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억 퍼 마켓 ‘럭셔리’ 전쟁

    안성희 기자
    |
    13.11.11조회수 4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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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황일수록 프리미엄 상품이 잘 팔린다? 2500억원 규모(모피 전문 브랜드 기준 추정치)의 퍼 마켓에 ‘럭셔리 전쟁’이 시작됐다. 한동안 모피의 대중화를 외치던 브랜드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거대한 난관에 부딪쳐 VIP에게 다시 시선을 돌리며 상황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하이클래스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상품 개발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것보다 진정한 고객 소수에게 상품을 파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쉽게 말해 500만원짜리 밍크코트를 10벌 파는 것보다 5000만원짜리 세이블 한 벌 파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모피업계에서 최고급으로 치는 세이블은 요즘 강남상권을 중심으로 인기절정을 달린다. 족제빗과 동물인 세이블은 털이 조밀하고 부드러우며 실크 같은 광택이 나 밍크보다 고급스럽다. 세이블 코트의 가격은 2000만원대부터 시작하지만, 1억~2억원을 웃도는 상품도 있다. 「진도모피」를 비롯한 대부분의 모피 브랜드들이 세이블의 물량을 늘려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세이블 매출이 작년보다 15~20% 높아졌다.

    모피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고객이 예상하고 오는 일반적인 밍크코트 가격은 500만~700만원이다. 실제로 밍크코트의 평균가는 600만원선이다. 프리미엄 퍼의 경우는 평균 1400만원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 제품의 2배 이상”이라면서 “그러나 프리미엄 퍼 개발이 계속 이뤄지면서 2000만원대 이상의 제품도 시중에 나와 있으며, 요즘 인기가 좋은 세이블의 경우는 보통 4000만~7000만원에 판매된다”고 말했다.


    강남상권 중심 세이블 인기 절정… 매출 견인

    이런 시장의 흐름을 몰고온 데는 원자재값 상승이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러시아•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한파의 영향으로 모피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모피가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상류층의 구매가 전 세계 퍼 시장을 휩쓸 기세로 오름세를 탔다. 모피 4대 옥션하우스(미국,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를 통틀어 중국인(바이어) 수요가 70~80%에 달할 정도다.

    지난해 대비(2012년 12월 코펜하겐 퍼 옥션 기준) 원자재 가격은 밍크가 15~25%, 폭스 라쿤 등 긴털 모피류가 40~60% 상승했다. 그러나 완제품 가격은 20~30% 가격을 올리는 데 그쳐 사실상 모피업체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구조를 떠안고 있다.

    원자재 상승치를 제품가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작년보다 가격이 20% 이상 오른 이상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은 그보다 높다. 어차피 가격경쟁(얼마나 더 싼가)으로 붙을 수 없을 바에야 가격저항이 덜한 하이클래스층을 공략해 프리미엄 상품을 하나 더 파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밍크 25%. 폭스 60% 등 원자재 급등 ‘결정타’

    태림모피(대표 이보건)는 지난 9월 갤러리아백화점 웨스트관 2층에 「마리엘렌 프리미에르」를 선보였다. 이는 3년간 준비한 야심작으로 갤러리아백화점과 협업을 통해 이뤄졌다.

    기존에 패션모피인 「마리엘렌」의 럭셔리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마리엘렌 프리미에르」는 ‘비욘드 스페셜(Beyond Special)’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유러피안 스타일의 디자인 감성에 최고급 희소성 있는 소재를 접목했다.

    전통적인 밍크코트 스타일을 버리고 소재의 믹스 & 매치, 희귀 소재를 활용한 제품들로 매장을 채웠다. 이탈리아 최고급 모피 상품도 일부 수입했다. 수입상품 비중은 20% 정도로 많지 않지만 반응이 좋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이재영 태림모피 실장은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매스티지 시장의 가격저항과 그로 인한 소비 유보 혹은 소비 포기가 일어난다”며 “매스티지 시장의 포화상태에 따른 틈새시장 개척과 프레스티지 시장 선점을 위한 하이퍼(hyper) 라인, 혹은 뉴 브랜드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등 시장 상황에 맞춰 「마리엘렌 프리미에르」를 런칭했다”고 말했다.




