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괴짜 ‘김한국’ 성공 스토리

    패션비즈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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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10.01조회수 6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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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사무실. 직사각형 아크릴 상자 70개가 장관을 이루며 정렬돼 있고 한쪽엔 복잡한 전선이 뒤섞여 있다. 방금 실험을 끝낸 연구실처럼 곳곳에 기이한 소품과 부자재가 뒹군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글로벌 안경 박람회 ‘실모(SILMO)’에서 전시할 것들이에요. 가로세로 30cm인 구조물 72개를 만들어서 이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키네틱 플로로 완성할 겁니다. 여기에 저희 안경도 같이 전시하고요.” 설명하는 동안에도 전선을 만지작거리며 구조물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김한국 「젠틀몬스터」 사장은 영락없이 좋아하는 것에 푹 빠진 괴짜의 모습이다.

    내년이면 안경 하나로 400억원을 올리는 이 회사의 사무실에 김 사장의 책상은 따로 없다. 거대한 공방을 연상케 하는 이 공간 한가운데에 테이블 몇 개가 놓여 있고 그 중간에 컴퓨터 한 대만 갖다 놨다. “지금도 디자인 하나하나 신경 써요. 전체적인 디렉팅도 하고, 최근에 만드는 컬렉션 안경은 안경테에 조각을 하나씩 하고 있는데 이게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랍니다”라고 웃으며 말한다.

    수십개의 안경 샘플 디자인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화이트보드에 ‘에어비앤비’ ‘아트’ ‘퀀텀’ 등의 단어가 적힌 것을 보고 있을 때 김 사장이 말했다. “에어비앤비*가 왜 성공했을까요? 에어비앤비가 등장하면서 원래 있던 애들이 아주 뻔해졌기 때문이에요. 내 집을 공유한다, 이 개념의 등장 자체가 기존의 호텔을 뻔한 비즈니스로 만들었죠.” 보드판에 왜 에어비앤비가 적혀 있는지, 당신의 안경 사업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젠틀몬스터」도 마찬가지예요. ‘너희 안경 브랜드지?’ 했는데 막상 매장에 가면 안경이 없는 거죠. 사람들이 ‘이 브랜드는 이럴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틀을 하나씩 돌파해 가고 있어요. 그래서 다음이 궁금해지고 기대치가 계속 높아지는 것, 그게 「젠틀몬스터」입니다”라고 물음표에 답한다.

    일반적인 질문을 던지면 예상을 빗나가는 답변을 들려 주는 김한국 사장처럼 그가 전개하는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도 똑같은 모습이다. 홍대 상상마당 근처의 「젠틀몬스터」 쇼룸 1층은 전면이 산산조각이 난 듯한 빌딩 모양이다. 당연히 안경이 가득하겠거니 하고 둘러보면 1층에는 안경의 안 자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어떤 날은 거대한 조각상이 있고, 또 어떤 날은 매장 한가득 꽃밭이거나 구름 모양 설치물이 가득한 갤러리로 바뀐다.

    소비자들이 “재미있다”, “이 사업가들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궁금하다”라고 상반된 의견을 내놓는 「젠틀몬스터」는 김한국 사장 그 자체다. 안경에 대한 애정, 그가 꿈꾸는 브랜딩에 대한 철학을 고스란히 상품, 공간, 문화, 스타일, 기술로 표현해 내고 있다. 시즌마다 40스타일 이상의 아이웨어를 선보이는 이유도 ‘엉뚱한 걸 많이 만들기 위해서’라고 답하는 김한국 사장.

    「레이벤」 「카렌워커」 「린드버그」 「톰포드」…. 해외 선글라스 브랜드, 디자이너 브랜드 몇 개를 제외하고 ‘브랜드’라는 개념조차 전무하던 국내 아이웨어 마켓에 몇 년 만에 다섯 글자를 정확히 브랜드로 각인시킨 「젠틀몬스터」. 상식을 깨는 브랜딩으로 세상을 향해 이유 있는 어퍼컷을 날리는 그의 머릿속에 들어가 봤다. <편집자 주>




    ⁎?에어비앤비(Air BNB) : 2008년 설립된 숙박 공유서비스로 자신의 주거지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사이트다. 현재 한국은 물론 190개국 3만4000도시에서 60만개의 숙소가 등록돼 있으며 에어비앤비의 등장으로 기존 호텔 숙박업을 진행하던 산업군이 위협을 받을 만큼 무서운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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