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맨」, 패션 아웃도어 대변신

    조태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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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2.21조회수 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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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복 대명사 워크맨 혁신...「유니클로」 대적할 브랜드 등장?!




    <사진 출처 : www.workman-plus.com>



    워크웨어 전문 브랜드 「워크맨」이 ‘「워크맨」 플러스(WORKMAN PLUS)’라는 신업태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일본을 대표하던 일명 ‘작업복’이라고 하는 워크웨어 전문 브랜드 「워크맨」이 새로운 업태를 개척해 화제다. 주말이 되면 이 매장에는 계산대 줄이 밖까지 이어져 부러움의 대상이다. 일각에서는 「유니클로」에 대적할 브랜드가 탄생한 것이 아닌가 하며 패션 관계자들과 소비자들로부터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주로 홈센터(각종 생활용품, 잡화, 가구를 판매하는 종합 생활유통센터), 대형슈퍼, 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베이시아(Beisia) 그룹의 계열회사 워크맨이 만든 이 브랜드는 토목 현장의 작업복이나 공장 작업복, 이와 관련된 용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일본 국내 최대의 대형 의류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2015년에 매장 수 800개를 넘어섰으며 주로 프랜차이즈 형식인 체인 스토어 형태로 전개하는 매장이다.

    이런 작업복의 대명사 「워크맨」이 ‘기능성’과 ‘저가’라는 슬로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 패션성까지 담아 상품을 새롭게 변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디자인 요소를 추가해 상품을 꾸준히 어필한 결과 일반 고객 매출이 서서히 증가해 온 것이다.

    38년 작업복 전문점서 패션 아웃도어 변신

    광고 또한 유명 유투버를 기용해 생생한 상품 설명과 스토리, 가격을 어필한 동영상으로 단순한 작업복 브랜드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했다. 결과 매장에서는 매진 상품이 연달아 등장할 정도로 히트 상품이 계속 나온다. 지금까지 「워크맨」 매장에 방문한 적이 없는 고객들도 매장을 찾으면서 신규 고객 개척에 성공한 것이다.





    <사진 출처 : hunt-memo.blogspot.com>

    지난해 9월 초 라라포트 다치가와 다치히점 3층에 ABC마트나 타워레코드, 도큐 핸즈 등이 있는 공간에 지금껏 본 적이 없는 한 업태가 문을 열었다. ‘「워크맨」 플러스(WORKMAN PLUS)’라는 매장이다. 보통 옷 매장에서 주로 보이는 집기들이나 마네킹, 모델의 포스터 등 상품 진열 방식도 마치 창고 같았던 기존의 「워크맨」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동안 매장에는 없던 새로운 연출이다. 「워크맨」을 설립한 이후 38년 만에 브랜드 포맷을 크게 변화시킨 것이다. 아웃도어나 스포츠웨어, 레인웨어 전문점으로 오픈해 주력으로 해온 작업복은 하나도 없다. 취급하는 품목은 아우터, 바지, 이너, 슈즈 등 약 300종류다.

    워크웨어 없는 신업태 ‘「워크맨」 플러스’ 오픈

    블랙이나 그레이 같은 색상은 물론 오렌지나 초록색 같은 다채로운 색상들의 상품들과 카모플라주 패턴 등 아주 다양한 패턴의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처음으로 「워크맨」 매장을 들렀다는 고객들은 “기존 매장에 대한 이미지와 너무 다른 멋진 매장에 많이 놀랐다”라며 “가족이나 아는 사람들도 데려와야겠다”고 전한다.






    상품 구성은 매장을 정면에서 볼 때 왼쪽편이 패션 아웃도어, 오른쪽이 기능성 아웃도어 웨어, 매장 안쪽은 기능성 잡화(슈즈, 슬리퍼, 양말, 속옷, 장갑 등)로 구분된다. 전체적으로 맨즈 카테고리가 많지만 여성을 의식한 카디건 같은 상품도 있다.

    패션 아웃도어라고 해도 방풍, 발수, 방한, 신축성, 경량 같은 기능성을 갖춘 아웃도어 아이템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고기능성 아이템이 다수다. 기존 워크웨어와 달리 그래픽이나 패턴 있는 상품들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점은 가격이다.

    「유니클로」보다 더 저렴한 가성비 인기 요인

    2900엔의 블루종과 3900엔의 다운재킷, 50번 세탁해도 발수 가공이 유지되는 레인 웨어는 2900엔이다. 같은 기능성을 보유한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1만엔 정도 하므로, 같은 가격에 3벌을 살 수 있는 셈이다. 「유니클로」나 「라이트온」 보다도 저렴한 획기적인 가격대다.





