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키츠네」 음악 패션 믹스

    백주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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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4.21조회수 1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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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션을 논할 때 ‘감성’ 하면 프랑스와 일본 두 나라 아닐까? 「아페쎄」 청바지와 「꼼데가르송플레이」 라인 셔츠는 ‘국민의 열망 브랜드’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소장하고 있고 소장하기를 원한다. 값이 싸지도 않다. 이유가 뭘까? 디자인? 품질? 물론 뒤떨어지지 않지만, 그 감성에 홀려 사는 것이 아닐까?

    지극히 무난한 듯한 룩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매우 끌린다. 사용된 패턴들과 색의 조합도 상당히 쿨하다. 그리고 가슴팍에 놓인 여우 로고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메종키츠네」는 ‘에퍼트리스 시크(Effortless Chic)’, 즉 노력하지 않은, 꾸미지 않은 듯한 멋이 모토다. 과한 것보다는 기본 아이템을 주로 이용하며, 사실은 매우 디테일에 신경을 쓰고 멋을 부렸지만 그래 보이지 않는 프렌치 시크함, 그것을 추구한다.

    프랑스인 길다스 로엑과 일본인 마사야 구로키 듀오에 의해 2002년에 시작된 「메종키츠네」는 음악 레이블이자 패션 브랜드로 지금 열광적으로 잘나간다. 「메종키츠네」의 옷들은 버그도프굿맨, 바니스뉴욕, 이세탄, 꼴레뜨 등을 포함 전 세계 300여개의 유명 백화점과 스토어에 입점해 있고 매출은 2009년 대비 250만달러(약 28억원)에서 1290만달러(약 142억원)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프랑스인 프로듀서와 일본인 디자이너 듀오

    특히 이 브랜드는 지난 5년 사이에 급성장했다. ‘키츠네’는 일본말로 여우라는 뜻이며 여우는 이 브랜드의 로고이기도 하다. 세련된 멜로디의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이 이 회사에 대거 속해 있고, 프랑스 브랜드인데 미국의 프레피함을 적절히 섞어서 일본인 디자이너가 재해석한다. 음악과 패션의 조합, 프랑스와 일본의 조합, 일단 감성으로 어느 정도 먹고 들어간다(?)고나 할까.

    길다스 로엑은 뮤직 인더스트리의 베테랑이다.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레코드숍을 열고 디제이들을 위해 바이닐을 수입하기도 했다. 그와 마사야의 만남도 레코드 가게에서 이루어졌다. 단골이던 다프트펑크의 멤버와 룸메이트로 생활한 화려한(?) 전적도 있다(다프트펑크는 일렉트로닉 음악 장르에서는 거의 톱이며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는 것으로 아주 유명하다).

    다프트펑크가 유명해지면서 길다스는 직접 일을 돕기 시작했고, 급기야 자신의 레코드 가게 문을 닫으며 아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매니저로 전향했다. 다프트펑크가 뮤직비디오 제작을 위해 일본에 가던 때, 길다스는 마사야에게 통역사 겸 가이드로 동행하기를 제안했다. 그리고 둘은 일본에서 수많은 라이프스타일 스토어를 방문했다.

    일렉트로닉 팝 듣고 싶다면 ‘키츠네메종’을~

    이 과정에서 이 두명의 꾼(?)은 서로를 알아보고 공통 관심사인 음악과 패션에 대한 각자의 아이디어를 깊이 있게 공유하게 됐다. 그러다가 급기야 이 두 요소를 합쳐 자신들의 브랜드를 론칭하자고 다짐하기에 이르렀다. 음악과 패션 양쪽 모두 정말 아주 잘하기로 말이다.

    이 듀오는 서로의 만남과 일본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2002년에 먼저 음악 레이블 ‘키츠네’를 설립했다. 길다스의 주역할은 실력 있는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해 음반을 제작할 기회를 주는 것. 그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주고 대중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데뷔한 아티스트가 롱런할 수 있게 매니지먼트하고 마케팅해 주는 것도 그의 일이다.

