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장 폴 고티에, 50주년 패션쇼 마지막으로 아듀

    이영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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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12조회수 8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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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폴 고티에가 1월 22일 파리 오트 쿠튀르 패션위크 기간에 파리의 한 극장에서 진행된 성대한 2020년 S/S 시즌 패션쇼를 마지막으로 지난 50년의 패션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었다.

    1980년대 유명한 밴드 ‘컬처 클럽’의 보이 조지가 패션쇼의 스타트를 끊었고 이어진 무대에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백투블랙(Amy Winehouse’s Back to Black)’ 뮤직과 함께 펑키 페티시룩의 모델들이 스테이지를 장식했다.

    특히 킬트(kilts)와 싱글렛(singlets), 아미 부츠에 마돈나가 1990년 ‘블론드 엠비션’ 투어 때 착용했던 장 폴 고티에 디자인의 전설적인 콘 브라와 코르셋을 연상시키는 대형 콘 모양의 브라를 착용한 6명의 댄서들이 블랙 컬러의 관을 어깨에 메고 행진했다. 이어 올 화이트의 신부 복장 모델이 등장해 샤틀레 극장(Théâtre du Châtelet)을 가득 매운 1500명의 관중들이 환성을 터뜨렸다.

    관람석에는 패션계의 악동으로 불린 그의 명성을 확인하듯 각 줄에 드리스 반 노튼과 니콜라 제스키에르, 겐조 타카다, 클레어 웨이트 켈러, 빅토 & 롤프, 크리스티앙 루부탱, 율리아나 세르젠코, 이네스 드 라 프레상주 등이 자리해 피날레에 스탠딩 오베이션을 함께했다.

    250개의 룩을 선보인 이번 대형 아듀 패션쇼에는 야스민르본(Yasmin Le Bon)과 로시드팔마(Rossy de Palma), 재이드파핏(Jade Parfitt), 에린오코너(Erin O’Connor) 등 고티에의 옛 뮤즈들뿐만 아니라 벨라와 지지 하디드, 이리나샤익(Irina Shayk) 등이 그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장 폴 고티에는 “데뷔 50주년을 맞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진, 코르셋, 세일러, 안드로지니 한 테마에 충실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마지막 런웨이 쇼임에도 불구하고 타이를 잘라 연결한 점프 수트 등 새로운 오트 쿠튀르 업 사이클링 라인을 새롭게 선보였다.

    레이시(racy) 한 테마에서는 카렌 엘슨이 서스펜더를 맨 코르셋 드레스를 입었고 샤익은 마돈나 코르셋에 한쪽은 턱시도로 장식된 의상으로 드라마틱 한 무대를 장식했다. 특히 레드 헤어의 쌍둥이 남성 모델들이 상체를 드러낸 체 미니 재킷과 타이츠만 입고 고양이처럼 무대를 누비며 등장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6가지 테마로 마지막 패션쇼의 화려함 선보여



    장 폴 고티에는 마지막 패션쇼를 위해 그의 시그니처 마린 스트라이프와 화이트 세일러 팬츠를 비롯해 16가지의 테마로 나누어 연출했다. 지지 하디드는 플리세팬(plissé fan)의 스트라이프 톱에 플레어드 화이트 코튜로이 팬츠를 착용했다. 고티에가 사랑하는 써리얼리스트 에브로더리는 아르누보 플로럴 디자인의 화이트 보디로 벨라가 입었다.

    패션계 악동이라 불리는 만큼 화이트의 그물 망사 칼럼 드레스는 아이들의 손장갑으로 눈속임 장식(trompe l'œil)돼 특유의 유머러스 한 코드를 재치 있게 표현했다.

    또 다수의 영화를 테마로 선보인 마지막 컬렉션은 클럭워크오렌지(Clockwork Orange)의 화이트 오버롤과 볼러 햇 검정 가죽 등의 시리즈로 채웠다. 파스빈더스쿼렐리(Fassbinder’s Querelle)을 연상시키는 고티에의 연인이 한쪽 어깨에 레드 수탉이 장식된 바이커 재킷을 선보였다.

    영국의 히트 TV쇼 ‘유로트래시(Eurotrash)’에 출연하면서 록 스타급 인기를 얻은 고티에는 “나는 이번 쇼가 매우 브리티시적이기를 바랬고 잘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패션계 은퇴를 선언하며 패션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하지만 극히 일부의 사람들을 빼고는 그가 업계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아직 미래 계획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지만 다수의 관계자들은 그가 ‘패션프릭쇼(Fashion Freak Show)’라는 타이틀로 진행한 퍼포먼스 아트 버라이어티 쇼의 성공으로 앞으로 퍼포먼스와 띠에터(theatre)쪽으로 심도 있게 작업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폴고티에’를 인수한 바르셀로나의 퓨이그(Puig )가의 마크 퓨이그는 쇼에 참석해 별다른 반응은 없는 상태로 “앞으로 플랜이 있지만 오늘은 장 폴의 날이다. 그가 패션쇼를 끝내겠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그의 대단한 커리어에 어울리는 성대한 마지막 축하 파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퓨이그 그룹은 실질적으로 퍼퓸 스페셜 리스트로 ‘장폴고티에’ 인수 후 지난 2011년 레디 투 웨어 진행을 멈췄고 런웨이 쇼도 2014년 사실상 정지했다. 1997년 파리 패션위크 공식 캘린더에서 첫 선을 보였고 설립자 고티에가 큰 애정을 가졌던 쿠튀르 쇼만 지금까지 진행해 왔다.

    업계는 그가 전통적인 패션 위크 캘린더를 떠나 그동안 쇼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고 실질적으로 발을 담가 성공한 경험이 있는 만큼 앞으로 이 분야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의 브랜드는 이미 강력한 대중적 이미지를 쌓아 그의 크리에이티브 없이도 진행 가능한 퍼퓸 라인에 중점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여전히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고티에는 지난해 6월 파리의 폴리베르제(Folies Bergères)에서 8개월 동안 성공적으로 선보이며 누적 관객 25만명을 끌어들인 패션 프릭 쇼 운영에 그동안 총력을 기울여왔다.

    올해 68세의 그는 “모든 것이 나에게 영감을 준다. 이러한 영감은 새로운 어드벤처를 계속하게 할 것이다. 베스트가 앞으로 놓여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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