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매장에 더 이상 사람이 없어요.” “요즘 경기가 어려워서 쇼핑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어졌어요.” 패션 유통의 중심 채널이던 백화점이나 아울렛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쏟아지는 말들이다. 그렇다면 명동, 가로수길, 강남역 등 주요 상권과 오피스 상권에 생긴 쇼핑몰은 물론 서울 통인동, 익선동 등 오래되고 작은 골목 상권에 넘쳐나는 소비자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제 소비가 목적이던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들은 같은 비용이면 문화적이거나 감성적인 경험이 곁들여진 ‘콘텐츠’를 중시한다. ‘쇼핑하러 가자’가 아니라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거기서 사진 찍으면 예쁘게 나온대’ ‘국내 첫 번째 매장이래’ ‘놀러 가자’처럼 특정한 공간에서의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것으로 쇼핑객들의 흐름이 바뀌었다. 물건을 사고 쓱 나가기보다는 머무르고 싶은 공간과 그곳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해답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린이들이나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캐릭터 상품’이 전 세대에 걸쳐 사랑받게 된 데는 카카오프렌즈스토어나 라인프렌즈빌라와 같은 특별한 공간의 힘이 있었다. 가전 제품을 줄줄이 늘어놓고 싸게 판매하는 가전 매장의 인기가 떨어져 온라인 판매로 돌아서고 있을 때, ‘일렉트로마트’는 ‘일렉트로맨’이라는 자체 캐릭터와 다양한 체험 공간, 키덜트를 위한 생동감 있는 콘텐츠 전시 등으로 전국의 소비자를 끌어모았다.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일찍부터 독특한 분위기나 콘셉트를 가진 공간 내부에 상품을 전시하고, 쉽게 써 보고 만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 보고 싶고 사고 싶은 브랜드로 빠르게 성장했다. 전문 안경사가 가지런하게 진열된 안경 쇼케이스 속에서 조심스럽게 꺼내 써 볼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기존의 안경점과는 전혀 다른, 상상할 수 없던 방식이다.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도 마찬가지다. 전용 카드를 지속적으로 충전해 사용할 만큼 다른 곳보다 이곳을 선호하는 이유에는 공간이 주는 의미가 더 크다. 편리한 애플리케이션이나 친절한 서비스, 적절한 가격과 꾸준한 음료 개발 등 이곳을 좋아할 만한 요소는 많다. 그중에서도 언제 어느 곳에 방문해도 편안하고 널찍한, 좋은 음악이 흐르고 오래 앉아 있어도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공간’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사람이 모이면 곧 매출이 일어난다. 패션만을 위한 유통은 더 이상 없고, ‘킬링 콘텐츠’가 패션 아이템이던 때도 오래전 얘기다. 그렇다면 패션 브랜드들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주요 상권과 쇼핑몰, 백화점 등은 어떤 콘텐츠로 채워지고 있을까. 어떤 색다른 기획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제안하려고 할까. 정답은 아닐지 모르지만 힌트가 될 만한 주인공들이 있다. 스포츠, F&B, 뷰티, 놀이 등을 아이템이 아닌 경험 콘텐츠와 공간으로 풀어내고 있는 똑똑하고 친해지고 싶은 브랜드들을 찾아봤다. <편집자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