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中 티니위니 매각, 형지→CEO 교체 등
    한국 패션산업 지각변동 시작됐다(2)

    김숙경 발행인
    |
    16.06.27조회수 20013
    Copy Link



    한국 패션산업이 요동치고 있다. 비단 중소 중견 패션기업만이 아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패션 유통기업으로 성장한 이랜드그룹(회장 박성수)의 경우 킴스클럽 매각, 이랜드리테일 연내 IPO, 이랜드차이나 프리 IPO 등을 속속 발표했다.

    그러나 가장 앞서 진행했던 킴스클럽 매각 작업이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자 이 회사는 중국 「티니위니」의 사업권과 영업권 매각에 나섰다. 다행이 이번 매각 작업은 중국 투자자들의 커다란 관심 속에 1조원 이상의 인수금액을 써낸 업체가 5개사에 달할 정도로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이랜드는 「티니위니」의 사업권 매각으로 최소 1조원 이상을 챙길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를 전액 부채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5조5000억원 수준의 총차입금 규모를 올 연말까지 4조원으로 낮춘다는 목표다. 이랜드그룹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기업평가는 6월 초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단계 하향 조정했다.

    中 「티니위니」 사업권 매각, 이랜드 재무구조 개선 노력

    중국 사업 수익 악화에 따른 책임을 물어 이랜드그룹은 최근 최종양 중국BG 대표를 사장에서 부사장으로 강등 조치하는 등 주요 경영진 7명에 대한 강등 감봉의 중징계 처분도 내렸다. 이랜드그룹이 핵심 사업을 이끌어 오던 주요 임원들을 무더기로 중징계 처분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서 지금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결국 이랜드그룹은 「티니위니」의 중국 사업권과 영업권 매각작업을 비롯 주요 핵심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을 통해 재무부담을 줄이는 것이 그룹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패션부문의 실적 하락을 대체할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중국 및 아시아지역에서 유통사업이 순조롭게 풀려야지만 제3의 성공신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에잇세컨즈」에 조춘호 상무 & 서희정 실장 전격 투입

    2000억원 넘는 자금이 투입됐음에도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한 「에잇세컨즈」에 대한 삼성물산(패션부문장 이서현, 이하 삼성패션)의 고민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구원투수로 조춘호 상무와 서희정 실장이 전격 투입됐다. 영업 담당 임원으로 출근한 조 상무와 디자인실을 맡은 서 실장은 최근까지 비제도권에서 활동한 인물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조 상무는 11년 전 홀로서기에 나섰던 ‘버스갤러리’를 시작으로 ‘앤도르’ ‘플러스에스큐’를 전개하면서 동대문 바잉 편집숍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서 실장은 온라인 중심으로 성장해온 여성복 「나인」의 디자인 실장으로 활약했다.

    삼성패션이 어떤 회사인가? 국내 최고의 패션기업이라는 자부심과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는 인재들로 가득한 곳인데, 동대문 시스템을 접목하기 위해 이곳에서 경험을 쌓아온 인물을 스카우트했다는 것 자체가 획기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들 투입으로 「에잇세컨즈」의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할 수 있을까? 역부족이라는 지적과 함께 하루 속히 글로벌 소싱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래야만 SPA의 최고 가치인 가성비를 실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LF, 「질바이질」 「일꼬르소」 등 온라인으로 전환

    LF(대표 오규식)는 유통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수익성’에 초점을 두고 브랜드의 전개 방식을 바꿔 나가고 있다. 제도권 패션기업 가운데서 가장 적극적으로 LF몰 하프클럽 등 자체 온라인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S/S시즌부터 여성 영캐주얼 「질바이질스튜어트」와 남성복 「일꼬르소」의 백화점 유통채널을 포기하고 온라인과 홈쇼핑으로 전환했다. 2년 전에는 여성복 「모그」도 백화점에서 수익을 올리지 못하자 온라인과 홈쇼핑으로 돌렸다. 일각에서는 ‘유통혁신은 앞서 나가지만 브랜딩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가 너무 아쉽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경영혁신과 실적부진을 이유로 전문 경영인을 교체하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M&A로 급속도로 몸집을 불려온 패션그룹형지(대표 최병오)는 최근 전문경영인 자리를 김인규 사장에게 맡겼다. 김 사장은 형지I&C를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모체를 맡게 됐다. 문제는 패션그룹형지 경우 최근 5년 동안 거의 1년 단위로 전문경영인을 교체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패션의 암흑기로 불리는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 1년 만에 성과를 만들어 내기란 결코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전적으로 전문경영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네파 동일드방레 패션그룹형지 등 CEO 전격 교체

    네파를 인수한 사모펀드 MBK는 실적부진을 이유로 이곳 CEO 자리를 이선효 대표로 전격 교체했다. 이 대표가 떠나온 동일드방레의 신임 CEO 자리는 삼성패션 출신의 배재현 씨가 맡게 됐다. 신성통상(대표 염태순)은 토종 SPA 「탑텐」의 지휘봉을 「유니클로」와 「스파오」에서 경력을 쌓은 안성수 부사장에게 넘겼다. 이에 앞서 작년에는 김진면 사장과 정구호 부사장이 휠라코리아에 투입돼 「휠라」의 변신을 이끌고 있다.

    이외에도 패션기업 D사 H사 S사는 자금압박에 숨통을 트이기 위해 지금까지 창고에 쌓아온 수 천 억원에 달하는 재고를 ‘땡처리’로 넘긴다는 말도 들린다. 재무제표를 좋게 포장하기 위해 재고를 자산으로 쌓아 왔던 패션기업들이 계속된 판매부진으로 현금흐름에 비상등이 켜지자 결국 헐값에 넘기는 추세다. 이러한 땡처리 물량은 정상 상품 판매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해 패션산업의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한국 패션산업의 지각변동 움직임이 더욱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사진설명: 이랜드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중국의 사업권과 영업권 매각에 나선 「티니위니」의 광후이광창점 매장 전경. 커트라인 인수가액인 1조원 이상을 써낸 적격인수후보가 5개사에 달한 것으로 이랜드측은 발표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르샵→법정관리신청, EXR→중단 등 한국 패션산업 지각변동 시작됐다

    Banner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