    *위 자료는 다운받아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매스티지 퍼 포화상태… 프레스티지 선점 필요

    「마리엘렌 프리미에르」는 제2롯데월드 에비뉴엘 입점을 확정한 가운데 아직 국내에 추가로 오픈할 계획은 없다. 그러나 중국에서 퍼 수요가 급격히 확대되는 만큼 현지 대리상을 통해 동방신천지백화점 상하이점과 베이징점 두 군데에 내년 상반기 오픈할 계획이다.

    이 실장은 “그동안 「마리엘렌」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유통 잡지에 광고를 내는 등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 데 노력했으며 실제 롯데백화점 본점이나 갤러리아백화점 웨스트관에서는 중국 소비자가 꽤 많았다. 따라서 「마리엘렌 프리미에르」를 런칭하면서 국내와 중국을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출발했으며 내년도에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피의 패션화를 리드해온 볼륨원(대표 최재영)의 「사바티에」 역시 VVIP 마케팅에 주력하면서 매출을 잡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웨스트관이나 AK플라자 분당점 등에 2억원대의 링스 제품을 갖다놓는 등 럭셔리한 분위기를 한껏 풍긴다. 또 소재의 믹스&매치를 통해 젊고 액티브한 느낌을 주며 패셔너블해 젊은 고객층에게도 인기가 좋다.


    태림, 럭셔리 퍼 「마리엘렌 프리미에르」 런칭

    이정미 「사바티에」 디자인실장은 “밍크 하나 가진 사람이 더 특별한 것을 찾다보니 프리미엄 라인을 계속 개발해야 되는 상황이다. 실질적으로 우리 VVIP 30명 정도는 매해 새로운 상품을 2~3벌 구매할 정도로 충성도가 높아 그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관리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사바티에」는 올해 키즈 라인(7세 여아 상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남성 라인을 출시한 데 이어 아동 상품까지 나와 패밀리 고객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 이 또한 VIP를 위한 전략 중 하나다. VIP의 남편과 아이를 함께 공략하는 것이다. 매출에 크게 기여하는 건 아니지만 남성 상품의 경우는 꾸준히 판매가 이뤄져 올해 7개 스타일로 확대했다.

    캐주얼한 느낌의 재킷, 스포티한 베스트 등 실생활에서 활용도 높은 디자인 위주로 구성했다. 아동은 5개 스타일로 나왔으며 밍크코트, 무스탕 점퍼, 밍크와 캐시미어 콤비 코트 등이다. 키즈 상품 가격은 무스탕 200만원, 밍크 700만원대다.


    「사바티에」, 키즈 라인까지… 엄마와 딸 커플

    동우모피(대표 장동찬)는 올해 배우 한예슬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한 브랜드 「베드니(BEDNI)」를 런칭했다. 지난 10월 1일 하얏트호텔에서 런칭쇼를 개최하고 동우모피 VIP들에게 좀 더 젊고 패셔너블한 퍼 아이템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베드니」는 이탈리아의 퍼 브랜드로서 수입하는 제품도 있지만 한예슬이 기획에 참여해 「베드니바이예슬」이라는 라벨을 달고 매장에 나간다. 모피 브랜드 가운데 스타를 디렉터로 해서 마케팅한 경우는 처음이라 업계의 관심을 끄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베드니」는 「동우모피」 내에 프리미엄 퍼 브랜드로서 판매할 예정이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성진모피(대표 조경호)는 현대백화점 중심으로 14개점만 전개하면서 보다 탄탄하게 고정 고객층을 관리하고 있다. 그들을 위한 희소성 높은 소재와 부가가치 있는 고가의 상품 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 성진모피는 ‘블랙라벨’과 ‘디 얼티메이트 퍼’라는 별도 라인을 통해 최고급 모피를 선보인다. 세이블, 링스, 스와가라, 스타더스트, 톱로트 등 최상위 3%의 엄선된 소재로 만들어진다.


