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루이비통 등 E-스포츠 업고 Z·M세대 공략

    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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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21조회수 11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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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비통과 나이키, 최근 코오롱인더스트리FnC까지 럭셔리부터 스포츠 등 국내외 패션기업들이 E-스포츠 분야와 연이어 손을 잡고 있다. 지난해 휠라, 올해는 밀레 등 국내 전개 중인 브랜드들이 유튜브에서 활발히 활약 중인 게임 크리에이터들과 협업을 진행해 줄지은 완판 사례를 기록하기도 했다.

    스포츠·패션 기업들이 E-스포츠 분야와 협업하려는 이유는 뚜렷하다. 바로 게임을 좋아하고 하나의 문화로 여기는 Z·M 세대와 접점을 넓히기 위해서다. 특히 스포츠 브랜드들은 건전한 경쟁과 성취감, 각 종목별 특수한 문화 등 E-스포츠와 상통하는 부분을 긍정적으로 보고 이들과의 협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루이비통 X 리그오브레전드, 세기의 협업으로 화제

    루이비통모에헤네시(회장 베르나르 아르노, LVMH)의 루이비통은 작년 9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일명 '롤드컵'의 챔피언 트로피 보관 맞춤형 케이스를 제작하며 게임 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곧바로 작년 하반기 챔피언 스킨(게임 속 캐릭터나 아이템을 위한 옷과 분장, 배경 등)과 캡슐 컬렉션까지 발표하며 화제를 모았다.

    게임 속 가상 인물들에게 영감 받은 이미지로 현실적인 컬렉션을 내놔 뜨거운 이슈가 됐는데, 지난 2월 14일에는 '루이비통 X 리그오브레전드 컬렉션 리그 : 세나'를 공개해 '세나 더쿠'들의 구매 욕구에 불을 붙였다.



    지난 1월 나이키코리아(대표 김명희)는 E-스포츠 전문 기업이자 세계 챔피언 T1엔터테인먼트&스포츠(대표 조 마시, 이하 T1)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프로게이머 페이커(이상혁)를 포함한 '리그오브레전드'팀과 선수 전체를 지원하는 파트너십이다. 이 일환으로 향후 T1 소속 선수들은 e스포츠 대회 참가할 때 나이키 유니폼과 운동화를 착용한다.

    나이키가 인정했다면? 'E-스포츠=스포츠'!

    브랜트 허스트(Brant Hirst) 나이키코리아 마케팅 상무는 “나이키는 게임 분야에서 신체 능력 개선이 경기력 향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며 “맞춤화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T1의 선수들이 고유의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니폼 손목 아랫부분이 빨리 닳는다거나 오랫동안 앉아있어 체온이 떨어진다거나, 땀이 많이 나는 부분의 통풍이 문제가 되는 등 E-스포츠 선수들만이 갖고 있는 특수성을 고려해 유니폼을 제작한다. 이를 위해 T1 소속의 페이커(프로게이머 이상혁)는 작년 말 미국 오레곤 주에 위치한 나이키 본사를 방문해 나이키 스포츠 연구소(Nike’s Sports Research Lab, NSRL)의 마스터 트레이너, 생체역학 전문가와 긴밀하게 협업하는 등 트레이닝 프로그램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T1의 경우 나이키 유니폼을 입음으로써 스포츠 선수로서의 자긍심이 높아지고, 게임 마켓을 바라보는 일반 소비자들의 시선이 더욱 긍정적으로 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페이커는 “나이키가 보유한 트레이닝 역량과 전문 지식이 나를 포함한 T1 팀 전체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며 “나이키가 e스포츠 지원에 나선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스우시 로고가 새겨진 나이키 유니폼을 입고 경기하는 것 역시 멋진 경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코오롱FnC, '헤드'부터 샌드박스게이밍과 협업 시작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COO 이규호, 이하 코오롱FnC)는 1월말 MCN 업체인 샌드박스네트워크(대표 이필성)의 E-Sports구단 ‘샌드박스게이밍'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E-Sports 마케팅을 시작했다. 첫번째 주자는 '헤드'다. 샌드박스게이밍 선수 9명에게 팀 유니폼을 제작지원하고, 헤드는 이를 통해 밀레니얼과 z세대 고객들에게 헤드의 이미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팀 유니폼은 아우터, 티셔츠, 팬츠 등 의류와 캡, 키보드 마우스 가방 등 총 15종이며 선수들의 의견을 디자인에 적용했다. 경기 시의 자세는 물론 용품 수납에 대한 작은 디테일까지 배려한 디자인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재상 코오롱FnC 이사는 “E-Sports는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엔터테인먼트로 최근 패션계가 주목하는 분야”라며 “브랜드 이미지를 고객에게 직접 인지시키는 데 큰 장점이 있다”고 파트너십 체결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 E-스포츠와 패션 브랜드 협업의 시작 '휠라'!

