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M&A 주도하는 그림자 -박성수 회장 비밀기동대는?

    es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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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11조회수 1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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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왕성한 식탐(?)을 보여주는 이랜드 M&A와 관련, 박성수 회장의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이랜드 M&A 비밀기동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사내에서도 이들의 존재를 잘 모를 정도로 활동내용과 영역이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진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데코와 네티션닷컴 M&A 이후 한동안 조용히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던 이랜드는 2010년부터 다시 숨 가뿐 M&A를 이어갔다. 국내 사업에서도 패션뿐 아니라 유통, 건설, 레저 등에 이르기까지, 동아백화점과 마트, C&우방랜드에 이어 엘칸토, 고운조경도 인수했다.

    사이판 유명 리조트 PIC사이판과 팜스리조트, 여행사 ‘투어몰’을 인수했고 쌍용건설 인수전과 프라임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등 전 영역에 걸쳐 M&A 시장에 이랜드의 이름은 자주 등장한다. 작년부터는 해외로 눈을 돌려 「만다리나덕」 「코치넬리」 등 유럽 패션 브랜드를 확보하기도 했다. 최근 3년 동안 이랜드는 무려 14건의 국내외 M&A를 성사시켰다.


    3년간 14건 성공, LA다저스 CBI는 실패도

    M&A 작업에 들어갔지만 실패된 예도 적지 않다. 지난 3월 말 메이저리그 LA다저스 구단 인수경쟁에서 막판 탈락한 데 이어 이번에 미국의 신발 유통기업 CBI(콜렉티드브랜드인터내셔날) 인수에 실패함으로써 두번째 실패를 겪었다. 하지만 글로벌과 국내를 아우르며, 패션 유통은 물론 레저 금융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를 막론하고 전방위로 속도감있게 이뤄지는 M&A 작업을 두고 대체 누가 어떻게 이를 이끌고 있으며 어떤 조직이 움직이느냐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반적인 대기업 M&A팀은 주요 인수를 앞두고 외부 자문을 받아 프로젝트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사라지는, 태스크포스(TF)형으로 운영되고 사라진다. 이랜드의 M&A팀은 박성수 회장의 직속 라인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는 데다가 이들의 활동 영역도, 조직의 근무 형태도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는다.


    이규진 상무 주축 경험 + 두뇌 가진 8명 구성

    현재 박 회장의 비밀기동대로 움직이는 M&A팀 키맨은 총 8명으로 구성돼있다. 이규진 상무를 중심으로 고참 4명은 경험이 많고 회사에 로열티가 뛰어난 사람들로, 그 밑에 4명은 아주 우수하고 똑똑한 인재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법률 협상 자금조달 기업가치평가 등으로 이 8명의 롤이 다 다르다고 한다. 현재 이 팀의 헤드를 맡은 이규진 상무는 유통 재무 출신으로 박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최측근이라 한다. 이상무는 재무팀과 전략기획 출신으로 법인전략기획을 맡았고 2000년 초에 2001아울렛 유통전략실에 재직하다 그룹전략실로 자리를 옮겨 M&A를 맡은 케이스.

    M&A팀 고참 4명은 과거 국제상사나 데코네티션, 까르푸 등 M&A 실전을 통해 성공과 실패 경험이 학습되고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뛰어난 사람들이라고. 이들은 회사의 장기비전 로드맵에 따라 시장조사도 하고 해외 지사에서 보고도 받고 모든 정보를 수집해서 타당성, 가능성을 조사해 회장에게 보고한다.

    M&A와 관련한 모든 의사결정은 박 회장이 직접 한다. 특히 LA다저스나 CBI 같은 큰 오퍼가 오면 박 회장이 현지 시장조사, 확인 등 발빠르게 움직인 후 이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한다. 해외건인 경우 해외 지사 조직을 활용하며 따로 해외 M&A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경우 특히 이랜드가 성공했으므로 전세계에서 좋은 오퍼들이 많이 들어온다. 최근 이랜드는 글로벌 M&A에 적극적인 가운데 특히 중국 내의 유통기업 M&A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박회장 신임 두터운 유통 재무출신 지략가

    과거 이랜드의 M&A는 그룹 전략기획실(CSO)을 비롯 여러 팀에서 같이 걸쳐 진행하기도 했다. 물론 현재도 각 사업부별로 성장동력을 M&A에 두고 있어 동시다발적인 접촉과 접근이 이뤄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모든 내용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창구는 M&A팀이다. 이랜드의 M&A 조직과 프로세스가 시스템화된 것은 최근의 일. 한때 이 기능이 그룹 CSO실에 있었으며 뉴코아 까르푸의 M&A는 여기서 주도됐다. M&A 건수가 늘어나면서 보안과 중요도가 높아지고 부정의 여지가 생기면서 지금은 두 팀이 분리됐다 한다. 협상 과정에서 언더테이블과 거액의 석세스 피 등이 오가는 업의 특성상 이랜드 문화에 맞지않는 경우 중간에 로비스트 역할이 필요하다 판단되면 외부 전문가를 한시적으로 활용하기도.

