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패션 中시장 공략 비법은?

    김숙경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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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24조회수 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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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협회 주최로 열린 제5회 글로벌 패션포럼에 국내 패션기업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한준석 지오다노 사장을 비롯해 전용준 태진인터내셔날 사장, 권기찬 웨어폰인터내셔날 회장, 도상현 위비스 사장, 전희준 제시뉴욕 사장, 김문환 MK트렌드 대표 등 중국시장 진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국내 패션계 400여명이 서울 양재구 양재동 엘타워 그랜드볼룸에 집결했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글로벌 패션시장 환경 변화 및 중국 진출 전략’. 미국 다음으로 경제규모 2위로 뛰어오른 중국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묘수를 듣기 위해 패션기업 경영진이 속속 모여들었다. 특히 최종양 이랜드차이나 대표의 강의에 눈과 귀가 쏠렸다. 올해 매출 2조원 규모로 성장한 이랜드차이나가 지난 18년 동안 중국 패션시장을 공략하면서 겪었던 실패와 성공담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너무나 유익한 자리였다. 세금 환급 방법이나 상표권 소송을 둘러싼 해결방법 등을 들으면서 한국 패션기업들이 간과하고 있던 많은 부분을 알게 됐다. 이랜드가 성공의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다른 패션기업들이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관건일 것 같다. 현재 중국에 진출했거나 진출 예정에 있는 기업들은 새겨들어야 할 굉장히 실질적인 내용이 많았다”고 이 자리에 참석한 경영진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빨리빨리’ 기질 벗고 ‘신뢰관계 구축’을

    수없이 많은 국내 패션기업들이 도전하고 또 도전하지만 절대 녹록하지 않은 중국시장이 또다시 화두에 올랐다. 새해를 한 달 앞두고 있는 시점에 제일모직 LG패션 코오롱FnC 등 대기업들뿐만 아니라 세정 형지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성통상 등 굵직굵직한 패션기업들은 모두 중국시장 공략을 새해 어젠더로 세우고 힘을 실을 모양새다.

    본격적인 시진핑 시대를 맞이해 중국은 소득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내수시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IMF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적 성장이 느려진다 해도 올해 7.8%, 내년에는 8.2% 성장률을 예상한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급속히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은 국내 패션기업들이 꼭 풀어야 할 절체절명의 숙제와도 같지만 성공사례는 10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올해 2조원 규모로 성장한 이랜드차이나를 비롯해 베이직하우스 EXR코리아 인동FN MG글로벌 제시앤코 참존어패럴 등이 중국 공략의 대표 성공기업으로 거론되는 정도다.

    “자금력과 조직력을 갖춘 패션 대기업들도 이랜드를 제외하고는 중국시장 공략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제일모직이나 LG패션 모두 오너들이 나서 중국시장 공략을 진두지휘하지만 결과는 썩 신통치 않다. 너무 비대한 조직을 만들어 넣고, 성급하게 결과를 재촉하는 것이 문제다. 중국시장 공략은 신뢰를 쌓기까지 시간을 두고 장기전을 펼쳐야 한다.

    한국식 ‘빨리빨리 기질’을 중국의 ‘만만디 기질’에 대입하면 충돌만 일으킬 뿐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현지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중국과 10년 이상 꾸준히 거래하며 신뢰관계를 구축한 뒤 ‘EMK모드상하이’ 합작법인을 태동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이근직 SBA컨설팅 그룹 코리아 사장의 충고다.


    中 진출 성공 韓 패션기업 10개사 불과

    실제 LG패션의 중국사업은 순탄치 않아보인다. 최근 2년동안 중국 법인장이 연속 교체되는 등 조직이 인정되지 않는 가운데 300억원 넘게 투자가 이뤄졌지만 제대로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등 직접 투자에 애로점을 겪고있다는 지적이다. 제일모직의 직진출 중국사업도 브랜드의 포지셔닝에 대한 재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면 중국 진출에 성공한 국내 패션 기업들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중견패션기업 가운데 눈에 띄는 제시앤코(대표 전희준)와 참존어패럴(대표 문일우)의 경우를 살펴보자. 제시뉴욕이 중국에 진출한 시기는 지난 2005년. 상하이제시유한복장공사를 설립한 뒤 이곳에 디자인 기획 생산기지를 만들었다. 유럽식 건축양식을 가진 이곳은 사무실 1980㎡(600평) 공장 1980㎡(600평) 물류센터 3300㎡(1000평)가 모두 한곳에 위치한다.

    2006년 상하이 1공장과 2007년 상하이 2공장을 건립한 이 회사는 곧이어 「제시뉴욕」을 중국에 선보인다. 본격적인 글로벌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해 이 회사는 서울에 있는 디자인 기획팀도 모두 상하이로 옮겼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남희정 부사장을 중심으로 소프트뱅크 기능을 옮겨 글로벌 브랜드와 동일한 리듬으로 시즌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는 내년 서머 상품 생산이 투입된 가운데 F/W시즌을 겨냥한 컨셉 작업에 들어가 있다. 국내 브랜드들 대비 최소 6개월 정도 앞선 스케줄이다. 현지에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 인원만 해도 110명. 이 중 20명이 한국에서 투입됐으며 90명은 현지인들을 고용해 꾸준하게 인재를 양성해 나가고 있다.

    디자인과 상품기획, 생산이 중국 현지에서 가동됨에 따라 이 회사는 확실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보통 파트너를 통해 한국 브랜드를 직수입 전개할 경우 가격대가 한국의 250% 수준에 책정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에서 태그 가격의 35%에 판매한다 할지라도 수출원가에 관세 13%, 증치세 17%, 운임 및 제반비용 5% 등을 감안하면 현지 도착 원가는 47%로 치솟는다. 중국 백화점의 평균 수수료 27~32%와 미니멈 개런티 등의 제반 비용을 감안하면 마크업이 5.5배는 돼야 수입 대리상도 경영이 유지된다. 결국 원가 47%에 마크업 5.5배를 감안하면 판매가격이 한국의 250% 수준까지 치솟는다.


