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 백화점, 줄줄이 매각되다

    패션비즈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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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0.01조회수 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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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안되는 향토 유통, 이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올해 8월 말 전주 코아호텔이 가지고 있던 전주 코아백화점이 세이브존I&C(대표 유영길, 강명진)로 넘어간 데 이어 청주 흥업백화점도 조만간 LS네트웍스(대표 이대훈)로의 매각이 유력시된다. 올해 초 GS백화점을 시작으로 동아백화점, 대구 모다아울렛까지 중소 유통들의 M&A가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이 백화점들의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들의 매각 결정으로 지방 백화점은 이제 대구백화점과 창원 대동백화점, 대전 세이백화점, 마산 대우백화점, 천안 야우리백화점 등으로 남아 있는 유통이 거의 없으며 명맥을 찾아보기조차 힘든 상황이 됐다. 올해 매각되거나 매각 절차를 밟는 중소 유통은 현재까지 총 5개로, 최근 들어 그 수가 늘고 있다. 이는 빅3의 경쟁적이고도 전국적인 신규 유통 확장과 견줄 때 심각한 유통 양극화가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통공룡들의 막강한 자본력과 바잉파워 앞에 브랜드들이 숨쉴 수 있는 유통, 백화점이라는 유통 채널에서도 효율을 생각해 볼 수 있는 향토 백화점들이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향토 백화점으로 대변되는 중소 유통들의 힘이 급격히 축소된 이면에는 역시 빅3 세력 확장이 있었다는 사실은 다시 한 번 짚어 봐야 할 문제다.

    전주시 대표 유통, 325억원에 팔려
    전주 코아백화점은 그동안 M&A건을 두고 설왕설래하기도 했으나 325억원에 매각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으며, 올해 11월 23일 세이브존은 전주코아백화점의 유형자산을 취득하게 된다. 이 점포는 백화점 2개동 총 2만7401㎡(약 8289평)의 연면적을 가지고 있다. 세이브존은 지금까지 한신코아백화점 노원점, 성남점, 광명점, 대전점을 비롯해 부산 리베라백화점, 울산 모드니백화점 등 영업 환경이 낙후됐거나 부실한 점포를 인수하고 아울렛으로 변경해 지금에 이르게 된 기업이다. 이번에 인수하는 전주 코아백화점의 경우 전주시의 알토란인 로데오 상권에 있다는 상권 이점과 건물 자체의 부동산 가치를 보고 이번 인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한다.

    지난 1983년 한신공영이 개점한 전주 코아백화점은 전북 지역을 대표하는 백화점 유통으로 자리매김했으나 1990년대 한 차례 파동을 겪기도 했다. 전주시내 한복판에 위치, 상권의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으나 한신공영이 1992년 대출금 517억원을 대물변제키로 하고 이 기업이 가진 전주 코아백화점과 리베라호텔의 소유권을 서울신탁은행에 넘겼다. 1994년 은행으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하고 한신공영으로부터 영업을 양수한 지금의 전주 코아호텔은 2000년 리베라호텔을 경매로 취득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

    이 백화점은 2000년대 초반까지 급속도로 성장, 1500억원에 이르는 점포 외형을 갖추며 승승장구했다. 특히 이때는 빅3 백화점의 수수료가 한 달이 멀다하고 오르기 시작하던 시기였고, 상대적으로 전주코아백화점에서의 유지 비용 자체가 낮았기 때문에 이 점포는 브랜드들에 달콤했다. 그러나 지난 2004년 롯데 전주점 오픈 이후 매출과 수익성 모두 급격하게 하락했다.

    1500억원서 300억원대로 급격한 추락
    한때 2000억원대를 바라보던 이 점포는 지난해 300억원대까지 매출이 하락했고 영업손실 25억원과 당기순손실 7억원을 기록하며 브랜드의 기억 속에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었다. 지난 2~3년 전부터 빅유통으로의 매각을 추진, 백화점의 업태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이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얼마 전부터 세이브존과 M&A 협상을 진행했고 결국 이곳으로 넘어가게 됐다.

    청주의 향토 유통인 흥업백화점은 9월 중순 현재 LS네트웍스로 인수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마무리한 상황이다. 1994년 흥업상호신용금고의 전신인 흥업무진이 설립한 이 백화점은 점포 매입을 비롯한 초기투자 비용이 과다하게 투입되며 초기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부터 리스크를 안고 출발했기 때문에 부채 규모는 불게 됐고 이듬해인 1995년에 결국 부도를 맞게 됐다. 이 점포를 설립한 흥업무진은 금융계쪽이었고 유통에 대한 노하우가 전무한 까닭에 초창기부터 주위의 우려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특히 흥업백화점을 추진한 것도 단순히 A급 지방 가두상권으로 통하는 청주 성안길 노른자위 땅이었기 때문이다. 부도 2년 뒤 이 백화점은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져 지금에 이르게 됐고 2012년 15년의 법정관리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이 백화점은 지난해 매출액 43억원과 영업손실 38억원을 기록했다.



