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내상스(menaissance) 시대 활짝

    정해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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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11.01조회수 8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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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men)과 르네상스(renaissance)의 조합어로 남성복이 르네상스를 맞이했다는 의미



    로벌 럭셔리 부문에서 남성복이 전체의 50% 비중을 차지할 만큼 남성복이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그동안 여성복에 밀리던 미개발 부문으로서의 남성복은 이제 지난 얘기가 됐다. 남성복의 폭풍 성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진행된 급격한 변화이기도 하다.

    패션산업계는 최근의 이러한 남성 소비 증가에 흥분하면서 이 기회를 최대한 수익화하는 데 집중한다. 심지어 일부 남성 소비자층을 ‘새로운 여성’이라고 칭할 정도로 럭셔리부터 하이스트리트까지 남성복은 현재 인더스트리 최고의 이슈가 됐다.

    1982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밀레니얼(Millennials)이라고 부르는데 세계적인 남성복 붐의 중심에는 이들이 있다. ‘제너레이션X’ 다음 세대라고 해서 ‘제너레이션Y’ 또는 ‘여미(YUMMY, young urban male)’로 불리기도 한다.

    밀레니엄 제너레이션… 2010년대의 소비 파워로

    최근 HSBC은행이 발표한 리포트 ‘여미의 등장(The Rise of Yummy)’에서 유래한 용어인 ‘여미’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외모에 관심이 많으며 최신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젊은 남성 소비자 그룹으로 규정된다.

    여미는 2014년 현재 럭셔리 수요의 중심으로 남성의 기존 쇼핑 습관에 메트로섹슈얼의 전환점을 가져왔다고 평가된다. 이처럼 젊고 경제적으로 풍요한 밀레니엄 세대는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럭셔리 시장을 부양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지난 1990년대에 등장한 콘셉트인 메트로섹슈얼은 눈썹을 손질한다든가 인공태닝을 하는 등 외모를 가꾸는 특징을 보이며 쇼핑하는 데 돈과 시간을 쓰는 남성 소비자층을 묘사하는 것이었다. 처음 그 콘셉트가 소개된 후 20년이 지나면서 메트로섹슈얼은 이제 상업적인 현실이 됐으며 특히 일본과 한국의 젊은 남성 소비자들이 이러한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타일리시한 여미(YUMMY), 이제 메인스트림!

    이제 패션 및 잡화는 물론 아웃도어와 화장품 등 모든 부문에서 남성의 구매가 전체 성장 비율에 힘을 싣는 등 메트로섹슈얼은 막대한 구매 파워를 자랑한다. 특히 자신의 외모를 가꾸고 트렌디한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고자 하는 심리적 사회적 의도에서 출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신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풍요하고 또한 트렌드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남들이 알아 주기를 원하는 메트로섹슈얼은 나이 든 소비자들이 자신의 지위를 증명하거나 남에게 잘 보이기보다는 자기만족을 위해 럭셔리를 구매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되는 과시형 소비형태를 보여 준다.

    2013년 「톰포드」와 「마크제이콥스」의 남성용 메이크업 레인지 론칭은 메트로섹슈얼의 태도가 실제로 대중과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 기존의 스킨케어 상품을 넘어 컨실러 립밤 아이섀도 등의 상품은 남성용 뷰티 상품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톰포드」 「마크제이콥스」, 남성용 메이크업 론칭

    영국의 남성용 스킨케어 시장은 2013년 현재 약 1조원 규모로 영국 남성의 약 25%는 립밤을, 8%는 노화 방지 상품을 사용하며 심지어 맨스카라(manscara, 남성용 마스카라)의 사용도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외에도 영국 네일 살롱에서 남성용 매니큐어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헤리티지의 붐과 함께 인기를 누리기 시작한 바버숍은 현재 남성들의 최고 그루밍 장소로 부상했다.

