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설립 계기 -서울컬렉션 잡음 ‘이제 그만!’

    패션비즈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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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16조회수 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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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12 춘계 서울패션위크가 끝났다. 8년간이나 행사를 주최해 온 서울패션센터 폐쇄 후 첫번째 열린 이번 패션위크 결과는 실망 반 기대 반이다. 행사를 한 달 정도 남긴 상태에서 결정된 민간 위탁 대행사는 모든 진행이 미숙했다. 실내가 아닌 올림픽공원 야외 텐트에서 치러지다 보니 돌풍에 의한 가변적인 상황들이 속출했다. 늦은 초청시기에 따른 전년 대비 50% 수준의 해외 바이어 참석(해외 프레스 & 바이어 40여명 수준)도 문제였다.

    참가 디자이너와 참관객들은 홍보 마케팅의 미흡과 연이어 있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어디를 어떻게 봐야 할지 혼선이 생겼다. 유명세가 높은 스티브J & 요니P의 컬렉션에는 공간이 비좁아 입장조차 힘들 정도였다. 초라한 페어 부스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를 면치 못했다. 바이어 초청 선정기준도 전년도 구매실적이 우선시되다 보니 중동 바이어 중심이라 주목성도 떨어졌다.

    여기에 주최자인 서울시 역시 전문가 부재였다. 이러한 가운데 솔루션 역할을 자처한 곳이 2월 말 결성된 가칭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회장 이상봉, 이하 연합회)이다. 300여명의 디자이너가 모인 6개 디자이너단체가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뭉쳤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뭉치게 된 계기가 서울패션센터 폐쇄 등 다양한 현안들에 디자이너들이 배제되고 있다는 데 따른 반란(?)이었다.


    해외 바이어 초청 선정기준도 ‘우왕좌왕’

    첫 출발은 이상봉 초대회장을 비롯해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KFDA, 회장 조명례), 세계패션그룹 한국협회(FGI, 회장 박춘무),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 회장 신장경), 뉴웨이브인서울(NWS, 회장 박윤정), 그리고 남성복 개별 디자이너 모임의 장광효 대표와 여성복 개별 디자이너 모임의 홍은주 대표 등 디자이너 선배그룹에서 했다. 패션 디자이너 연합회는 오는 5월 말까지 준비 작업을 거쳐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이후 각 지방의 패션 디자이너 단체 등도 아우르는 대한민국 대표 단체로 자리매김할 방침이다.

    이상봉 초대 회장은 “어려운 시기에 연합회 창립이라는 용단을 내린 선후배, 동료 디자이너의 행보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 모든 역량을 다할 것”이라면서 “한국 패션 산업의 기반을 확고히 하고 이를 발판으로 지속적으로 성장·발전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프로젝트가 제대로 정착되기까지는 잡음이 따른다. 의견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발전성이 있어야 한다. “서울시 예산이 50억원에서 38억원으로 줄어서 행사 규모가 축소됐다.

    그런데 컬렉션은 기존보다 많은 67개나 열어야 하니 내용이 빈약할 수밖에 없다.” 이 얼마나 자존심 상할 멘트인가!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행사가 지자체 예산만 바라보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패션’이라는 콘텐츠가 ‘창의적인 한국’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지 언제까지 계산만 하고 있을 것인가! 패션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들의 의식 전환은 물론 정부와 기업 등 전 영역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문가 부재 속 ‘일단 하고 보자 식’ 행정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패션위크 도네이션 행사에 직접 모델로도 출연하며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서울시 측은 이번에 파격적으로 민간에 행사를 대행한 것이 서울패션위크 자체가 독립적인 역할을 하는 글로벌 행사가 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방향은 맞다. 서울패션위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때 ‘서울’과 ‘코리아’의 국가 경쟁력도 함께 상승한다. 그렇게 하기 위한 시행착오도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8년 동안 축적된 서울패션센터의 노하우와 데이터가 과연 이번에 발휘됐는가? 폄훼만 있었다. 주체와 명분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디자이너들만의 집안잔치 아니냐는 시각이고, 디자이너들은 당연한 투자와 지원만을 바라고, 단순 대행업체는 구심점 없이 두 주인을 모시고 오락가락하다 보면 돌아오는 것은 서로에 대한 비난뿐이다. 누구 탓인지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 패션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 지향점을 둬야 한다. 목표와 명분이 확실하면 융합해야 한다.

