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용, 런던올림픽 핫티스트로~

    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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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25조회수 8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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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과 니즈가 궁금하다면, 그들과 패션으로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방법을 찾지 못하겠다면? 이 사람의 컬렉션과 행동반경을 주시해보는 것이 좋겠다. 상당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 No.1 브랜드 「나이키」와 리노베이션 가도를 달리는 「헤드」가 손을 내밀어 함께 일하기를 청한 핫티스트, 고태용 비욘드클로젯 대표다.

    2007년 디자이너로 데뷔, 2008년 자신의 브랜드 「비욘드클로젯」 론칭. 단 두 줄로 정리되는 5년이라는 짧은 경력을 가진 그다. 1981년생으로 서울컬렉션에 참가하는 디자이너들 중에서도 가장 어리다. 수많은 신진 디자이너들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판에 고태용은 짧은 시간에 누구보다 굵직한 점을, 패션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 찍어가며 이전의 디자이너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그려나가고 있다.

    그런 그가 2012년의 빅이슈, 런던올림픽의 핫티스트로 떠올랐다. 잘 나가는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런던올림픽’을 소재로 소비자와 소통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에게 손을 뻗은 것이다. 지난 5월 패션은 물론 스포츠계까지 뜨겁게 달궜던 이슈는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에 대한 것이었다.


    대중에 대한 ‘촉’이 살아 있는 디자이너





    「나이키」는 월드컵과 같은 축구 관련 화제가 없는 상황에서 유니폼의 변경 상황을 설득력 있게 알리고 또 왜 이렇게 변경했는지, 의미는 어떤 것인지 등을 소비자와 함께 소통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고태용을 찾았다. 한 달 반이라는 작업 과정을 거쳐 대표팀의 색인 ‘레드’에 새로운 해석과 의미를 부여한 ‘코어 레드’라는 주제로 유니폼 론칭 퍼포먼스를 펼쳤다.

    역대 가장 패셔너블하고 대중적인 의미를 가진 유니폼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고태용은 “유니폼은 2년마다 변경하는데 변할 수 있는 부분은 적다. ‘so what?’ ‘왜 또 레드야?’라는 의문이 들 것이 뻔했다. 레드 컬러의 본질을 부각해 해외 축구팀 유니폼처럼 대중이 좋아할 수 있는 유니폼을 만들고 싶었고, 90분 동안 그라운드를 가득 채우는 선수들의 열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레드’에 맞는 8가지 키워드를 지정하고 그것을 잘 표현해 내고 있는 대중적인 인물들을 통해 유니폼을 패셔너블하게 보여주려 했다”고 전한다.


    “많이 사고 입어본 사람 앞에 장사 없다”

    고태용 자신을 포함한 8인의 스타일 & 문화 아이콘으로는 영화배우 유지태, 영화감독 장진, 모델 강승현, 사진작가 홍장현, 가수 태양, 축구선수 기성용이 선정됐다. 「나이키」와 고태용의 콜래보레이션은 성공적이다. 그렇지만 분명히 이 결과물을 보기 전에 사람들은 한마디씩 한다. “왜 고태용인가? 더 잘 나가고 유명하고 경력이 화려한 디자이너가 많을 텐데?”

    「나이키」라는 대형 브랜드가 굳이 대중 인지도가 높지 않은 디자이너와 작업했는지 의문을 가진다. 이 점은 고태용 본인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의 자신감은 확고하다. “「나이키」가 원하는 부분을 가장 잘 풀어낼 수 있는 인물이 나였기 때문이다.” 이번 콜래보레이션 작업의 적임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최성렬 나이키스포츠 마케팅 부장도 이 생각에 동의한다.

