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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검은돈 관행 어디까지…
Thursday, May 22, 2014 | 민은선 기자, esmin@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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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헌 현 롯데백화점 사장의 비리 사건으로 유통가는 물론 전 패션업계가 시끌시끌하다. 롯데홈쇼핑에서 불붙은 임직원 횡령 비리 관련 사정 칼날이 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긴 전 최고경영자인 신헌 사장에게로 향하고, 이로 인한 롯데그룹의 내부감사와 함께 전 그룹 차원으로 확산됐다. 더불어 이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에 대해 모두 전전긍긍하는 형국이다.
최근에 신헌 대표는 구속은 피했지만 과연 이 상황이 어디까지 어떻게 전개될지 모두가 숨죽이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신 사장이 지난 2008년에서 2012년까지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일부 임직원이 챙긴 검은돈 중 수억 원이 신 사장에게로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했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이들 중 상당히 많은 유통업체들이 지금 숨을 죽이고 있다. 사실 이런 유통가의 ‘검은돈 관행’은 비단 홈쇼핑 업계만의 일은 아니다. 백화점에서 할인점 아울렛 온라인 대리점에 이르기까지 물건을 팔고사는 중간에 위치하는 유통업태의 특성상 이런 비리로부터 그 어느 업체도 자유롭지 못하다.
5000만원 3000만원 2000만원 거래비 설정?
“A홈쇼핑은 5000만원, B홈쇼핑은 3000만원, C과 D홈쇼핑은 각각 2000만원으로 이 업계에서 거래비가 대충 설정돼 있다”는 것이 한 전직 홈쇼핑 출신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는 ‘재수없게’ 혹은 ‘정치적인 이유로’ 롯데홈쇼핑이 걸려들었을 뿐이지 이 문제는 파면 팔수록 그 근원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뿌리가 깊다고 주장한다.
특히 급성장하는 유통일수록 이런 비리는 ‘관행’ 수준이라 한다. 지난 90년대 백화점이 그랬듯이 이어 면세점이 그랬고, 대형마트와 대리점은 지금도 이런 관행이 만연하다. 이어 최근 몇년 사이 급성장한 홈쇼핑이 이제 그 핵심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몇년에 한번씩은 유통업체 인사가 꼭 이런 비리건으로 갑자기 옷을 벗거나 검찰의 수사를 받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최근 대형마트를 위주로 영업하는 한 브랜드 임원의 경우 X사와 입점문제를 잘 진행하고 있었고, 입점이 거의 결정됐다는 통보를 받았으나 마지막 순간에 좌절됐다. 이유를 알 수 없어 더 윗사람과 한번 더 상담을 하려고 시도하고 있는데 담당 바이어가 “아마 소용없을 것이다”라고 귀띔해 줬다. 이유인즉슨 해당 부장임원과 긴밀(?)하게 엮여 있는 경쟁업체가 이미 손을 써놓았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이 업체는 해당 매장을 그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경쟁사에 빼앗겼다.
한번 방송에 대박 치면 1년치 매출 단박에 올려
대리점은 한술 더 뜬다. 한 개의 대리점을 열 때마다 수천만원의 웃돈이 오간다. 좋은 브랜드 하나를 유치할 때마다 매출도 매출이거니와 매장의 권리금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 돈은 파워 있는 갑 브랜드의 경우 브랜드 영업담당자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즉 점주 입장에서는 좋은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브랜드 담당자들에게 커미션을 상납하는 것이다.
특히 이런 사례는 시장상황이 바뀌어 뜨는 복종일 때 더더욱 심하다. 과거 여성복에서 시작한 대리점 유통의 선호 브랜드가 캐주얼로, 스포츠로 이어져 최근 아웃도어가 꽃을 피우고 있다. 특히 조건이 좋지 않은 상권의 매장들이 A급 브랜드를 유치할 때 공공연히 검은돈 거래가 이뤄진다.
홈쇼핑의 경우 벤더 한개사가 한두 번 홈쇼핑에서 대박을 치게 되면 1년치 매출을 단박에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벤더들은 좋은 시간대를 얻어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검은돈과 비리가 들어설 여지는 너무나 많다.
