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한국 진출 성적표는?
“한국은 다른데 잘될까.”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를 어떻게 사로잡아.” “민감한 한국 소비자에게 매머드급 패션공장은 동대문만으로도 충분하다.” 2년 전 국내 패션 시장에서 「자라」를 향해 내놓은 전망치다. 그러나 예상은 뒤집혔다. 세계 시장을 사로잡은 스페인의 패션 공룡 「자라」는 국내 패션 시장까지 사로잡았다. 스페인 인디텍스에서도 한국 시장 공략에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스페인 인디텍스사는 롯데백화점과 합작 법인 자라리테일코리아(대표 이봉진)를 설립한 뒤 조용하면서도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 줬다. 2008년 4월 롯데 영플라자점에 1호점을 오픈한 후 지난해 17개 점포에서 매출 85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29개점에서 18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추세라면 인디텍스사가 「자라」로 국내 시장에서 목표한 매장 80개점을 선점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 유통가와 업계의 전망이다.
흥미로운 것은 단지 「자라」의 외형적인 성장만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이 브랜드가 국내 패션 시장에 놓여진 고정관념 세 가지를 가뿐히 날려버린 점은 주목할 만하다. ▲품질을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를 사로잡은 점(상품력) ▲국내 가두상권에서 대형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가능성을 보여 준 점(유통 전개력) ▲ 「H&M」과의 경합(?)에서의 포지셔닝을 확보한 점이다.
명동 3개점서 월평균 매출 40억원을~
이 세 가지의 평가 항목은 「자라」의 매출 실적과 유통 전략에서 입증된다. 상권별 주요 유통관계자에서 취합한 「자라」의 매장별 매출액은 다음과 같다. 엠플라자에서 월평균 17억원, 삼성동코엑스에서 전년비 4% 신장한 14억원, 건대 스타시티점에서 28% 늘어난 2억5000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또 대구동성로점이나 분당점은 각각 전년 대비 20% 증가한 6억5000만원, 7억5000만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오픈한 눈스퀘어는 14억원, 경방 타임스퀘어는 6억7000만원대 월 매출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본다.
주요 SPA 브랜드의 격전지로 급부상한 서울시 중구 명동 상권에서의 매출도 눈여겨볼 점이다. 우선 패션계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H&M」과의 경합에서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H&M」이 국내에 상륙한 올 상반기 「자라」의 매출은 꾸준한 신장세를 기록했다.
롯데 영플라자점과 그 맞은편에 상권에 위치한 엠플라자점, 눈스퀘어점에서 올 상반기동안 달성한 월평균 매출액은 40억원선이다. 엠플라자점에서 월평균 17억~18억원, 눈스퀘어에서 14억~16억원, 롯데영플라자점에서 7억~9억원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망 수를 떠나 명동 상권에 진출한 단일 브랜드로서는 최고 매출액을 갱신하고 있다.
물론 좀 더 지켜봐야 할 점은 분명히 있다. 같은 상권에 동일한 매장을 운영하면서 기존 점포의 매출액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 롯데 영플라자점과 눈스퀘어점은 전년 대비 15% 정도 매출이 줄어든것으로 추정된다. 여타 점포의 매출 신장률은 10~20%선이다.
대구동성로점 분당점은 20% 증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자라」나 롯데 측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자라」 관계자는 “동일 상권에 추가로 매장을 열었을 때 기존 매장의 매출에 영향을 주는 비중은 5% 미만이다. 5% 정도는 1년 뒤면 충분히 회복될 것이라고 본다”며 “스페인 본사 측에서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명동 상권에서 올해 다양한 고비를 맞이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출시 2년만에 3개 점포에서 4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다는 것은 충분히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그도 그럴것이 롯데영플라자점의 전반적인 매출 하락, 「H&M」과의 경합, 외국인 관광객 구매율 하락, 추운 날씨 영향 등 거시적 이유가 함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름 상품이 강한 「자라」 특성상 매 시즌 여름 상품 출고 시즌을 앞당기고 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4월까지도 겨울 날씨가 이어지자 매출에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인디텍스사나 자라리테일코리아는 올해까지 벌어들이는 국내 시장에서의 실적을 정상매출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통상적으로 인디텍스 그룹에서는 매장의 수익성을 평가할 때 기준을 매장 오픈 3년차 이후의 실적을 정상매출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H&M」과는 달라, ‘서로 각자의 길 간다’
고정관념을 완전히 무너뜨린 「자라」의 유통 전략에서도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자라」로 간판을 내건 매장은 총 19개점이다. 국내 환경에 맞게 전개하려고 롯데백화점을 파트너로 삼았고, 그곳에서 충분한 수익구조를 완성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하이 스트리트, 지방 5대 도시, 쇼핑몰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자라」는 국내 가두상권에서 단일 브랜드의 대형 유통 전략이 가능성을 열어 줬다. 그 가운데 명동(2개점) 분당 대구동성로 광주충장로 등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장소에 매장을 열었다. 어느 상권에서라도 패션 리더를 사로잡는 파워를 갖췄다는 「자라」의 자신감이 드러난다. 대구동성로점이나 분당점은 가두상권, 경방 타임스퀘어점이나 현대 아이파크몰점은 국내 쇼핑몰에서 각각 「자라」의 파워를 입증했다.
