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포트레이트, 드레스 시장 재편
럭셔리 디자인 + 저렴한 가격

정해순 객원기자 (haesoon@styleintelligence.com)|23.02.13 ∙ 조회수 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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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 케이트 미들턴, 젠다야, 블랙핑크 등 셀러브리티들이 레드카펫과 공식 석상에서 값비싼 쿠튀르 드레스 대신에 저렴한 셀프포트레이트(Self-Portrait) 드레스를 선택하며, 스타 브랜드로 떠올랐다.

2014년 론칭한 런던 베이스의 드레스 중심 컨템퍼러리 브랜드 셀프포트레이트는 크래프트와 디테일을 강조하는 페미닌한 디자인에 럭셔리 대비 10~20%에 불과한 가격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런던의 셀프리지스(Selfridges) 백화점에서는 론칭한 지 며칠 만에 상품이 품절됐으며, 네타포르테에서는 컬렉션이 포스팅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전 상품 품절이라는 전무후무한 전설을 만들기도 했다.

300만~600만원대의 럭셔리 드레스 홍수 속에서 54만원 내외의 여성스러운 드레스를 제공하면서 시장에서 ‘저렴한 드레스’의 틈새시장을 개발해서 성공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수백 개의 판매처와 12개 독립매장을 운영 중인 셀프포트레이트는 드레스 카테고리를 넘어서 아우터, 잡화, 아동복 등으로 확장하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컨템퍼러리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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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도화선이 된 ‘아젤리아 드레스’

셀프포트레이트는 파티와 행사를 위해 드레스를 구매하는 고객의 필수 방문(must visit) 브랜드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여기에는 모던하고 심플한 실루엣에 소재와 텍스처를 강조하는 특유의 디자인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특히 ‘아젤리아(Azaelea) 드레스’는 셀프포트레이트를 상징하는 아이코닉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시작은 지난 2015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SAG어워즈 시상식장에서 메이지 윌리엄스가 입은 셀프포트레이트 드레스가 화제를 모았다. 레이스 소재의 레드 컬러 아젤리아 드레스를 입은 윌리엄스의 사진이 주요 미디어와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사람들은 셀프포트레이트와 아젤리아 드레스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아젤리아 드레스는 레이저컷으로 생산하는 특징적인 질감의 레이스 소재를 사용하는데 이제 ‘셀프포트레이트 = 레이스드레스’로 인식될 만큼 브랜드의 시그니처가 됐다. 중국에서 주문생산하는 레이스 원단은 특유의 텍스처와 트랜스 페어런트 효과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주며 입는 사람을 돋보이도록 하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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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대비 10 ~ 20% 가격으로 대중 포용

‘가격이 디자인을 좌우하지만 디자인이 가격을 좌우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셀프포트레이트 창립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 청(Han Chong)의 생각이다. 그는 시작부터 낮은 가격대를 고수했다. 사람들이 드레스를 사고자 할 때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54만원 내외의 상품을 제공했다. 좋은 디자인과 하이퀄리티, 정직한 가격대의 상품을 대중에게 제공하겠다는 의도인 만큼 가격은 항상 중요한 부분이다. 이렇게 ‘접근 가능한 가격대’는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했고 브랜드의 주요 성공 요인이 됐다.

온라인 럭셔리 패션리테일러인 네타포르테는 럭셔리 브랜드에 비해 80~90%나 저렴한 셀프포트레이트 드레스를 온라인 매장에서 어떻게 포니셔닝해야 할지 고민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가격대가 저렴하다.

창립자 한 청, 말레이시아 출신 디자이너

청에게 패션은 ‘입는 사람에 대한 것’이다. 입는 사람을 가장 멋진 모습으로 만들어 주는 옷을 통해서 그들이 자신감을 느끼기를 원한다. 편안함은 여기서 필수다. 특히 포스트 팬데믹 이후 편안함은 고객이 구매를 결정하는 주요한 고려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반영해서 셀프포트레이트는 좀 더 쉽게 입을 수 있고 편안한 드레스 컬렉션을 선보인다.

한 청(1979년생)은 런던에서 사는 말레이시아인이다. 페낭에서 태어나고 자란 후 쿠알라룸푸르에서 미술을 공부했으며, 이후 런던으로 이주해서 패션스쿨인 CSM(Central St. Martins)의 여성복 디자인 과정(BA)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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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고 자신감 주는 드레스, 글로벌로 Go

그 후 수년간 ‘톱숍(Topshop)’ 등 영국의 주요 패션기업에서 일하면서 아티스트로서 베네치아 비엔날레(53회)에 참가하는 등 아트와 패션을 병행하기도 했다. 2011년부터 2년간 디자이너 브랜드인 스리플로어(Three Floor)를 이본 황(Yvonne Hoang)과 공동으로 운영했다. 창의적으로 일하기를 원했으나 생각과 아이디어를 절충해야 하는 것이 싫어서 결국 2013년 자신의 브랜드인 셀프포트레이트를 론칭했다. 2014년 S/S 컬렉션으로 데뷔한 후 청은 셀프포트레이트를 운영하는 것 외에도 지주회사인 SP컬렉션의 CEO를 겸하고 있다.

