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질 판치는 한국 패션 이대로?!

    es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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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2.25조회수 9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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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2년간 수백명의 직원을 반강제적으로 사직시키고 수십명에게 권고사직을 강요한 M사, 고통분담금을 공공연히 공식화해 물의를 빚은 H사, 하청업체에 마땅히 지급해야 할 비용을 50%씩 뒤로 미뤄 불로소득을 취하는 C사, 패션유통산업에서는 오늘도 갑질이 판친다.

    특히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은 갈수록 수위를 더한다. 그 유명한 고통분담금도 근절되지 않았다. 대외적으로 공식화된 이름만 없어졌지 또 다른 교묘한 방법들이 나온다. 협력업체들에게 가장 ‘대놓고 하는’ 빈번한 갑질은 브랜드가 매장을 오픈할 때다. 부산이고 광주고 오픈 매장에 오라면 가야 한다.

    서울에 있는 협력업체에게 부산 소재 백화점에 오픈하니 가서 물건을 사라고 하는 경우, 밤낮없이 공장에 뛰어다니는 생산업체 사장들은 난감하다. “하는 수 없이 부산의 해당 매장에 전화해서 요구받은 금액만큼 아이템을 채워서 보내라 부탁하고 송금하기도 합니다. 그 물건들 받아다 직원들에게 나눠 주고, 남은 것은 봉제공장에 나눠 줬지요.”

    고통분담금, 형태와 방식만 달라졌지 여전해~

    부담해야할 금액도 작년 실적에 따라 거래처별로 300만원 200만원 하는 식으로 아예 정식 통보가 온다. 날짜와 시간을 안배(?)해 정해주기도 한다. 심지어 특정 아이템을 사 가라고 지정해 주는 경우도 있다. 이후 “그 디자인이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소리가 들려오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의류부터 넥타이 부자재 업체까지 협력업체를 고루(?) 나눠서 배당을 합니다. 우리 집에 있는 양복은 다 강매입니다. 10년 동안 내 돈 주고 양복 산 적이 없어요”라고 하소연한다. 가라는 매장에 가 보면 중저가 브랜드의 경우 3만원, 5만원짜리 상품을 200만원 300만원어치 사려면 그것도 고역이다. “사도 사도 300만원이 안되요. 고르다 다 못 골라서 청바지X30개 니트X50개… 이렇게 보내 달라고 하기도 하죠.” 사정이 이렇다보니 매장 오픈했다는 전화가 오면 겁부터 난다.

    심지어 요즘은 직원가 사내 판매 행사를 하는데 그걸 강매하는 경우도 있다. 재고를 거기서 털어 내는 것이다. 그것도 협력업체는 일단 가면 몇백만원어치는 사야 한다. 오라고 전화가 오면 안 갈 수도, 안 살 수도 없다. 미운털 박힐까 봐서다. MD든 디자이너든 구매과든 누군가가 맡아서 아주 정교하고 세밀하게 관리가 되는 듯하다. “아마도 이것이 해당 직원들의 실적으로 체크되는 듯해요”라고 했다.

    부끄러움도 미안함도 없는 협력업체 등치기

    한 관계자는 “이런 발상은 ‘협력업체가 모두 내 머슴’이라는 의식에서 비롯되며 대부분 오너 혹은 최고 경영자의 도덕성에 그 뿌리를 둡니다.”고 설명한다. 즉 “내가 적게 벌면 니들도 굶으니까, 혹은 내 덕에 네가 먹고 사는 것 아니냐. 큰집이 매장을 열면 작은 집이 당연히 와서 축하를 해 줘야 하지 않나…?” 이런 속내가 숨어 있는 것이라는 것.

    과연 이게 GNP 2만6000달러 되는 나라의 상황이 맞나 싶게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다. 사회는 갈수록 바뀌는데 어찌 패션업계는 이 모양일까. 이를 요구하는 태도도 너무 태연하다. 죄의식도 부끄러움도 없이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행태는 대기업도 다를 바 없다. 대기업 K사가 진행, 주최하는 골프대회, 갤러리용 티켓을 매년 협력업체들에 강제로 몇십만원씩 사라고 한다.