대구동성로점은 지난해 오픈 첫 달에 월매출 3억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매달 25%대 신장세를 유지한 끝에 최근 월매출 6억원대 고지를 넘겼다. 대구동성로점과 마찬가지로 분당점도 오픈 초기에 ‘과연 될까’라는 업계의 관심을 자아내던 곳이었다. 분당점에서도 지난 5월 7억5000만원을 달성했다. 대구동성로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자라」가 매장을 연 이후 패션 상권으로 활기를 띤 것 같다”면서 “경쟁 브랜드들로부터도 매장을 임대하려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자라」의 유통 확장 전략은 올 하반기부터 더욱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롯데잠실점을 비롯해 부산서면점 강남역점 신촌점 홍대역점 등 총 10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특히 서울 지하철 2호선 라인을 잇는 신촌역 강남역 홍대입구역에 올 가을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다. 현재 이 회사는 3개 지역에 점포를 마련했다.
대구동성로 등 신상권 베팅 ‘성공적’
신촌점은 신촌로터리 버거킹 옆 건물에 4층 규모로 들어선다. ‘「자라」의 매장은 이것이다’고 할 정도로 뚜렷한 개념과 매장 인테리어 및 VMD를 선보인다. 특히 스페인 인디텍스사에서 3개 매장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매장 가운데 가장 젊고 유행적인 감성에 초점을 맞췄다. 젊은 문화 코드가 예술적인 요소와 만난다. 내부 시설 비용만 평당 2500만원선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남점은 「자라」가 꾸준히 강남 상권을 물색해 온 터여서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이미 「유니클로」가 입성해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가능성을 확인시킨 곳이기도 하다. 이 브랜드가 계약한 점포는 교보빌딩과 「지오다노」 매장이 위치한 강남대로변에 자리 잡는다.
이곳은 지난해 글로벌 컨셉 스토어로 선보인 시부야 2호점의 기능적 요소가 접목된다. 「자라」의 홍대입구역 상권 공략도 흥미롭다. 이 상권의 경우 패션 브랜드가 자리 잡기 쉽지 않은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명동 하이스트리트부터 대구동성로점까지 그동안 상권 개발에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 준 「자라」의 아성이 이어질지 관심이 주목된다.
강남 신촌 등 지하철 2호선 라인 선점
뿐만 아니라 가두 상권을 키우는 데 꾸준히 힘을 쏟고 있다. 「자라」 방식은 과거 타 브랜드의 성공이나 실패 사례를 염두에 두지않고 밀어붙이는 것이다. 현재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강남구 대치동, 성신여대역 등 상권에서 매장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 「자라」가 바라보는 유통망 수는 총 80개다. 「자라」 관계자은 “국내 시장에 주요 5대 백화점이 80여 개 점이다. 그 가운데 우리가 6년차까지는 80개 가운데 50%는 입점할 것”이라면서 “그 이외에는 대형 쇼핑몰 15~20개점과 하이스트리트에 20개점을 오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자라리테일코리아는 올 겨울 인디텍스가 보유한 8개 브랜드 가운데 「마시모듀티」와 「버시카」를 출시한다. 두 브랜드는 모두 별도 법인에서 전개될 예정이다. 두 브랜드 모두 1호 플래그십숍을 비롯한 주요 매장에 대한 유통망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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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에 대한 궁금증 4, 진실은?
국내 업계 관계자에게 출시 전부터 지금까지 쏟아지는 공통된 주요 질문 네 가지를 모았다. 각 질문에 대한 자라리테일코리아의 답은 다음과 같다.
Q: 한국에서의 가격 전략은.
A: 해외 여느 국가에 비교했을 때 싸지도 비싸지도 않다. 우리는 철저하게 원가 기준으로 움직인다. 단지 스페인에서 한국 지사가 수입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환율에는 영향을 받는다.
Q: 한국에서의 현지화는.
A: 한국에서 특별한 현지화 전략을 진행하지 않는다. 각 국에서 우리 상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찾는 것이 우리 일이다. 그 나라에 우리를 맞추는 것과는 개념이 다르다. 어차피 우리가 맞출 수도 없다. 트렌디한 글로벌 패션을 찾는 고객이라면 당연히 「자라」를 찾을 것이다.
Q: 롯데와의 관계, 그 실체는.
A: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의 관계와 마찬가지다. 둘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계속 협업하면서 나아가는 관계다. 국내 최고의 유통 기업과 세계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손을 잡은 것이므로 말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롯데는 「자라」에 대해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자라」도 한국에서는 백화점의 파워가 가장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국가마다 다른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Q: 한국 패션 기업이 「자라」와 같은 대형 글로벌 브랜드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A: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반드시 국내 시장에서 「자라」 에 버금갈 회사가 나올 것이다. 형태만 조금 다를 뿐이다. 「자라」나 「H&M」뿐만 아니라 「갭」 「망고」 「유니클로」 「무인명품」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는 각기 다른 고유의 전략을 펼친다. 광고 전략만 해도 다르다. 「H&M」은 광고를 해도 셀러브리티를 쓰지 않는다. 반면에 「망고」는 스칼릿 조핸슨 등 셀러브리티를 내세운다. 광고만 봐도 정책은 다르다. 한국 업체들이 10여 개의 장점을 혼합할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충분히 그만한 저력이 있다. 원·부자재나 소재 수출은 전 세계 랭킹 안에 꼽힌다. 그러나 아직 완제품 수출은 취약하다. 한국이 보유한 원·부자재에 대한 수출 역량을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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