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세계 현대 유통 빅3 백화점<br>토종기업 ‘신규’ 날개 꺾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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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세계 현대 유통 빅3 백화점
토종기업 ‘신규’ 날개 꺾지 마라

Monday, Jan. 23, 2012 | 민은선 기자, esmin@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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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신규 브랜드를 런칭한 A사, 기존 캐주얼 시장에서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은 이 회사는 야심찬 준비로 신규 브랜드를 런칭했다. 이 브랜드를 보러 품평회에 참석한 빅3 백화점의 바이어들은 박수를 치며‘ 엑셀런트’를 외쳤다. 그러나 뒤이어 이 브랜드에 돌아온 한마디 “하지만 방(매장)은 없다”.

현재 이 브랜드는 서울 변두리 백화점에서 월 1억원, 서울 인근 경기도 매장에서 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선전하고 있다. 점포의 위상이나 매장의 위치, 신규 브랜드여서 아직 브랜드 홍보가 돼 있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그러나 이런 성적에도 불구하고 올봄 MD 결과도 별로 신통치는 않다.

이 브랜드를 전개하는 업체의 대표는 “소비자 검증도 끝났다. 유통가에서도 인정한다. 자신감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기회가 없다. 백화점에 매장을 얻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내 힘으로 유통을 전개할 수 있는 갖가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신규 브랜드‘ Good~’“ 하지만 매장은 없다”?

올봄 신규 브랜드를 런칭한 B사. 동시즌 신규를 런칭한 경쟁 브랜드 중 가장 호평을 받아 이 팀은 한층 고무됐다. 최근 3년간 패스트 패션이 전 방위로 업계를 장악하며 국내 패션 기업들은 덩달아 소싱 실력과 가격 절감, 소비자가 하락의 노하우를 얻어냈다. 하지만 동시에 전 업계로 품질과 아이덴티티의 동반하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젊은 소비자 파워는 점점 더 스트리트 상권과 쇼핑몰 등 백화점에서 이탈하는 것은 물론 백화점을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B사의 신규 브랜드는 과거 국내 패션계에 전문 기업들이 꽃을 피우던 시기를 기억할 정도로 정석으로 만들어진 완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정성 어린 결과물에 전문가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MD개편의 결과는 참담했다. 메이저 백화점의 매장을 거의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신규팀과 영업팀, 임원은 물론 이 회사의 대표에 이르기까지 전사적이고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백화점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상품은 좋지만 매장은 없다”는 것.


백화점 점포 늘었는데 신규에 할애 공간은 No

현재 롯데 신세계 현대, 빅3로 불리는 메이저 백화점이 전개하는 점포는 전국에 66개. 바야흐로 국내 백화점의 전국구화와 중소 백화점의 인수·합병으로 점포 수는 늘어날 대로 늘어난 상태. 백화점은 늘었는데 왜 매장은 갈수록 없는 걸까? 이유는 두 가지로 모아진다. 첫번째는 유통이 글로벌 빅 SPA를 업고 시장에 들어옴으로써 어마어마한 평수를 이들에게 할애했기 때문이다.

1층과 2층, 혹은 3층, 이들이 원하는 위치, 원하는 평수를 뚝 떼어서 인심 좋게 내어줄 때부터 이미 이런 상황은 예견돼왔다. 롯데+자라, 롯데+유니클로, 신세계+갭, 바나나리퍼블릭, 신세계+H&M 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점포당 496~661㎡(150평~200평)에 달하는 매장 면적을, 그것도 가장 좋은 위치에 차지하게 해줌으로써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에 안착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유니클로」다. 런칭 5년 만에 4000억원, 「자라」 3년 만에 2000억원,「H&M」 2년 만에 700억원, 이들 3개 외에「 갭」과「 망고」「 포에버21」을 합하면 2011년 기준 연간 8000억원, 올해 1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이들이 토종 전문기업들의 영역을 백화점으로부터, 소비자로부터 빼앗은 것이 유통의 권력화 1라운드다.


백화점+글로벌 SPA → 유통의 권력화 1라운드

이들은 토종 전문기업 10~15개가 영업을 해온 매장 면적과 영역을 차지한 데 이어 이제 노른자 가두상권으로 확장 드라이브를 걸고있다. 올해 신규 브랜드의 백화점 입점은 이들 글로벌 SPA의 확대에 이어 대기업의 시장 장악력이 갈수록 권력화되고 있는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대기업의 영역이 전 방위로 확대됨에 따라 몸집을 키운데 이어 이제 그 권력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제 이들은 관계사를 통한 신규 브랜드 런칭, PB 확장과 자주 MD를 명분으로 한 M&A를 통해 자체 세력이 무한대로 커졌다. 이들은‘ 패밀리화’돼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같은 식구(?)들에게 주어지는 우선권이 많아지면서 이는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했다. 매 시즌 신규 브랜드의 품평회와 치열한 실력 경쟁, 각종 평가를 중심으로 점수를 매기고 비교분석해 새로 입점시킬 브랜드를 결정하던 MD개편은 옛말.

