과 주말에는 자신이 원하는 지속가능 패션상품에 대한 블로깅을 하는 이중생활(?)을 하게 됐다.

    “제 옷장에 있는 옷 대부분의 퀄리티가 나쁘고 하이스트리트 매장들이 너무 진부하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옷 뒤에 가려진 스토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하이스트리트 상품의 퀄리티에 대한 실망과 동시에 ‘지속가능패션’을 찾을 수 없는 답답함은 그가 직접 매장을 오픈하는 계기가 된다.

    지속가능패션과 액티비즘의 작은 편집숍 오픈

    2012년 9월 그는 thekeepboutique.com을 론칭하며 풀타임 패션블로깅과 지속가능패션을 위한 온라인 매장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지속가능패션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던 2013년에 그는 겁도 없이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모은 저축금과 가족 및 친구들의 지원으로 그는 작지만 자신이 원하던 매장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의 비전은 ‘비싸지 않고 윤리적이면서 가장 스타일리시해서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옷들을 큐레이션해서 제공하는 숍이 되는 것’이었다. 매장의 출입문에는 ‘누가 당신의 옷을 만들었나요?’ ‘지속가능적(Sustainable)’ ‘의식하는(Mindful)’ 같은 문구와 단어가 프린트 돼 있어서 지속가능패션 전문 매장의 이미지를 전한다.

    그는 “숍을 통해 사람들에게 (기존 쇼핑에 대한 지속가능적) 선택대안을 제공하는 것과 고객들에게 지속가능성의 중요한 이슈를 생각하게 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다.

    지속가능성의 명분을 위해서 일하는 진정성 있는 브랜드의 상품을 바잉해서 브랜드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항상 다양한 이벤트를 운영하면서 지속가능성의 액티비즘을 실천하고 있다. 작은 매장이지만 큰 변화를 위한 일로서, 이는 그가 사업에 대해 자랑스럽게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런던 최고의 지속가능 패션매장으로!

    33㎡(10평) 남짓한 매장을 운영하면서 매장 임대료와 바잉 예산으로 빠듯한 재정이었기 때문에 마케팅 예산은 당연히 없었다. 매장 홍보는 인스타그램과 입소문에 의존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킵은 지속가능패션을 위한 머스트 비짓(Must Visit) 숍으로 떠올랐고 신문과 잡지의 ‘윤리적 쇼핑을 위한 베스트 매장 리스트’와 ‘베스트 편집 매장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등 그동안 지속가능패션 부문에서 권위와 신뢰를 가진 리테일러로 자리잡았다.

    여기에는 패션블로거였던 리처즈의 영향력은 물론 독특한 매장 콘셉트와 그가 공들여 바잉한 상품구색 등에 요인이 있다. 특히 지난 2015년 영국의 일간지인 이브닝스탠더드가 선정한 런던의 ‘Top 5 지속가능패션 편집매장 리스트’에 오른 것이 주효했다.

    이를 계기로 사람들이 브릭스턴 마켓이나 지속가능패션 매장을 구글에서 서치하면 이 기사가 맨 윗줄에 뜨게 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리처즈는 말한다. 이제 킵은 지속가능패션 부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역사가 긴(?) 편집매장이다.




    사진출처 : The Keep Boutique 제공 ‘킵’은 비싸지 않고 윤리적이면서 스타일리시해서 영원히 간직(keep)하고 싶은 옷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국제적인 전시회에서 새로운 브랜드 소싱

    그가 처음으로 다양한 지속가능패션 브랜드를 만나게 된 것은 런던의 EFF(The Ethical Fashion Forum, 패션산업 내에서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기준을 바꾸기 위한 협력적 운동을 위해 지속가능패션 브랜드와 인물들이 서로 만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행사와 기회를 만들고 있음) 이벤트였다.

    세계 각지에서 온 여러 지속가능 브랜드와 리테일러를 연계하는 행사에는 ‘전통적인 해먹(Hammock) 제조방식을 옷에다 접목시킨 브랜드’와 ‘어린이를 지원하는 브랜드’ 등 각기 다른 윤리적인 명분을 가진 브랜드들을 만날 수 있었다. 론칭 때만 해도 지속가능 브랜드가 많지 않아서 바잉은 단순했지만 이제는 국제적 지속가능 전문 전시회가 생길 만큼 지속가능패션에 대한 니즈와 인식이 높아졌다.

