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유니클로」왜 못 이기나?

    es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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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12.30조회수 21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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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어디를 가나 「유니클로」다. 회장님에서부터 건물주까지 모두 「유니클로」를 향해 “알러뷰”를 외친다. 상권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최근 주요 상권의 건물주들은 공공연히 “「유니클로」만 유치해 달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유니클로」만 유치해 주면 모든 조건들을 좋게 해주겠다는 식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도 김포의 허허벌판인 장기 지역에도 「유니클로」를 오픈한 이후 월 4억원대의 매출을 찍고 있으며, 그 상권에 「유니클로」가 들어선 이후 주가가 확 올랐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이제 끝났다’고 하던 문정동 아울렛 타운에 「유니클로」가 오픈, 단박에 월 12억원의 매출 기록을 세워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후 매출이 5억원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최근 8억원으로 올라왔으며, 지난달에는 10억원을 올렸다는 후문이다. 「유니클로」가 문정동에 들어간 이후 이곳에는 제일모직의 「에잇세컨즈」 등 국내 SPA형 브랜드들이 속속 오픈했다. 하지만 매출은 비교할 수 없는 규모다.

    유통은 롯데에서부터 홈플러스까지 모두 「유니클로」 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랜드도 제일모직도 신성통상도, CJ푸드빌(CJ의 푸드사업 법인)이나 한국맥도날드처럼 국내 내로라하는 F&B(Food&Beverage, 식음료) 기업들도 어디 들어가든 “「유니클로」 자리가 어디냐”를 가장 먼저 묻는다. 「유니클로」가 들어갔느냐, 안 들어갔느냐에 따라 자신의 입지를 결정하기도 한다.


    회장님들에서 건물주까지 ‘알러뷰 「유니클로」’

    소비자들은 어떤가. 세일하는 플리스 상품을 사러 「유니클로」 매장에 왔다가 남방과 팬츠 등을 사 간다. 아이 옷을 사러 왔다가 온가족 상품을 한보따리 사간다. 계산대를 관찰해 보면 대부분의 손님들은 평균 1인당 20만~30만원을 계산한다. 이는 남녀노소에 적합한 상품의 구색이 그만큼 갖춰져 있다는 얘기다. 매장 안의 손님을 보면 10대부터 60대까지 남녀노소 다양하다. 가히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다 보니 최근 들어 국내 중견 기업 회장님들의 「유니클로」 사랑이 지나쳐 “무조건 「유니클로」 옆에 깃발을 꽂으라”는 명령을 내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 회장에 그 임원이라고 유통의 흐름과 「유니클로」의 전략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 「유니클로」 옆에 매장을 열어 달라고 떼를 쓰는 임원들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하지만 전략도 없고 제대로 된 상권 조사도 없이 매장을 오픈하면 백전백패라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도대체 왜? 왜 모두가 「유니클로」인가? 「유니클로」만 들어가면 왜 죽어가던 건물이 살고, 없던 상권이 생기고 있는 것인가. 지난 2006년 국내에 진출, 단 300억원에서 출발한 「유니클로」가 불과 8년 만에 20배 이상인 6500억~7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것은 그만큼 국내 캐주얼 시장을 잡아먹었다는 증거다.


    「유니클로」 84년 히로시마, 이랜드 80년 이대 앞에서

    그렇다면 「유니클로」는 과연 국내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어마어마한 역사성을 가진 기업인가? 「자라」가 1972년 작은 양품점을 열어 탄생해 30년에 걸쳐 인디텍스의 기업모델이 완성된 것이라면 「유니클로」는 1984년 히로시마에 연 것이 1호 매장이다. 이랜드가 1980년 이대 앞에서 작은 매장으로 출발했고, 지오다노는 1994년 합작법인으로 국내에서 출발했다. 베이직하우스는 1998년 탄생했다.

    기업적으로 본다면 이랜드나 지오다노, 베이직하우스가 더 훌륭할 수 있고 중국 진출의 성과도 우리 기업들이 더 낫다. 하지만 리테일의 현장에서 「유니클로」와 1:1로 붙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렇다면 「유니클로」는 과연 우리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모델인가.

    지금까지 드러난 「유니클로」의 영업방식을 보면 국내 브랜드들과 확연하게 차별화되는 몇 가지가 있다. 그 첫째는 치밀하고 조직화된 업무 프로세스다. 「유니클로」의 상권조사 개발과 출점 과정을 살펴보면 이를 인정하지않을 수 없다. 이들의 출점 의사결정은 한국의 상권개발팀, 한국대표 & 일본대표, 일본 본사 대표 & 회장의 3단계 크로스 체크를 통해 결정된다.

    출점 결정 과정 상권개발팀 → 일본 → 한국 3단계




    가장 중요한 것은 상권개발팀 내의 사이트(입지) 분석 과정인데 인구 20만명 기준 300평 1개 점포로 돼 있고 상권 시세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 991㎡ 기준 월 7억원 이상은 나와야 안정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유동인구 + 차량 트래픽 + 인구수를 대입하면 예상매출이 잡히고, 300평 기준 초기 투자비를 대입해서 월고정비 산출이 나온다.