    한장에 20만원에 가까운 티켓을 몇십만원어치 사지만 골프는 구경도 못 한 채 책상 속에서 썩어 간다. 결국 K사는 하청업체들에게 티켓 팔아서 주최비용을 수억씩 메꾸는 형국이다. “골프 치는 사람 없다고 하라고 해도, 우리 직원들은 언감생심 한마디도 못 해요. 신고? 누가 그걸 신고하나요. 거래처 무서워서 못 하지.”

    패션은 딴 나라? GNP 3만달러 가까운 나라 맞나?

    “대기업 C사가 전개하는 SPA브랜드에 샘플을 잔뜩 보냈어요. 직원이 열 번을 전화해도 바쁘다 출장이다 뭐다 하며 전화 연결조차 안되요. 오더를 달라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 예의라는 게 있지. 남의 물건 가져가서 돌려주지도 않고…. 전화도 안 받고 가타부타 답도 없어요….” 또다른 사장은 “예나 지금이나 접대하고 룸살롱 가서 놀아 주고 비딩 붙어서 한 시간 두 시간 기다려 어린 디자이너 5분 기다려 상담하고…. 술 먹으면서 욕이나 하고…. 이런 인생 살고 싶지가 않았어요.” 이 사장은 최근 프로모션 못 해 먹겠다며 업종을 바꿨다.

    “지금 같은 시대에는 ‘이 업체가, 혹은 이 상품이 필요한가, 안 필요한가?’에 따라 소통하고 결정하면 돼요. 프로모션의 사무실 쇼룸에 샘플이 잔뜩 걸려 있는데 왜 언제나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오라 가라 하죠? 몇 개 가져가지도 못하는데. 디자이너들이 보러 오면 훨씬 풍부한 샘플을 보면서 상담할 수 있는데 왜 가만히 앉아서 바리바리 싸들고 오라고 하나요?”

    품평회를 하고 나면 이틀 만에 아더 컬러를 내라고 한다. 프로모션이 무슨 귀신 들린 회사인가? “처음부터 안 되는 것은 과감하게 안 된다 하고 끊어야 하는데, 처음에 무조건 ‘예, 예, 알겠습니다’ 하고 길을 들인 것은 프로모션 측의 잘못”이라고 그는 자책하기도 했다. ‘된다’ 하고 사장이 돌아와서 직원들 밤새 고생시키고, 나중에 품평회에서 드롭되고 거래처 끊기고…. 그래도 한마디 말도 못 한다.

    오더 달라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 예의 너무 없다

    생산과정에서 일어나는 등치기는 또 어떤가. 어떤 아이템이 올해 유행했다. 원단을 10만야드 짜라고 오더를 한다. 프로모션은 백단으로 저장해 두고 리오더를 하려고 했다. 헌데 올해 트렌드가 비껴 갔다? 그러면 메이커는 이 원단을 갑자기 캔슬한다. 이미 입고된 원단은 원단업체가 떠안아야 한다. “나중에 써 줄게”라는 말 한마디로 상황 끝.

    오더를 받아 진행하던 것을 중간에 캔슬해도 프로모션과 생산업체는 억울함을 호소할 수도 없다. 그 다음의 오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넘어간다. 오더를 확정한 것이었으니 나중에 쓰더라도 결제는 해 줘야 하는 것 아닐까. 그게 버거우면 원가로 계산하더라도…? No~ 국물도 없는 게 국내 현실이다.

    생산과정에서도 온갖 시험성적서를 원하는데,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면 그 성적서 날짜가 하루이틀 미뤄진다. 최종 딜리버리 날짜는 붙박이로 고정돼 있으므로 그 성적서 받으러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느라 중간에 있는 협력업체는 속이 까맣게 탄다. 납품날짜는 단 하루도 어기지 못하게 하면서 중간에 컨펌을 해 줘야 하는 담당자들은 왜 밥 먹듯이 이를 어기고, 이로 인한 영향을 납기날짜에 계산해주지 않나?

    검품할 때는 이 잡듯이 뒤져서 다 반품시키고…

    품평회를 하면 해외 생산에서 납품까지 6개월이 걸린다. 따라서 초기에는 납기 개념이 별로 없다. 지금 당장 샘플 내고 컬러 컨펌 받고… 이것이 더 급한 일이다. 막내 디자이너들이 맡아 정리하는데 종종 샘플 컬러와 아더 컬러, 메인 컬러가 다 틀리다. 하지만 소비자 관점에서 큰 하자가 없으면 한달 사이에 비트 보고 원부자재 컨펌하고 디자인 컨펌이 끝나 약 7개월 뒤면 상품이 나온다.