    그는 다양한 지속가능 브랜드들과 광범위한 상품 레인지를 만나기 위한 곳으로 베를린에서 열리는 지속가능패션 전시회를 추천한다.

    킵, 진정성 있는 지속가능 브랜드 집중 발굴

    그린쇼룸(Greenshowroom Berlin)과 에티컬 패션쇼 베를린(Ethical Fashion Show Berlin)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규모가 큰 지속가능패션 전시회라고 한다. 각각 2009년과 2012년 베를린에서 선보이기 시작했는데, 2018년 이 두 전시회를 메세 프랑트푸르트(Messe Frankfurt)사가 합병해서 네오니트(Neonyt)로 리브랜딩했다.

    이 두 전시회 덕분에 베를린은 지속가능패션의 수도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킵은 현재 의류와 잡화를 비롯해서 스킨케어, 문구류와 가프트, 홈상품 등의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를 운영하며 피플트리(People Tree)  싱킹뮤(Thinking Mu)  소트(Thought)  맷 & 냇(Matt & Nat)  컬러풀 스탠더드(Colorful Standard)  데스몬드 & 뎀지(Desmond & Dempsey)  로위(Lowie)  암드엔젤스(Armedangels) 등을 판매하고 있다.

    “브랜드의 스토리, 진정성, 상품의 스타일, 가격 등을 모두 통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리처즈가 말하는 바잉의 기준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좋아도 가격 때문에 바잉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한다.




    사진출처 : Thekeepboutique.com screenshot 온라인과 팝업, 이벤트, 그리고 드롭십(dropship) 등을 믹스하는 비즈니스를 선보인다.


    팝업 매장을 통해 차별화와 브랜드 홍보

    브랜드의 메시지와 가격은 물론 브랜드 상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나 탄소 발자국 등을 모두 감안해서 바잉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현재 킵이 제공하는 상품들은 오가닉 코튼, 환경 및 인권의 측면 등 모든 지속가능성의 요소를 결합하는 브랜드들이다. 리처즈는 이런 브랜드를 소개하는 것에 매우 열심이다.

    “브랜드의 스토리를 이용합니다. 그리고 그 브랜드와 함께 일합니다. 예를 들어 난민 여성들에게 직업을 주고 이를 통해서 생산하는 브랜드가 있으면 이를 알리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상영하기도 합니다.” 그는 자신이 믿는 지속가능성 브랜드의 스토리를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서 또는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온라인 사이트의 저널을 통해서 최대한 홍보하고 지원한다.

    지속가능패션만을 선별해서 제공하는 편집매장이 많지 않은 데다 특히 오프라인에서 운영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킵은 매력 있는 공간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지속가능 의류를 한 장소에서 입어 보며 고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킵을 찾는다. 특히 피플트리나 소트 같은 브랜드는 팬들이 많지만 매장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입어 보고 사기 위해서 킵에 들른다.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이라는 것은 고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같은 상품을 다른 온라인 사이트에서 저렴하게 제공하거나 세일을 운영하거나 하는 경우는 도전이 되기도 한다.




    사진출처 : Thekeepboutique.com screenshot 온라인의 저널 섹션에사는 리처즈가 소개하는 브랜드의 스토리를 만날 수 있다. 이 외에도 자신이 지지하는 브랜드를 팝업, 이벤트 등을 통해 적극 홍보한다.

    이벤트 운영… 고객연계와 커뮤니티 구축

    오프라인 리테일의 매력을 강화하고 고객들에게 새로움을 제공하기 위해서 킵은 팝업 매장을 운영한다. 이는 특히 새로운 브랜드를 소개하는 가장 효과적인 툴이 된다고 한다. “뉴 브랜드를 2주간 보여 주고 여기에 대해서 고객들과 온 · 오프라인으로 대화합니다. 고객들 사이에서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팬을 개발하는 겁니다.”

