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내믹 괴짜 CEO들 의 세상!

    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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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9.01조회수 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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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It) 브랜드의 기준이 도대체 뭐야? 얼리어답터, 트렌드세터들이 사죽을 못 쓰는 그 브랜드들은 어떻게 그런 매력을 갖고 있는 걸까. 얼핏 보면 일반 브랜드와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화려한 맛도 없고 심플하다 못해 심심한 디자인인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그 브랜드의 상품을 사기 위해 시즌 초부터 부지런을 떨며 줄을 서고 예약을 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구입한 뒤 착용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잇 브랜드들의 상품은 구입하고 나서도 갖가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며 구매자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요즘 ‘되는 브랜드’들을 보면 소비자부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거 예쁘다. 사야지’해서 구입해 착용하고 끝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들은 브랜드가 지니고 있는 문화와 히스토리, 스토리와 철학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하고 그것에 큰 가치를 두면서 브랜드를 ‘즐긴다’. 물론 처음에는 디자인이 예뻐서 또는 옷 잘 입는 어느 누가 입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마니아가 되는 길은 결국 브랜드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리고 그 ‘이해하고 싶은 어떤 것’을 제시하는 브랜드는 매우 드물다. 아무리 매출이 많고 유명 연예인들이 많이 찾는 브랜드라 해도 소비자들이 그 옷을 입고 난 뒤 “나 「**」 브랜드 옷 샀어. 잘 어울리지?” 정도의 이야기 외에 다른 것을 더 나누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마니아층을 거느리며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들은 다르다. 그 브랜드의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동료의식이나 동질감을 느끼게 만든다. 새로운 상품 하나를 가지고도 2~3시간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재가 풍부하다. 소유함으로써 자부심을 갖게 한다.

    비싼 값에 팔리는 명품이어서가 아니다. 브랜드의 컨텐츠가 풍부하고 가치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 컨텐츠와 가치가 소비자를 모여들게 하고 그들을 결집시키고 그로 인한 자부심을 심어 준다. 이 같은 자부심들은 브랜드가 성장하고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이런 브랜드는 많지 않다. 더욱이 수입 브랜드의 경우 그것을 본질 그대로 한국 시장에 옮겨 놓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많은 브랜드가 회사의 매출 외형과 브랜드 볼륨화에 욕심이 나서 무분별하게 몸집을 키워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경우 브랜드의 문화적 기반을 이해하지 못해 엉뚱하게 국내 시장에 풀어내다가 실패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많이 봤다.




    브랜드를 전개하는 회사에 돈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브랜드를 전개하는 사람의 자세에 따라 달라진다. 전개하려는 브랜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그 문화를 충분히 알고 있는지, 가장 중요한 소비자들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브랜드의 철학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지 등 소소하고 기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덕목을 갖춰야 한다.

    이런 브랜드와 사람, 과연 누가 있을까. 전개하고 있는 인기 브랜드들보다 더욱 매력적인 사장들에게는 어떤 비결이 있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일까.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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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 브랜드 이끄는 나쁜(?)남자
    시니컬하다. 강원식 코넥스솔루션 사장의 첫 느낌이다. 소비자가 신발을 하나 구매할 때마다 한 켤레씩 기부하는 착한 브랜드 「톰스슈즈」를 한국에 소개한 사람으로 알려진 이미지와 다르다. 1975년생으로 올해 36세인 그는 개성 넘치는 스타일로 진지하지만 거침없는 말투를 구사한다. 「톰스슈즈」를 들여오기 전 전자기기 유통업을 하던 그는 「톰스슈즈」의 가능성에 반했다.

    강사장은 “2006년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톰스슈즈」를 런칭했을 당시에 내 친구의 동생인 임동진 이사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바로 접했는데 괜찮은 철학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잘만 하면 좋은 브랜드가 될 것 같은 확신이 있었다”고 브랜드에 대한 첫 느낌을 전했다.

    「톰스슈즈」를 전 세계에서 총판사업자가 변하지 않고 꾸준히 전개하는 곳이 한국밖에 없다는 것은 이례적인 사실이다. 엄청 잘돼 변치 않고 온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앞코가 길게 빠진 납작한 캔버스 신발인 「톰스슈즈」에 대한 반응이 나타난 것은 불과 지난해부터다. 한국에 런칭한 2007년부터 2008년까지는 반응이 거의 없었다.

    힙한 스타일과 1대1 기부의 가치를 한번에
    그럼에도 현재까지 브랜드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강사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수입을 조금 해 보다가 이익이 나지 않으면 바로 접는 경향이 있다. 브랜드를 키우는 것은 아기를 키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톰스슈즈」같은 브랜드가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없어지는 건 너무 아깝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10년이고 20년이고 잘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브랜드에 대한 반응이 없던 2년 동안은 물론 현재까지 똑같은 주파수의 철학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한다. 회사가 변질되면 브랜드를 전개하는 방향부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윤 추구를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철저히 한다. “나는 사장이지 봉사단체장이 아니다. 영리업체의 사장으로서 잘 팔릴 수 있는 상품을 합당한 가격에 선보여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할 일이다. 많이 팔아서 이윤이 남아야 기부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브랜드지만 그것을 진행하는 과정이 항상 아름다울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톰스슈즈」의 문화와 브랜드 철학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알리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유튜브 등을 통해 슈드롭(신발기부활동) 동영상을 보고 입소문을 낸 것이 현재까지 브랜드의 원동력이다. “한 번 신발을 구매해 신어 본 사람은 꼭 주변인들에게 소개한다. ‘이거 「톰스슈즈」라는 브랜든데, 내가 이거 한 켤레 사면 어려운 아이한테 한 켤레가 기부된대. 그리고 진짜 편해!’라는 식으로 소비자들의 입을 통해 가치 전달이 되고 있다.”