    “평소 「비욘드클로젯」의 옷에 관심이 있었다. 매번 컬렉션을 보다가 이번 서울 컬렉션만 일정 때문에 보지 못했는데, 바로 다음날 온라인에 뜬 컬렉션 사진을 보고 곧바로 연락을 취했다. 스포츠 테마로 컬렉션을 풀어냈는데 최근 소비자들의 니즈를 잘 파악해 자신의 디자인에 똑똑하게 녹여냈더라. 대중을 상대로 한 컨셉추얼한 프로젝트에 딱이라고 생각했다”고 그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해외 진출 위해 수익창출은 필수불가결!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대표 박동문)의 「헤드」도 마찬가지다. 「헤드」도 지난 5월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10Players’라는 이름으로 10명의 디자이너와 한정판 피케셔츠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했다. 미션은 「헤드」의 테니스 오리지널리티와 런던올림픽의 요소를 각 디자이너만의 감성으로 풀어내는 것이었다. 「헤드」의 영업 관계자는 “맨 처음 디자이너들의 상품들이 나왔을 때 디자이너별로 색다른 맛을 내긴 했는데, 과연 팔릴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런데 기대 외로 판매율이 좋아서 젊은 디자이너들이 역시 최근 소비자들 취향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느꼈다. 특히 고태용 실장 상품은 단추 컬러만 다른 심플한 스타일인데, 10개 상품 중 판매 반응이 가장 좋다. 「헤드」의 컨셉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을 자신의 디자인 스타일에 잘 녹여낸 것 같다”고 말한다. 고태용은 흔히 말하는 ‘촉’이 좋은 디자이너다. 본인의 컨셉과 아이덴티티가 확실한데도 ‘잘 팔릴 수 있는’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낸다.

    아무리 트렌디하고 좋은 디자인이더라도 테마가 없으면 브랜드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그는 “시즌의 테마와 디자인, 디자이너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중적인 아이템일 때 판매가 되는데, 디자이너로서 이런 비즈니스적인 측면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고태용의 매력포인트는 당연한 것을 당당하게 밝히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돈’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는 다른 디자이너들과 달리 수익창출에 대한 바람과 자신감을 거리낌 없이 강조한다. 국내를 넘어서 뉴욕 파리 밀라노 런던 등 해외로 넘어가 컬렉션을 열기 위해서 자본은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과 테마, 수익창출이 ‘좋은 브랜드’의 조건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비욘드클로젯」 비결은 이색적인(?) 이력

    잘 팔릴 수 있는 포인트는 바로 대중과의 공감 정도에 따라 정해진다. 그는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끊임없이 소비자들과 소통한다. 현재 서울 사사다(SASADA) 패션디자인학과의 교수로 강단에 서면서 학생들과도 스스럼없이 패션에 대한 수다를 나눈다. 체육고등학교를 나와서 해병대를 전역한 이색적인 경력(?)도 다른 디자이너들은 가지기 어려운 일반 남성 고객들과의 접점을 만들어 준다.

    그래서 그의 옷은 특유의 매력을 갖고 있음에도 일반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스타일을 제안한다. 그래서인지 CJ오쇼핑의 디자이너 브랜드 홈쇼핑 매출 경쟁에서도 상위급의 매출력을 자랑한다. CJ오쇼핑 관계자는 “「비욘드클로젯」 홈쇼핑 전용 레이블은 방송 시간당 평균 4억원, 많을 때는 9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고태용은 지난 2011년 초 CJ오쇼핑과 계약한 첫번째 디자이너다. 이후 「제너럴아이디어」의 최범석이 합류했고, 「쟈니해잇재즈」의 최지형, 「도이」의 이도이 등이 차례로 합류했다.

    올해는 「앤디앤뎁」의 김석원•윤원정 페어와 아동복 관련 계약을 하고 「푸시버튼」의 박승건 디자이너와도 계약을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고태용은 자신의 ‘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솔직히 젊은 사람들의 성향을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빨리 캐치하는 편이다. 어릴 때부터 옷을 좋아해서 많이 사고, 입어본 경험이 발휘되는 것 같다. 그리고 패션이나 디자인을 옷에 국한시키지 않고 음악이나 여행, 예술과 같은 문화 전반으로 확대해 시야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CJ오쇼핑서 시간당 9억, 평균 3억~4억 판매

    그래서일까. 남성 캐주얼과 스포츠 분야에만 재능이 있을 것 같던 그에게 최근 다른 분야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결과물은 핫한 여성복 브랜드 「스타일난다」와의 콜래보레이션이다. 또 9월에는 옵티컬W와 진행한 선글라스와 안경 협업 상품이 나올 예정이다. 최근 젊어지기 위해, 혹은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스포츠와 아웃도어 업체들과의 상담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그의 이력을 보면 사실 타 복종과의 콜래보레이션이 엄청나게 독특한 사항은 아니다. 고태용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의상 디렉팅과 일반 학교의 교복 제작을 시작으로 벤츠코리아와 협업도 해봤고, 곰표밀가루를 생산하는 대한제물의 신사업부문인 명품 애견숍 브랜드 ‘이리온’의 기획과 컨셉 디렉팅, 유니폼 제작도 총괄했다.

