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LF, ‘빅 컴퍼니로(?)’

    안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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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5.08조회수 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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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션 대기업 맞수인 삼성에버랜드와 LF가 의류사업에 국한하지 않고 사업 부문을 확장해 라이프스타일, 생활문화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두 기업 모두 ‘1조 클럽’에 머물지 않고 2조, 3조원대의 빅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한 기틀을 ‘패션’이 아닌 가능성 있는 미래 시장에서 찾고 있다. 궁극적으로 패션 카테고리를 확장해 의식주를 아우르는 생활문화기업으로 초석을 다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13년 매출 기준 삼성에버랜드 패션 부문은 1조9643억원, LF는 1조4860억원을 각각 올렸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도약해 글로벌 기업들과 붙어 볼만한 빅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 패션 부문을 인수할 당시 “일모가 보유한 디자인 역량을 기존 사업에 접목하는 가운데 기존의 테마파크, 골프장 운영 등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결합해 패스트패션, 아웃도어, 스포츠 분야 등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출신의 윤주화 사장은 공급망 관리인 SCM을 전사적으로 강조하면서 효율과 수익을 중시하고 있다. 빅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서는 그만한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구본걸 LF 회장은 “단순히 옷을 만들어 파는 회사가 아니라 브랜드를 통해 고객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기업으로 재도약하겠다”며 “외식업과 식음료업 등 사업다각화에 전방위적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60년 역사의 제일모직, 그리고 40년 전통의 LG패션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사명을 바꾸면서 ‘모직’과 ‘패션’을 떼어냈다. 뉴 CI로 변신한 삼성에버랜드와 LF의 새로운 도전은 패션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골목상권을 침범하듯 자잘한 패션사업에 거대한 자본력을 투입,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하던 방식은 어느 정도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 양사 모두 사명변경 전후로 실적이 부진한 브랜드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대표 브랜드 키우기에 여념이 없다.
    삼성은 「에잇세컨즈」 「빈폴」 「로가디스」를, LF는 「헤지스」를 빅 브랜드로 키워 글로벌화한다는 계획이다. 세계적 브랜드와 게임하려면 우선 규모의 경제가 돼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일수록 자본이 요구되는 빅 브랜드 중심으로 투자 계획을 세운 것에 업계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고 있다.
    대기업이 국내 패션시장을 통째로 삼킬 것만 같았던 구조에서 벗어난 듯하나 ‘패션’이 미래를 담보할 만한 가치가 떨어지거나 시장경기를 어둡게 보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패션이 단순히 옷이 아니라 문화 콘텐츠로 의미를 확대해야 하지만 옷 장사 하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여타 패션 전문사들은 이들 대기업의 다른 행보를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이름조차 익숙하지 않은 삼성에버랜드와 LF, 한국 패션의 역사를 써온 이들이 CI를 바꾸고 재도약 의지를 밝힌 만큼 다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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