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경영자 자질, 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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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경영자 자질, 이대로?

Thursday, Jan. 16, 2014 | 김숙경 기자,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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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의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 「루이뷔통」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H&M」의 스테판 페르손 회장, 「나이키」의 필 나이트 회장,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 이들은 미국 경제지인 블룸버그가 작년 11월 초에 발표한 세계 100대 억만장자 순위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거부들이다.  

특히 패스트패션의 선두주자인 「자라」를 이끌고 있는 오르테가 회장은 64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으로 세계 거부 3위에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다. 국내 기업가 중에는 유일하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2조4000억원의 자산으로 97위에 랭크됐다.  

정말로 눈이 휘둥그레질 일이다. 국내에서는 패션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계륵으로 추락하고 있는데 어떻게 세계적인 거부 명단에 이렇게 많은 패션 경영인들이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이들이 수백년 동안 가업을 이어온 결과로 이룩해 낸 성과라면 또 모르겠다.  


패션산업, 황금알 낳는 거위에서 계륵으로 전락    

오르테가 인디텍스 회장은 맨주먹으로 시작해 1972년 첫 양품점을 냈고 3년 뒤인 75년 「자라」 1호점을 오픈했다. 40년이 경과한 현재 인디텍스는 연간 24조원 규모의 매출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패션기업으로 성장했다.    

야나이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은 아버지가 운영하던 신사복 제조 회사에 경영2세로 입사해 주력업종을 캐주얼웨어로 바꾸고 1984년 「유니클로」 1호점을 오픈했다. 그의 사업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 나갔고 30년이 경과한 지금은 연간 10조원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는 일본 최대 재벌로 도약했다.  

이들과 견주어 볼 때 한국 패션기업들과 패션경영인들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사업시작 년도는 비슷했지만 국내 패션기업들이 만든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국내 패션산업 역사에 있어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기업들과 경영인들이 많았지만 이를 제대로 지켜 낸 경우는 몇 손가락에 불과하다. 대부분 M&A되거나 부도로 패션 무대 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인재양성 등 경쟁력 강화 뒷전, 개인 富만 축적    

왜일까? “장사꾼만 넘쳐날 뿐 사업가다운 사업가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지난 40년 동안 한국 패션산업의 도입기와 성장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엄청난 부를 축적한 패션1세대들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분들은 패션사업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개인적인 부를 축적하는 데 우선했죠. 롱런하는 브랜드를 위한 상품과 마케팅에 대한 투자, 똑똑한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이나 직원 복지에 대한 투자, 경영 효율화를 위한 시스템 투자는 뒷전이었습니다. 주력 업종이 아닌 비패션 분야에 진출하거나 땅이나 건물 등 부동산 투기에 몰두했습니다.  

그 돈을 소프트 개발에 투자해 패션 디자인 창작 경연대회를 열고, 신진 디자이너를 창출해 냈다면 한국 패션산업도 IT나 가전 자동차 산업처럼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았을까요?” 패션산업에 몸담고 있는 경영 컨설턴트의 진단이다.  

주력 업종을 키워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돈을 좇아 다른 데에 눈 돌린 결과는 비참했다. 논노 나산 유림 등 한때 패션시장을 풍미하던 회사들이 줄줄이 망한 이유다.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지 않고 돈을 좇다 보면 돈은 발이 달려 있어 더 빠른 속도로 도망간다고 하는데 문제는 이들 경영인들의 전철을 밟는 사례들이 아직도 즐비하다는 점이다.  


최고 경영자의 조급증? 브랜딩에 걸림돌     

실제 캐주얼 S사 경우 부동산 투자개념으로 물류센터를 짓고 브랜드도 「I」뿐만 아니라 M&A를 통해 「O」 「J」까지 늘려 나갔다. 그러나 무리한 투자가 화근이 됐다. 동일 조닝에 세 브랜드가 몰려 중복현상이 짙고, 설상가상 경기침체 경기불황으로 소비심리마저 위축되자 이 회사는 판매부진에 재고누적까지 겹쳐 끝내 주력브랜드를 매각하고 지금은 겨우 브랜드 사업을 연명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최고 경영자의 조급증과 도덕적 불감증도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장기적인 시각과 관점을 갖고 브랜드를 키워 나가기보다는 매출볼륨을 키우는 데 급급한 경영자들이 너무 많아요. 최고 경영자의 조급증이 브랜드를 차근차근 키워 나가야 하는 패션 사업에서 마이너스 요소가 되고 있어요. 잘나가는 브랜드의 히트 아이템뿐 아니라 디자인 특허 침해 사례가 될 수 있는 로고나 심벌까지도 카피하라고 종용하는 경영자도 흔히 볼수 있어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백화점 매장을 가면 모든 브랜드들이 똑같아 보이는 이유다. 이러한 방식이 앞으로도 통할까? 답은 분명 ‘No’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브랜드만의 색깔과 아이덴티티가 분명해야 인정받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최고 경영자가 앞장 서서 카피를 종용했던 H회사의 경우 지금은 소문이 퍼져 경력자들이 입사를 꺼리는 영순위 기업으로 손꼽힌다. 직원들의 자존감 없이 어떻게 차별화된 상품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지 않으면 해당 기업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굳이 보지 않아도 비디오다.  


수시 가격 할인 정책, 브랜드 신뢰도 추락    

소비자를 기만하는 업 택(Up Tag) 전략을 비롯해 수시로 가격할인 행사를 일삼는 경우도 문제다. 다른 산업 분야와 비교해 볼 때 제품 가격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큰 것은 패션산업에 몸담고 있는 경영인들이 가장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일년에 네 차례 진행되는 백화점 정기세일 기간도 모자라서 브랜드 가격할인 행사가 수시로 진행되고, 온라인과 아울렛을 통한 판매 비중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지금 제 값 주고 옷을 사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제대로 된 브랜딩 보다는 물량이나 마켓셰어 경쟁이 빚어낸 참담한 현실이다.  

