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날다~

    조태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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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10.22조회수 9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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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2012년 7월 오사카 신사이바시에 아시아 1호점을 오픈한 후 예상 밖의 반응으로 품절 상태가 계속돼 잠시 문을 닫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Flying Tiger Copenhagen)」. 오픈 당시 광고도 프로모션도 하지 않았는데 그런 엄청난 인기를 끈 것은 정말 뜻밖이었다고 한다. 작년 10월에는 도쿄 오모테산도에 2호점을 열었고 식을 줄 모르는 인기에 힘입어 오픈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방까지 포함해 올해 10개 이상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은 덴마크의 유머러스한 디자인과 다양한 색상의 아이템을 평균 가격 200~400엔(2000~4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유니크 라이프스타일 잡화숍이다. 일명 ‘패스트패션잡화’라고도 불리는데 「자라」나 「H&M」 같은 패스트패션처럼 집기도 해외(라트비아)에서 대량생산해 각국에 배송한다. 상품도 세계 각지에서 만들고 물류망을 통해 전 세계에 일괄적으로 보낸다.

    1호점인 오사카점의 폭발적인 인기가 화제가 된 후 오모테산도점 오픈 당일 아침 9시부터 몰려든 손님들이 긴 행렬을 이뤘다. 개점 11시 이후에도 이 행렬은 끊이지 않았고 오픈 1시간 후에는 약 1000명이 줄을 서서 들어갈 정도였다. 이제는 조금 안정된 상황이지만 매장은 여전히 북적북적하고 관광객도 많아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오모테산도점, 예상 밖 ‘대성황’ 패스트패션잡화

    그렇다면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유니크하면서 리즈너블한 유럽 잡화가 잘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기존점 구매객수는 하루 평균 500~2000명, 객단가는 평균 2000엔(약 2만원) 정도다. 특히 잘 팔리는 아이템은 에코백, 키친용품, 스테이셔너리다.

    총 18개 카테고리*로 구분돼 한 매장당 취급하는 아이템은 약 2000개며 연간 아이템 수는 7500종류나 된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 상품을 교체하는데 이날은 ‘플라잉 타이거 프라이데이’라고 해서 방문 고객들에게 이벤트를 연다. 이렇게 한 달에 한 번 대대적으로 아이템을 바꾸는 날을 정해 손님들이 쇼핑하는 시간을 더욱 즐길 수 있다.

    그림 그리는 도구나 절로 웃음을 자아내는 유니크 디자인의 키친용품, 연필깎이나 도어 스토퍼(문 고정 장치) 등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편리한 아이템은 물론 과장된 디자인 상품과 색상이 재미있다.



    유럽풍 100엔숍 + 생활잡화 + 유니크한 요소

    기상천외하면서 발랄한 오리지널 디자인은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어진다. 재미있는 잡화 아이템이 많고 잘 팔리는 만큼 교체도 신속히 이루어지는데 라인업(카테고리)을 키워드로 구분한 점도 독특하다(18개의 카테고리 참조). 또한 다른 패스트패션잡화숍과 비교했을 때 원웨이 쇼핑 시스템을 고집하는 점이 특징인데 한 번 들어가면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의 세계관에 빠져들고 만다.

    마치 집 안의 거실을 연상케 하는 라이팅은 물론 음악을 크게 틀어 의도적으로 밝고 재미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손님들은 어느새 기분이 업된다. 입구에서 하이텐션으로 드레스업한 스태프들이 손님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은 엔터테인먼트 쇼핑 그 자체를 말해 준다.

    비주얼은 물론 명확한 콘셉트하에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정확하다. 단지 물건을 팔려는 것이 아니라 매장에 들어갔을 때 색색의 상품들이 눈에 즐거움을 준다. 이는 VMD 면에서 지금까지 어느 잡화숍에서도 볼 수 없던 독특한 방법으로 보인다.