    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는 “기존 스포츠 영역 외 E-Sports 영역에도 아낌 없는 관심과 후원을 제공하고 있는 코오롱FnC와 협업하게 돼 기쁘고 영광”이라며 “이번 코오롱FnC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E-Sports의 대중적 인지도 확대는 물론 기존 샌드박스 게이밍 팬들에게도 더 큰 즐거움과 만족으로 보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국내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게임 영역과 스포츠 브랜드의 협업이라면 단연 휠라코리아(대표 윤근창)의 '휠라'를 1번으로 꼽을 것이다. 휠라는 지난 2018년 6월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와 컬래버 컬렉션을 내놓으며 현실과 사이버 세계를 넘나드는 역대급 휠라보레이션을 선보였다. 국내외 게임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게임과 스포츠 브랜드의 만남으로 소비자는 물론 업계 관계자들에게도 큰 이슈였다.

    '휠라 협업 아이디어가 대단하다'는 평부터 배틀그라운드와 협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과정에 대한 궁금증까지 발표된 순간부터 연일 업계 마케팅 관계자들의 이슈에 오르내렸다. 휠라는 이를 통해 '게임 소비자'라는 새로운 소비층을 얻을 수 있었다.

    밀레클래식 X 김블루 컬렉션, 발매 1일만에 완판

    이후 2018년 9월 게임 스트리머 '우왁굳'과의 협업 컬렉션을 내놔 15분만에 완판시키고, 이어 당해 11월에 출시한 '우왁굳 시즌2'는 더욱 뜨거운 관심 속에 판매 10분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2019년에도 그 분위기를 이어 8월, 역시 게임 스트리머 '조매력'과 컬래버 에디션을 발표해 완판시켰다. 작년 2019년에는 그동안의 게임 스트리머 협업 노하우를 모아 5인의 게임 크리에이터 협업 컬렉션을 각각 발표했는데, 모두 완판하고 리셀 붐을 일으키는 등 이슈가 됐다.

    밀레(대표 한철호) 산하의 그룹에이치에잇(대표 한승우 한나겸) 소속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밀레클래식(MILLET CLASSIC)’이 게임 크리에이터 '김블루'와의 협업 컬렉션을 단 하루만에 완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6시 무신사에 한정 발매된 '밀레클래식 X 게임 크리에이터 김블루' 협업 컬렉션이 발매와 동시에 폭발적인 주문량을 기록한 것.

    협업 컬렉션 출시를 알리기 위한 영상은 노출 첫 날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5위에 올랐고 12시간 동안 61만 여명이 시청했다. 한승우 밀레클래식 디렉터는 “이번 협업 컬렉션은 젊은 친구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시작해 새로운 소비층을 공략하고 있는 밀레클래식의 노선을 명확히 했다.

    패션 브랜드와 E-스포츠 업계 시너지 굿, 윈윈 전략

    협업은 지원을 받는 E-스포츠 구단이나 크리에이터에게도, 지원을 하는 패션 브랜드에게도 서로 좋은 효과를 주고 있다. E-스포츠의 경우, 스포츠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스포츠로 인정받기 시작한 현재 시점에서 좀 더 긍정적인 반응을 가져올 수 있고, '게임도 건강할 수 있다'는 인식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도 주효하다.

    패션 브랜드들은 백화점이나 대리점 혹은 온라인 몰 등 고정된 유통에서 한정된 소비층과 소통하다가, 크리에이터나 E-스포츠 협업을 통해 마니아적 성향을 가진 새로운 소비자를 유입시킬 수 있다. 단기적 매출 효과도 있지만, Z·M 소비자들의 일상 속 '게임'이라는 '취향 타는' 문화 콘텐츠를 공유함으로써 좀 더 장기적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알만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 스포츠, 국내 패션 대기업들도 주목하고 있는 E-스포츠와 브랜드의 협업이 '되는 비즈니스'로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효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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