    남성 헤어스타일이 1920년대와 1950년대의 짧고 단정한 분위기로 가고 있는 데다 쿨한 남성들이 턱수염을 기르면서 바버숍에서 머리와 턱수염을 다듬는 경향을 보인다. 메트로섹슈얼은 이처럼 남성이 의류, 잡화는 물론 그루밍에 시간과 돈을 소비하면서 외모를 가꾸는 라이프스타일로의 변화를 보여 준다.

    럭셔리 하우스들은 남성복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남성 전용 매장(men’s only store)을 오픈하는 추세다. 지난 2012년 「알렉산더매퀸」은 주문복(bespoke)에 포커스를 두고 새빌로(Savile Row)에 남성복 매장을 오픈했고 「버버리」는 나이츠브리지(Knightsbridge)에 대형 남성복 플래그십 스토어를 론칭하면서 남성복 전용 매장 시대의 문을 열었다.

    「디오르」서 「랄프로렌」, 男 전용 매장 확대

    최근 「디오르」 「랄프로렌」 「돌체앤가바나」 「구치」 등 럭셔리 브랜드들이 전 세계 시장에서 남성복과 남성 잡화를 갖춘 남성 전문 매장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다. 「돌체앤가바나」도 밀라노에 이어 지난해 런던에 남성용 매장을 오픈했으며 「에르메스」는 뉴욕에 이어 올해 하반기에는 밀라노에 남성 매장을 추가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럭셔리 하우스가 유럽에서 특히 런던에 포커스를 둔 남성복 전략을 운용하는 것과 달리 「랄프로렌」은 홍콩에 대형 남성 매장을 오픈하고 중국 고객 확대를 위한 베이스를 갖췄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랄프로렌」 남성 매장은 바와 라운지를 갖추고 맞춤 서비스(made to measure)를 운영하면서 중국의 부유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이처럼 남성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전용 매장 오픈 현상은 구두 부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2013년 초 「크리스티앙루부탱」과 「지미추」가 나란히 남성 매장을 오픈하는 등 럭셔리 브랜드들이 ‘메네상스’에 최대한 조인하고 있다.



    「크리스티앙루부탱」과 「지미추」도 메네상스

    2010년대 말까지 럭셔리 소비의 대부분은 25~30세 고객에게서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등 럭셔리 소비자는 나날이 젊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밀레니엄 세대는 테크놀로지와 함께 자라났으므로 소셜네트워크와 휴대폰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된다. 그런 만큼 럭셔리 브랜드들은 젊은 타깃 소비자가 선호하는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버버리」가 밀레니엄 세대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떠오른 것도 바로 디지털 전략 덕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캣워크 컬렉션을 라이브 스트리밍하고 인스토어에서 온라인 경험을 제공하면서 「버버리」는 디지털을 통해 젊은 고객과 긴밀히 연계한다.

    그 결과 2012~2013년 사이에 「버버리」 남성 테일러링 매출이 70%나 폭등했다. 「버버리」의 성공적인 디지털 행보를 벤치마킹해 「살바토레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코치」 「루이뷔통」 등도 디지털을 통해 젊은 고객을 유치하는 것을 도모하고 있다.

    「버버리」 디지털이 젊은 럭셔리 고객을 잡은 키



    럭셔리 남성복 브랜드들은 또한 고객의 관심을 끌고 매출을 늘리기 위한 아이디어로 신상품 개발에도 역점을 둔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버버리」의 트래블링 테일러링(Traveling Tailoring)으로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한다는 관점에서 장거리 출장자를 의식한 레인지다.

    재킷 이면의 가슴 부문에는 캔버스 심지를 줄여 구김을 줄이고 어깨에는 심지를 늘려 스트럭처가 유지되도록 하는 모션 캔버스(motion canvas) 테일러링으로 구성해 자동차나 항공 여행 시 슈트에 주름이 덜 생기는 것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회복력이 좋은 메리노 울을 사용한다. 「휴고보스(Hugo Boss)」 역시 주름 방지 효과 및 통기성이 좋은 셔츠 바지 슈트 코트 등의 여행 콘셉트의 의류와 러기지 레인지를 론칭하는 등 남성 고객의 키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상품을 다각화하고 있다.