    ‘할리데이비슨’ 마니아 못지 않은 팬층
    신발 하나를 사는 것으로 기부라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톰스슈즈」의 막강한 경쟁력이다. 강사장은 “「톰스슈즈」는 태생부터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가치가 있다. 이것을 한국에 재현하는 것이 우리 몫이다. 상품의 포장부터 배달까지는 우리가 한다. 이후 그 상품의 가치를 씹어서 삼키고 소화시키는 것은 소비자들의 몫”이라면서 “물론 슈드롭 등 기부 정책에 대해 의심하는 고객도 있으나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들을 잡겠다고 무리한 마케팅을 해서 가격정책에 혼선을 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화를 이해하지 않으면 선뜻 구매하기 쉽지 않다. 같은 캔버스화 시장에서 5만9000~11만5000원의 가격은 비교적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구매를 결정하는 순간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가운데 스타일과 디자인이 95%라면 나머지 5%는 사고나서의 뿌듯함과 기부하는 브랜드라는 가치이다.

    처음부터 ‘이 브랜드는 기부하는 착한 브랜드니까 꼭 사야 해’라는 생각은 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예뻐서 관심을 갖다가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더욱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것은 같은 신발을 신은 사람들끼리의 의식 차이에서도 엿볼 수 있다. 「톰스슈즈」를 좋아한다는 직장인 채윤영(27세)씨는 “일반적으로 누가 나와 똑같은 옷이나 신발을 착용한 것을 보면 기분이 나쁘고 창피하게 마련인데 「톰스슈즈」는 그렇지 않다. 같은 신발을 신은 누군가를 봐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반갑고, ‘저 사람도 기부를 했군, 보는 눈이 있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가격으로는 비교할 수 없지만 이 같은 가치 부여는 바이크의 황제인 「할리데이비슨」과 맞먹는 정도다. 산술적인 기부 수치보다는 기부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사서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자부심을 느낀다. 강사장이 「톰스슈즈」를 전개하면서 가장 유념하는 부분은 기부라는 가치를 알리는 것과 힙한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는 “캔버스 슈즈이지만 하이엔드 같은 고가의 물건들과 함께 팔릴 수 있는 아이템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이엔드와 함께 팔 수 있는 캔버스 슈즈
    「톰스슈즈」는 그 두 가지 조건에 딱 맞는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부와 같은 착한 부분을 강조하면 구매하기에는 매력이 떨어지고, 스타일이 좋다 싶으면 가격가 너무 높다. 스타일과 가치라는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통도 주의 깊게 선택해야 한다. 유통에 따라 소비자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강사장은 “「톰스슈즈」의 가격을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해 저마진을 추구하기 때문에 낮은 배수를 고수해야 한다. 수수료가 높은 백화점이나 대리점 등의 유통에는 접근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잘 팔 수 있는 좋은 유통로로 온라인 직영숍과 합리적인 편집숍 유통을 찾게 된다”고 덧붙였다.

    「톰스슈즈」가 한국에 정상적으로 자리를 잡는 데는 이러한 합리적인 유통의 힘이 컸다. 오프라인의 A랜드나 온라인의 텐바이텐과 같은 편집숍 매장에서는 브랜드 스토리까지 온전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상품 편집의 기본기가 탄탄하면서 저마진을 유지하며 브랜드에 횡포를 부리지 않는 편집숍들의 도움이 컸다. 브랜드와 편집숍, 소비자들까지 모두가 윈윈하는 방법이다. 「톰스슈즈」는 현재 편집숍에서만 유통되고 있다. A랜드, 플로우 및 백화점 편집숍을 포함해 총 14곳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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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들이 모두 「톰스슈즈」의 팬이라고?
    코넥스솔루션은 처음에 강사장을 포함한 4명으로 시작해 현재 24명까지 늘었다. 특이한 점은 직원 대부분이 런칭 당시부터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고 학생 때부터 인연이 닿아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회사 규모나 월급 액수보다는 「톰스슈즈」의 철학이 좋아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박유라 대리는 “가슴에서 느껴지는 어떤 것이 있다. 나는 「톰스슈즈」의 팬으로서 열렬히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톰스슈즈(TOMS Shoes)」
    역사가 수백 년 된 아르헨티나 전통 신발 알파르가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특유의 가볍고 편안한 착용감과 다채로운 디자인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신발 브랜드다. 무엇보다 고객이 한 켤레를 구매할 때마다 신발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한 켤레를 전달하는 1대1 기부공식을 통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고 있다. 2007년부터 한국에 정식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1대1 기부공식에 공감하는 많은 이의 참여 덕에 슈드롭을 통해 2009년 현재까지 총 60만켤레의 신발이 세계 여러나라 아이들에게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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