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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미래 생존 업체는?
Thursday, Dec. 26, 2013 | 이정민 기자, mini@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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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풍도 열풍도 이런 열풍이 없다. ‘한국패션=아웃도어’라는 공식이 결코 낯설지 않다. ‘하늘을 나는 플라이 트레킹 슈즈를 신어보세요~’ ‘산을 오른다! 진실을 오른다!’ 그럴듯한 카피문구가 TV 화면을 도배한다. 드라마에서는 한 주연 배우가 집 앞 동산을 오르기 시작하지만 그녀가 착장한 아우터와 헬멧 스틱류는 모두 명품 아웃도어 제품들…. 히말라야 등반이라도 할 태세다. 공중파, 케이블 드라마 속 아웃도어 등반 장면까지 소비자들에게 노출되는 길목에는 늘 아웃도어가 있다.
이러한 광풍 열기는 드라마에서 끝나지 않는다. 강남의 모 백화점, 한 가족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아빠는 「노스페이스」, 엄마는 「와일드로즈」, 아들과 딸은 「네파」… 우리는 아웃도어 패밀리(?), 웃지 못할 진풍경이 펼쳐진다. 여성층은 손님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 아웃도어층은 그야말로 동대문 시장을 방불케 한다. 겨울 아우터를 사려는 소비자, 겨울에 골프 플레이를 위해 옷을 구입하기 위한 사람들, 해외 여행객까지 몰려 그야말로 ‘아웃도어 판’이다.
아웃도어 열풍이 식기는커녕 매년 30% 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하며 국내 패션시장에서 ‘나 홀로 성장’ 중이다. 국내 전체 패션시장 규모인 36조에서 6조, 17%에 육박하는 마켓셰어를 차지하고 있는 아웃도어 시장은 여전히 고공비행 중. 그래서 많은 업체들이 아웃도어에 열광하며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살아남는 업체들은 과연 몇 개나 될까?
다운재킷 물량공급 폭발, 벌써 재고 고민
이번 겨울 혹독한 추위를 예상하며 블랙야크, K2코리아 등 아웃도어 선두 업체들뿐만 아니라 패션그룹형지(대표 최병오)와 세정(대표 박순호) 등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업체들까지 작년 동기대비 다운 물량을 대폭 늘렸다. 하지만 과도한 물량을 풀어냈던 업체들은 벌써 재고 고민으로 발을 동동 구른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기도 전에 창고에는 다운재킷이 그대로 쌓여 있는 상황! 이 물량은 올 해 겨울이 끝나는 시점, 재고로 남을 확률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러한 재고 문제의 원인으로는 시장이 소화할 수 없는 대량 제품들을 쏟아낸 것도 있지만 또 하나의 복병은 고가의 명품 프리미엄 다운 브랜드의 영향이다. 이미 소비자들은 기존 아웃도어 제품들에 식상해 있고 고객들이 프리미엄 다운 수요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패션업계 한 전문가는 “이제 아웃도어가 한계에 다다랐다. 지금은 잘 팔리고 소비자들이 이곳으로 몰리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똑똑한 소비자들은 이미 아웃도어를 떠나 다른 수요로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아웃도어 열풍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지난 2004년부터 아웃도어라는 개념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면서 주 5일제 근무로 인해 온 국민이 등산을 즐기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2000년대 후반부터 산 밑으로 내려와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며 남녀노소가 착용하는 국민 생활복으로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했다.
달콤한 유혹, 여성복 기업들 끝내 용광로로
아웃도어 전문 업체들이 이러한 수요층을 그냥 놔둘 리 없다. 재킷 한 스타일에만 매겨지는 물량은 기본 1만장. 그렇다고 가격이 낮은 것도 아닌 이 제품들을 구입하지 않으면 ‘낙오’가 된다는 이상야릇한 시장 분위기까지… 소비자들은 갈팡질팡한다. 패션 관계자는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시장이 미쳤다. 공급자도 수요자도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는 이 시장을 어떻게 봐야할지…”라고 난감한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한 아웃도어 전문가는 “한국의 기형적인 공급자 중심의 아웃도어 시장은 길어야 1~2년(?)일 것이다. 앞으로 살아남을 몇 개의 브랜드들만 생존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노스페이스」 「블랙야크」만 각각 7000억대와 6000억대로 아웃도어 톱10 안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무서운 성장세로 정상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블랙야크」의 경우 올해 320개 매장에서 67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며 국내 톱 진입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 파워(?) 브랜드조차 몸 불리기가 이뤄진 만큼 수익구조는 녹록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공급과잉은 이제 그만! 진정성 찾아야 할 때
그렇다면 속속 런칭하는 이들을 추종(?)하는 아웃도어들은 과연 어떠한 틈새를 뚫고 아웃도어 판에 뛰어들고 있는 것일까. 아웃도어 전문 업체들의 공급 과잉으로 시장은 균형감각을 잃어가고 있고, 여기에 여성복 업체와 대기업조차 너도 나도 뛰어들며 한국패션은 아웃도어 용광로로 몸을 던지고 있다.
도심과 고속도로의 간판들도 아웃도어 일색이다. 역삼로와 신논현로 뱅뱅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도로주변은 아웃도어 마케팅 릴레이가 펼쳐진다. 신논현 사거리는 일명 ‘아웃도어 거리’로 불리면서 이곳에 입성해야 진정한(?) 아웃도어로서 ‘존재감’을 알릴 수 있다고 믿는다. 너도 나도 속속 입성(?) 이제는 전문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에 이어 최근 오픈한 F&F의 「디스커버리」까지 아웃도어 전문기업과 패션기업이 뒤엉켜 있다.
이처럼 아웃도어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마케팅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아웃도어’의 공급 과잉과 물량몰이로 대박을 꿈꾸고 있는 업체들이여! 이제 진정으로 바뀌어야할 중요한 시점이다.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할 때면 이미 늦다. 패션은 물량이 아닌 ‘가치’와 ‘크리에이티브’가 강조되는 비즈니스인 만큼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물량으로만 채워지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빨리 빨리를 외치며’ ‘무조건 많이’에 중심축이 가 있는 현재의 한국 패션이 안타깝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깊게 우려낸 사골 국물처럼 하나를 만들더라도 혼이 깃든 상품을 만들어내자. 이것이 진정한 ‘한국 스타일’의 패션 비법이 아닐까.
**패션비즈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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