    트래블링 테일러링 등 여행 콘셉트 상품의 다각화

    2015년부터 일본을 추월해 No.1 글로벌 럭셔리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시장에서의 남성복 인기는 유명하다. 게다가 영 밀리어네어가 많은 만큼 중국의 남성복 시장은 럭셔리 하우스들에게 최고의 시장이다. 중국 정부의 선물 규제에도 지난 1사분기에 중국 내 럭셔리 매출은 15%나 성장하는 등 파워를 잃지 않고 있다.

    이러한 중국 시장의 강세와 젊은 고객의 소비 파워는 글로벌 남성복 스타일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소비자의 보수주의적 취향은 이제 국제적인 남성복 컬렉션에서 흥미로운 디자인 미학보다는 럭셔리한 분위기의 전통적인 슈트와 베이직한 세퍼레이트 등 보수적인 디자인이 주류를 이루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세계 남성복 시장은 올해 말까지 411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영국 남성복 시장은 오는 2019년까지 26.5%나 성장해서 여성복 부문의 성장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남성복 시장의 셰어를 확보하기 위해 럭셔리 하우스들은 남성복에 전격 투자하고 있다.

    中 영 밀리어네어, 럭셔리 하우스 최고 소비자로

    지난 2011년 케링(Kering) 그룹이 이탈리아의 남성복 브랜드인 「브리오니(Brioni)」를 4140억원에 인수했으며 LVMH는 「벨루티(Berluti)」를 남성복 브랜드로 확장하기 위해 814억원($80m)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LVMH 그룹의 창립자 2세인 안톤 아르노(Antoine Arnault)가 지휘한 프로젝트로 남성 수제화 브랜드를 럭스 남성복 하우스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에르메네질도제냐(Ermenegildo Zegna)」에서 알레산드로 사토리(Alessandro Sartori)를 헤드헌트해 클래식한 레인지를 소개했다.

    「프라다」 역시 향후 3년 내 남성복 매출 규모를 현재의 두 배인 1조100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야심을 밝혔다. 이를 위해 세계적으로 새로운 남성복 매장 50개를 추가 오픈해 총 80개로 늘리겠다는 계획.

    LVMH & 케링 그룹, 인수와 확장으로 남성복에 투자

    이러한 남성복 확대 이니셔티브의 출발점으로 「프라다」는 지난해 9월 밀라노의 몬테나폴레오네에 850sqm 규모의 대형 남성복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해 기성복 구두 가방 잡화는 물론 맞춤복과 주문복(made to measure, made to order: 레더웨어 슈트 셔츠 재킷에 대해)을 제공하는 등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했다.

    커지는 남성복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것은 럭셔리뿐만 아니라 하이스트리트와 백화점 등에서도 공통된 현상이다. 2011년 네타포르테(net-a-porter)는 남성복 자매 사이트인 미스터포터(mrporter)를 론칭해 럭셔리 남성복의 온라인 쇼핑 시대를 열었고 세계적인 럭셔리 백화점 셀프리지스는 지난해 남성복 컨템포러리 브랜드 믹스를 크게 강화해 밀레니엄 세대에 어필하고 있다.

    하이스트리트 브랜드들 역시 다양한 남성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분위기와 타깃별로 새로운 서브 브랜드를 론칭하고 있으며 「위슬스(Whistles)」와 「직소(Jigsaw)」 같은 일부 여성복 브랜드는 남성 레인지를 추가해 브랜드를 확장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처럼 2010년대 최고 소비자로 떠오른 밀레니엄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남성복을 만들기 위해 현재 패션산업계에서는 남성복 기획 및 바잉 디렉터들이 분주하게 자리를 바꾸고 있다.




    **패션비즈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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