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덤한 자극, 신선한 공감, Demi-

    자료제공 P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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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10.01조회수 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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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력해진 소비자들에게 억지로 즐거움을 강요하는 마케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지금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현실성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따뜻함과 휴머니티를 지니는 콘텐츠, 다름을 받아들이는 성숙함으로 소비자들의 감성을 덤덤하게 건드려 주는 것이다.

    새로운 시즌을 위한 메인 주제 ‘Demi(데미, …에 반하는)’는 억지스럽게 강요된 즐겁고 새로운 것 대신 약간 못 미치는 듯하게 덤덤하게 가져가라는 디렉션을 의미한다. 공감을 줄 수 있는 좋은 시절, 따뜻해진 기능성, 친밀한 휴머니티, 부조화로부터 ‘Demi’한 방법을 통해 덤덤하지만 신선한 변화를 찾아보자. 레트로, 테크, 컨트리, 와일드라는 키와 ‘Demi’가 결합된 4가지 테마는 다음과 같다.

    자료제공 : PFIN_www.firstviewkorea.com

    행복한 과거에서 일상의 즐거움을
    Demi-retro

    프리 디지털 시대가 젊은 세대에게 즐거움과 신선함을 주는 키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기 디지털의 그래픽 요소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는 디지털에서 뉴스를 수집하고 이것을 마치 초기 컴퓨터에서 사용하던 천공카드 같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표현하는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았다.

    행복한 과거를 꿈꾸는 소비자들에게 레트로가 주요한 디자인 키로 등장하고 있다. 2014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한 트렌드 회사는 가장 눈에 띄는 20개의 작품을 전반적으로 1940년대에서 1960년대 레트로 스타일의 곡선적이고 단순화된 형태로 선보였다. 가장 인상적인 쇼룸으로 이슈가 된 「카시나」의 쇼룸은 아예 ‘혁신적인 레트로’를 주제로 레트로에서 찾은 새로움을 보여 주기도 했다.

    오랜 경기불황으로 노멀과 베이직의 열풍이 불었지만 행복했던 과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진부하고 우울해져 버린 일상에 유쾌한 변화를 꾀한다. 특히 디지털 세대인 밀레니엄 세대에게는 1960~1970년대의 프리 디지털 시대가 새로움과 즐거움을 주는 시대로서 영감을 준다. 곡선적인 형태감으로 편안함을 부여하고, 다양한 기하학적인 구성과 현대적으로 해석한 1970년대 레트로 컬러로 변화를 준다.

    인간의 기원, 일상에 스며든 기술
    Demi-tech

    디자인에서는 따뜻한 젠(ZEN)이 제안된다. 미니멀리즘하게 단순했지만 기능에 충실했던 과거, 근원적인 시대로 회귀하는 흐름을 보인다. 최근 서구에서도 좀 더 근원적이고 따뜻한 감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양 문화, 특히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덴마크의 가구회사인 보컨셉과 일본의 글로벌 디자인회사 넨도의 콜래보레이션이 대표적인 사례다. 덴마크의 북유럽 특유의 기능성과 일본의 젠 요소를 결합해 13개의 가구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새로운 기능성 내지는 새로운 시각적 실험을 시도한 것이다. 서양의 기능성이나 기술 요소가 동양적인 선 사상이나 근원과 자연의 요소와 결합된 사례다.

    데미 테크(Demi-tech)는 기술이 더욱더 일상에 숨어들고 일상은 더욱 인간적인 기원을 찾아가는 디자인 흐름을 말한다. 자연의 미를 중시하는 동양의 미학을 따라 정형성을 벗어난 형태가 제안된다.

    컨트리의 편안함, 심플 & 실용적
    Demi-country

    삶의 여유를 찾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집에 머물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SAHD(Stay-at-home Dad)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the art of less doing’의 저자인 애리 마이젤(Ari Meisel)은 크론병을 극복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룬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에서 적게 일하고 삶을 누리는 법을 이야기해 큰 호응을 얻었다.

    가까운 이웃이라는 의미의 ‘킨포크(Kinfolk)’는 삶의 속도를 늦추고 친구 · 가족과 함께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소박한 일상을 보내는 삶의 형태를 가리키는 ‘킨포크 라이프’라는 의미로 활용된다.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스타일도 중요하지만, 사람들과의 오프라인상 만남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데미 컨트리(Demi-country)에서는 무료하고 각박한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이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내추럴 라이프를 지향하는 킨포크에 주목하면서 푸근한 교외의 지역색을 일상 속으로 감각 있게 가져온 라이프스타일 디자인을 제안한다.

    불안감과 부조화, 비전형의 미학
    Demi-wild

    현실세계에 좋지 못한 것들이 만연하면서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억지로 만들어 낸 해피 무드 대신 나쁜 소재, 새드 엔딩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2013년에 완결된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는 평범한 가장이 세계 최고의 마약을 개발하는 스토리로, 2014년 에미상 시상식에서 드라마 부문 5관왕을 차지했다.

    자칫 흔하고 뻔할 수 있는 마약상이라는 소재이지만 미국의 대표적인 평범한 가장이 생계를 고민하다가 나쁘게 변해 가는 과정을 아주 현실적으로 그려 냈다. 주인공이 오히려 세계 최고의 마약을 만들어 내면서 범죄를 즐기게 되는 과정들이 기발하고 흥미롭다. 데미 와일드(Demi-wild)에서는 우울하고 비정상적인 세태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거칠고 스산한 자연현상과 신비주의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제안한다. 틀에 박힌 이상적인 미학에서 벗어나 전형적이지 않은 새로운 미학을 추구한다.

    **패션비즈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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