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털면 나온다? 성장 걸림돌 된 CEO 리스크

    곽선미 기자
    |
    20.10.12조회수 7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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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온라인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패션 기업들이 'CEO 리스크'에 몸을 사리고 있다. 경영자나 대표이사진 등 회사 경영에 영향을 끼치는 핵심 인물들의 지난 행적이나 발언 등이 문제로 떠올라 회사에 직·간접적인 타격을 주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관심만 가지면, 온라인을 통해 관련자에 대한 지난 기사나 SNS 행적을 언제든 찾아볼 수 있게 되면서 기업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적극적인 소비자 사이에서 SNS를 통해 정보가 공유되기 시작하면 사실 확인 단계를 거쳐 불매까지 이어지는 것은 순간이다. 물론 온라인 이슈에 관심이 적은 대중에게 전파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꾸준히 회자되면 대형 기업들도 휘청할 만큼 이미지 손상 파급력이 큰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요즘 소비자들이 자신의 소비 과정에 있어 공정성, 지속가능성, 도덕성 등의 가치를 추구하면서 이같은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다. 가장 최근 유튜브 채널 'N'을 통해 큰 화제를 모은 모 브랜드의 A대표가 대표적이다. A대표가 선보인 브랜드는 론칭과 동시에 셀럽들이 자주 착용하면서 화제성을 얻고 빠르게 성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안그래도 소비자들의 집중도가 높은 'N' 콘텐츠에 A대표가 직접 등장하면서 과거 이 대표가 전개하다 논란으로 폐업한 반려견 사료 사업이나 개인적 이슈 등이 다시 재조명되기 시작한 것. 반려견의 먹거리와 생명이 결부돼 있던 이슈라 피해자들의 사례가 이어지며 후폭풍이 길었다. 이후 국가기관에서 해당 사료에 유해성분 불검출 판정을 받았다는 것을 공지했음에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번 각인된 좋지 않은 이미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순간의 실수, 소비자들의 릴레이 질타로 번져

    N에 등장한 브랜드와 관련없고, 폐업한 사업 부문임에도 소비자들의 질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즐거운 콘텐츠를 생각하며 대중 앞에 대표자를 노출시킨 일이 과거 부정적인 인식을 상기시키는 방아쇠가 된 것. A대표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거론이 되자 현재 전개 중인 패션 브랜드가 SNS 광고로 화제가 됐다는 점까지 지적을 받으며, 그동안 쌓인 미디어 커머스 광고 제품에 대한 불신감까지 덧씌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 대표를 앞세운 여성 소비자 타깃 애슬레저 브랜드임에도 사내에서 일어난 직원 간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적절치 못한 추후대처로 한순간에 성장에 제동이 걸린 B 브랜드. 곧바로 여성 소비자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파워 모델을 앞세워 이미지 쇄신을 시도했지만 좋은 분위기는 아니다.

    여기에 대표자의 가족이 2차 가해에 관련돼 있다는 피해자의 추후 폭로가 나와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피해자에게 제대로 된 사과와 조치가 취해진 줄 알았으나 그렇지 못했다는 후속 보도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는 날로 추락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와 적극 소통할 수 있는 공간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여성을 위한 브랜드'로 이미지를 만들어 소비자들의 신뢰도와 선호도도 상당히 높았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사실 여부를 떠나 단 한번의 논란에도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온라인 시대, 오너 마인드 리셋 & 진정성 절실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큰 성장세를 기록 중인 미디어 커머스 기업 C는 내부에서 퍼져나가는 대표자에 대한 평가 때문에 곤란을 겪었다. 대외적으로 중요한 시기를 앞둔 시점에서 관련 사이트 등에 바깥에 알려진 것과 다른 이미지의 대표자의 평소 생활이 거론되며 잡음이 난 것. 이 기업 대표는 더 주목을 받아 잡음이 커지기 전에 재빠르게 대외 노출을 줄이면서 몸조심에 들어갔다.

    최근 소형 패션 브랜드의 인수와 투자에 관여하고 있는 한 투자 전문가는 "개인이나 그룹형 엔젤투자부터 대규모 투자까지 의식주와 관련된 온라인 소형 브랜드에 대한 다양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데, 요즘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경영자가 과거 논란을 일으킨 인물인지 아닌지에 대한 확인이다"라며 "만약 브랜드의 성장 가치가 높은데 CEO리스크가 예상되는 경우는 투자사들이 최대한 관련 인물의 노출 자제를 투자 조건으로 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요즘 CEO리스크는 정말 엉뚱한 곳에서 터지기도 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인맥이 그대로 노출돼 있어서 '끼리끼리'로 엮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작은 불씨가 손 쓸 수 없이 큰일로 번지기 십상이라, 한 분야에서 CEO리스크가 터지면 비슷한 업종에서 IPO를 앞둔 기업 관련자들은 강연이나 언론 노출 등 개인 활동도 철저히 통제해 주목 받을만한 일을 아예 만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디어 노출로 성장한 만큼 피드백 후에도 오랜 관리 필요

    많은 노출이 필수인 미디어 커머스 기업이나 CEO 자체가 셀럽인 브랜드들은 온라인 이슈로 유명세를 탄 만큼 이러한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문제가 된 일에 대한 시의적절한 대처와 이후 행보에 제대로 된 피드백이 있으면 수습이 가능하지만, 전과 같은 영향력을 되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문화 콘텐츠를 소비할 때도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 학폭 문제가 있는 연예인이 시장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것도 소비 이전에 공정성과 도덕성을 요구하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기왕 내가 쓰는 물건이나 소비하는 브랜드가 상품 가치만 좋은 것이 아니라 제작자들이나 생산 과정 등에서도 도덕적인 문제 없이 무결한 것이기를 바라는 심리가 있다.

    온라인의 시대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디지털 커머스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커진 요즘, 오히려 활동이 주춤해진 온라인 브랜드들도 분명 있다. 시기와 사업성이 잘 맞아 떨어져 빠르게 소비자들의 일상에 침투한 브랜드도 다시 한번 검증을 거쳐야 하는 시점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검증 통로는 SNS와 기사뿐만이 아니다. 해당 기업 내부 분위기를 알 수 있는 블라인드 같은 커뮤니티나 퇴사자 커뮤니티 등 다양하다.

    대표자의 뛰어난 능력으로 회사가 컸을 수 있다. 대표자가 스스로를 콘텐츠 삼아 SNS에 전시하고 그것을 사업에 활용하는 것도 오랫동안 효과가 좋았다. 그러나 그 뛰어난 대표자들은 그렇게 기록으로 남긴 자신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그간 쌓아온 공든 탑을 한번에 무너뜨릴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패션비즈=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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