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앤펑 등 中 자본 유입 ‘술렁’

    esmin
    |
    12.12.17조회수 6275
    Copy Link
    최근 여성복 업체인 아비스타(대표 김동근)가 중국 디샹그룹에 지분 36.9%를 양도했다. 디샹그룹이 아비스타의 최대 주주가 되고 김동근 대표 등은 24.4%의 지분으로 2대 주주로 변경됐다. 캐주얼 업체인 연승어패럴(대표 변승형)은 중국의 대표적인 패션기업 산동루이로부터 대규모의 자본 투자를 받게 됐다.

    두 회사가 중국 기업측에 양도한 지분율은 다르지만 모두 경영은 계속 맡게 되며 이번에 유치된 자금은 향후 국내와 중국사업 성장을 위한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는 자본 합작 형태로 이뤄진 전략적 제휴로 일부 지분을 파는 대신 함께 중국시장을 공략할 예정. 패션 디자인과 상품기획 측면의 장점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기업과 중국 내 생산과 유통,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기업측의 협력을 통해 중국 사업을 성공 시키겠다는 청사진이다.

    홍콩 리앤펑사는 국내 아동복 대표기업인 S사의 지분 100%를 1000억원대에 매입하기 위한 막바지 단계라 한다. 스포츠 아웃도어 P사 역시 이와 비슷한 형태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 중이다. 이 밖에 여성복 D사 M사 등 5~7개사의 국내 대표 기업들이 중국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라 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SPA 브랜드 기업으로 연매출 1조원대의 M사는 한국 대표 캐주얼 기업 B사를 2000억원에 사겠다고 제안해왔으나 추진되지는 않았다.






    아비스타, 의류기업 디샹그룹에 지분 36% 양도

    이렇듯 최근 중국과 홍콩의 대형 자본들이 한국 패션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매출 저하와 이익률 저하라는 이중고에 고심하는 한국 기업들, 향후 국내 패션시장에 대한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하는 경영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기회만 있다면’ 내심 매각을 고려하고 있는 터라 이런 중국의 손짓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이들은 왜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 것일까. 그 이유는 대략 세가지 정도로 모아진다. 자원확보, 기술습득, 시장개척과 우회 수출기지 확보 등. 우선 ▲급성장하는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이니셔티브를 위해 ▲한국의 기술력(디자인과 상품기획력 등)과 인재를 확보함으로써 향후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나아가 중국 기업이 수출에서 겪는 가장 큰 애로인 ‘메이드인 차이나’에 대한 편견과 중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적자국들의 견제로부터 피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들 중국 기업들이 지난 몇 년간 겪은 경험에서 비롯된 듯하다. 무엇보다 브랜드 개발 시간을 줄이기 위한 베스트 방법이기 때문이다. 브랜딩을 위해 자신들에게 부족한 게 뭐냐 했을 때 기획력과 시스템, 인재를 갖고 있는 한국 기업을 사자는 결론에 도달한 것.


    연승, 산동루이와 전략적 제휴로 중국 함께 공략

    지난 몇 년간 중국 기업들은 브랜드를 만들면서 한국 브랜드도 카피해보고 한국 디자이너를 대거 기용하기도 했고 이런 과정에서 일부 성과를 얻기도 했다. 좋은 브랜드도 많이 탄생했고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반면 한국 디자이너에 대해 실망한 기업도 적지않다. 지금도 한국 디자이너를 찾는 기업은 많지만 중국 근무를 원하는 디자이너는 그리 많지 않다. 공급의 한계가 있는데다 관리의 문제도 많았다.

