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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마켓, 디렉터 존재감 점차 약화... 설 자리 없다?!

Friday, October 23, 2020 | 안성희 기자, song@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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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마켓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들의 존재감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패션 브랜드들의 매출이 둔화되다 보니 구조조정, 분위기 쇄신 등의 이유로 높은 연봉의 디렉터를 포기하는 회사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사업부장을 겸하지 않고 오로지 상품기획 만을 주도하는 CD는 이제 손에 꼽을 정도로 몇몇 되지 않는다. 정구호, 임영희, 권오향, 방미애, 구희경, 김재현, 석정혜 등 그 이름 만으로도 명성이 빛나던 패션 디렉터와 대기업이 만나 '자본과 감성'으로 최고의 시너지를 내던 2010년대 초중반 시절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것이다.

또 비대면 쇼핑이 활성화되고 오프라인 보다 온라인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것도 이유 중 하나로 들 수 있다. 시즌별 풀 컬렉션을 기획하고 백화점 매장에 VMD까지 완벽하게 연출하던 과거의 방식이 아닌 그때그때 날씨와 트렌드에 따른 스폿 상품과 킬링 아이템 위주로 상품을 만들면서 디렉터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시즌 풀 컬렉션 줄고 온라인 비중 늘어나면서 역할 축소

디렉터급 보다는 현장감, 필드에 강한 경력 10년차 내외의 실장급, 팀장급을 더 선호하는 추세로 점차 바뀌어 간다. CD는 철저하게 계약직으로서 한 시즌, 또는 길어야 1년 정도 방향을 잡아주는 가이드 역할 정도에 그치고 있다.

최근 대기업 CD 자리를 그만 둔 한 디렉터는 “디자이너들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50대를 넘기기 힘들다”면서 “실장을 뛰어넘어 부장이나 임원으로 올라설 수 있는 실력과 회사에 그만한 기여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부분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5년 전, 10년 전만 해도 국내 패션 시장에서 디렉터 전성기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디렉터의 자리는 언제 그만 둘 지 모르는 위태로운 위치가 됐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이후 여성복, 남성복 할 것 없이 주요 기업에서 활약해온 디렉터들 중엔 이미 회사를 그만 두고 다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패션 대기업, 디렉터 의존도 보다 시스템 효율화 원해

그들은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얼마든지 회사 조건에 맞춰 일할 준비가 돼 있는데,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편이 더 낫다는 입장이다.

대기업의 본부장급 임원진은 “유능한 디렉터들에 의해 매출이 좌지우지 됐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면서 “그렇지만 요즘 패션 대기업들의 분위기는 누구 하나에 의존한 매출을 원하지 않는다. 빅데이터를 통해 미리 에측하는 등 효율적이고 발빠르게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렉터를 통해 유니크한 감성을 전달해야만 했던 브랜드의 숫자는 줄고, 시스템에 의해, 빅데이타에 의해 적정률을 높인 상품을 개발하는 브랜드가 많아지는 것도 이유”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가 패션마켓의 흐름을 바꿔 놓으면서 상품기획팀의 운영 방식도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맞춰 디렉터들도 시대 상황에 맞게 적응력을 키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부장을 겸해 실질적으로 브랜드 비즈니스를 이끌 만한 실력을 키운다거나 생산까지 아우르면서 수익성 개선에 함께 나서는 디렉터는 여전히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패션비즈=안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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