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케인, PPR 품으로~

    정해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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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5.06조회수 9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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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매출 13조6000억원(€9.7bn)의 글로벌 럭셔리 그룹인 PPR이 지난 1월 영국의 영 디자이너 레이블인 「크리스토퍼 케인(Christopher Kane)」을 인수하자 보기 드문 패션계의 신데렐라 스토리에 영국은 물론 세계 패션업계가 흥분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알렉산더 매퀸」과 「스텔라 매카트니」 같은 영 브리티시 브랜드를 인수해서 세계적인 디자인 하우스로 개발한 경험이 있는 PPR이 「크리스토퍼 케인」 역시 이 두 브랜드를 잇는 뉴제너레이션의 디자이너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다.

    올해 30세로 브랜드 런칭 6년 만에 세계적인 럭셔리 그룹의 지원을 받게 된 「크리스토퍼케인」은 현재 가장 쿨하고 에지하면 서도 우아한 미학을 풀어내며 상업성을 겸비한 디자이너 브랜드다. 영국 패션 저널리스트들은 크리스토퍼 케인을 존 갈리아노와 알렉산더 매퀸을 잇는 영국의 또 한 명의 천재형 디자이너라는 평가다.





    英 패션계 창의성의 상징이자 천재형 디자이너
    지난 2006년 런던의 세인트 마틴스를 졸업하고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한 크리스토퍼 케인은 첫번째 컬렉션 발표 때부터 패션계로 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젊은 라인인 「베르수스(Versus)」의 디자인을 크리스토퍼 케인에게 의뢰했고 세계 패션계의 절대 파워인 미국 보그지의 에디터 아나 윈투어는 「크리스토퍼케인」 캣워크 때마다 프런트로를 지키는 애정을 보였다.

    이제 PPR은 「크리스토퍼케인」 인수 후 첫 단계로 리테일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2014년 런던 매장을 시작으로 브랜드의 성장에 맞춰 파리, 밀라노, 뉴욕, 도쿄, 베이징, 상하이, 싱가포르 등으로 플래그십 매장을 확장한다는 계획. 또한 현재 전체의 4%에 지나지 않는 레더와 잡화 부문으로 확장함으로써 사업의 규모를 급격히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10여년 만에 사업의 규모가 15배나 성장했다는 「알렉산더 매퀸」처럼 「크리스토퍼케인」이 과연 1400억원이 넘는 중간 사이즈의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로 성장할 것인지에 대해 패션 인사이더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PPR 작은 하이엔드 브랜드에 과감히 투자
    지난 2011년 남성복 브랜드인 「브리오니(Brioni)」를 인수한 뒤 주얼리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에는 「킬린(Qeelin, 중국 주얼리 브랜드)」을 인수하는 등 PPR은 중소 규모 브랜드를 인수해서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크리스토퍼케인」 인수는 투자 규모가 작아서 리스크가 낮은 것은 물론 이미지 차원에서도 현대적인 분위기의 쿨 팩터를 그룹 전체에 투영한다는 명분이다.

    PPR의 오너인 프랑수와 앙리 피노(Francois-Henri Pinault)는 이처럼 첨단 미학의 작은 디자인 하우스(재능)를 이익구조로 전환하는 데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그는 디자인 하우스의 중심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의사소통을 잘하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패션 인사이더들은 PPR의 「크리스토퍼케인」 인수 케이스를 계기로 다른 럭셔리 그룹들도 유사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측한다. 특히 영국 베이스의 소형 브랜드들이 주요 타깃이라는 분석이다. 그 이유는 영국 브랜드들은 창의적인 데 비해 아직 규모가 작아 투자하기 쉽고 실패해도 크게 손해 보지 않기 때문이다. 프린트로 유명한 메리 칸트란주(Mary Katrantzou), 「베르수스」 디자인을 새로 맡게 된 앤더슨(J W Anderson), 토마스 테이트(Thomas Tait) 등이 후보 디자이너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PPR ‘럭셔리 +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그룹’으로 재탄생
    이는 지난 몇 년간 추진해온 PPR그룹의 전략적 방향 전환으로 기존의 리테일 재벌 그룹에서 럭셔리와 스포츠,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하는 그룹으로 리포지셔닝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메일 오더 리테일러(Redcats)와 저렴한 가격대의 음반 리테일러(Fnac)를 매각했고 그 자금으로 럭셔리 & 디자이너 하우스를 인수했으며 올해에도 추가 인수 딜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리포지셔닝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구치」 등 럭셔리 디비전은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푸마」를 중심으로 한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디비전은 이번 회계연도에서 이익이 2% 하락하는 등 아직 안정된 성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푸마」의 회계연도 이익(net profit)은 리스트럭처링의 비용 지출로 70%나 하락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PPR은 푸마의 경영진 교체를 검토중이다. M&A 전문가들은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디비전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인수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요가 브랜드인 「룰루레몬(Lululemon)」과 「언더아머(Under Armour, 남성을 위한 스포츠용 언더웨어)」가 유력하다.


















    **패션비즈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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