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의류 '트랙스미스' 스타일리시 달리기를!

    백주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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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8.12조회수 1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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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랙스미스
    러닝 의류 '트랙스미스' 스타일리시 달리기를!




    <사진출처 : 트랙스미스 제공>

    러닝 의류 브랜드 트랙스미스가 원하는 건 순수한 달리기 문화의 발전이다.
    클럽하우스는 단순히 옷가게가 아닌 로컬 커뮤니티 발전에 기여하는 집합소다.


    스포츠복이 주는 특유의 이미지는 색이 알록달록하다는 점이다. 네온 형광색, 주황색, 파랑색 등 운동복 차림을 보면 누가 봐도 뜀박질을 하러 나온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옷의 로고를 떼어내면 누가 만들었는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다 똑같다는 특징도 있다.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새롭게 나온 러닝 의류 브랜드가 있다. 트랙스미스는 보스턴의 오리지널 달리기 문화, 실력 있는 대학 팀, 클럽 문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그렇게 그 시절 그들이 입었던 옷들을 복원했다. 형형색색보다는 옛날 레트로 대학 감성의 블랙, 화이트, 네이비, 그레이 등 톤다운된 컬러 팔레트로 캐주얼하고 일상과 구분 없는 옷을 디자인했다. 진지한 달리기 마니아들이라는 확실한 타깃층, 달리기의 퓨어한 가치를 전파한다는 콘셉트. 그렇게 ‘트랙스미스’가 세상에 등장했다.

    트랙스미스를 론칭한 맥 테일러는 누구일까? 맷 테일러는 미국 펜실베니아주 안에 위치한 도시 피츠버그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농구, 야구, 달리기 등의 스포츠를 즐겼다. 어릴 적부터 운동이 좋아서 막연히 스포츠 브랜드의 과학 연구소에서 일하는 꿈을 가지기도 했지만, 가족들의 학구열로 신경과학과를 택했다.

    진로 방황 속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스포츠’
    맷 테일러는 대학시절 4년간 육상팀의 멤버로 활동했다. 1년 4계절 내내 실내외 할 것 없이 매일 뛰었다. 대학 졸업 후 프로 선수까지 되진 못했지만 여전히 달리기는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이었고 꾸준히 뛰었다. 현재 40대가 된 그는 러닝 의류 브랜드 ‘트랙스미스(Tracksmith)’를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창업이전에 그는 세계 최고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와 달리기 주제의 모바일 게임을 개발했고, 그 후 브랜드 ‘푸마’에서 러닝 스포츠 부분 글로벌 마케팅팀에 오랜 시간 몸을 담았다. 그는 또 이미 러닝 관련 팟캐스트 쇼를 진행했으며 스포츠 선수 매니지먼트 회사에서도 일한 이력이 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훈련 전 과정을 기록하는 미니 다큐멘터리 티비 채널까지 운영했다. 유년 시절부터 뛰고 관련 스포츠 업계에서 오랜 시간 몸담은 진정한 베테랑이 맷 테일러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정확히 알고 그 분야 안에서 꾸준히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스포츠에 대한 그의 열정은 아직도 타오르고 있다.

    팟캐스트와 체이싱 다큐멘터리 진행
    달리기 선수였던 그는 자연스럽게 사람 신체의 생물학적 기능과 작용을 공부하는 생리학 분야에 빠져들었다. 생리학의 원리를 따라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뛰는 것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다. 졸업 후 스포츠 브랜드 매니지먼트 · 마케팅 에이전시 IMG에 들어가게 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 타이거 우즈, 포드 등의 빅 네임들의 온라인 마케팅을 도왔다.

    IMG 시절 같이 일했던 동료직원들과 브랜드 매니지먼트 회사를 설립한다. 먹고 살 정도 수준의 돈을 벌었지만 대박을 치진 못했다. 예일대학교 동문들은 월가나 알려진 컨설팅 펌에서 일을 하는 등 금융계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 맷 테일러는 자신이 인생을 허비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렇게 금융업계 취업으로 눈을 돌리고 MBA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대학원 기간에도 뛰는 것은 멈춤이 없었다. 맷 테일러는 시간이 흐를수록 달리기가 스포츠 이상으로 자신 인생에서 의미 있고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MBA는 프로그램 중간에 멈추게 되고 그는 스포츠 업계로 돌아가기로 다짐한다.