결재판이 누구 책상 위에 있으며 맨 마지막 결과를 공표하기까지 치열한 공방전과 막판 뒤집기로 한바탕 전쟁을 치르던 MD전쟁은 과거 신규 브랜드라면 예외 없이 겪어내야 할 패션업계의 통과의례였다. 하지만 이제 그런 풍속도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 그런 MD전쟁은 의미가 없다.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1라운드에서 점유한 나머지 땅에서 그나마 몇 개 없는 매장을 차지하는 것은‘ 패밀리 브랜드’들뿐.


‘한 지붕 두 가족’ 우선권 → 유통 권력화 2라운드

이번 MD에서 신세계백화점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김해성, 이하 SI)이 재런칭한「 톰보이」가, 롯데백화점에는 M&A로 한 지붕 두 가족이 된 NCF(대표 김교영)의 신규 브랜드인「 티렌」이 우선적으로 거론됐다. 실력을 논하기에는 모두 전문성을 갖춘 훌륭한 기업들이므로 논외로 하자.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들 패밀리 브랜드들은 유리한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비해 다른 신규브랜드들은 AK와 갤러리아에 달랑 몇 개의 매장을 얻었을 뿐이다. 메이저 백화점에는 매장을 거의 얻지 못했다. 신규 브랜드 런칭에 들인 경비와 시간, 열정, 출장비 등등을 생각하면 참으로 본전치기도 안 되는 허무한 장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시즌 런칭한 C사의 D브랜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화려한 디렉터, 그동안 C사가 국내 여성복 시장과 유통에 해온 기여도와 브랜드 파워 등을 감안한다면 메이저 유통의 매장을 얻는 것이 상식적으로 그다지 어려워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첫 시즌 이 브랜드는 모브랜드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첫 둥지를 틀어야 했다.


「톰보이」 등‘ 패밀리’ 웃고 독립군들은 울고

반면의 경우를 보자. 대대적으로 매장을 리뉴얼한 신세계 강남점과 현대백화점의 경우다. 신세계 강남점에는 SI 보유 브랜드가 총 23개다. 1층의「 코치」부터 8층‘ 분주니어’에 이르기까지. 이번에 리뉴얼한 6층 남성층에는 총 15개 매장 중 패밀리인 SI의 브랜드 매장이 4개, 나머지는 XXX코리아가 붙은 직진출 럭셔리 기업들이다.

현대 본점 4층을 보자. 리뉴얼한 남성층에는 제일모직 매장이 무려 8개, 엘지패션의 매장이 4개였다. 패밀리 브랜드가 적은 현대의 경우 심정적으로 대기업 중 제일모직과‘ 윈윈’의 관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반면 혈혈단신 중소기업이자 일개 디자이너로서 글로벌 시장에 나가 싸우는 디자이너 우영미의「 솔리드옴므」는 어떠한가? 자기자본만으로 잔다르크처럼 싸우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보다 글로벌 유통에서 더 인정받는 자랑스러운 디자이너에게 시원스러운 가산점을 준다는 백화점 얘기는 아직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신강에 SI매장 23개, 현대에 제일모직 8개

우영미씨는 글로벌이 인정한 컬렉션 라인인「우영미」 매장을 국내에도 하나쯤 내고는 싶지만 고민이 깊다. 국내 디자이너에 대한 존중감이 없이 해외 브랜드 중심, 패밀리 중심의 MD를 하는 국내 백화점에 별반 신뢰감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중소 전문기업을 중심으로 발달해온 국내 패션 마켓에서 백화점이 그동안 해주었던 노고와 기여는 칭찬해줄 만하다.

중소기업이 혼자서 절대 이룰 수 없는 투자와 집객 파워, 마케팅으로 인해 국내 브랜드가 꽃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 그들의 역할은 백 번 칭찬해도 모자람이 없다. 그렇다면 그 역할을 어느 정도는 계속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역할이 더더욱 중차대해진 글로벌 시대, 진짜 우리의 경쟁력을 완성해야 할 이 시점, 왜 갑자기 그 역할을 벗어던지려 하는 것인가.

자, 지금 대한민국 백화점은 콘텐츠를 왕성하게 만들어내고 싶고 만들어낼 수 있는 전문기업들의 콘텐츠 생성 DNA를 고사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아름답게 피어 향기를 내뿜을 수 있는 꽃을 아예 싹부터 잘라내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날 수 있는, 날고 싶은 파랑새의 날개를 꺾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주기 바란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그리하여 유통과 전문기업이 진정한 한국 패션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내겠다는 상생과 윈윈의 의지를 국내 유통이 갖고 있다면? 제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고 만들어내고 있는 국내 전문 기업들의 신규 브랜드들에 동등한 기회(매장)를 내어주기를 강권하고 싶다. 왜냐?? 그들을 살리고 육성해 주는 게 바로 유통이 영원히,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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