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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유입, 촉진제일까?

Monday, Mar. 18, 2013 | 김숙경 기자,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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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시장에 충격적인 M&A 소식이 날아들었다. PEF* 운영사인 MBK파트너스(대표 김병주)가 네파(대표 김형섭)의 경영권 지분 53%를 6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 MBK는 조만간 2대 주주인 유니타스캐피탈이 보유 중인 지분 30%까지 같은 조건에 인수, 총 89%의 경영권 지분을 약 1조원(997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 소식을 접한 패션시장은 깜짝 놀랐다. 최근 5년 동안 아웃도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는 하나, 그렇게 높게 M&A 가격이 책정됐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무리 아웃도어 시장이 잘된다고 하지만, 네파가 그 정도의 기업가치와 브랜드 가치를 지녔나?’ 하며 놀라는 분위기였다.  네파는 모체인 평안엘엔씨(대표 김형섭)의 아웃도어사업부로 포진하다 작년 6월 인적분할을 통해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사모펀드인 유니타스캐피탈로부터 총 2400억원(구주 매각대금 500억원, 신주 매각대금 1900억원)을 유치했다. 이 회사는 외부 투자를 받은 지 불과 7개월 만에 또 다른 사모펀드사로부터 거액의 투자유치를 이끌어내 일약 패션시장의 히어로로 부상했다. 네파는 부채가 없고 유보금만 2000억원이 넘기 때문에 89% 지분의 순수한 가치는 8000억원 가량으로 평가된다.


MBK파트너스, 6000억원에 네파 M&A  
그렇다면 네파가 전개하는 브랜드가 얼마나 매력적이길래 두 곳의 사모펀드로부터 1조원에 육박하는 투자유치를 받은 것일까? 「네파」는 평안L&C가 지난 2005년 이탈리아에서 51%의 지분을 인수한 뒤 토착화시킨 순수한 국산 아웃도어 브랜드이다.  런칭 초반에는 메이저 브랜드에 밀려 어려움을 겪었지만 ‘영 아웃도어(Young Outdoor)’라는 브랜드 포지셔닝에 성공하면서 2008년부터 매출이 급등했다.

판매가기준 매출은 2009년 760억원, 2011년 3000억원으로 뛰어올랐으며 지난해에는 판매가기준 460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매출 5000억원을 목표로 세웠다.  분명 「네파」는 50년 역사의 패션시장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런칭 7년 만에 단일브랜드로 4000억원 돌파라는 기록은 기네스북에 올라도 손색없는 실적이다. 전략적 빅딜을 성사시킨 김형섭 사장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신규 아웃도어 브랜드 「이젠벅」 런칭 기자간담회에 등장해 MBK를 전략적 사업 파트너로 손잡은 배경에 대해 밝혔다.  


사모펀드, 패션기업 인수 ‘절반의 성공’  
김 사장은 “해외시장은 가장 큰 관심사다. 글로벌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오랜 숙원이었다”며 “「네파」는 내년 초부터 직진출을 통한 로컬라이징으로 중국에 진출한다. 이와 함께 미국과 유럽에서는 현지 영업력이 강한 회사를 M&A하는 방법으로 글로벌화할 생각”이라며 구체적인 「네파」의 세계화 계획을 밝혔다. “MBK가 보유한 강력한 자금력과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 경험이 「네파」의 성공적인 글로벌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말 멋진 청사진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 회사인 MBK와 국내 패션시장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성공 신화를 써낸 네파의 브랜딩력과 마케팅력이 결합해 세계 넘버원 아웃도어브랜드를 만들어 낸다고 하는 비전 제시에 아낌없이 박수갈채를 보낸다.  문제는 이러한 멋진 청사진이 완성되기까지 넘어야 할 난관이 너무 많아 보인다는 점이다. 금융자본이 패션시장에 유입돼 보여줬던 모습이 대부분 시세차익을 보기 위한 ‘머니게임’에 그치거나 ‘투기’나 ‘거품’에 불과했던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금융자본 결국 ‘Buy Out’으로 이어져…  
M&A는 투자 5~10년 후 리턴되는 효과를 보는 것이다. 패션시장에 유입된 금융자본은 기업경영을 정상 또는 활성화시킨 뒤 더 높은 가격에 되파는 바이아웃(Buy Out)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살아 있는 유기체와 맞먹는 브랜드가 안정적,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찾아보기란 좀체 쉽지 않다.  

90년대 패션시장의 리딩기업으로 손꼽혔던 삼도물산이나 지금은 신세계인터내셔날로 주인이 바뀐 톰보이도 사모펀드 자금이 유입됐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삼도물산은 경영 정상화는 뒷전이었고 머니게임에만 열중하다가 결국 패션 시장 무대 위에서 완전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30년 넘는 기업역사를 자랑하던 톰보이 역시 외형 위주의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끝내 부도로 막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모브랜드인 「톰보이」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고 상표권 소송에 휘말리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2011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지금 브랜드 재건작업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는 사실이다.  


‘투기조장’이냐 ‘활성화’냐 그것이 문제
물론 휠라코리아(대표 윤윤수)나 지엔코(대표 김석주)처럼 제3 세력의 자금유입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브랜드를 잘 키워 나가는 패션 기업들도 찾아볼 수 있다.  패션시장이 활성화되려면 금융자본 유입은 분명 뒤따라야 한다. 이제는 전 세계 시장을 놓고 글로벌 패션기업들과 대항하기 위해서는 중견 또는 중소 규모 패션기업들에 강력한 자금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다.

이 과정에서 유입된 금융자본이 ‘투기조장’이 아닌 패션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 돈 놓고 돈 버는 머니게임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와 파워를 키워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K패션이 나올 수 있는 강력한 로켓 엔진이 되기를 희망한다.  패션기업들 역시도 2000년대 초반 IT 붐이 일어났던 시절 몇몇 벤처기업들이 보여줬던 오류를 절대 범해서는 안된다.

IT시장은 처음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벤처시장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남들에게 보기 좋게 만들어 놓고 치고 빠지는 경향을 보였다. 패션업체들도 ‘돈의 유혹’ 앞에서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최고 경영진은 ‘업’의 본질을 망각하고 ‘마음이 콩밭에 가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 이에 대한 방향타가 MBK와 네파 간 전략적 제휴가 낳는 결과에 달려 있는 듯하다.             


**패션비즈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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