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션시장 팬데믹 비상(3)... 세계 4대 패션 컬렉션이 멈췄다

    정해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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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13조회수 8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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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록다운(lockdown) 패션 리테일러들 대응책 마련 분주







    현재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은 록다운(lockdown,이동 제한)이나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3월 22일 자로 하루에 1시간 옥외에서 운동하는 것과 식품이나 의약품 구매 외에는 외출을 자제하는 이동 제한 조치 기준과 함께 꼭 필요한 숍이 아니면 모든 매장을 휴점하라는 방침을 발표했다.

    럭셔리 백화점인 셀프리지스는 3월 19일부터, 인디텍스는 3월 18일 자로 유럽과 미국에서 4000개 매장을 닫았다. 나이키, 룰루레몬(Lululemon), 애버크롬비앤피치(A&F), 갭그룹, 어반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 등도 3월 중순부터 임시 휴점에 들어갔다.

    영국에서는 현재 슈퍼마켓, 약국, 주유소, 세탁소 등을 제외하고는 모든 매장이 문을 닫은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록다운은 패션산업에 치명적 영향을 주고 있다.

    H&M, 온라인 가속화와 비용 절감에 주력

    코로나19 위기로 H&M은 세계적으로 5000여 매장 중 3/4을 닫았으며 이로 인해 3월의 그룹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46%나 하락했다. 그리고 록다운 상황에서 매출성장을 위해 디지털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 3월에 전년 대비 온라인 매출은 17% 성장을 기록했는데 이는 1/4 분기 온라인 매출 성장률 48%에 비하면 낮은 수치지만 록다운에서 패션에 대한 니즈가 떨어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나마 고무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H&M은 지난 1/4분기(2월 마감) 실적이 호조를 보였는데(매출 8%, 이익 100% 신장) 본격적인 록다운 시기의 매출을 반영하게 될 2/4분기(3~6월)에는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록다운으로 인한 수요 하락을 최대한 상쇄하기 위해서 H&M은 운영비용을 20~25% 정도 줄이고 비용 지출을 50%까지 낮추고자 한다. 그 일환으로 매장 건물주와 임대료 유예에 대해 협상 중이고 직원 수만명에 대한 감원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외에도 시니어 매지니먼트 직원들은 보수의 20%를 반납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소스(Asos), 캐시플로 위해 펀드 조성

    온라인 리테일러인 에이소스는 다른 리테일러처럼 (오프라인)매장을 닫을 필요는 없었지만 록다운 기간 중 패션의 수요가 떨어지면서 최근 몇 주 동안 매출이 20~25%나 하락했다. 특히 남성복 정장류와 여성복의 니즈가 크게 떨어졌으며 대신 레저웨어와 뷰티상품 부문에서는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에이소스는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되기 전인 상반기 매출이 21%나 성장하면서 회계연도 실적을 기대했으나 록다운이 시작되면서 그 기대는 우려로 바뀌었다.

    록다운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서 에이소스는 주주들로부터 3000억원 이상을 펀딩했으며 동시에 정부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인 대형 기업을 위한 융자도 신청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완전히 셧다운돼 온라인 오더를 배송할 수 없는 상황이어도 충분한 현금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에이소스 역시 다른 브랜드들처럼 오더를 취소했고 이미 선적된 상품이나 운송 중인 상품에 대해서만 지불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석가들은 에이소스가 현재 보유한 S/S 상품 재고가 75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소진해야 F/W 상품을 위한 창고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프라이마크, 주문 취소와 급여 삭감 나서

    방글라데시에서만 3400억원 이상의 주문을 취소해서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프라이마크는 다른 경쟁 하이스트리트 패션 리테일러에 비해서 록다운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온라인 판매채널이 없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은 이상 매출은 전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낮은 마진의 비즈니스 모델로 인해서 프라이마크는 그 어느 브랜드보다도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이 힘든 도전일 수밖에 없다.

    프라이마크는 현재 의뢰한 모든 S/S 시즌 오더를 취소하고, 직원들의 보수를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만명에 이르는 매장 직원들을 임시해고해 그들이 정부의 지원(정부에서 월급의 80% 지급)을 받도록 했다.

    일반 직원들은 3개월 간 보수의 10%, 매장 매니저들은 20%, 그리고 임원들은 30%를 삭감하기로 했으며 폴 마천트(Paul Marchant) CEO는 급여의 50%를 삭감하기로 했다. 이렇게 월급을 줄여서 비용을 낮춤으로써 궁극적으로 직원들의 감원 사태를 막겠다는 것이다.

    패션 플랫폼 ‘잘란도’ 소형 패션 리테일러 지원

    리시 수낙(Rishi Sunak) 영국 재무장관은 3월17일 록다운에 따른 긴급 구제책을 발표했다. 록다운으로 직원들이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영국 정부는 3개월 간 임금의 80%(Job Retention Scheme, 최고 한도 월 300만원까지)를 지원해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용주들이 임금을 지불하지 못해도 근로자들이 직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영국의 하이스트리트 리테일러들은 대부분 이를 신청하고 있다. 이 외에도 영국 정부는 1/4분기 부가가치세(VAT) 납부를 6월 말로 연기하고 사업의 규모에 따른 다양한 융자를 제공하고 있다.

    유럽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잘란도(Zalando)는 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은 유럽 내 오프라인 패션매장들을 위해서 그들의 상품을 잘란도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잘란도가 이미 운영하고 있는 리테일 커넥티드(retail connected)를 활용하는 것으로 현재 독일과 네덜란드에는 1500개의 오프라인 패션 리테일러들이 잘란도와 연계돼 있다. 오더를 받으면 리테일러 매장에서 딜리버리 업체(DHL이나 PostNL)가 픽업하는 방식으로 배송이 이뤄진다.

    로라 애슐리 등 법정관리 신청, 매각 기업 증가

    록다운이 시작되자 그동안 사업이 어려웠던 패션기업들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 3월 말 147개 매장 체인을 가진 로라 애슐리(Laura Ashley)를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240개 매장을 운영하는 리테일러 캐스 키드슨(Cath Kidston), 142개 매장을 가진 더벤햄스 백화점 체인이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는 영국만의 일이 아니다. 2만8000명을 고용하는 독일의 No.1 백화점인 갤러리아 카슈타트 카우프호프(Galeria Karstadt Kaufhof)는 록다운으로 매주 1000억원씩 매출이 빠지다 4월 1일 자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한편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오아시스(Oasis)’와 ‘웨어하우스(Warehouse)’가 매각 계획을 발표했으며 심지어 영국의 국민 리테일러격인 ‘넥스트’도 매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영국에서는 록다운이 끝나도 2만개의 매장이 다시 열지 못하고 사업에 실패할 것으로 보고 있다(Centre for Retail Research). 이러한 숫자는 2019년의 4547개에 비하면 4배 수준이다.

    가을 · 겨울 시즌 겨냥하는 패션 리테일러들

    언제 록다운이 풀려서 다시 매장을 열 수 있을지 그리고 과연 그때가 오면 사람들이 다시 소비하기 시작할 것인지 모든 것이 미지수다. 재정부터 라이프스타일까지 코로나19 위기 후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많은 것이 재편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현재 분명한 것은 유럽의 패션 리테일러들은 F/W시즌에 매출을 최대화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시장 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록다운 기간 동안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다양한 할인과 행사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과연 패션 브랜드들은 어떤 매력적인 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까? 그 어느 때보다도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기로 보인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0년 5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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