    성진, ‘블랙라벨’ ‘디 얼티메이트 퍼’로 최상급을

    조선정 성진모피 마케팅팀 부장은 “디자인이 화려한 것보다는 소재에서 희소성 있고 고급스러운 상품의 반응이 좋다”며 “모피 브랜드들이 결국 백화점 상위 20% 고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가격적인 메리트보다는 품질과 브랜드 신뢰성 등에서 승부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진모피는 국내 최초로 ‘OA 라벨링 시스템: 원산지 보증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OA 라벨링(Origin Assured Labelling System)’은 영국에 본사를 둔 IFTF(International Fur Trade Federation) 및 스위스의 Cotecna 정밀 감찰 기관에서 품질을 인증하는 제도다.





    「리가」 레이저 커팅 테크닉 도입 ‘뉴 럭셔리’

    리가(대표 이태희)의 「리가」는 밍크류가 보통 500만~800만원이지만 프리미엄 제품은 1100만원에 나와 있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심연의 블랙에 레이저 커팅의 테크닉을 도입해 뉴 모던 럭셔리를 전면에 내세운다.

    「리가」 측은 “경기가 어려울수록 하이클래스층의 구매파워는 더 막강해지는 것 같다. 프리미엄 퍼 마켓이 불황일수록 그 컨디션을 유지 혹은 성장할 수 있는 이유”라면서 “「리가」는 프리미엄 상품 개발에 항시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자재가격 추이를 수시로 점검해 좀 더 좋은 디자인의 하이퀄리티 제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리가」는 올해 냉각돼 있는 소비심리를 반영해 과감한 시도보다는 안정 위주의 클래식함을 어필한다. 기본 베이직에 충실한 스타일로 구성하지만 소재의 품질은 한층 업그레이드했으며 제품 부분부분에 트렌디한 감각을 가미했다. 따라서 럭셔리하지만 진부하지 않게 전개한다. 또 고가 제품과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 두 부분의 방향성을 확실히 조율해 양극화돼 있는 소비패턴의 두 주류를 아우른다는 전략이다.

    퍼리즘(대표 방수윤)의 「퍼리즘」은 합리적인 가격대로 젊은층 수요가 많은 브랜드지만 ‘블랙라벨’을 통한 고급화 전략도 함께 구사한다. 고급 소재를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제작하며, 베이직 라인은 감각적인 패턴으로 디자인과 실용성을 겸비해 편안함을 추구한다.


    「퍼리즘」 실용성 겸비, 젊은층 소비자에 어필

    온라인 마켓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블로그를 활용해 다양한 퍼 아이템과 스타일링을 소개하는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퍼리즘 측은 “퍼 아우터가 9만~200만원대, 액세서리가 5만~50만원대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이기 때문에 퍼 스타일링을 즐기는 20~40대 고객이 많다”면서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컬러, 소재 등을 개발하면서 「퍼리즘」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시장이 트레이딩 업, 트레이딩 다운으로 이원화되듯이 퍼 마켓도 럭셔리와 매스로 명확히 나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국내 퍼 시장을 리드해온 대표 기업들은 점점 럭셔리 쪽을 향해 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매스 시장은 요즘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채널을 통해 100만원대부터 상품이 나오기 때문에 정통 퍼 브랜드, 또는 패션 퍼 브랜드들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재영 태림모피 실장은 “모피가 과거와 다르게 패션 아이템으로 부상했고, 기존 고객을 잡거나 새로운 소비층을 창출하는 데 있어 프레스티지 마켓을 선점하느냐 못 하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면서 “단순히 비싼 상품이 아니라 그만한 소재와 가치와 디자인의 차별성이 따라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패션비즈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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