    키츠네를 통해 데뷔해 크게 히트하고 유명해진 아티스트는 많다. 핫칩, 투도어시네마클럽, 디지털리즘, 시티즌스! 등이 그 예다. 길다스는 1년에 평균 4회 정도 ‘키츠네 메종 컴필레이션’이라는 믹스 앨범을 발매한다. 곡 하나하나 길다스가 선곡한다. 키츠네는 수많은 유명한 아티스트가 거쳐 갔고, 또 신생 아티스트들이 주목받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Boys Noize, Phoneix, Cut Copy 등의 곡들이 수록돼 있다.

    핫칩, 투도어시네마클럽, 디지털리즘 등 배출

    패션과 음악의 접목을 시도한 것은 「메종키츠네」가 처음은 아니다. 에디 슬리먼이 런웨이 쇼에서 신생 뮤지션들을 세우거나 또 여러 아티스트를 언급하며 그들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밝히기도 했고, 근래에는 「쟈딕앤볼테르」 「더쿠플스」 등의 브랜드들도 믹스 앨범을 내고 있다. 그에 대해 길다스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다른 패션 브랜드들이 과연 우리처럼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 “아티스트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들의 음반을 내 주며 그들의 공연장소를 마련해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패션 브랜드들이 앨범을 발매하고 레이블을 설립하려 하는 것은 그저 보이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메종키츠네」에 음악은 액세서리가 아닌 뿌리입니다.”

    현재 「메종키츠네」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키츠네 나이트’라는 파티를 연다. 그날 밤 플레이된 곡들의 믹스 앨범이 발매되기도 한다. 음악과 패션, 이 둘은 전혀 다른 분야이지만 「메종키츠네」에서는 이를 하나로 합쳐 최고의 것으로 이끌어 낸다. 이로 인해 유럽과 미국의 음악과 패션 부문에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게 됐고, 음악과 예술로 하이엔드 디자인과 캐주얼스타일의 결합을 이끌어 내 젊은층을 사로잡았다.



    타이트하지도 루즈하지도 않은 기본에 충실

    마사야는 「메종키츠네」에서 패션을 담당한다. 일본에서 태어난 마사야는 12세 때 프랑스로 이주했다. 파리에서 성장하면서, 또 화가인 어머니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많은 예술작품을 접할 수 있었고 이는 그의 미적 감각 발달에 큰 도움이 되었다. 대학에서는 건축을 공부했다. 당시에 재정적으로 어려웠던 마사야는 주말에도 일을 해야만 해 빈티지 의류매장에서 일을 했다.

    그곳에서 그는 옷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나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 않는다. 기본의 것들을 마스터하려 노력할 뿐이다.” 잘 만들어진, 오래 입을 수 있는 옷, 클래식한 스타일을 사랑한다는 마사야는 「폴로」 「브룩스브라더스」 같은 미국 브랜드와 프렌치 워크웨어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하지만 하이패션도 무척이나 동경하며 「꼼데가르송」의 비주얼적 요소에 감탄하고 영감을 많이 받는다.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진 「메종키츠네」의 옷을 사 입는 고객은 10대부터 60대까지 광범위하다. 「메종키츠네」가 그만큼 폭넓은 연령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스타일을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폴로」 스타일, 클래시컬함의 최고 아이템이라 할 수 있는 금장 네이비 블레이저도 만든다.

    빈티치에 매료된 마사야, 패션과 인연을

    실제로 구두 같은 경우에는 「제이엠웨스턴(J.M.Weston)」이나 「에드워드그린」 같은 정통 구두 메이커들에게 외주를 맡긴다. 또한 스냅백 「뉴에라」와 귀여운 여우 캐릭터 프린트를 사용한 스웨터나 티셔츠들, 아기자기한 무늬의 휴대폰 케이스 같은 상품군은 어린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한다.