실적 위주로 운영되다 보면 브랜드는 쉽게 망가진다. 심지어 브랜드의 DNA까지 훼손되는 경우가 속출한다. 해외 유명브랜드를 비롯 글로벌 SPA에 소비자가 몰리는 이유를 면밀히 분석해 보면 기저에는 그동안 보여준 일관된 판매 정책으로 인해 최소한 내가 속아서 옷을 사지 않는 다는 신뢰감이 깔려 있다. ‘옷값에 대한 신뢰감 회복’ 패션경영인들이 가장 선결해야 할 지상과제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내수 시장에 안주해 세계 시장의 판세를 보고 이를 전략적으로 펼쳐 나갈 경영자나 지략가가 없었던 것도 큰 요인입니다. 결코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패션산업은 비제도권인 남대문과 동대문 시장에서 출발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한 국내 패션산업이 세계시장 무대로 나가는 데는 극복해야 할 장애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과거의 성공기억을 모두 지워야만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구습을 빨리 버리고 글로벌 시장의 표준에 맞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야만 합니다”며 글로벌 기업의 지사장으로 활동하는 대표는 지적한다.  


  ‘과거 성공 기억 하루빨리 지워야 미래 있다’    

패션산업은 하이리스크의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3~4%의 성공확률이지만 소비자의 구매의욕을 사로 잡으면 수천억원 매출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 더군다나 지금은 전 세계 소비자들이 비슷한 구매 성향을 보이고 있고 국가별 FTA 등의 협약으로 인해 글로벌 장벽이 무너진 만큼 수조원 규모로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자라」와 「유니클로」가 우리에게 성공모델을 보여줬으며 오르테가 회장과 야나이 회장은 세계적인 부호로서 부와 명성까지 얻었다.  

멀리 외국에서만 찾을 필요도 없다. 우리에게도 각 분야에서 희망의 롤모델을 찾아볼 수 있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1980년 사업을 시작해 패션유통사업에 뛰어든 지 33년 만에 작년 매출 10조4000억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패션부문 매출은 국내 해외 포함 4조9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SPA중심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한 덕분에 매출이 9% 신장하고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 스리랑카 미얀마 등으로 옮기면서 원가절감 덕에 영업이익이 27%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이랜드는 외환위기를 넘긴 1999년 도입한 ‘지식경영’이 회사 발전의 밑바탕이 됐다고 평한다. 직원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내고 매년 4000건 이상의 지식을 선별해 이중 5%는 기업비밀로 따로 지정해 관리하는 등 이랜드는 직원들의 현장지식을 체계적으로 활용하면서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다.  


박성수 김성주 염태순 회장 등 혁신적 사업 전개    

핸드백 「MCM」을 전개하는 김성주 회장은 글로벌과 로컬 판매로 1조원을 바라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과거 성주는 해외 유명 브랜드를 수입 판매하는 디스트리뷰터에 불과했지만 지난 2005년 자신이 수입하던 독일 브랜드 「MCM」을 인수해 과감한 구조조정 작업과 리뉴얼 작업을 거쳐 지금은 전 세계 35개국에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 냈다.  

카리스마 넘치는 김 회장의 행보는 마켓이 좁은 국내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 시장 공략에 비중을 실으면서 「MCM」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 냈다. 이 브랜드는 불경기 불황으로 힘들어하는 로컬 중심 핸드백 브랜드들과 무관하게 매년 고공비행을 거듭하면서 2위권과 격차를 크게 벌려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는 여성 경영인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은 3년 전 미얀마에 내수용을 위한 대단위 소싱 라인을 구축한 결과 토종 SPA 「탑텐」을 글로벌 SPA의 대항마로 키워 내고 있다. 또한 탁월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앤드지」 「지오지아」 「올젠」 「유니온베이」 등은 각각의 조닝에서 지배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잠시 주춤했던 계열사 에이션패션의 「폴햄」 「팀스폴햄」 「엠폴햄」 등도 다시금 상승기류를 탔다. 이들 패션브랜드로 작년 6000억원 매출에 육박했으며 선순환 구조에 접어든 만큼 올해는 더 큰 성장을 예약해 놓고 있다.  


세계 시장 무대로 최고 경쟁력 확보만이 ‘살 길’     

오랜 벤더생활을 해오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를 가까이 지켜봐서일까? 염 회장은 강력한 오너십을 갖고 직접 패션사업을 진두지휘한지 불과 3년 만에 패션사업의 본질, 즉 좋은 상품을 좋은 가격에 소비자에게 지속 공급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우리 눈앞에 펼쳐 보이고 있다. 한국섬유소재연구소와의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소재개발 단계부터 시작해 미얀마의 대규모 자체 봉제라인에 이르기까지 직소싱 경쟁력을 갖추고 글로벌 SPA와 맞짱을 뜨고 있다.  

이들 패션기업의 성공 방정식을 보면서 한국 패션산업의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 시장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을 무대로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기업에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최고 경영자의 자질과 실력입니다. 조직의 우선 사항이 소프트웨어냐, 하드웨어냐는 각 개인, 각 개별 기업의 경영진들이 스스로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서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경영자 스스로가 흐름을 간파하고, 스스로 혁신성을 유지해 나가지 않는다면 조직은 힘들어지게 됩니다. 그러기에 경영자는 남 탓 네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유지해야 합니다. 최고 경영자는 길게 • 크게 • 넓게 봐야 하며, 신중하지만 단호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한국 패션기업의 미래는 각각의 패션기업체를 맡고 있는 최고 경영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대표의 지적이 폐부에 와 닿는다.


**패션비즈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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