    헌데 7개월이나 남아 있다 보니 브랜드 측은 앉아서 자기(디자이너)네 눈에 완벽하다고 생각할 때까지 샘플을 내고 또 낸다. 급한 마음에 슬그머니 안(디자인실)에 들어가 보면 막내 디자이너는 위의 팀장, 팀장은 그 위의 실장에게 컨펌을 받아야 하는 층층구조다. 또한 수십개의 컨펌을 하다 보니 언제 내 상품의 컨펌이 떨어질지 마냥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협력업체는 지금 일주일 늦어지면 나중에(7개월 후) 납기도 일주일 늦어진다는 말을 절대 하지 못 한다. 왜? 눈밖에 나면 안되니까. “빨리 좀...”라고 읍소할 뿐. 디자인실은 출장도 자주 가고 시장조사도 자주 간다. 때문에 하나 컨펌 받는 데 며칠씩 걸린다. 그럼 이후의 모든 일정은 뒤로뒤로 밀리기 마련. 겨우 컨펌 받아서 생산에 들어가면 원단 짜는 데부터 시작해 에어로 싣고 딜리버리도 놓치고… 그 뒤로는 전쟁이다.

    디자인실 일정이 늘어져도 딜리버리는 엄수?

    딜리버리가 늦어지면 또 어떤가. 프로모션은 대부분 알면서도 불공정 계약서를 쓰기 마련이다. 늦어지면 늦어진 것에 대해 소비자가의 몇 퍼센트를 때려서 물어내는 식이다. 프로모션이 납품하는 비용을 물어 주는 게 아니라 백화점에서 팔았을 때 나와야 할 이윤 금액만큼을 납품할 때 할인해 줘야 한다. 이거 과연 정당한 거래인 것일까?

    브랜드 내부 프로세스 때문에 컨펌이 늦어졌을지라도 소용없다. 7개월 후 납품할 때 가서 무슨 말을 하나…. 그때 가면 컨펌을 늦게 해 준 막내 디자이너는 그만뒀거나 부서이동을 했기 일쑤다. 설사 그가 있다 한들 누가 컨펌을 안 해 줬느니, 샘플 낼 시간 다 오버돼서 그랬느니… 하는 얘기를 할 수 있는 간 큰 협력업체는 없다. 벙어리 냉가슴 앓을 뿐.

    납품 일정관리는 또 다른 부서에서 한다. 그러면 그들은 ‘모르쇠’다. 담당부서에선 쥐 잡듯이 일정만 체크할 뿐. “협력업체들은 맨날 죄송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에어로 싣겟다 하는 죄인일 뿐”이다. 만약 에어로 실으면 어떤 결과인 것일까? 프로모션에게는 그 오더의 마진이 한방에 다 날아가는 셈이다. 거기에다 늦은 날짜만큼 정상적으로 팔렸더라면 이윤이 얼마 남았을 것을 상정해 그만큼 DC해 줘야 한다. 그것도 5일 10일 15일 늦을 때 각기 기준이 다르다.

    딜리버리 늦으면 정상가 이윤 상정해 디스카운트

    물건을 완성하면 끝인가? 납품을 한번 하려면 생산부에 납품을 위한 샘플을 주고, 생산부에서 디자인실로 가서 디자이너가 도장을 찍어 다시 생산부로, 생산부에서 물류로, 물류에서 또 다시 검사 과정을 거친다.

    “웃기는 말로 연말이면 사장 집에는 과일바구니가 안 들어오는데 검품과와 생산팀 직원 집은 선물로 가득해요. 왜냐? 물건이 통과돼야 하니까요. 일부러 훈련시키기 일쑤죠. 이를테면 MD가 새로 오면 검품을 잘 안 해주고 까다롭게 해요. 항구에 옷이 잔뜩 쌓여 있는데 입고가 안되죠. 검품을 랜덤으로 해도 되는데 이 잡듯이 잡아요. 그럼 쩔쩔 맬 수밖에.” 이러는 동안 일정은 계속 지연된다.

