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인재 시장 회오리 바람~

    김숙경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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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7.09조회수 7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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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말로 난맥상이다. 최근 패션인력시장에 일어난 거대한 회오리 바람을 한마디로 일축하면 말이다. 연초라면 당연한 흐름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상반기를 마무리 짓고 하반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조직 안정화를 꾀하면서 하반기 성과를 올리는 것에 주력해야 하는 시기다. 그런데 최근 패션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사 회오리 바람은 태풍처럼 걷잡을 수 없이 거세다.

    지난달 제일모직(대표 윤주화)은 오는 9월로 예정된 삼성물산과의 합병 작업을 코앞에 두고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지난 3월 영업력과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관리) 운영 고도화를 주장하며 신설한 지역영업 본부와 지점을 3개월 만에 폐지하고 사업부 책임경영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신설된 상품본부는 박철규 전무가 총괄하는 가운데 각 사업부 단위로 제조(상품기획) 판매(영업) 관리(공급운영)의 일체화를 구축했다. 이 회사는 ‘절체절명의 경영 위기’를 강조하며 책임경영과 상품력 제고를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어찌 보면 신속하게 내린 올바른 의사결정일 수 있다. 외부에서는 제일모직이 지난 3월 단행한 조직개편이 지금의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컸기 때문.

    제일모직, 3개월 만에 지역영업본부 폐지

    3개월 만에 다시 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 작업이 뒤따랐고 1억원 가까이 들여 F/W 품평회를 준비한 「바이크리페어샵」 사업부가 정리되는 비운을 맞았다. 일부 직원은 다른 부서로 배치되지만 이탈되는 인력도 상당수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제일모직의 인력 이탈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윤주화 사장이 제일모직에 전격 투입된 이후 일관되게 추진해 온 SCM 시스템을 둘러싼 찬반양론 속에서 많은 패션 인재가 회사를 떠났다. 글로벌 IT기업들이 굉장히 부러워하는 삼성그룹의 SCM 성공 사례일지라도 패션 부문에 접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이들은 생각한 것이다.

    시즌에 수백개 스타일을 전개하고 수백개의 브랜드와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패션 마켓 상황에서 전자식 개념을 패션 분야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SCM 도입에 이견을 갖은 많은 이가 제일모직을 떠났고, 1년의 공백기를 가진 뒤 이들은 새로운 직장을 갖고 현업에 복귀했다.

    SCM 도입 이후 일모 인재들 대거 이직

    2013년 말 일모를 떠난 김진면씨는 올해 4월 초 휠라코리아 사장으로 복귀했고, 일모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던 정구호씨가 「휠라」 상품기획을 총괄(CDO)하는 부사장으로 전격 투입됐다. 「휠라」 영업을 총괄하는 김용범 상무 역시 제일모직 출신이다. 이진성씨는 작년 말 세정의 전략기획실 전무(CSO)로 자리를 옮겼고, 정상현씨는 작년 말부터 NCF의 「나이스크랍」 사업부장직을 맡고 있다. 임동환씨는 한세실업 계열사인 한세드림에서 아동복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일모 출신 인재들의 대대적 자리이동에 이어 패션그룹형지(대표 최병오)와 신성통상(대표 염태순) 휠라코리아(대표 윤윤수)에서도 헤드급 인재들의 이직이 줄을 이었다. 형지에서는 김명호 사장과 배경일 상무, 유지호 이사 등이 줄줄이 퇴사했다. 특히 김 사장과 배 상무는 최 회장과 오랫동안 호흡하며 핵심 임원으로 활동해 온 ‘형지맨’인데 급작스럽게 그만둬 향후 거취가 궁금해진다.

    신성에서는 ‘지오지아맨’으로 불릴 정도로 20년 넘게 이곳에서 활약한 홍민석 전무와 「탑텐」에 투입된 김한수 전무가 두 달 간격을 두고 연속 회사를 떠났다. 홍 전무는 LF(대표 구본걸)의 남성복 총괄로 자리를 옮겨 새롭게 활동을 시작했다. 휠라코리아는 창업 공신이었던 이기호 사장의 퇴임과 역시 창립 맴버인 정성식 수석 부사장은 계열사인 GLBH코리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형지 신성 등도 핵심 임원들 속속 교체

    인동에프엔(대표 장기권)에서도 이기용 부사장과 남길주 영업이사가 비슷한 시기에 퇴사했다. 현대백화점 바이어 출신인 이 부사장은 코데즈컴바인을 거쳐 2011년 인동FN에 합류, 부사장 위치에까지 오르며 주목받은 인물이다.

    작년 7월 M&A 후 사명을 변경한 데코앤이(대표 정이견)에서 패션부문을 총괄한 안경천씨도 올해 5월 갑작스럽게 물러났다. 대주주가 생각하는 방향과 그가 추구하는 브랜드 경영에 이견차가 큰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랜드 「로엠」을 비롯 데코네티션의 「데코」 「EnC」 「96NY」 등 여성복 대표 브랜드를 진두진휘해 온 잔뼈 굵은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해 말 시선인터내셔널(대표 신완철)로 옮긴 권영석 사장 역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나왔다. 국제금융컨설팅 전문가이던 그는 지난 2005년 태진인터내셔날 COO를 맡으면서 패션업계와 연을 맺었고 부사장까지 오르며 「루이까또즈」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이후 시선으로 자리를 옮겨 그의 장기를 살려서 금융 관련 업무를 도맡아 진행했으나 유종의 미를 거두지는 못했다.

    인동 시선인터내셔널 데코앤이도 변화 커

    이랜드 출신으로 세정(대표 박순호)의 CSO로 활약하던 선원규 상무, 그리고 세정과미래(대표 박이라)에서 COO로 활약하던 이경춘 상무도 아쉬움을 뒤로하고 모두 현업에서 물러났다. 에이션패션(대표 염태순)을 거쳐 최근까지 팬콧(대표 김민식)에서 활약하던 이길재 상무, 그리고 대현(대표 신윤건)에서 활약하던 배한승 상무도 최근 이직했다.

    그야말로 패션인력시장에 회오리 바람이 불고 있다. 계절은 불볕더위를 향해 치닫고 있지만 패션인력시장에는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특히 50대 중후반대의 사업본부장이나 사업부장들이 대거 물러나는 분위기다. 50대를 갓 넘긴 CD들 역시 찬밥 신세다.

    왜일까? 지난해 세월호 사건부터 최근 메르스 확산까지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패션기업의 매출은 좀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크게 꺾이는 추세다. 금융 위기 이후 전반적으로 패션산업이 하향 평준화되는 가운데 패션시장은 대내•외적으로 두 가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경영 2세 및 온라인 부상, 세대교체 한몫

    대내적으로는 패션 경영 2세들이 대거 전면에 등장했다. 패션 대기업부터 중견 패션기업에 이르기까지 경영 2세들이 모두 현업에 투입된 상태다. 대외적인 환경으로는 백화점 중심의 오프라인이 가파르게 기울고 온라인과 모바일 중심의 새로운 세상이 활짝 열렸다.

    결국 경영 2세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또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으로 바뀌면서 여기에 적합한 젊은 인재들로 패션인력이 세대 교체되는 과정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제 이러한 환경 변화에 누가 잘 적응하고 주도할 수 있느냐가 패션인력시장에서 자신의 몸값을 계속 올릴 수 있는 비결이 될 것이다. 당신은 어떤 경쟁력을 갖췄는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패션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비밀병기를 최소 1~2개씩은 확보해 놓아야 하지 않을까?




    **패션비즈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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