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홍영석 기자 (hong@fashionbiz.co.kr)
14.04.09 ∙ 조회수 1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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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패션 상권 대리점주들이 단단히 뿔났다. “이 좁은 땅덩이에 프리미엄 아울렛 50개가 말이나 됩니까?”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출점으로 재래시장과 동네 슈퍼의 몰락을 지켜봤으면서 똑같은 짓을 하도록 내버려 두겠다는 말입니까?” “일자리 창출은 기존 일자리를 없애면서 만들어야 진정 창조경제가 되는 겁니까?” “유통 공룡들에게 특혜를 줘 가면서까지 오픈을 유도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는 아이 젖 준다는데, 이제 제대로 한번 울어 봐야겠습니다.”
전국 패션 상권 대표들이 모여 대형 아울렛 출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하면서 쏟아 낸 볼멘소리다. 최근 유통 빅3를 중심으로 대형 아울렛들이 경쟁적인 출점 행보를 보이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여주·파주·이천 등지에 아울렛이 개장하면서 패션 유통에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대리점주들 사이에서 생존권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집단행동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전국패션대리점연합회(회장 조철현)는 지난 2월 26일과 3월 7일 각각 이천과 대전에서 전국 30여개 패션 상권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대형 아울렛 출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전국 단위의 대규모 규탄 집회를 열기로 결의했다.


성난 패션 대리점주들, 20일 시청으로 집결
전국패션대리점연합회(Fashion Roadshop CEO Members: 이하 패로메) 산하 송파지부인 문정동로데오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이사장 이종덕)과 현대아울렛출점저지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신재학)를 중심으로 3월 20일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대형 아울렛의 무분별한 확장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어 시청에서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이르는 곳까지 거리행진을 펼치며 울분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시위에는 전국 30여개 지역상가 번영회·상인회·조합 등에서 500명 이상이 모인 것으로 ‘패로메’ 측은 집계했다.
조철현 ‘패로메’ 회장 겸 이천상인연합회 회장은 “유통 빅3의 무분별한 확장으로 수십 년 동안 지역 상권을 지키며 영업을 펼쳐온 패션 대리점주들의 생계가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회장은 이어 “여주 지역은 물론이고 ‘이천롯데프리미엄아울렛’ 오픈으로 이천 인근 상권의 매출이 반토막으로 뚝 떨어져 생존권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전국 각지에서 계속될 것”이라며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출점으로 야기된 재래시장과 동네 슈퍼의 몰락이 또다시 벌어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대형유통 골목상권 침해 “더 이상 못 참아!’
그는 “전국에 비슷한 처지에 놓인 상권은 물론 단체들과 연합해 끝까지 싸워 패션 유통에서 더 이상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할 것이다. 이번 집회에 많은 대리점 관계자들이 함께해 힘을 얻었으며, 향후 행정소송과 주민감사청구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계속할 예정이다”며 “여기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3월 17일에는 서울 가든파이브에 들어설 예정인 ‘현대아울렛’을 저지하기 위해 문정동로데오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소속 상인들도 성토 및 비상대책회의를 가졌다. 3월 24일에는 광명패션문화거리청우번영회(회장 양승조)가 KTX 광명역세권에 세계적 생활가구사인 ‘이케아’와 함께 출점을 준비하고 있는 ‘롯데아울렛’에 대한 규탄 대회를 여는 등 전국 단위의 불만 표출이 계속되고 있다.


빅 유통들 꼼수에 시청 · 구청 등에서 맞장구
일각에서는 대리점주들의 집단행동을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기주의 행동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유통 대기업과 관이 꼼수(?)를 부리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천 상권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07년 1월 개장한 인근의 ‘신세계여주프리미엄아울렛’이 수도권정비계획법 관련 특혜 시비로 오픈했고, 지난해 말 오픈한 ‘이천롯데프리미엄아울렛’ 역시 꼼수를 부린 정황이 뒤늦게 밝혀져 시와 상인들 간에 불협화음이 계속돼 왔다.
롯데와 시는 아울렛 허가 조건으로 지역상권 보호를 위해 중복 브랜드를 입점시키지 않기로 이행확약서까지 작성했으면서도 「라코스테」 「게스」 「뉴발란스」 「르샵」 「에고이스트」 등을 포함한 소위 로드숍에서 잘나가는 30여개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내 한복판에 이랜드리테일이 대형 쇼핑센터 오픈을 준비하고 있어 상인들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이 역시 제대로 된 상생발전 방안을 내놓지 않고 ‘눈 가리고 아옹’식으로 넘어가려 했던 것으로 드러나 원성을 사고 있다.
KTX 광명역세권에 출점을 준비하고 있는 ‘롯데아울렛’ 역시 개운치 않은 오픈으로 규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전의 롯데 복합테마파크와 신세계 유니온스퀘어 등의 계약 과정에도 여전히 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 이에 항의해 3월 24일 대전 시청에서도 시위가 있었다.


말로만 ‘상생’ 아닌 제대로 된 대책 절실
이처럼 대형 유통들과 시청·구청 등 관이 기존 중소 상인들과의 상생을 위한 대책과 절차를 무시하고 대형 유통점 허가를 추진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한두 곳이 아니다. 아니 거의 모든 대형 판매시설의 오픈이 불법·특혜 시비가 있다고 가두상권 대리점 관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한 유통 관계자는 “앞으로 이와 같은 ‘상생불통, 일방통행’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수도권 중 서울 문정동과 용인 죽전, 하남과 광명, 김포, 안성, 구리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대전, 전주 등 전국 곳곳에도 유통 빅3 등이 아울렛몰 30개 이상의 대형 유통 출점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이천롯데프리미엄아울렛’과 같은 일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앞서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의 무분별한 오픈으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생긴 것처럼, 같은 일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상생’과 ‘불통’ 같은 단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고,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규모 자본과 조직을 갖추고 대형 유통점을 오픈하는 대기업은 ‘일자리 창출과 함께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관의 일부 결정권자들이 동조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과 규모 면에서 절대 열세에 있는 지역 이해 관계자들을 안고 가지 않으면 멀리 가지 못할 것임을 대형 유통업체들과 관 관계자들이 인식해야 한다는 게 많은 시민들의 지적이다.



**패션비즈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홍영석 기자  hong@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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