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백화점 ‘검은 돈’ 어디까지!

    패션비즈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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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12.01조회수 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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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 ‘백화점 바이어가 입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억원의 뒷돈을 챙긴다’는 사실외에도 이번 기회에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들이 철저히 파헤쳐지고 개선돼 투명 거래가 이뤄져야만 한다.


    ‘H백화점 바이어 구속 사건’으로 유통계의 악습이 폭로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크다. ‘백화점 바이어가 입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억원의 뒷돈을 챙긴다’는 사실 외에도 패션 유통계에서는 오랫동안 관행처럼 있어 온 여러 가지 횡포가 이번 기회에 철저히 파헤쳐져 투명 거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백화점 바이어들의 횡포와 악습은 입점 비리 외에도 패션업계에서 이미 여러 형태로 벌어져 왔다. 청탁성 뇌물이 공공연하고, 최근처럼 수입 브랜드를 선호하는 분위기에서는 원하는 브랜드를 익스클루시브 계약하게 연결해 주고 거기에서 일종의 커미션을 챙기기도 한다. 백화점 바이어와 동행하는 시장조사 명분의 해외출장은 접대성 성격이 짙다.

    가까운 홍콩이나 일본은 물론 유럽과 미국 등 시장조사차 출장을 간 바이어들은 일명 물 좋은 수입 브랜드(?)를 가져와 한 업체에 토스한다. 이 브랜드를 런칭하면 입점해 주기로 한 약속을 믿고 업체는 브랜드 런칭을 해보지만, 파리만 날리기 일쑤다. 이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런칭 과정에는 많은 비리가 숨어 있다. 런칭하면 입점시켜 주겠다면서 수천만원을 챙기기도 한다.

    입점 편의 및 명절 상납 관행이 문제

    어느 바이어의 경우 그의 아버지 회갑연과 아들의 돌잔치 때 받은 상납금으로 고급차를 구입했다는 소문도 있다. 상납은 바이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윗선까지 상납체계가 이어져 하나의 계보를 형성한다.

    패션계에 떠도는 다양한 루머들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가 없다. 수십 년째 백화점과 입점업체의 갑-을 관계는 ‘윈윈 협력관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다양한 루머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K과장’이 20여 년 동안 백화점에 근무하면서 가장 오래 몸담은 유니섹스 이지캐주얼 및 영캐주얼 분야의 업체들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불합리한 악습이 사라져야 한다고 여기면서도 자칫 회사로 불똥이 튈 우려 때문이다.

    입점 시 또는 명절이나 주요 MD 개편 시즌에 오가는 언더머니 또는 블랙머니를 비롯해 강요성 백화점 상품권 구매와 접대 등이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사라졌지만 어느 선이 ‘뇌물’이고 어느 선이 ‘선물’인지 판단 기준들도 제각각이다. 직접적인 돈거래가 아니라 추석이나 명절 때 상품권을 돌리고 골프 접대를 하는 것은 선물 개념으로 관례화돼 있다.

    이번 사건은 고용불안이 낳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H백화점 바이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노란 봉투’다. 그 봉투 안의 내용은 권고사직이나 좌천이다. 많을 때는 수십 명이 노란 봉투를 받게 된다. ‘언제 출근해서 책상 위의 노란 봉투를 보게 될지 모르니 업체에 미리 선처를 바란다’는 동정 어린 부탁을 해서 이뤄지는 작업이 일명 차명 중간관리다. 이렇게 달마다 수수료 케이스로 미리 챙기게 되면 바이어로서는 든든한 후원금이, 업체에는 퇴점 우려가 없는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생기게 되기 때문에 은밀한 거래가 이뤄진다. 그들만의 ‘안전기금’인 셈이다.

    차명 계좌, 중간 관리 등 은밀한 거래

    단품 업체 등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대표가 나서 청탁을 하지만, 많은 브랜드를 전개하는 중견 패션기업들은 사업본부장 등 임원들이 잘 봐 달라며 인사성 봉투를 건넨다. 특히 술자리를 좋아하는 바이어들에게서 비리들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이 업계의 통설이다.