    리처즈는 팝업 매장을 통해 사람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치하고 고객에게 새로움을 주게 된다고 설명한다. 팝업은 또한 브랜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매우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킵의 주요 고객은 27~60세로 연령대와 백그라운드가 광범위하다. 여성복 위주의 상품 구성상 고객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대체로 자유롭고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며 윤리적인 쇼핑을 원해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젊은 인스타그램 팔로어들이 있다. 이들은 구매하지는 않지만 소셜미디어에서 킵에 대해 적극적으로 언급하므로 중요한 그룹이다. 이처럼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식이 있는 고객과 팬들을 위해서 리처즈는 지난 2017년부터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이브닝 행사인 이벤트는 매장 주변의 다른 공간을 빌려서 운영한다. 지속가능성 관련 스피커를 초대해서 그들의 강연을 듣기도 하고 킵에서 바잉하는 브랜드의 디자이너들과 고객이 만나서 서로 대화하는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투명성과 추적가능성 (Traceability) 중시

    또한 김치 담그기, 콤부차 만들기 같은 웰빙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며,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판화 워크숍이나 크리스마스 초콜릿 워크숍을 운영하기도 한다. 리처즈에게 ‘이벤트는 액티비즘은 물론 고객과 연계하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고객들에게 ‘지식을 전달’ 하고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리테일에 접근’ 하고자 한다고 설명한다.




    사진출처 : The Keep Boutique 제공, 이벤트를 통해 차별화하는 한편 고객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패션의 액티비즘을 지향한다.


    “고객들은 매장에 걸려 있는 옷과 디자이너의 개인적인 배경 그리고 오가닉 소재의 의미, 부속은 어디서 왔는지, 염색 과정은 어떤지, 누가 만들었는지 등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어 합니다.” 리처즈는 패션산업의 많은 브랜드들이 이러한 정보를 고객과 공유하기를 바란다. 고객이 투명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는 투명성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든다. 그동안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자신은 창립자며 오너로서 약점을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픈할수록 해결책이 생기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고려할수록 사람들을 더욱 뭉치게 해서 비즈니스가 더욱 성공적인 거 같다”고 말한다. 이처럼 서로 정직하게 오픈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형태의 리테일로 진화 기대

    그는 정부가 추적가능 마크 제도(Traceable Labelling)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테일러가 브랜드 상품을 (홀세일로) 바잉하거나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 상품에 대한 (지속가능적) 신뢰성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이벤트를 열어서 지역 국회의원을 초청하고 사람들과 모여서 이 토픽에 대해서 얘기하는 등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7년간 그는 지속가능패션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지속가능 브랜드를 지원하기 위한 비즈니스 벤처로서 킵을 론칭하고 운영하면서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지속가능패션 매장으로 성장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수익성을 올리는 것은 당면한 과제이며 도전이다. 이를 위해서 그는 “매장을 늘려서 매출을 올리는 전통적인 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포뮬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리테일 · 팝업 · 이벤트 · 드롭’ 믹스!

    그리고 ‘리테일, 팝업, 이벤트와 드롭십(Dropship, 리테일러가 홀세일로 상품을 바잉하지 않은 상태에서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게 되면 제조자가 직접 배송하는 방식. 리테일러는 재고보유 및 배송의 부담에서 자유롭게 됨)의 4개 방식을 믹스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설명 : 매장은 물론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고객 및 팬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이익이 좋고 동시에 지속가능 브랜드를 지원하며 액티비즘을 실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벤처로 키우고 싶어 한다.

    “진정성은 성공을 위한 결정적 요인입니다. 킵의 경우 우리가 바잉하는 브랜드뿐 아니라 사업의 콘셉트, 사업 운영 측면에서 진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리처즈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높고 이전 세대와는 다른 구매행동을 보이는 젊은 세대는 무엇보다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진정성’을 원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좀 더 환경을 생각하는 구매와 지속가능적 소비를 원하고 있다는 것’에 흥분된다고 한다. 그리고 킵은 이를 위한 지속가능적 쇼핑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0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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