    투자대비 효율이 적자일 때 초기 투자비를 줄이기 위해 임대료의 하향조정 또는 수수료 조절 등 수익구조를 조정해서 일본에 보내야만 일본팀의 현장투어 일정이 잡히고, 그 현장 실사 결과에 따라 한국 대표에게 보고가 올라간다. 통과되면 일본 대표 보고가 이뤄지고, 최종 결정은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컨펌이 떨어져야 비로소 그 매장은 오픈 결정이 난다.

    일본 대표 보고 전에 외주 전문 컨설팅 기업의 전문가가 분석한 데이터가 첨부되는 것은 물론이다. 본사에서 최종 승인이 나기까지 짧게는 1개월 반, 길게는 2~3개월이 걸리며 전 세계 모든 점포는 회장의 결재가 없으면 ‘오픈 불가’다.




    인구 20만명당 매장 한 개, 강남점도 2개 오픈

    임대와 보증금 • 권리금 계산도 치밀하게 이뤄진다. 예상 매출액을 미리 산출해 이를 조정하는데 늘 최소 예상액을 기준으로 협상하기 때문에 그 과정은 매우 집요하다. 한번 출점하면 임대의 경우 기본 5년 10년, 나대지의 경우 10년을 고정으로 하며, 2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고 3년이면 이익을 보는 구조로 정교하게 짜여 있다. 이런 상권조사와 출점 시스템은 국내 브랜드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한다.
    반면 국내 대기업, 중견 기업들의 경우 상권조사나 분석, 조건보다는 모양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이랜드의 상권개발팀 정도가 시스템적으로 돌아가지만 적잖은 기업들이 치밀한 계획과 분석 보다는 마케팅용 매장을 서울 명동과 강남역, 신사동 가로수길 등에 오픈하는 것이 좋은 예다. 이 경우 같은 건물이라고 해도 「유니클로」가 4000만원의 임차료를 내는 곳에 국내 브랜드는 6000만~7000만원을 내고 들어간다. 거기서부터 경쟁력에서 차이가 난다.

    임차료와 고정비가 「유니클로」보다 높고 매출이 「유니클로」 보다 낮다면 결과는 뻔하지 않을까. 「유니클로」는 출점 이후 3년차부터 반드시 순이익 구조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대형점을 오픈한다. 항상 최저매출에 따라 임차료를 맞추는데 막상 오픈해 보면 예상 보다 훨씬 높은 매출이 나온다. 2년차면 BEP가 넘는 것은 물론 어떤 곳은 예상액의 2배 이상 나와 알토란 순이익을 남기기도 한다.


    우리 영업 ‘뒷돈 거래’ 성행, 일본 ‘투명’ ‘공정’

    반면 동일 상권의 국내 브랜드는 적자만 쌓여 간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유니클로」가 1층에 입점한 건물의 2,3층에 들어가 그들의 고객을 빼앗는 전략이 더 현명해 보인다. 현재 명동은 「유니클로」만 흑자를 내고 대부분의 빅 브랜드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장기적 투자’혹은 ‘선점효과’라면 할 말은 없지만 결국 건물주들만 좋은 일을 한 셈이다.

    이런 내용들은 모르는 채 최근 자사의 브랜드들을 믹스해 겉모습만 흉내 내는 복합매장이 늘고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무조건 “「유니클로」 옆에 매장을 꽂으라”는 것은 이미 검증된 상권이라는 상정하에 업혀 가겠다는 전략으로 짐작되지만, 과연 그런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먹힐지는 의문이다.

    이런 계산 때문에 「유니클로」는 동일 상권에 추가 출점을 하더라도 그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서울 강남대로에 위치한 2호점인 역삼점(강남구 역삼동 826-24)의 경우 지난 2007년 오픈한 1호점과의 거리가 불과 한 블록이다. 부산의 경우도 1호점과 2호점 거리가 1.5㎞밖에 안 된다. 이런 공격적인 유통전략은 ‘인구 20만명당 매장 한 개’라는 기준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서울 강남역 부근의 강남대로 정도면 2개의 매장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한 것.


    규격 아닌 매장 오픈 절대 No! 우리는 상황 따라 Yes

    또 하나의 큰 차별점은 일본 본사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에서부터 한국 FRL코리아 상권담당에 이르기까지 정확하게 할당된 권한이 정의돼 있다. 아무리 좋은 조건으로 우긴다고 해도 한 두 사람의 결정으로 본사의 규격에 어긋나는 매장에 출점이 이뤄지기는 매우 힘들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본사의 틀, 촘촘하게 짜인 매뉴얼과 데이터 분석에 따라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FM으로 진행하는 「유니클로」의 일사불란함에는 조금의 오차가 없다. 반면 국내 브랜드들의 권한은 상권개발팀 한두 명에게 집중돼 있고, 이들이 “OK”와 “NO”를 결정한다.

