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중심 ‘머천디자이너’가 뛴다!

    inkk
    |
    13.09.09조회수 4238
    Copy Link




    리테일 비즈니스 시대, 머천디자이너가 패션마켓 뉴리더로 떠올랐다. MD(머천다이저)와 디자이너, 2명의 역할이 이제는 한 사람에게 멀티로 주어진다. 개인의 감각과 손맛은 물론 머천다이징과 디자인을 두루 핸들링하며 마켓을 보고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시각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기획팀과 디자인실을 이원화했던 프로세스와 차원이 다른 업무를 담당한다. 일단 두 부서는 ‘상품팀’이라는 이름으로 합쳐졌고 각각의 머천디자이너들은 크게 물량기획 디자인 생산 사입을 책임진다. 매장 연출, 점포별 상품 체크도 이들의 몫이다. 사실상 상품기획부터 판매까지 모든 프로세스에 링크되는 것이다.

    패션의 중심축이 제조에서 리테일로 옮겨가고 있는 지금, 머천디자이너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코인코즈」 「랩」 「스파이시컬러」 등 숍에 초점을 맞춘 패션 브랜드는 기획력과 감도, 현장대응력 등을 겸비한 인물들로 조직을 세팅했다. 이들 중에는 과거 비제도권의 도매시장, 내셔널 브랜드의 기획팀 디자인팀에서 활동하다 전공에 α를 더해 합류한 인재들도 포함돼 있다. 각기 다른 스페셜리스트를 갖고 있지만 시선을 숍과 현장, 소비자에 ‘정조준’하고 있다는 것에서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리테일 & 장기불황 시대, 멀티플레이어 필수

    유통가에서도 머천디자이너의 빠른 대응력을 인정한다. 최용화 롯데백화점 영캐주얼 CMD는 “「랩」 등 숍브랜드는 디자이너들이 직접 숍매니저들과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수시로 의사소통하면서 매장 현황을 체크하더라. 점포별로 나누어진 소비자 특성을 파악하고 유연하게 MD에 대처한다. 자체 생산과 바잉상품을 유연하게 구성했기 때문에 재고 상태를 바로 확인하면서 소진 시 대체할 수 있는 아이템에 한계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패션마켓 전문가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는 “패션 조직에서는 이제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닌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로의 사고 전환이 필수적이다”며 “디자이너에게도 소비자의 니즈를 읽고 매장 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다른 차원의 크리에이티브함이 강조된다. 급변하는 시장, 패션 산업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 양성이 내수 시장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장기 불황에 대비하는 패션조직의 거품 제거라는 면에서도 머천디자이너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고태경 「코인코즈」 상품기획 부장은 “패션 기업의 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하지만 마른행주에서도 물은 짜야 한다. 단순한 구조조정이나 단타적인 브랜드 리뉴얼, 콜래보레이션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축소경영으로 가고 있다”며 “조직의 지각변동을 통해 20~30명 콤팩트한 구성을 가져간다면 개인에게는 주어지는 역량이 배가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스피드 & 슬림, 불필요한 업무프로세스 NO!

    ‘멀티태스킹’과 더불어 ‘커스터마이징’ ‘스피드 & 슬림’은 머천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3가지 덕목이다. 또 변화하는 패션조직을 설명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국내외 바잉과 생산은 물론 매장 컨디션, 물류 출고 관리까지 상품팀의 손길이 안 닿는 곳이 없다.

    백화점 쇼핑몰은 물론 주요 상권에서 발품을 팔며 명확한 타깃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분석해야 한다. 개인당 3배가 넘어서는 업무량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머천디자이너 조직에서는 불필요한 업무 과정을 삭제하고 생산성과 효율성에 주력한다.

    결재라인을 최소화하고 품평 시간은 최소 30분 정도로 줄여 팔릴 만한 상품을 빠르게 셀렉트한다. 모든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 ‘스피드’는 머천디자이너의 생명이다. 현 패션 시장에서 가장 요구되는 인재, ‘머천디자이너’의 업무 프로세스를 살펴보고 이들이 패션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기대해 본다.







    여성복 브랜드 경력 17년차, 고태경 부장은 3년 전 보끄레머천다이징(회장 이만중)의 숍브랜드 「코인코즈」를 런칭하며 디자이너로서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기존 디자인실에서 답습했던 방식을 벗어나 유통과 소비자를 두루 아우르는 현장형 디렉터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온앤온」 실장을 맡았을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많은 일들이 이곳에서는 당연한 일상이 됐다.