    즐거운 쇼핑 시간을 제공 → 엔터테인먼트 쇼핑 ‘굿’

    집기들은 의외로 높이가 낮아서 엄마를 따라 온 아이들도 재미있게 쇼핑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눈앞에 있는 상품을 보는 동시에 저쪽 건너편에 있는 다른 상품도 눈에 들어온다. ‘도대체 저기에는 뭐가 있지? 이 코너를 지나면 어떤 상품들이 있을까? 내가 찾는 아이템이 있을까?’ 생각하면서 보는 재미로 기대감은 점점 커진다.

    원웨이 쇼핑 스타일을 잘 이용한 것이다. 이케야도 그렇듯이 입구로 들어서면 출구가 하나밖에 없어서 모든 고객은 한 방향의 길만 쭉 따라가면서 상품들을 본다. 같은 입구로 들어가 같은 출구로 나오는 것이다. 대단한 자신감이랄까.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을 운영하는 회사 제브라재팬의 PR 미야기씨는 “우리는 우리 자신을 ‘펀 라이프스타일 잡화’라고 칭하며 FUN은 잡화(상품) 그 자체다. 여러 가지 신을 연상하게 하면서 디자인한 상품을 제안한다. 예를 들면 블랭킷을 하나 진열하더라도 ‘블랭킷? 그럼 주말에 친구들과 피크닉을 갈까? 피크닉? 그러면 이런 접시도 필요하겠지?’ 하면서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상상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계속해서 제안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특징이다”라고 말한다.

    원웨이 쇼핑 시스템 + 명쾌한 ‘펀 라이프스타일숍’

    또한 “가족과의 시간, 친구들과 시간을 공유하면서 생기는 대화, 그리고 그 추억. 이렇게 추억이 될 만한 상황에서 우리 상품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은 1995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시작한 이래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 21개국에서 약 340개 매장을 운영하는 브랜드다. 2012년 처음으로 아시아에 첫 매장을 오픈했는데 바로 오사카 신사이바시점이다. 오픈 후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서 오픈한 지 3일 만에 매장에 있는 물건은 물론이고 재고까지 전부 소진될 정도였다.

    첫 매장을 오사카에 오픈한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다름 아니라 덴마크 제브라사의 사장이 “유럽에서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으니 아시아에 진출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때 일본의 잠재력에 굉장한 매력을 느꼈다”라고 한다.





    아시아 1호점 오사카 스타트, 심플한 생각이 정답

    첫 오픈이라면 당연히 도쿄를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그런데 유니크하고 기발한 발상을 하는 이 사장은 입지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도쿄는 리스크도 메리트도 많아서 오히려 혼란했고, 그래서 반대로 지방을 택했다. 그리고 오사카는 고베와 나고야, 교토를 잇는 허브 도시라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 판단은 적중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는데도 예상 외로 일본의 소비는 그다지 크게 줄지 않았고 아시아에 진출하려면 먼저 일본에 진출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하이 브랜드 열풍이 지나가고 쇼핑을 즐기면서 좋은 물건에는 얼마든지 지갑을 여는 성숙한 일본 마켓.

    자신과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찾는 일본 소비자들은 무엇보다 자신이 어떤 것을 사야 할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숙한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일본은 워낙 유럽에 대한 동경이 큰 나라이기 때문에 유럽 가구,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가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덴마크 본사 “성숙한 日 소비시장 잠재력 높다”

    앞서 말했듯이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은 이 브랜드를 통해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을 계기로 누구와 어떻게 재미있는 시간을 즐길 것인가를 생각하며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까다로운 일본 시장에 대해 과연 그들의 가치관을 지키면서 얼마만큼 일본에 받아들여질지, 앞으로 어떤 식으로 브랜딩해 나가야 할지가 이들의 가장 큰 과제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유럽의 독특한 감성과 표현들이 일본(아시아) 시장에 신선함으로 다가갔고 이 분위기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본다. 성숙한 일본 시장이기 때문에 더욱더 다른 패스트패션잡화 브랜드에는 없는 새로움과 장점을 더욱 부각시켜야 할 터인데, 그 점이 바로 인지도를 넓히고 또 앞으로 유지하는 데 키포인트가 될 것이다.

    **패션비즈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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