    과거 모 백화점의 경우 입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성복 매입부를 거치고 나면 1년에 집 한 채가 생긴다’는 루머도 돌았다. 하지만 ‘윤리경영’과 ‘내부고발 시스템’이 강화되면서 최근에는 비리가 상당부분 없어졌다고 한다.

    문제는 전문성과 투명성이 동시에 해결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문성을 위해서는 한 분야에서 3~5년 올인하게 하는 집중성이 필요한데, 바이어가 한 복종에 오래 있다 보면 이러한 비리가 생겨서 1년 단위로 보직을 순환하는 곳도 있다.

    H백화점의 K과장도 한 자리에 4년 이상 있어 여성복 전문 업체라면 모르는 이가 없고, 입·퇴점에 관여하는 실무 파워도 그만큼 강했다는 평가다. 반면 모백화점의 경우 1년 단위, 빠르면 6개월 단위로도 보직을 변경함으로써 바이어의 전문성이 결여돼 ‘너무 무지한 바이어’라는 비평을 듣기도 한다.

    물론 글로벌 경쟁 시대를 맞아 윤리적이면서도 전문성을 갖춰 전문 바이어로서의 역량 강화에 집중하려는 바이어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는 이번 사건이 큰 상처가 될 것이다.

    ‘노란 봉투’ 대비 안전기금이 웬말?

    ‘K과장’ 사건은 단품거래선 두 업체 외에도 다른 피해 업체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대형 백화점으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 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개인을 희생양으로 삼는 선에서 처리되지 않겠느냐’고 예측한다. 백화점 전체의 모습으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고객 서비스를 우선으로 하는 백화점의 경우 이미지에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으며, 그룹사까지도 이미지 손상이 우려되는 까닭이다. K과장 조사 후 비리에 연루된 사람이 있다면 몇 개월 후에 조용히 ‘노란 봉투’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한 영업본부장은 “그 사람이 희생양으로 내몰린 것이다. 금품 상납은 어차피 계속 이뤄지고 있다. 술이 되든 돈이 되든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물론 모든 백화점이 비리의 온상은 아니다. 내부 감사 시스템이 잘 갖춰진 모 백화점의 경우는 매우 깔끔하다. 만나면 되레 ‘영업하느라 업체가 고생한다’며 바이어가 밥을 사주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명목상 윤리경영을 확실하게 밝히는 곳의 일부 바이어들은 ‘그래서 더욱 지능적으로 상납을 챙긴다’는 설도 있다. 분명한 것은 ‘연기가 나는 것에는 원인이 있다’는 점이다. 백화점도 업체도 진정한 윈윈의 상생관계, 협력관계가 정착돼야만 한다.

    업체 관계자 역시 “이번 문제는 단순히 백화점만 탓할 것이 아니다. 돈 받는 백화점이나 돈 주는 업체나 모두 잘못한 것이다. 패션업계에 그런 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이 참으로 부끄럽다. 어쨌거나 백화점 의존이 높은 국내 패션 유통구조 속에서 속히 경쟁력을 마련해야 한다. 가두상권을 바라보면 자금력이 큰 대형 글로벌 브랜드들이 장악하고 있고, 참으로 착잡한 심경이기만 하다”고 애로점을 토로한다.

    납품 비리 백화점 모니터링 유명무실(?)

    한편 이번 사건은 여성복 업체인 F사와 J사 2개 회사 대표들로부터 제보를 받은 서울중앙지검이 수사를 벌인 결과 동일인물인 ‘H백화점 K과장’에게 본인과 차명계좌로 수억 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하면서 비롯됐다.

    K과장은 F사 L대표로부터 백화점 내 신규 행사매장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등의 청탁을 받고 2004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본인과 부인 명의 계좌로 74회에 걸쳐 1억3400여만원을 챙긴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또 J사 Y대표로부터 비슷한 청탁을 받고 2005년 3월부터 올 10월까지 장모 명의 계좌로 43회에 걸쳐 1억2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백화점 측은 ‘그동안 자체 감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납품 비리 등을 모니터링해 왔지만 이번에는 차명계좌로 거래가 이뤄져 적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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