A급 브랜드 대리점 하나 열 때마다 거액 커미션
납품업체들은 한 번 방송을 타려면 벤더(상품공급업체)를 통해 상품기획자(MD), 품질검사팀, 방송기획 · 편성부서 등 검토단계를 거치게 된다. 비리를 견제하기 위해 방송 결정 권한을 분산시켜 놓았지만 결국은 이것이 먹이사슬이 됐다.
이들 사이에 뒷돈이 오가고 그 돈은 위로 위로 배분된다. 서로의 책임을 전가할 미끼다. 이렇게 되면 가격이 높아져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홈쇼핑에서의 수수료는 매출액의 30~40%에서 검증이 안 된 중소기업은 42%까지 수수료를 떼기도 한다. 방송 과정에서 필요한 배송비, 세트제작비, 모델료 등 제반 비용까지 벤더의 몫이다.
이번 비리사태로 유통계의 악습이 폭로되면서 파장이 타 유통에도 확산될 조짐이다. 특히 먼저 선진화된 백화점의 경우 이제 이런 노골적인 횡포는 발을 들여놓기 어려운 구조다. 과거 모 백화점의 경우 입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입부를 거치고 나면 1년에 집 한 채가 생긴다’는 루머도 돌았다. 하지만 ‘윤리경영’과 ‘내부고발 시스템’이 강화되면서 최근에는 비리가 상당부분 없어졌다고 한다.
상품기획자 품질검사팀 방송기획 편성으로 이어져
경쟁도 치열한 데다가 힘의 논리가 바뀌어 갑과 을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균형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선진화의 단계가 덜한 유통업태나 외국계 유통이면서 국내 스타일에 맞게 국내 영업이 이뤄지는 유통의 경우 검은돈의 온상이 되기 쉽다.
사실 홈쇼핑들의 횡포와 악습은 방송편성 비리 외에도 패션업계에서 이미 여러 형태로 벌어져 왔다. 청탁성 뇌물이 공공연하고, 최근처럼 홈쇼핑에서 수입 브랜드를 선호하는 분위기에서는 원하는 브랜드를 독점 계약하게 연결해 주고 거기에서 일종의 커미션을 챙기기도 한다.
한 영업본부장은 “적발된 사람만 희생양으로 내몰린다. 금품 상납은 어차피 계속 이뤄진다. 술이 되든 돈이 되든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며 “물론 모든 유통이 비리의 온상은 아니다. 내부 감사 시스템이 잘 갖춰진 백화점들의 경우는 매우 깔끔하다. 만나면 되레 ‘영업하느라 업체가 고생한다’며 바이어가 밥을 사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차명 계좌, 중간 관리 등 은밀한 거래도 종종
그렇지만 명목상 윤리경영을 확실하게 밝히는 곳의 일부 바이어들은 ‘그래서 더욱 지능적으로 상납을 챙긴다’는 설도 있다. 분명한 것은 ‘연기가 나는 데는 원인이 있다’는 점이다.
업체 관계자 역시 “이번 문제는 단순히 홈쇼핑이나 유통만 탓할 것이 아니다. 돈 받는 백화점이나 돈 주는 업체나 모두 잘못한 것이다. 패션업계에 그런 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이 참으로 부끄럽다. 어쨌거나 백화점 의존이 높은 국내 패션 유통구조 속에서 속히 경쟁력을 마련해야 한다. 가두상권을 바라보면 자금력이 큰 대형 글로벌 브랜드들이 장악하고 있고, 참으로 착잡한 심경이기만 하다”고 애로점을 토로한다.
자,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소비자들이 물밀듯이 빠져나가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왜 우리는 이런 구습과 ‘관행’이라는 유혹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모든 것들이 모여서 ‘패션한국’의 수준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닌가.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해서 이겨내야 할 지금 우리의 부끄러운 구습이 우리의 발목을 꽉 잡고 있다.
**패션비즈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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