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데코 인수 왜 포기했나

    es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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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7.10조회수 8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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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랜드의 데코네티션 매각과 관련 끝까지 인수 협상에 적극적이었던 S사를 포함 몇몇 대기업들이 데코네티션의 인수를 막판에 포기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막판 협상까지 갔던 것으로 알려진 이들 대기업들과의 협상은 왜 깨진 것일까.

    표면적으로 가장 크게 드러나는 결렬 이유는 매각금액이다. 이랜드는 그동안 데코네티션에 투자했던 9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에 어떻게 해서든 접근하고자 노력했고 인수자 입장에서는 인수 이후 다시 투입해야할 투자금을 예상해서 그 금액을 줄이려고 했을 것이다. 7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부채도 인수기업이 떠안는 조건이었다. 이 금액 사이에 갭이 꽤 커서 결국 좁혀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복잡한 데코네티션의 상표권 현황이다. 데코네티션이 국내 사업을 전개하고는 있으나 실제 「EnC」 의 국내 상표권은 이랜드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EnC」와 「데코」의 중국 상표권 역시 이랜드가 소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랜드는 「EnC」와 「데코」의 중국 상표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데코네티션을 매각하면서도 중국 사업은 이랜드가 계속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EnC」와 「데코」의 사업은 성적이 매우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세번째는 대기업이 바라보는 패션 비즈니스의 '가치'일 것이다. 현재 국내 대기업들은 왕성하게 패션 비즈니스를 하고는 있지만 당장의 이익관리가 더 우선시되는 조직의 논리가 있다. 물론 대기업이던 전문기업이던 '이익'은 모든 기업에게 최우선의 이슈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 잠재적 가치나 미래의 자산, 역사성 따위(?)의 무형적 가치보다는 현재의 산술적 가치를 훨씬 우위에 두는 엄준한(?) 시각이 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고 어찌보면 그것은 또 매우 당연하다. 어쨋든 이런 논리와 시각으로 인해 패션 사업의 본질적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운 묘한 분위기가 상존한다.

    결국 '얼마를 투자해서 당장 얼마를 벌 수 있느냐'는 잣대만을 놓고 본다면 패션사업은 매우 어렵고 별볼일 없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복은 더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과거 '대기업은 절대로 패션사업, 특히 여성복을 성공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부분 M&A라는 방식을 통해 나름 외인구단 전문업체 출신들과 기존 관리형 조직이 함께 어우러진다. 그 두 조직간에 얼마나 이해도가 있느냐, 혹은 시너지를 내느냐, 반대로 얼마나 갭이 크냐에 따라 성패는 갈릴 것이다.

    이런 복잡한 얘기는 논외로 하고 우선 대기업의 구조상 패션사업의 속성을 잘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패션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기업 입장에서 바라보는 데코네티션의 무형적 가치와 지불해야할 산술적 가치, 게다가 이미 이랜드에서 운영하는 동안 희석돼버린 데코네티션을 평가하는 가치 사이에는 여러가지 시각이 있을수 있고 그 갭은 매우 클 수가 있었을 것이다. '현재'만을 바라보며 계산한다면 데코네티션의 가치는 '이미 쇠락한 기업'이었을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과거를 기억하는 패션계 사람들에게 데코와 네티션닷컴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역사성으로 기억된다.

    어떤 대기업이던 예외없이 수많은 브랜드를 만들었다 접고를 되풀이하며 수백억 수천억원을 길거리에 버리고 있는 이 마당에 「데코」나 「96NY」 「EnC」 같은 히스토리있는 브랜드들을 멋있게 살려낼 수있는, 자사의 이익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가적, 산업적 자산도 지키고자 노력하는 맏형 대기업을 우리는 갖지 못했다. 한국 패션의 소중한 자산은 이렇게 계속 사라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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