    이런 과정에서 검품도장 때문에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명 ‘아웃도어 도장 사건’도 있었다. 슬쩍 돈을 찔러 주면 태그 라벨에 찍는 검품도장을 내 주는 것이다. 협력업체는 도장을 가지고 생산처에 가서 도장을 다 찍고 되돌려 준다. 이게 소위 ‘검품’이다.

    초기 샘플, PP샘플, 시핑샘플, 3번 컨펌후 또 확인

    “물건을 처음에 샘플 때 보여 줘, PP샘플이라 해서 메인 들어갈 때 보여 줘, 시핑(shipping) 샘플이라 해서 물건 싣기 전에 보여 줘, 그런데도 입고를 안 시키고 또 부서들이 돌려 돌려 하며 문제점을 잡아? 디자이너들이 옷 입어 보고 피팅 잡고 다 컨펌한 거 뭐 하러 또 도장 찍나요? 심지어는 화가 나서 ‘너네 이러다 언제 옷 팔래? 경기도 이런 마당에…’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클레임이 또 협력업체를 괴롭힌다. ‘기획 클레임’이란 상품이 원래대로 안 나왔을 때를 말한다. 컬러든 디자인이든, 잘못 나왔다면 그 상품은 받지 말아야 정상이다. 헌데 상품을 받는다. (마음에 들지않는 상품을) 받는 대신에 소비자가 이 물건을 많이 안 사 갈 것이라는 것을 상정해 그 예측만큼 상품대금을 깎는다. 그런데 가끔 그게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그 할인금액을 돌려 줘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다. 대부분 “안 받아 주는 것보다는 이 값으로라도 받아 주는 게 낫지 않느냐”라는 논리를 펴며.

    헌데 받아서 매장에 내놓을 정도라면 받을 만하다는 증거가 아닌가? “작업지시서와는 약간 다르지만 파는 데는 큰 하자가 없어요. 이런 경우 클레임을 거는 것은 영업부에서 해야 맞지 않을까요. 디자이너나 검품과에서 클레임을 거는 것은 이게 팔릴지 안 팔릴지에 대한 기준이 분명치않아요. 최종은 영업부에서 소비자를 놓고 판단해서 경고를 날리거나 ‘아니다’ 하면 받지 말아야 정상 아닐까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 무턱대고 클레임이니 ‘50% 깎아’ 하면, 하나 납품해서 일년 장사 날아가 버립니다.”

    도장 찍어야 할 검품과서 돈 받고 도장 내주기도

    “납기 클레임은 앞쪽으로 가 보면 디자이너들의 잘못이 대부분이죠. 프로세스마다 기록을 해도, 늦어진 이유가 거기라 한들 누구한테 그 억울함을 얘기하나요. 말하는 순간 보복조치 들어옵니다. 어떻게든 알랑방귀 뀌고 밥 사 주고 해서 빨리 컨펌하게 해야지 그걸 컴플레인하거나 폭로하는 순간 거래는 끝납니다.”

    위에서는 사정도 모르는 오너가 “우리 회사는 하청업체에 잘하라고 윤리교육 철저히 시켰다”라고 자랑하지만 밑에 내려가 보면 교육의 흔적조차 없다. 오너들이 정신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 그 일을 파고들어 가서 협력업체들이 일을 잘 하도록 만들어 줘야 그 교육이 결과가 있는 것이 아닌가. 모아 놓고 말로만 하는 건 소용없다.

    때문에 20대 30대 디자이너가 아버지 같은 하청업체 사장을 한 시간 기다리게 하고 5분 만에 클레임 걸고 들어가 버리는 게 현실이다. 그녀(그)들은 갑이라 절대 그게 잘못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경쟁이 심해 어떻게 해서든지 먹고살아야 한다. 굽신거리며 뭐든지 “바꾸겠습니다” 하고, 오더만 주면 굽신굽신…. 따박따박 따지는 협력업체는 까칠하다며 오더가 잘리니 이런 관행을 깰 수가 없다.