    M&A 하기로 결정한 이후에는 실무팀이 구성된다. 이들이 인수 대상기업의 실사와 자산가치 평가, 조직 운영 등 세부적인 실무를 꾸려가며 협상, 가격 조정, 계약, 서류작업, 펀딩 등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따라서 엄밀하게 보자면 8명의 M&A팀은 스탭 조직이고 실제 M&A를 진행하는 이들은 사안에 따라 조직되므로 정규팀이 아니다. 이랜드의 M&A팀은 크게 스탭팀과 실무팀 2가지로 이뤄지는 셈이며 통상 M&A팀은 박회장 직속의 8명을 말한다.


    포스트 M&A팀, 전환경영팀이 후반부 작업을

    M&A 실무팀과 함께 포스트M&A와 전환경영 두개 팀은 실제 이랜드가 의도한 목적대로 매입한 기업을 운영해가는 팀이다. 사실 M&A에서 중요한 것은 ▲모회사가 어렵지않게 자금조달을 어떻게 할 것이냐 ▲인수한 이후의 정상화, 두 가지다. 많은 회사들이 두번째를 간과하는데 M&A 성패의 50%는 후반부에 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면에서 기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후반 작업에서 이랜드는 전환경영팀이 신설돼 들어간다. 전환경영팀이 형식화된 것은 얼마 안되지만 이랜드는 예비군처럼 경우의 수를 준비해놓는다. 이들은 현업에서 일하고 있다가 M&A 건수가 잇으면 그 전에 준비됐던 풀들이 전환경영팀으로 넘어간다. 박 회장이 낙점하면 이들은 바로 짐을 싼다.

    외부에서의 조력도 있다. 권순문 전 이랜드 개발 대표다. 현재 독립해 M&A 전문회사를 운영하는 권 대표는 한때 박성수 회장의 최측근으로 현재도 이랜드에 보이지않는 영향력을 미치고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이랜드 재직시절 미래사업, 해외사업을 총괄했던 박회장의 브레인중 하나. 이랜드 그룹의 성장동력이 된 건설(이랜드개발), 레저(호텔, 콘도 등), 중국 미국 등 해외 부문과 함께 이랜드 그룹 성장에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M&A 부문을 총괄했었다.


    권순문씨 등 이랜드 출신 외부에서 조력도

    최근 해외에서 이랜드가 진행하는 M&A에 대해서는 다소 섣부르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지나치게 가격을 높게 베팅, 인수가격을 올려놓는다거나 혹은 너무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어쨋든 이랜드가 몸집을 키우기 위한 전략으로 M&A를 선택했고 그룹 핵심인 이랜드리테일의 빠른 성장세로 인해 콘텐츠 확보를 위한 M&A는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이랜드의 자금 여력 때문에 부정적 시각도 있다. 현재 이랜드의 현금성 자산은 1000억원 정도로 결국 돈을 빌리는 방식으로 M&A를 추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면에서 최근 이랜드는 잇달아 자금 조달을 추진해 주목을 끈다. 국내 시중은행에서 1조원을 조달한 데 이어 중국 현지에서도 채권을 발행 5억위안(약 9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최근 진행한 다수의 M&A는 물론 국내 유통사업 강화를 위한 실탄확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에서의 자금조달은 중국 현지에서의 유통기업 M&A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리테일은 중국시장에서 최근 3년 동안 평균 30% 성장했다. 이에 힘입어 이랜드그룹은 작년 경기침체에도 매출이 전년(7조4000억원) 대비 17% 상승한 8조690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에는 10조원 고지를 넘을 것으로 본다. 명실공히 재벌 계열에 입문한 이랜드, 이들의 M&A 행보와 함께 M&A 기동팀의 활약은 더욱 왕성해질 전망이다.



    **패션비즈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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