    센스 있고 매치하기 쉬운 색상들과 건축가였던 디자이너 마사야 구로키의 건축적인 요소가 가미돼 전체적인 옷의 라인이 정교하다. 신경 쓰지 않은 듯하지만 입으면 유럽의 하이엔드 스타일 룩을 완성할 수 있는 파리지앵 시크를 느낄 수 있는 브랜드다. 젊은 세대부터 중년까지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거의 전 연령대를 타깃으로 한다.

    「메종키츠네」는 피티워모에 초청돼 2013 F/W시즌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총 4팀의 자사 아티스트들이 새 시즌의 옷을 입고 등장해 공연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음악 레이블이자 패션 브랜드이기도 한 「메종키츠네」가 자신들의 강점을 살려 창의적으로 풀어낸 쇼였다. 반응도 아주 좋았다. 이렇듯 「메종키츠네」의 음악과 패션은 상호적이다.



    음악과 패션 브랜드 이어 카페와 리테일 확장

    둘 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 시점에 한쪽이 다른 한쪽의 마케팅 툴이 될 수도 있다. 실제 킬로키시(Kilo Kish)의 히트 싱글 ‘Locket’의 뮤직비디오에는 「메종키츠네」의 옷이 대거 등장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렇게 먼저 ‘키츠네’의 음악을 접하고 옷을 알게 된다거나 반대로 옷을 접하고 음악을 들어본다거나 하는 식으로 하나에서 다른 하나를 배운다.

    최근 이 회사는 패션으로 나는 수익이 음악 쪽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금 「메종키츠네」는 아주 핫한 브랜드다. 파리에 매장 3개점과 커피숍 2개점, 도쿄에 매장 1개점과 커피숍 1개점 그리고 뉴욕에 매장 1개점을 운영 중이다. 곧 홍콩에서 첫 번째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고, 뉴욕에서는 두 번째 매장이 현재 공사 중이다.

    「메종키츠네」 스토어와 ‘카페키츠네’의 인테리어는 마사야가 디자인한다. 파리의 카페에서는 키가 크고 머리를 정갈히 넘긴 점원들이 새하얀 옥스퍼드 셔츠를 입고 있다. 누가 들어가기를 거부하겠는가? 두 번째로 일본에 생긴 카페 역시 대박이 났다. 인스타그램 위치 태그로 도쿄에 있는 ‘카페키츠네’를 검색해 보면 수많은 포스팅 결과가 나온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어 호텔 사업 꿈꾸다

    많은 사람이 다녀온 것을 기록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장소가 쿨하다는 증거다. 「메종키츠네」의 빠른 성장은 일본시장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유통 역시 제일 많다. 일본에서 절대적 인기를 얻고 있는 미즈하라 기코가 캠페인에 등장해 인기를 더했다. 마사야가 좋아한다는 노매드 호텔에 자리 잡은 「메종키츠네」 매장은 현재 잘 운영되고 있다.

    그 여세를 몰아 뉴욕 두 번째 매장 오픈과 함께 힙합 아티스트를 영입해 더욱 미국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힌다. 최근에 공개된 2015 F/W 이미지에는 대한민국을 테마로 하여 태극기가 그려진 모자를 쓴 여우 로고를 사용한 상품들이 있다. 한국 소비자들은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고 월드 스타 지드래곤이 그중 재킷을 입은 사진이 공개되며 세계가 열광하기도 했다.

    길다스와 마사야가 말하는 키츠네의 최종 목표는 ‘호텔키츠네’. 패션 브랜드로서 확장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관련 사업 중 ‘끝판왕(?)’이 호텔 아닐까? 막연하지만 카페의 대박도 이뤄 냈고, 지금의 성장 속도를 본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미래를 아주 멀리 내다보고 천천히 제대로 커 나가겠다는 길다스와 마사야. 이 듀오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패션비즈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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