    아버지 같은 하청업체 사장 한 시간 기다림 다반사

    브랜드측이 해외출장을 갈 때 협력업체들의 법인카드를 걷어 가기도 한다. “노골적으로 해외출장 가서 소싱한다고 법인카드 가져가서 샘플링한 것을 가져다줍니다. 샘플링이 명분인데, 자기네가 유럽 가서 소싱하고 개발하는 비용을 왜 하청업체에 부담시킵니까? ‘너희 아이템을 사다 주는 것’이라는 것인데 자기네 R&D 비용을 왜 우리가 냅니까. 솔직히 우리나라 프로모션이 생산 핸들링이지, ODM 하는 곳이 얼마나 되나요.”

    물론 아더 컬러 내서 샘플 만들어 오라 하면 당연히 그 샘플은 프로모션이 지불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그 샘플을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소싱은 브랜드에서 해야 하는데 하청업체의 법인카드를 가져가서 한다? 어떤 업체는 디자이너들의 비행기표 값까지 지불한다고 한다. 뭔가 크게 잘못된 상황이다.

    “프로모션 사장들 모임 가 보면 술만 먹으면 욕을 입에 달고 살아요. 다들 한이 많아요. 직장생활보다 돈은 더 벌지만 패션 프로모션 10년 하면 망가져요. 마음 졸이고, 뭐 하나 잘못되면 일년 장사 망치고, 어린애들한테 욕 얻어 먹고 나와서 소주 한잔하고…. 딴사람 됩니다. 나도 저렇게 되겠구나… 하면서 접었습니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출장 갈 때 샘플비에 비행기표도 협력업체 지불?

    이런 상황은 패스트패션이 오면서 더 심해졌다. 과거의 굵직굵직한 악습, 통장으로 검은돈이 들어간다거나 골프장에서 내기에 져 준다든지, 거래의 댓가가 몇%로 떨어진다던지, 노름을 한다든지, 요란스러운 밤문화라든지 하는 관행은 많이 없어졌다. 윤리경영이니 상생경영이니 하며. 그 대신에 사이드로 자근자근한 행태들이 생겨났다. 더 치사하고 교활한 방법으로.

    따지고 보면 이는 국내 구조가 모든 것(생산부터 유통까지)을 한 군데서 다 쥐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마케팅하는 회사와 디자인하는 회사, 생산하는 회사는 모두 동등해야 한다. 다 중요한 역할 아닌가. 그것을 한 기업이 모두 맡아하면서 외부 아웃소싱을 하며 대장 노릇을 하는 우리의 구조적인 문제인 것이다.

    사실 패션업체들이 가장 집중해야 하는 것은 마케팅이고 소비자를 바라보는 관점을 무엇보다 강화해야 하는데, 이 마케팅을 하기 위한 과정, 내부구조가 너무 복잡하다. 생산 전문가, 디자인 전문가, 홍보 전문가… 별의별 전문가 다 필요한, 모두가 대기업이 돼야 하는 구조다. 그러면서도 실제 전문가는 없다. 국내 사업부장들은 절반은 생산을 쫓아다니다 백화점에서 오라 하면 또 불려다니지않나.

    진정한 기획회사도 전문가도 없는 한국패션 자화상

    유럽의 경우 우리나라로 치면 프로모션 같은 ODM 업체들이 잘 발달해 있다. 유명 브랜드들이 모두 그런 협력업체들과 긴밀하게 움직인다. 강력한 기획을 외부에서 해 주는 것이다. 내부 전문가는 이들과 파트너십으로 일하면 된다. 디자인과 생산은 완전히 이질감 있는 별개 사업인데 우리는 이것을 내부에서 다 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집중력과 전문성을 흐린다.

    브랜드 하나를 론칭하고 성장시키려면 수백억이 든다. 틀이 정해져 있다. 왜 그래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아무도 물음표를 달지 않는다. 왜? 늘 그렇게 해왔으니까.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ODM 업체와 연결하고 내부에는 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전문가만 있으면 되는데 우리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

    이렇게 우리의 모든 구조는 비효율과 왜곡으로 가득 차 있다. 만약 이런 모든 것들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치자. 왜 우리는 충분히 성장한 지금, 내부 시스템을 만들고 자신의 본질을 개혁해야 할 이 소중한 시간에 협력업체를 등치며 과거와 달라지지 못하는가. 이렇게 하부구조를 약하게 만들어서 과연 우리 경쟁력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인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는 2015년, 한국 패션업계의 초라한 자화상이다.

    **패션비즈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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