    제시앤코 참존어패럴 中 직진출 성공

    과거에는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 교류가 뜸해서 이도 통용됐지만 지금은 일년에 200만명 이상이 한국을 방문하는 현실에서 가격차가 크면 브랜드 확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제시뉴욕이 중국 현지에서 기획 생산 판매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엄청난 경쟁력이다.

    현재 이 브랜드는 중국 일류 백화점 위주로 36개 매장에 입점돼 있으며 올해 140억원 매출을 예상한다.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이 브랜드는 한국에서도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올해 가두점 위주 120개 매장에서 53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여성복 가두상권 브랜드 중 점당 매출 톱을 유지하고 있다.

    참존어패럴 역시도 제시뉴욕과 비슷한 성장과정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 역시 지난 2004년 칭다오참존유한공사를 설립해 생산기지를 먼저 만들었다. 이듬해인 2005년 상하이에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푸둥 팔백반 백화점에 1호 매장을 오픈했다. 현지 생산과 판매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이 브랜드는 현재 백화점 중심으로 400개까지 유통망을 확장했다. 작년 매출 50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 600억원 달성을 앞두고 있다. 중국 아동복 시장에서 「트윈키즈」는 백화점 내 A급 브랜드로 포지셔닝돼 있다.

    문일우 사장은 “중국 진출 이후 매년 100만~200만달러를 투자해 왔다. 지난 7년 동안 누적 투자금액이 150억원에 달한다. 그래도 투자가 헛되지 않아 A급 백화점 입점이 완료됐고 매출도 올라오고 있어 아주 고무적이다. 2년 전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했으며 지난해부터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안정적으로 중국 비즈니스가 돌아가고 있어 올해 더 큰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트윈키즈」는 안정을 바탕으로 새해에는 ‘스머프’ ‘뽀로로’ 등 캐릭터 위주로 구성된 「머라이언」으로 또한번 중국 시장 도전에 나선다”며 사업영역 확장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문 사장은 중국 비즈니스는 단타성이 아닌 장기투자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중국 인건비 상승으로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도 한계에 부딪혔다. 인건비가 저렴한 미얀마나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에서 생산해서 원가를 더 낮추는 것도 경쟁력이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생산기지 진출 후 판매법인 가동 ‘효율 짱’

    국내에서도 대형마트와 가두점 중심으로 유통망을 펼치고 있는 「트윈키즈」는 300개까지 매장을 확보했다. 한국에서 올리는 매출은 1000억원 규모. 이러한 브랜드 안정을 기반으로 이 회사는 제3의 비즈니스 모델인 아동생활전문점 ‘트윈키즈365’에 도전하고 있다. 제시뉴욕과 참존어패럴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두 회사 모두 2000년대 중반 중국에 진출해 생산기지를 설립하고 곧바로 백화점 중심 유통망을 개척해 왔다는 점이다. 이랜드는 이들보다 10년 앞선 경험을 통해 지금은 2조원 매출규모 회사로 성장했다.

    라이선스 형태로 브랜드를 전개해 좋은 성과를 보이는 경우로는 LG패션의 「헤지스」를 손꼽을 수 있다. 「헤지스」는 지난 2007년 남성복 전문기업인 빠오시냐오와 10년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1996년 설립된 남성복 주력 패션업체로서 중국 전역에 10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LG패션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진출 방식에 비해 라이선스는 꾸준히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최근 바바패션(대표 문인식)은 중국의 대표 패션그룹인 랑쯔복장유한공사(대표 신동일)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여성복 「지고트(JIGOTT)」를 펼치기로 했다. 바바패션은 직진출 방식으로 중국시장 공략에 한계를 느끼고 랑쯔그룹과 손을 잡았다. 양사 협업에 따라 바바패션은 브랜딩 전반을 관리하고 랑쯔가 현지에 맞는 상품기획과 생산 유통을 전개한다.


    「랑시」 「지고트」 「헤지스」 LB로 진출

    두 회사는 「지고트」를 명품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기 위해 한층 럭셔리하고 화려한 스타일, 유니크한 매장 인테리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바바와 손잡은 랑쯔그룹은 조선족 사업가인 신동일 회장이 설립한 회사로서 지금은 국내 영업이 중단된 여성 커리어 「랑시」를 지난 2000년 3월부터 중국에 전개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지금은 「랑시」 「라임플레어」 「마리앤매리」 등 3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전역에 420여개의 유통망과 월 6만장 이상을 생산하는 자가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굴지의 패션 회사다.

    이랜드 최종양 대표는 “처음 중국에 파견될 때 모든 한국 직원들이 ‘뼈를 묻을 각오를 하라!’는 박성수 회장의 의지를 실현한 것이 이랜드의 지금 모습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며 “돌아올 자리가 없는 사람들과 4~5년 만에 복귀해도 되는 사람들의 DNA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중국 현지화의 간절함, 고급브랜드로 승부함을 강조했다.

    “중국은 우리가 꼭 공략해야 할 시장이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제일모직 LG패션 등 대기업들도 중국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못 내고 있다. 법인장이 1년마다 교체되는 경우도 있다. 모든 비즈니스의 첫 번째는 신뢰이다. 신뢰구축이 돼야 책임과 권한도 생긴다.

    중국은 워낙 크고 성향도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꼭 현지화를 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된 투자가 이뤄지려면 현지 인재양성은 필수다.”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묘책은 ‘정도 경영을 누가 얼마나 잘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귀결됐다.






    **패션비즈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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