    <사진 출처 : tachikawa.keizai.biz>

    바지도 1900엔에서 2900엔이 대부분이고, 레깅스는 980엔, 스트레치 상의는 780엔이다. 경량 스니커는 780엔짜리부터 있다. 방한 부츠나 트레킹 슈즈도 1900~2900엔이라는 믿을 수 없는 가격대다. 프로들에게 파는 워크웨어로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기능성 수준에 이런 가격대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사실 이 모든 상품들은 신상품이 아니다. 모두 기존점에서 취급했던 상품군으로 「워크맨」이 오랜 시간 동안 PB 브랜드로 가꾸어 오던 브랜드를 집대성한 브랜드가 ‘「워크맨」 플러스’ 매장이다. 이런 비즈니스 콘셉트로 전환하게 된 배경은 2008년 리먼쇼크 때였다.

    리먼 쇼크 아픈 경험, 뉴 비즈니스 모델 전환

    건설업계 불황으로 작업복을 구입하던 주요 고객들의 일이 줄어들면서 순조로운 성장을 거듭했던 「워크맨」도 큰 타격을 입고 2010년 3월 결산 때 2년 연속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이때 작업복이 안 팔려도 실적을 지지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아웃도어다.

    당시 토목 현장에서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작업복을 한 벌에 3000엔으로 판매해 왔던 「워크맨」 같은 브랜드는 일본에 거의 없었다. 가드닝 영역으로 불리던 직업이나 이런 분야로 취업하던 젊은이들 사이에도 점점 「워크맨」은 ‘작업복치고 의외로 멋지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새로운 마켓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렴하고 디자인도 괜찮다는 평과 함께 젊은이들 사이에서 ‘캐주얼 용도로 입어 볼까’ 하는 새로운 수요의 싹이 텄다. 이때부터 서서히 매출이 회복됐다. 이후 「워크맨」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의 돌파구 찾기에 적극적으로 승부를 걸었다.





    <사진 출처 : https://youtu.be/_Tq0G9PHlJA><사진 출처 : www.ryutsuu.biz>


    ‘작업복치고 멋지다’ 젊은이들 평가로 입소문

    2012년 이후 아웃도어가 점점 인기를 끌면서 “길거리에서도, 일할 때도”라는 광고 문구로 PB 레인 웨어 한 벌을 발매했다. 이 아이템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작업복으로 매출을 발생시키던 노하우를 살려 신축 소재를 사용해 움직일 때마다 잘 늘어나고 내구성 좋은 구조를 개발했다.

    4900엔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워크맨」에서 보면 고가였지만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누계 판매 수가 45만벌이라는 대히트 상품으로 지금까지 대표적인 효자 상품이 됐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워크맨」은 작업복이 아닌 분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상품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구성한다. 첫 번째 축이 되는 상품 전략은 몇 년 전부터 이상기온으로 비가 많이 와서 고안한 레인 웨어 이지스(AEGIS) 시리즈, 두 번째는 기능성 디자인을 중시하는 필드 코어(Field core), 세 번째로 스포츠나 트레이닝 대용 파인드 아웃(Find Out)이라는 3개의 캐주얼 PB 시리즈를 론칭했다.

    상하 레인 웨어 4900엔, 누적 판매 45만벌 기록

    이후 기존 매장의 30%를 일반 소비자형 매장으로 리뉴얼했다. 또 동시에 인재 면에서는 대형 어패럴에서 전직하는 사람들을 영입, 개발 체제 부서의 인원을 당초의 3배인 30명으로 늘렸다. 아주 밋밋한 컬러였던 기존의 작업복 디자인에서 색상의 바리에이션이나 디자인 패턴이 있는 소재를 쓰면서 기존 상품과 차별화해 캐주얼 PB 구성비를 계속 늘려 나갔다.

    그 다음은 광고다. 1987년부터 기용한 일본의 대표적 시니어 엔카(일본의 가요) 가수가 작업복을 입고 노래를 부르면서 나오는 전형적인 광고를 2012년 중단하고 그 다음 해에 댄서를 기용했다. 상품을 입고 춤을 추는 모습을 강조해 튼튼하고 움직이기 쉽다는 점과 기능성을 어필하면서 운동에도 적합한 웨어로 이미지를 전환했다.