    롯데 영플 이어 현대도 청주로
    백화점 경영 부문에서는 적지 않은 허점을 드러낸 것은 사실이나 처음부터 이 백화점 자체가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픈 이후 1990년대 중반에 3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고, 특히 A급 여성복 브랜드들이 청주에 대리점을 내기 이전에 흥업백화점 입점을 타진하기도 했을 정도로 가능성만큼은 있는 점포였다. A급 지방 상권 안에 연면적 7385㎡(2234평) 규모로 위치하던 흥업백화점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롯데의 출점으로 대변된다.

    흥업백화점에 앞서 청주에는 1980년대 초에 개점한 대청주백화점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영 미숙으로 인해 영업 개시 후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주인이 바뀌면서 진로백화점과 청주백화점으로 점포명이 교체됐다. 지난 2005년 540억원의 매출을 올린 청주백화점을 유심히 지켜보던 롯데가 이 점포를 인수해 전관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2007년에 영플라자 청주점으로 전환했다. 막강한 롯데가 청주에 들어서자 흥업백화점에 입점한 주력 브랜드가 하나 둘 빠지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흥업백화점은 경쟁력을 급격히 상실했고, 결국 법정관리 탈출 1년 반을 앞둔 시점에서 매각 수순을 밟게 됐다. 법정관리가 끝나는 2012년에는 현대백화점 청주점이라는 또 하나의 공룡이 들어서기 때문에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2~3년 전에는 G사 등 여러 유통기업에서 관심을 보였으나 500억원에 육박하는 부채가 걸림돌이 돼 무산됐다. 최근 LS네트웍스로서는 흥업백화점이 지닌 상권의 이점을 보고 인수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한숨 돌린 곳은 야우리, 세이 정도?
    LS네트웍스가 흥업백화점을 인수한다면 자사의 브랜드를 활용한 스포츠 카테고리 구성 방안과 임대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업으로서는 현재 백화점 진출 의사가 없으며 롯데, 현대와 같은 유통업태로 이들과 경쟁할 생각은 더더욱 없다고 한다. 이 회사의 현재 캐시카우는 크게 2가지로, 스포츠 「프로스펙스」와 용산 LS타워의 임대수익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둔 적절한 유통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한 시대를 풍미한 2개의 지방 유통이 매각 절차를 밟게 됐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공룡유통들의 몸집 불리기가 매각 절차로 이어지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형 유통사의 전국적인 신규 점포 오픈이 한창인 지금 시점에서 남아 있는 중소 유통과 가두 상권 자체도 예전의 효율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유통의 최고 격전지로 불리는 대구의 경우 대구백화점이 올해 9월을 끝으로 신세계와의 경영제휴를 마쳤다. 이젠 홀로 롯데와 현대, 이랜드 등 ‘체급이 다른’ 유통사들과 홀로 싸워야 한다.

    이곳에 있는 A아울렛의 경우 올해 초 모다아울렛과 같이 M&A를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창원 대동백화점은 모기업인 대동그룹의 경영난으로 지난해 워크아웃 대상 기업 판정을 받았고, 현재 기업회생의 절차를 밟고 있다. 지역 백화점 가운데 그나마 한숨 돌린 곳은 임대수익 모델을 발굴한 대전 세이백화점과 최근 신세계와 경영제휴를 맺은 천안 야우리백화점 정도뿐이다.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유통의 양극화, 그 끝엔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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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3 신규는 대박, 서글픈 양극화
    최근 들어 롯데와 현대의 경쟁적인 신규 오픈이 있었다. 8월 20일 롯데 청량리역사점, 25일 롯데 광복점 아쿠아몰, 26일 현대 킨텍스점까지 1주일 만에 총 3개 점포가 오픈했다. 먼저 롯데 청량리역사점은 지하 2층부터 지상 8층까지 영업면적 3만7328㎡(1만1291평) 규모로 총 630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이 점포가 올린 첫날(프리오픈 포함) 매출은 42억원이었다. 그로부터 5일 뒤 광복점 아쿠아몰이 문을 열었고, 오픈 첫날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초 롯데에서는 2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했으나 목표치에서 50% 초과 달성하며 성공적인 오픈으로 기억되게 됐다.

    롯데 광복점 아쿠아몰을 확인한 브랜드 관계자들은 부산에서 일산으로 서둘러 올라와야 했다. 현대에서 중동점 이후 7년 만에 출점하는 킨텍스점의 오픈을 축하하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지하 1층에서 지상 9층까지 연면적 3만4700㎡(1만500평) 규모로 개점한 이 점포는 프리오픈일(25일) 매출을 포함해 총 58억원을 기록했다. 이 3개 점포의 오프닝 스코어의 총합은 130억원. 이 금액은 흥업백화점 매각 대금으로 거론되는 100억원보다 30억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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