    게다가 「유니클로」는 매장 오픈 시 중개수수료가 없지만 국내 브랜드는 대부분 중개수수료가 있다. 한 사람이 결정할 수 있는 권한과 행동반경이 커서 스피디하다는 장점도 있을 수 있지만 그 안에 투명하지 않은 관행이 끼어들 수 있는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우리 상권개발팀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좀더 치밀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하며, 좀더 프로젝트화해야 한다.


    장사 잘 되면 ‘본사 덕’, 안 되면 ‘점주 탓’

    리테일 첨병인 점장에게 주어지는 막강한 권한도 이들의 강점이다. 매장 오픈 이후 모든 것은 점장에게 맡긴다. 상권개발팀이 예상한 매출을 초과달성할 경우 본사는 점장에게 충분한 인센티브를 준다. 이들이 죽기 살기로 영업을 하는 것은 물론이다. 잘 교육받은 점장이 충분한 권한을 가지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게다가 「유니클로」의 경우 최하 300평에서 500평, 900~1500평의 초대형 대형 매장을 운영해 오면서 리테일에 대한 경험을 쌓아가며 전 복종을 구성하고 자신의 매뉴얼을 완성해 왔다. 하지만 국내 브랜드들은 리테일에 대한 경험이 매우 부족하다. 경험이 있다 한들 대부분 15~20평형 매장, 그것도 스스로 리테일에 대한 경험을 쌓아온 게 아니라 백화점과 대리점 형태다. 스스로 소비자와 직접 소통해온게 아니라 장사가 잘 되면 본사 덕, 안 되면 백화점 탓, 점주 탓을 해온 우리다.

    이랜드를 비롯 플래그십 스토어 숫자를 20개 이상 갖고있는 「지오다노」와 「코데즈컴바인」 정도가 리테일의 노하우를 어느정도 습득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대리점 형태로 성장해온 국내 증견 기업들의 회장들은 “옛날엔 그런 것(새로운 도전) 하지 않아도 돈만 잘~ 벌었다”고 운운하며 시대가 바뀐 것에 대해 인정하거나 자각하지 못한다.


    우리는 중개수수료 있고, 「유니클로」는 매뉴얼 따라

    이런 모든 것을 뛰어넘는 또 하나의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국내 모든 유통이 「유니클로」를 적극 돕고 있다는 사실이다. 초기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유니클로」의 국내 진입을 적극 도운 데 이어 신세계와 현대가 가세했다. 이들 백화점들은 10% 이하의 파격적인 수수료와 매장평수로 국내 브랜드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안락한(?) 조건으로 「유니클로」의 국내 진입과 정착이 용이하게 했다.

    유통측에서는 “매출이 나와주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한다. 하지만 알고보면 「유니클로」와 「자라」 「H&M」 같은 SPA형 브랜드들은 백화점의 경쟁자다. 방안에서 경쟁자를 이렇게 빨리 키움으로 인해 국내 브랜드들의 경쟁력 약화를 빛의 속도로 가속화시켰다는 사실은 누가 봐도 가장 중요한 「유니클로」의 강점 아닌가.

    현재 「유니클로」 매장은 120개, 내년에 40개점을 더 오픈한다고 하는 데 11월 초 현재 20개점은 계약이 완료된 상태다. 최근 들어서는 홈플러스가 「유니클로」와 전략적인 밀월관계를 희망해 적극적인 대시를 해옴에 따라 이미 8개점이 「유니클로」를 오픈했으며, 추가로 4개점을 새로이 계약 완료한 상태다. 롯데의 지분이 들어가 있는 FRL코리아이지만 유통을 펼치는 품새를 보면 이제 롯데를 그리 의식하는 것 같지는 않다.




    롯데 이어 홈플러스, 빅유통과 전략적 제휴 속속

    지금까지 과거에 발표된 「유니클로」의 계획은 모두 이뤄졌으며 대부분 초과 달성됐다. 지난 2009년 한국 진출 초기 당시 야나이 다다시 사장은 “2020년까지 패스트리테일링을 ‘세계 1위의 어패럴 제조 소매 그룹’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발표하고 아시아를 최대 전략적 요충지로 지목했다. 그는 한국,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의 사업 확대를 가속화해 「유니클로」를 확고한 아시아 No.1 캐주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2009년 8월 당시 한국의 「유니클로」는 매출액 1200억원, 점포 수 41개를 기록하고 있었다. 2005년 9월 출점 이래 매년 60%의 신장률을 달성하며 고속 성장하고 있었다. 당시 야나이 다다시 사장은 “2012년 100점포에 매출액 4000억원을 달성해 한국 No.1 캐주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5년 한국 매출 1조원도 공언했다.

    2013년 현재 120개 매장에 6500억~70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는 것을 보면 그의 호언장담은 모두 사실이 됐다. 그렇다면 이들이 지향하는 세계 1위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모든 상황을 돌이켜보면 「유니클로」가 세계 1등 브랜드가 되는 데 우리 유통과 우리 국민들이 적극 협조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수주의’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왜 「유니클로」를 이길 수 없나. 이제 이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고 국내 캐주얼 브랜드들은 해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대로 2014년을 맞이할 수는 없지 않은가.


    **패션비즈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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