    <사진 출처 : http://knows21.com/workman>


    최근에는 유튜버나 블로거에게 상품을 제공하고 솔직한 감상을 올리는 정책으로 바꿨다. 유명 유튜버가 방한 아우터에 대해 “바람을 철저하게 막아주고 겨울에 너무 좋다”고 프레젠테이션하는 진정성 있는 동영상이다. 가성비가 최고라는 점을 확실히 전달해 주면서 상품 구매 심리를 자극한다.

    유투버 기용 새로운 스타일 상품 매력 전달

    실적이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코스트 절감 운영이다. 2015년에 매장 수가 800개를 넘어 대형 로트 생산이 가능해진 이후 생산을 중국이나 미얀마, 베트남 등 대규모 공장 소싱으로 진행하면서 미니멈 10만장 단위로 상품을 계획한다. 무엇보다 저코스트를 확보할 수 있는 수량이다.

    또한 트렌드와 별로 상관없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상품 재고 회전율은 보통 어패럴 기업보다 그다지 민감하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강점이다. 재고 회전율은 평균 5.5회로 유니클로의 4.91보다 높다. 동시에 너무 민감한 MD도 필요 없다.

    2017년에는 IT부문에서의 혁신도 있었다. 이력 발주 시스템을 도입해 계산대에서 판매가 인식됨과 동시에 자동으로 발주를 해준다. 종업원이 선반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발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작업 시간도 단축된다. 단축된 시간은 접객을 하는 시간으로 충당할 수 있다.

    아이템당 10만장, 코스트↓ 연매출 8000억원

    「워크맨」의 올해 3월 결산(2017년 3월~2018년 2월) 매출은 전년보다 7% 증가한 797억엔이며 순이익은 약 10%인 78억엔이나 된다. 현재 8년째 매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기존점 매출도 상승한다. 물건이 안 팔리는 지금 같은 시대에 승승장구하는 아주 드문 케이스다.

    라라포트 다치가와 다치히 점 매장은 주말이 되면 지금도 계산대 줄이 매장 밖까지 이어져 끊길 줄 모른다. 마네킹에 입힌 옷들까지 벗겨서 팔지 않으면 상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점원들은 흐트러진 상품을 정리할 여유도 없이 많은 사람들로 붐벼 매장 안은 항상 북적거린다.

    「워크맨」 관계자는 오는 2025년에는 매장 수를 지금(820개) 규모를 훌쩍 넘어서는 1000개까지 늘릴 것이라고 전한다. 매장 수에서는 「유니클로」에 맞먹는 수준이다. 여기에 신규 업태까지 개발했으니 조만간 1000억엔을 바라볼 수도 있는 기세다. 「유니클로」는 플리스붐 이후에 판매가 감소하는 쓰라린 경험을 한 적도 있지만 「워크맨」의 잠재력은 이제 막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워크맨」이 신업태로 보고 겨냥한 것은 아웃도어로 기능성과 저렴함을 특화한 영역이다. 이들은 고가이면서 디자인과 기능성을 고집했던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에 비해 저렴함을 어필하고, 아웃도어와 SPA(제조 소매업) 사이에 블루오션이 있다고 기대한다.

    닛케이 MJ 조사에 따르면 아웃도어 시장은 약 4400억엔 규모(2017년 기준)로 추정한다.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아웃도어 소비층까지 양쪽을 다 잡는다면 그 시장의 셰어는 약 25%나 될 것이라는 추정이다. 단 작업복에서 캐주얼 웨어로 방향을 잡는 브랜드는 「워크맨」뿐만이 아니라 경쟁사들이 몇 개 더 있다. 일본에서 사이클링이나 캠프, 요가 등 PB를 투입하고 있는 브랜드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유행에만 좌우되지 않고 트렌드를 제안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워크맨」은 홈센터 등을 운영하는 등 유통을 병행하는 회사라는 그룹 내부의 연동이 아주 큰 메리트다. 식품 슈퍼를 운영하는 자회사나 홈센터로 가장 큰 규모인 카인즈(CAINZ) 등과 손을 잡는다면, 예를 들어 캠프형 식품 · 의류 · 잡화까지 다 포괄하는 복수 제안도 가능하다. 업계의 장벽을 넘어서는 전략을 펼칠 수 있을지가 향후 성장의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출처 : 닛케이MJ자료, 워크맨 홈페이지 자료 참조>










    ■ 패션비즈 2019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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