    <사진출처 : tempojournal.com>


    대기업 푸마 마케팅 총괄, 우사인 볼트와의 만남
    이때 토니 리비스(Toni Reavis)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토니 리비스는 1970~1980년대 보스턴에 마라톤 붐이 일어나던 시절 마라톤 및 육상 라디오쇼를 진행했다. 보스턴 마라톤 중계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현재에도 꾸준히 칼럼을 쓰는 등 활발히 활동하며 한마디로 ‘러닝계 전설’로 꼽히는 인물이다.

    맷 테일러는 토니 리비스와 함께 러닝빌(Runningville)이라는 팟캐스트를 시작한다. 러닝 업계에 몸담으며 톰 랫클리프(Tom Ratcliffe)를 만나게 되고 그의 스포츠 선수 매니지먼트 회사 캄비아 애슬레테스(Kambia Athletes)에 들어간다.

    회사가 담당하던 케냐 출신 선수들의 24시를 취재하는 콘텐츠를 생각해 냈고 맷 테일러는 ‘체이싱…(Chasing…)’이라는 웹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제작하기 시작한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케냐 선수들을 담은 체이싱 캄비아(Chasing Kambia), 우사인 볼트 선수를 담은 체이싱 볼트(Chasing Bolt), 2008년 올림픽 출전 훈련기를 담은 체이싱 글로리(Chasing Glory), NCAA팀을 기록한 체이싱 트래디션(Chasing Tradition) 등 총 네 가지 다른 시리즈를 기획 및 제작했다.

    웰빙 No, 경쟁 Yes! 스포츠웨어 트랙스미스 론칭
    2008년 맷 테일러는 푸마의 러닝 부서 글로벌 마케팅 대표로 들어간다. 브랜드의 매출을 늘리기 위한 전략과 제품 개발 등의 임무를 맡았다. 당시 푸마는 세계 신기록을 세운 우사인 볼트와 스폰서십을 맺는다. 맷 테일러와 우사인 볼트는 개인적 친분을 다지게 된다.

    그렇게 둘은 푸마 밖에서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볼트!(BOLT!)’라는 이름의 우사인 볼트가 주인공인 달리기 주제 모바일 게임은 2010년 올림픽 시즌에 맞추어 출시되었고 자메이카에서는 1위 영국에서는 2위를 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맷 테일러는 푸마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 브랜드들의 소통 방식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러닝화를 팔지만 진지하게 달리기의 진짜 가치를 전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실제 엘리트 선수용 제품은 판매를 하지도 않았고 실질적 타깃은 일반 사람들에 그쳤다. 그리고 그들에게 ‘건강을 유지합시다’라는 메시지와 ‘웰빙’이라는 주제로 함께 물건을 팔았다.





    스타트업 러닝 브랜드로서 가능성? ‘틈새마켓’
    선수들과 일반인 사이에는 맷 테일러 자신처럼 진지하게 달리기를 임하는 마니아층이 크게 존재하는데, 브랜드들은 가장 중요한 그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있었다.

    육상에서 승리자는 1명이다. 하지만 브랜드들은 모두가 승리자라고 말했다. 달리기는 경쟁이고 매번 기록을 세우고 그 기록을 깨고 더 높은 목표를 잡아야 한다. 진지하게 달리기에 임하는 선수 같은 일반인들에게 대기업의 메시지는 옳지 못하다고 느꼈다. 그는 푸마에서 실제 제품의 생산과 유통의 과정을 보고 배웠다. 자신도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서 ‘트랙스미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뒤를 이어 브랜드 매니지먼트그룹 펜트랜드(Pentland)로부터 67억원을 투자 받는다. 펜트랜드는 리복, 라코스테 신발 등을 보유한 그룹으로서 트랙스미스의 아이디어를 아주 높게 평가했다. 2013년 러닝 의류 브랜드 트랙스미스가 론칭하게 됐다.

    보스턴 오리지널 감성 지향, 클럽하우스 오픈
    보스턴은 유서 깊은 러닝의 도시이며 보스턴 마라톤은 1897년 1회를 시작 무려 122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또 많은 러닝 브랜드들의 헤드쿼터가 위치한다. 자연스럽게 대학팀 및 클럽 커뮤니티가 조성돼 있고 도시 군데군데 러닝 루트도 잘 마련돼 있다.