    권리와 이익을 챙기기 이전에 책임과 의무부터 지켜야 한다. 갑론을박의 대명사가 되어 있는 디자이너 계파와 신구 디자이너의 갈등이 있는 한 무관심만 돌아온다. 모처럼 탄생한 자생적인 디자이너연합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은 이 때문이다. 집단 이기주의를 펼치지 말고 한국의 자존심을 건 디자이너 패션 산업의 위상을 갖춰달라는 것이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에 소속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혼자서 춥고 외롭게 캡슐쇼 등을 쫓아다니는 것이 아닌 코리안 디자인 파워를 공동으로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초라한 페어부스 ‘꿔다 놓은 보릿자루’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에 바란다. 독립된 주체로 설 수 있을 만큼 강해져야 한다. 힘이 있고 영향력이 있으면 스폰서가 쏟아지게 된다. 서울패션위크는 비즈니스형 컬렉션이었을 때 존재 의미가 있다. 분명한 것은 세계로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주목할 수 있는 서울패션위크를 만들고, 한국 디자이너들의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파리컬렉션과 뉴욕컬렉션, 세계적 패션 페어에는 수많은 참가비를 내고 입성하려고 한다. 자격요건이 아무리 까다로워도 그 무대에 서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세계적 주목받는 마케팅 효과와 비즈니스 성과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파리 밀라노 런던에 이어 가장 출발이 늦었던 뉴욕컬렉션의 경우 미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CFDA)와 뉴욕시, 그리고 스폰서 마케팅을 벌였던 IMG가 혼연일체가 돼 최고 가치를 만들어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선망하는 뉴욕패션위크로 정착했다.

    월트스트리트 만큼이나 유명한 ‘뉴욕패션위크’를 만드는 데에는 디자이너는 물론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을 비롯해 뉴욕의 백화점과 주요 패션기업들이 함께 배려하고 홍보했다. 한국만 하더라도 문화관광부와 함께 ‘컨셉코리아’를 구성해 뉴욕패션위크의 공식 행사화했다. 지난 2010년 2월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에 대한 선택과 집중, 현지 정착을 위한 쇼룸 지원 등 비즈니스 매칭 프로그램을 전략적으로 강화하는 등 뉴욕패션위크를 통해 ‘패션코리아’의 이름을 알리는 툴로 활용하고 있다.


    패션큐레이팅 역량 갖춰야 한다

    이처럼 전 세계가 호응하는 뉴욕패션위크 역시 모든 것이 일사분란하지 않았다. 뉴욕컬렉션을 대표하는 장소로 알려진 브라이언파크텐트 역시 2006년에는 더 이상 패션위크 개최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원측의 통보를 들어야했다. 파리나 밀라노보다 일찍 개최하기 위해 뉴욕패션위크 기간을 2월과 9월로 앞당겨졌고 패션쇼 때문에 일반인의 파크 사용이 제한된다는 점 등으로 인해 마찰을 빚게 된 것이다.

    현재의 장소인 링컨센터 역시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브라이언파크와는 달리 패션지역과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쇼를 위해 옷을 운반하는 것부터 진행 중 옷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즉각 조치를 취할 수 있었지만 링컨센터는 그렇지 못하는 것이었다. 반면에 아름다운 내부 공간이 효과적으로 인스피레이션을 전달하고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의견도 있다. 뉴욕 역시 비교적 심플한 장소 문제는 물론이고 심사기준 등 모든 상황에 불만족하는 문제제기가 지속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소비자들의 패션에 대한 다양성 코드와 한국 디자이너들의 수준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다양한 셀렉트숍과 온라인 등 확대재생산할 수 있는 채널들도 늘고 있다. 결국 역량있는 디자이너들을 큐레이팅해 한국 패션 산업의 수준을 올리는 것이 패션에 몸담고 있는 리더들의 역할이다.

    서울시는 패션 정책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듣는 문화산업 분야의 정책 워크숍을 이번 5월에 개최할 예정이다. 패션디자이너 연합회 역시 5월말까지 지금의 연합회에서 ‘조합’도 고려하고 있다. 패션산업 발전을 위해 진정한 소통과 융합의 ‘멜팅폿’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



    **패션비즈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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