    고태용이라는 개인의 크리에이티브와 브랜드를 활용해 기업의 이미지 변신에 도움을 주면서 개인이 하기 어려운 소재 소싱 마케팅과 같은 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 콜래보레이션 작업의 매력이라 기회가 되고 잘 맞는 일이라면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는 게 그의 의지다.


    콜래보, 제안 - 타협 - 수정하는 작업 매력



    일반적으로 디자이너는 자존심과 자기애가 강해 남들이 자신의 디자인에 대해 다른 제안을 하거나 수정하는 것을 참지 못하는 편이다. 고태용도 마찬가지다.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만큼은 누구 못지않다. 오히려 더 센 편이다. 그렇지만 협업 작업에서는 마음을 열고 소통하려 한다. 기업과 의견을 맞춰가는 과정 속에서 본인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더욱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

    특히 브랜드에서 고태용의 컬렉션을 보고 협업을 결정한 상황이라면 그 과정은 더 없이 역동적이고 재미있다. 서로 인정하고 들어가는 부분이 있어서다. 5년. 신진 디자이너로서는 긴 시간이고, 패션 디자이너로서는 짧은 시간이다. 그동안 고태용이 거침없이 굵직한 점을 찍으며 달려온 데는 그만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롤모델은 없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많은 기회를 얻었지만 누군가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다만 동기부여를 해주는 인물은 많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나에게 힘이 되는 사람들. 물론 ‘그들처럼’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들보다 더’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아 내 후배들에게도 힘이 돼주고 싶다.”

    어찌 보면 당돌하지만 당찬 포부가 아닐 수 없다. 그의 가장 큰 목표는 바로 해외 컬렉션이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비욘드클로젯」이라는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 목표를 위해 지금은 기회를 잡아 경험을 쌓으며 자체적으로 자본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브랜드의 매력을 알려 투자자를 유치하는 등 차근차근 단계를 밟는 중이다.


    벤츠, 애견숍, 교복 등 작업 영역 한계 없어

    “최근에는 캐주얼, 스포츠, 아웃도어 등 큰 시장을 많이 보며 디자인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있다. 패션과 디자인의 영역은 옷에만 국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용품이나 문화적인 부분에서도 나만의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다.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 어렵다면 적극적으로 나를 활용해주면 좋겠다. 그 부분만큼은 콜래보레이션이든 디렉팅이든 어느 누구보다 좋은 결과를 낼 자신이 있다.”

    고태용은 자신의 약점도 잘 알고, 강점도 적극적으로 어필할 줄 아는 디자이너다. 약점인 수트 부문만 아니라면 어떤 것이든 “맡겨만 달라”며 자신 있게 웃었다. 현 패션계의 디자이너 중 가장 어린 막내지만 포부와 목표만큼은 누구보다 높고 확고한 디자이너 고태용. 2012년 런던올림픽을 계기로 더욱 다양한 작업을 펼쳐나갈 핫티스트로서 주목 받고 있다. 위트 있고 대중적이면서도 한결같은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그의 컬렉션처럼 앞으로도 눈에 띄는 핫한 디자이너로 활약하길 기대한다.


    TIP |「헤드」의 10players?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대표 박동문)이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10명의 디자이너와 협업한 「헤드」 한정판 피케 셔츠를 출시했다. ‘10players’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피케 셔츠들은 「헤드」의 오리진인 테니스 문화와 영국, 올림픽이라는 3가지 테마의 요소요소를 각 디자이너만의 감성으로 풀어낸 상품이다.

    특히 이번 협업에 참여한 고태용 이승희 이석태 윤세나 강동준 이재환 이현찬 최형옥 한동우 이주영 10명의 디자이너는 지난 4월에 열린 2012 FW 서울 패션위크에 참여한 대표선수(?)들이다. 각 디자이너들의 아이덴티티가 어떻게 녹아 있는지 아이템마다 비교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이신혜 「헤드」 마케팅 팀장은 “이번 ‘HEAD 10Players Pique Tee’ 프로젝트는 런던올림픽을 모티브로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대한민국 대표 디자이너 10인과의 협업으로 진행했다”며 “개성 넘치는 디자이너들의 감성이 피케 셔츠를 통해 표현됐다. 고객들은 10가지 디자인의 옷을 보는 것 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패션비즈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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