셀프포트레이트는 세계적으로 12개의 독립매장을 운영하는 한편 70개국에 370여 개의 판매처를 가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주요 바이어로는 셀프리지스, 해로즈, 하비니콜스 등의 백화점과 편집매장은 물론 네타포르테, 매치스패션, 마이테레사 등 온라인 패션플랫폼이 있다.

지난 2018년 런던에 최초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한 후 현재 런던에 2개, 홍콩을 비롯해서 중국에 6개, 대만에 3개, 태국에도 단독 매장을 운영 중이다. 런던 플래그십스토어는 메이페어(Mayfair) 지역의 앨버말 스트리트(Albermarle St)에 있는데 고객에게 모던럭셔리와 하이퀄리티 경험을 제공하고자 기획한 공간이다. 2개 층(1층과 지하층), 221㎡(약 67평) 규모의 매장은 아트 · 패션 · 건축을 결합하는 콘셉트로 고객들이 옷을 고르면서 건축의 생동감을 경험할 수 있는 ‘셀프포트레이트의 세계’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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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트벤처로 중국 진출, 현재 6개 매장 오픈

2020년 10월 중국 1호 매장을 베이징에서 오픈한 이후 중국 매장은 2년 만에 6개로 늘어났다. 이는 중국의 여성 패션그룹인 엘라세이와의 파트너십과 중국 시장 내에서의 성공적인 반응에 따른 결과다. 엘라세이그룹의 2021 회계연도 실적에 따르면 셀프포트레이트의 중국 매출은 전년대비 4배나 성장한 323억원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티몰에서는 매출 규모로 톱 5로 올라섰다.

중국 광둥성 선전에 위치한 엘라세이그룹은 연매출 4435억원 규모의 중국 여성복 패션그룹으로 서구 브랜드를 인수해서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중국 로컬 브랜드인 엘라세이 외에 독일의 하이엔드 여성복 ‘로렐’,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인 ‘이로’, 미국의 패션 브랜드인 ‘에드하디’ 등을 소유하며 영국의 컨템퍼러리 브랜드인 셀프포트레이트의 중국 내 사업을 운영한다.

2021년 12월 셀프포트레이트는 드레스로 유명한 럭셔리하우스 ‘롤랑무레(Roland Mouret)’를 인수해 관심을 모았다. 롤랑무레는 2000년대 이후 갤럭시 드레스로 유명해졌으며 셀러브리티들이 즐겨 입는 드레스계의 클래식 브랜드로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2019년 매출 250억원 대비 이익은 겨우 3억7000만원에 불과한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던 데다가 코로나19로 인한 드레스 수요가 떨어지자 2021년 매출은 80%나 하락했다. 결국 사업은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셀프포트레이트가 브랜드를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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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 中 포함 800억 매출, 키워드는 ‘확장 · 성장’

롤랑무레는 새로 만들어진 지주그룹 내에서 개별적인 비즈니스로 운영하게 되지만 셀프포트레이트의 인프라와 자원을 활용해서 사업을 개발하고 강화할 계획이다. 롤랑무레 인수는 셀프포트레이트가 드레스 카테고리 중심의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컨템퍼러리 레이블(셀프포트레이트)에 진정한 럭셔리(롤랑무레)를 추가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두 브랜드는 드레스 중심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기 다른 개성이 있다. 롤랑무레는 섹시하고 세련된 쿠튀르 분위기의 럭셔리 상품을 제공하는 데 비해 셀프포트레이트는 페미닌한 분위기의 액세서블(럭셔리와 컨템 사이 포지셔닝) 럭셔리 상품을 제공한다.

셀프포트레이트의 글로벌 매출은 비공개지만, 2021년 한 해 동안 영국과 중국 매출은 800억원에 육박한다(영국 매출 465억원, 중국 매출 323억원). 브랜드의 매출 규모가 커지고 독립 매장이 늘어나면서 적극적으로 상품 구색을 늘리면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이미 이벤트와 파티를 위한 드레스와 셋업상품으로 유명했으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서 웨딩 고객을 위해 신부 들러리 드레스를 판매하는 한편 최근에는 아우터와 핸드백 등의 잡화에다 아동복까지 추가했다. 특히 아동복은 고객층이 성장하면서 2세가 생기는 데 따른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한다. 향후에는 선글라스, 구두, 수영복 등 더욱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하는 것은 물론 일본과 스칸디나비아 등 광범위한 지역으로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인수한 롤랑무레의 컬렉션을 강화하면서 중국 시장으로 확장하면 그룹 규모는 빠르게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인트벤처로 개발 중인 중국 시장에서는 영국 시장보다 더 큰 매출을 만들어 내는 등 사업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물론 덩치가 커지는 만큼 브랜드가 지나치게 대중화되는 위험 요소도 있다. 저렴한 드레스로 틈새시장을 개발해서 성공한 셀프포트레이트가 본격적인 컨템퍼러리 패션 브랜드로 진전하는 과정과 함께 성공적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을지 패션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2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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