    은행이나 투자처들 입장에서는 중국 패션회사들에 투자를 했으나 투자 대비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또한 백화점과 쇼핑몰 등 대형 유통에 자본을 투자한 회사들은 다음은 소비재, 컨텐츠로 눈을 돌려 이미 「상하이탕」과 같은 브랜드에 투자가 들어간 상태. 같은 맥락에서 한국 기업을 사는 것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이랜드와 베이직하우스와 같이 중국 내에서 성공한 걸출한 기업들도 탄생했다. ‘한류’ 흐름도 있는데다 한국과 가깝다는 지정학적인 이유도 있다. 또 일견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좀 ‘만만’한데다 워낙 스피디한 행동력도 그들에게는 한국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리앤펑, 아동복 S사 1000억원대에 인수합병 막바지

    한국 브랜드를 사면 시스템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럽 브랜드들은 라이선스만 주고 일을 배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정서도 다르다. 반면 한국 기업들의 시스템과 인재를 확보하게 되면 계속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런 면에서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 기업을 사면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질 수 있고 기업가치도 올라갈 수 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 이런 투자를 반기는 이유는 두말할 필요 없이 ‘중국 땅’ 때문이다. 내수 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고 미래의 비전을 만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또한 중국은 독자적으로 진출하기엔 늦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따라서 좋은 파트너를 찾아 그의 힘을 빌려 들어가는 게 맞는 전략이라는 것. 이 때문에 파트너로서나 자금 두 가지 면을 봤을 때 중국의 투자유치는 지금 국내 기업들에게 고민할 필요가 없는 기회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지금 중국 펀드 일을 대행해 투자 대상기업을 찾는 일을 하는 중간 업체나 회계사 등에는 이런 한국 업체들의 요청과 상담이 줄을 잇는다. 그렇다면 투자를 받는 것이 무조건 좋은 일일까.
    그동안 우리나라에 이런 경영방식이 거의 없어 거부감 혹은 불안감도 있다.


    1조원대 중국 기업, 한국 B사에 2000억원 인수 제안

    투자자를 의식해야 하므로 내 맘대로 하지 못하고 간섭도 받아야 한다. 결과에 대한 공유도 필요하며 경영과 회계에 대한 투명성과 상호 신뢰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투자자를 너무 의식하다보면 그동안 갖고있었던 장점인 브랜드 DNA가 약화될 위험성도 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추게 되므로 ‘세계화’의 길목에 서 있는 우리로서는 결국은 약이 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베이직하우스가 골드만삭스의 투자를 받음으로 인해 그 과정에서 회계나 재무시스템, 재고관리 등 다각적인 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추게 된 것이 좋은 예.

    그러나 조건이 하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너의 마인드다. 오너가 똑똑하면 그 자본을 이용해 본인도 성장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로 회사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웬만큼 돈도 벌었고 미래가 없으니 이쯤에서 회사를 팔고 ‘손 털자’ 하면 우리가 지난 30여년간 잘 키우고 가꿔온 국내 브랜드가 맥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더 큰 시장으로 가는 기회일까? 발 빼는 기회일까?

    투자를 받느냐 회사를 파느냐의 문제는 지금 한국 패션의 경쟁력을 올리느냐 약화시키느냐의 기로에서 경영인들의 냉정한 판단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이다. 지금 한국 기업들은 분명 어려움에 봉착해 있지만 기회는 충분히 있다. 더 큰 마켓을 더 좋은 파트너와 함께 더 좋은 자본을 가지고 내부적으로 결속을 다질 수 있는 기회다.

    회사를 파는 것은 자본주의의 논리라면 어쩔 수 없으나 그 매각이 경영인 단 한 명에게만 이득이 된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다. 왜냐? 그 브랜드는 경영인 혼자 키워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있거나 패션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더 큰 싸움에 대처해야 할 이때 팔고 튀는것은 먹튀(?)와 다를바 없으며 이 기업을 함께 키워온 종업원과 국민에 대한 배신이 아닐까.

    투자도 받고 이를 다시 후배들을 위해 재투자하고 더 큰 싸움에 대처해야 할 때가 아닐까. 그것이 국민이 키워준 기업을 거느린 공인으로서의 의무가 아닐까. 지금 한국에 매력을 느끼고 들어오는 자본과 관련 경영인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어떻게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브랜드를 키울 것이냐에 심사숙고해야 할 때다.


    **패션비즈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Banner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