    트랙스미스는 보스턴 마라톤 루트 정확히 중간 지점에 첫 매장을 열었다. 매장 밖에는 실제 마라톤 주최 측에서 만들어 놓은 중간점이라는 사인이 걸려 있다. 현재는 매장의 위치를 옮겨 마라톤 도착 지점에 위치한다. 트랙스미스 매장을 클럽하우스로 이름 짓는다. 판매의 목적뿐만이 아니라 제품을 직접 만지고 느껴볼 수 있는 달리기를 하는 모든 선수들의 놀이터가 되기를 바란다.

    달리기를 즐기는 누구라면 트랙스미스 클럽하우스를 방문해 달리기 코치를 받고, 트레이닝을 하고 마사지를 받고 회복할 수도 있고 커피를 마시며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또 라커룸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트랙스미스 클럽하우스는 매주 3회씩 달리기 이벤트를 주최해 로컬 씬의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달리기 순수한 가치에 대한 메시지, 잡지 론칭
    트랙스미스의 등장에 소비자는 처음에 달리기 브랜드인가 패션 브랜드인가 혼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맷 테일러가 패션을 하려는 것이 아니며 돈만 벌려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의 옷은 철저하게 달리는 사람의 니즈에 맞게 디자인되었고 테스트도 수차례 거쳐 믿을 수가 있었다.

    브랜드 트랙스미스가 원하는 건 순수한 달리기 문화의 발전이다. 클럽하우스는 단순히 옷가게가 아닌 로컬 커뮤니티 발전에 기여하는 집합소다. 게다가 ‘미터(Meter)’라는 1년 4회 출판되는 매거진을 론칭했다. 달리기 씬의 뉴스, 인터뷰를 통한 선수들의 삶, 제품 리뷰 등을 다루고 있다.

    보스턴 바깥의 지역은 팝업 형태로 머물며 이벤트 주최 및 달리기 마니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 제공을 비롯해 다른 도시의 커뮤니티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또 어느 마라톤이든 트랙스미스 제품을 입고 출전해 개인 기록을 갱신하는 이들에게는 스토어 기프트 25만원을 증정하기도 한다.





    블랙 스미스 제품 ‘Retro meets modern’
    블랙 스미스는 1960~1970년대 대학 팀, 클럽, 마라톤 감성을 그대로 살린 레트로 디자인에 현대적인 감성의 핏과 품질을 완벽하게 업그레이드시켰다. 푸마에서의 노하우 및 삶의 절반 이상을 달리기에 쏟아부은 마니아이자 최종 소비자였음으로 상품의 니즈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그는 곧바로 알아챈다.

    맷 테일러에 따르면 15~30분 트레이닝 시에는 면이 좋다고 한다. 옛 선수들은 실제로 면 소재의 상의를 입었다. 세탁도 바로 할 필요가 없고 4~5회 입은 후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아주 더운 날과 장거리 달리기에는 그에 맞는 기술력이 도입된 최신 소재를 이용해 통풍에 집중해야 한다.

    추운 날에도 야외에서 달릴 수 있게 메리노 울의 소재를 이용한 재킷과 바지도 개발했다. 바지의 길이, 옆 라인의 트임 등 모든 것이 달리는 유저의 편안함과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게 수차례 테스트를 거친다.





    다시 러닝 붐, 트랙스미스가 해야 할 일
    맷 테일러의 달리기라는 열정은 수십 년이 흘러도 식지 않고 삶의 일부가 되어 40대에 의류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었다. 스트리트웨어가 하나의 메이저 분야가 되어 티셔츠에 쉽게 프린팅을 한 뒤 소셜 미디어로 제품을 파는 등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셀 수도 없이 많은 의류 브랜드가 현재 존재한다. 이 흐름이 조금은 지겹고 사람들은 점점 ‘진짜’를 찾게 된다. 트랙스미스는 대충하는 브랜드가 아닌 진짜이다.

    패션 업계에서도 트랙스미스를 주목하고 있다. 뉴욕 기반의 스트리트웨어 ‘노아’와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또 프레피 의류 브랜드 ‘로잉 블레이져’와 팝업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미스터 포터에 입점해 있고 GQ에서 다루기도 했다. 세계 경제와 정치가 다소 불안정할 때 달리기라는 스포츠의 인기가 올라간다는 전문 통계가 있다.

    실제로 2018년 뉴욕 보스턴 마라톤의 지원자가 전년대비 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지역 곳곳에서 러닝 클럽 가입자가 늘어나고 한 패션 디자이너는 자신의 런웨이를 트랙 경주장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러닝의 붐이 다시 일어나고 있는 현재 트랙스미스 또한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제품 판매에만 목적을 두는 브랜드가 아닌 진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 패션비즈 2019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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