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패션 ‘「자라」 카피 너무해’

    es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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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2.26조회수 5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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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패션 브랜드들의 「자라」 카피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SPA 브랜드 특성상 전세계 앞서가는 컬렉션의 ‘총 집합소’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자라」는 누가 봐도 시장조사를 하기에 가장 좋은 ‘어장(?)인 셈. 이로인해 많은 국내 브랜드의 패션 관계자들이 자주 「자라」 매장을 찾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염치없음’의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평일 오후 점심식사 후 나른한 시간, 서울 명동 「자라」 매장에 20~30대 여성 5~6명이 우르르 몰려 들어온다. 이들은 매장을 샅샅이 뒤지며 행거마다 괜찮은 아이템을 찍어 그에 대해 재잘거리며 대화를 나눈다. 내용을 슬쩍 들어보면 그 물건을 구매하려는 친구들 간의 대화가 아니다.

    상당히 전문적이고 세밀한 내용의 의견을 나누는 이들은 거의 상품 하나하나를 논평(?)하며 마치 주간 상품기획 회의를 하는 듯하다. 매장 직원들이 얼굴을 외울 정도로 빈번하고 반복적인 이들의 매장 방문, 그리고 노골적인 태도…. 대체 이들은 누구일까?


    디자이너들 우르르 몰려와 매장에서 ‘기획회의’(?)

    요즘 국내에서 늘어나고 있는 대형 복합쇼핑몰에는 어디를 가나 「자라」다. 초대형 매장에 번듯하게 놓여 있는 「자라」 매장은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새로울 것도 없다. 자라코리아(대표 이봉진)의 「자라」는 이렇듯 국내 어떤 유통에서나 유치하고 싶어 하는 유치 1순위 브랜드다. 매장을 번듯하게 잡아주는 것은 물론 집객과 매출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라」는 여타 SPA 브랜드들에는 상징적인 존재여서 이를 기점으로 MD가 구성되고 국내 브랜드들에도 유통 선택의 기준이 되곤 한다. 특히 복합쇼핑몰이나 대형 쇼핑몰을 비롯해 어떤 유통에서든지 가장 처음 MD를 구성할 때, 아주 초기부터 대부분의 유통 MD 진행자들은 「자라」 측에 “원하는 위치를 먼저 찍으라”고 제안한다.

    전국 상권에 복합쇼핑몰이나 대형 유통점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된다. 그런데 새로운 유통측에서 「자라」 입점 조건을 협상할 때 자라코리아 측에서 특별하고도 강력하게 주문하는 한 가지 필수조건이 있다. “ 「OOO」 브랜드를 입점시키면 「자라」는 입점하지 않겠다”라는 것. 이유는 한국형 SPA 브랜드인 「OOO」가 너무 노골적으로 「자라」를 카피하기 때문이란다.


    입점 유치 1순위 「자라」부터 매장 MD 도면 짠다

    사실 자라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이런 브랜드들은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의 간판 브랜드를 비롯 다수이다. 대표 브랜드 「OOO」의 경우 「자라」 매장에서 아주 디테일한 조사를 해 가는데 상품은 기본이고 코디방법, 인테리어, 매장 연출 등에 이르기까지 디자인과 매장 매뉴얼을 통째로 카피하기 일쑤라고 한다. 이 때문에 「자라」를 유치하고 싶어 하는 국내 유통 관계자들은 자라코리아 측으로부터 「OOO」에 대한 이러한 요구를 종종 듣는다.

    「OOO」 뿐만이 아니다. 대기업 브랜드에서부터 여성복 전문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국내 패션기업의 디자이너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시장조사 명목으로 장시간 「자라」 매장에 머무르며 매장을 샅샅이 뒤진다.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이들의 태도가 너무 ‘당당’하다는 것이다.

    물론 ‘시장조사’는 어느 브랜드든 늘 하는 일이고 소비자의 흐름을 캐치하는 중요한 상품기획 과정이다. 해외 시장조사를 가는 것도, 기업마다 거액을 투자해 해외 유명 브랜드들의 ‘샘플링’을 꼭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제 국내 디자이너들의 해외 시장조사와 그 과정에서 진행하는 ‘샘플링’을 대신해 이를 상당수 국내 「자라」 매장에서 대치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해외 시장조사 ‘샘플링’ 서울 「자라」에서 진행

    그 증거가 있다. 바로 기록적인 「자라」의 반품율이다. 자라코리아에서 나타나는 반품율은 15%에 이르며 이 수치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자라」 본사인 인디텍스 관계자들은 ‘Unbelievable’한 수치라고 놀라워한다고 한다. 자라코리아 측에서는 이 수치의 절반은 일반 소비자의 변심 혹은 사이즈, 핏 등으로 인한 반품이 분명하지만 최소 나머지 절반은 디자이너들의 샘플링 결과라는데 대해 어느정도 확신하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디자이너나 패션 관계자 입장에서는 이런 주장을 할 수도 있다. “「자라」도 명품 브랜드와 컬렉션을 카피하는 브랜드인 주제에 무슨 카피를 운운하느냐”라고…. 이런 의식이 깔려있기 때문에 「자라」를 샘플링하고 반품하는 디자이너들의 태도가 이토록 당당할수 있는 것이 아닐까. 다시말해 ‘너나 나나 같은 카피캣’이라는 의식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의 상품을 그대로 카피하는 것이, 카피한 것을 다시 Re카피하는 것이라 해서 과연 면죄부가 주어질까. 「자라」는 새로운 패션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해 이 시대 전 세계 패션 인더스트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 마켓을 만들어 낸 선도자임이 분명하다. 미우나 고우나 많은 패션 기업들과 브랜드,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어온 것이 사실이다.


    대표 브랜드 「OOO」, 대놓고 카피 ‘너나 나나 카피캣’

    십수년 전부터 이미 한국 디자이너, 패션피플들은 「자라」의 VIP 고객이었다. 많은 이들이 유럽으로 출장을 갈 때마다 아무리 바쁜 일정 중이라도 파리 오페라(오스만 거리)의 「자라」 매장을 ‘must go’ 장소로 방문했고, 가방 한 가득 한 시즌 입을 「자라」 옷을 꽉꽉 사재기해 왔다.

    그런 「자라」가 이제 바로 옆에서 국내 패션 기업과 브랜드에 큰 도전을 준다. 국내 패션기업들은 그로 인해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위기는 소비자를 통째로 빼앗기는 것이고(많은 사람이 십수년 전 파리 매장에서 사재기했듯이), 기회는 그로 인해 우리 체질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향후 100년을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로….

    하지만 그 도전은 우리를 성장케 하는 것이어야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것이지, 카피의 대상이 단순히 해외 컬렉션에서 「자라」로 옮겨간 것이라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자라」를 짜증나게 하는 이 브랜드 과연 어디일까? 혹시 당신이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볼 일이다.


    **패션비즈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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