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중단, 온라인行, 가두우선 등
    패션,백화점 엑소더스 시작됐다

    김숙경 발행인
    |
    16.07.15조회수 18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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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매출 급락을 경험했던 패션기업들은 이번 7월 백화점 정기세일에 큰 기대를 걸었다. 3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백화점 역시도 이번 7월 정기 세일을 기점으로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고 대대적인 세일 물량을 준비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본 결과 성적표는 너무나 초라했다.

    7월초 진행된 세일기간 동안 롯데백화점은 전년대비 1.3% 신장에 그쳤고, 현대백화점 역시 0.7% 신장률에 머물렀다. 신세계백화점이 9.8% 신장으로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으나 본점 시내면세점 오픈, 강남점 증축, 부산 센텀시티몰 오픈, 경남 김해점 오픈 등을 감안하면 롯데 현대 등과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 30년간 패션산업을 쥐락펴락했던 백화점들이 한 없이 초라해 지고 있는 형국이다.

    “아무리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도 무슨 소용이 있어요? 백화점을 찾는 내점고객 자체가 크게 줄었는데… 과거에는 수익이 나지 않아도 마케팅과 홍보효과를 감안해 백화점에 매장을 냈으나 지금은 그럴 수가 없어요. 우선 살고 봐야죠.”

    백화점 7월 정기세일 성적표 ‘너무 초라해T.T’

    “백화점의 순기능이 끝나고 역기능만 부각되는 것 같아요. 호시절에는 수익이 나지 않아도 버틸 재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브랜드가 손해를 보면서 백화점에 남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인데요. 지금과 같은 천정부지 수수료 체계에서 백화점에서 수익을 내기 힘든 만큼 브랜드가 구조조정을 하거나 대안유통을 찾아 떠나는 게 최선입니다.”

    그래서일까? 패션기업들의 ‘백화점 엑소더스’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였던LF(대표 구본걸)는 여성 캐릭터 「모그」를 시작으로 올해 초 남성복 「일꼬르소」와 영캐주얼 「질바이질스튜디오」까지 백화점 영업을 중단했다. LF는 이들 브랜드를 모두 온라인 전용으로 전환했다.

    중견 패션기업인 시선인터내셔널(회장 신완철)도 여성복 「칼리아」와 남성복 「캘번」의 백화점 영업 중단을 시작으로 올해 「르윗」까지 추가했다. 이들 브랜드들은 홈쇼핑이나 온라인 전용으로 유통채널을 갈아 탔다. 리앤한(대표 한창훈) 역시도 스포츠캐주얼 「EXR」의 백화점 유통을 모두 철수하고, 온라인 전용으로 바꿨다.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개 아이템도 슈즈에 집중한다.

    삼성물산, 「엠비오」 「라베노바」 중단 결정

    아예 브랜드 사업을 포기한 경우와 백화점 유통을 축소한 사례까지 감안하면 패션기업들의 백화점 엑소더스 현상은 더욱 심각해 진다. 삼성물산(패션부문 사장 이서현)은 무려 5개의 백화점 주력 브랜드를 내년 2월까지 중단키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남성복 「로가디스컬렉션」 「로가디스그린」 「엠비오」를 비롯 「빈폴키즈」 여기에 패션잡화 「라베노바」까지 브랜드사업을 중단한다. 최고급 남성패션을 지향했던 「란스미어」도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단독 매장을 정리키로 결정했다.

    이 중 남성캐릭터 「엠비오」의 중단과 이제 론칭 2년차의 「라베노바」의 정리는 아쉬움이 크다. 두 브랜드 모두 삼성패션이 보유한 브랜드 포트폴리오상 꼭 필요로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론칭 21년차의 「엠비오」는 남성 캐릭터시장의 대표주자로 평가 받을 정도로 상품력과 인지도를 갖고 있음에도 최근 4~5년 동안 매출 부진의 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고배를 마시게 됐다.

    나머지 3개 브랜드는 통폐합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결국 브랜드 정리와 동일 개념이다. 삼성측은 구조조정 차원에서 「로가디스컬렉션」은 같은 정장 브랜드인 「갤럭시」와 통합하고, 남성캐주얼 「로가디스그린」은 가두 유통형 브랜드인 「로가디스(과거 로가디스스트리트)」와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빈폴키즈」 역시 남성복 「빈폴」의 키즈라인으로 돌린다는 것.

    「르윗」 「일꼬르소」 「EXR」 등 온라인 行

    이번 결정에 따라 각 브랜드가 확보해 온 백화점의 단독 매장을 정리해야 하는 만큼 브랜드 중단과 맞먹는 의사결정이다. 이들 5개 브랜드가 확보한 백화점 매장 수를 더하면 족히 250개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패션측은 경영내실과 사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이들 브랜드를 중단하고 대신 토종 SPA 「에잇세컨즈」의 글로벌화와 편집숍 ‘비이커’의 유통형 사업모델로 키우는데 힘을 싣겠다는 발표다. 이 소식을 들은 패션인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지난해부터 ‘삼성물산이 패션사업을 매각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거의 이에 맞먹는 핵폭탄급 의사 결정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과연 이번 경영의사 결정이 올바른 판단인지는 좀 더 시간이 흐른 다음에 판가름 나겠지만 당장 발등 위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하는 백화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브랜드 중단 사태가 속출하고 있고, 온라인이나 홈쇼핑 행을 택하는 브랜드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백화점 공간을 채울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LPGA갤러리」등 가두 우선 유통전략 펼쳐

    설상가상으로 신규 브랜드 론칭까지 가뭄에 콩 나듯이 줄어든 상황이고, 신규 론칭 브랜드라 할지라도 백화점 보다는 가두상권 공략에 우선 힘을 싣고 있다. 매년 1월과 7월 연 2회 백화점 시즌오프 행사 끝나기가 무섭게 팬스를 치고 불야성을 이루며 백화점 매장 MD가 진행됐던 풍광은 옛 날일이 되고 말았다.

    이번 F/W시즌 론칭 예정인 MK트렌드(대표 김상택 김문환)의 「LPGA갤러리」 경우도 백화점 보다는 가두상권 공략에 우선 집중한다. 브랜드의 비즈니스 구조가 백화점 유통을 가져가면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가두상권 중심으로 볼륨을 키운 뒤 차후에 백화점을 공략하겠다는 플랜이다. 이미 성공사례로 나온 「와이드앵글」 「까스텔바작」 등 신흥 골프웨어 브랜드들의 성장궤도와 흐름을 같이 가겠다는 플랜이다.

    백화점이 한없이 초라해 지고 있다. 패션기업들은 백화점이 아닌 대안 유통을 향해 브랜드의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편성하고 있다. 이제 백화점은 스스로를 뒤돌아 보며 패션기업들의 아픔을 껴안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갑과 을이 아닌 상호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백화점의 황금기에는 대다수 패션기업들의 희생과 눈물이 뒤따랐다.

    이제는 백화점이 맏형 노릇을 하면서 패션기업들의 아픔을 껴안아 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패션기업들의 백화점 엑소더스 현상을 막을 수가 없다. 이를 풀어야지만 백화점의 하락세도 막고 패션산업의 부흥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대로가면 모두가 공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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