    고 부장은 매주 팀원들과 함께 시장을 뛰어다닌다. 소재의 경우 직접 그 자리에서 결정, 발주한 다음 도매시장으로 넘어가 바쁘게 아이템을 셀렉트한다. 고 부장은 자신에게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속도’라고 강조한다. 소비자 니즈에 빠르고 민감하게 대응하며 다양한 상품을 단시간에 회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무실에 돌아와서는 수많은 아이템의 실루엣과 디테일 퀄리티를 수정하는 작업을 한다. 이때 20년 동안 여성복을 만지며 손에 농익은 핏감과 디테일을 잡아내는 예리함은 시간 단축에 굉장한 도움이 된다.

    달라진 것은 속도뿐만이 아니다. 고 부장은 업무 효율을 위해 팀 내 상하 수직구조와 층층시하 결재라인도 타파했다. 일하는 경중을 직급에 두지 않는 것. 고 부장과 5명 팀원 모두는 개인에게 주어지는 결정권과 업무가 대부분 동등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 사람이 하나의 옷이 나오는 A-Z까지의 과정을 한 번에 아우르며 책임자가 된다. 개인의 생각과 발상이 실체로 나오고 소비자에게 어떤 반응이 오는지 매장으로부터 피드백을 직접 받을 수 있다.

    고 부장은 “기존 디자인실에 비해 팀원이 받는 스트레스의 질적 차원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애써 만들었는데 실장님이 싫어하면 어쩌나’ ‘상무님이 좋아하는 컨셉은 뭘까’에 대해 고민했다면 지금은 ‘이 상품은 몇 장이나 팔릴까’ ‘소비자들은 어떤 상품에 반응을 보일까’로 사고가 전환됐다. 현장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팀원들을 보면 업무 수준이 상당히 상향됐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옷에서 슈즈 백 액세서리로 더 나아가 리빙까지 시각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 또한 만들어졌다. 그는 “이미 시장에 있는 패션 아이템에 대해서는 공유가 된 상황이다. 그것을 어떻게 포장하고 우리만의 컨셉으로 브랜딩하는가가 중요하다. 바로 숍의 차별화다”며 “솔루션을 찾다 보니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보였고 답은 리빙에서 찾았다. 소형 아파트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옷 외에도 선택할 수 있는 코드적 상품 구색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의 전체 라이프를 아우르는 머천디자이너로 제2의 길을 걷는 고태경 부장. 그가 이끄는 「코인코즈」 는 현재 20% 이상의 점효율을 보이며 보끄레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고 부장은 향후 이 브랜드를 유통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유연한 리테일숍으로 성장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데코」 「오브제」 등 고가 여성복에서 활동할 땐 트렌드를 컬렉션, 옷에서만 찾았어요. 하지만 이제 패션의 흐름을 숫자에서 캐치하게 됐습니다.” 지난 상반기 동광인터내셔날(대표 이재수)의 숍브랜드, 「플러스에스큐」의 런칭을 주도한 김상희 상품팀 실장의 말이다. 김 실장은 「플러스에스큐」 이전 가장 최근까지 「숲」의 상품팀을 이끌어왔던 인물이다.

    그는 임가공 중심 브랜드에 몸담았던 시절 자신을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 표현한다. “예전에는 가장 트렌디하게, 예쁘게 만들어 내놓은 상품인데 소비자들이 왜 안 사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숍브랜드 「플러스에스큐」를 전개하면서 마인드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소비자들이 어디에서 지갑을 여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죠. 옷 잡화 화장품 리빙 전체적으로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김 실장은 “직접 발품 팔아 뛰어다니며 고객들과 마주치고 의류 외에 다양한 상품들을 매장에 구성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습관이에요. 또 MD의 역할까지 디렉팅하며 수치에 훨씬 민감해졌죠”라며 현재 자신을 ‘커머셜 디자이너’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의 이러한 성장의 발돋움은 ‘옷을 볼 줄 아는 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실장은 지금 상품 구성부터 매장 VMD의 분야까지 손을 뻗어야 할 곳이 너무 많다. 이때 무엇보다 도움이 되는 것은 거의 반사적으로 옷의 퀄리티를 잡아내는 스킬이다. 김 실장은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핏과 품질에서 누락된 부분을 캐치한다.

    김 실장은 “머천디자이너는 대중의 입맛을 맞추는 기획 마인드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옷에 예민해야 해요. 소비자들의 구매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가격 대비 괜찮은 퀄리티입니다. 아무리 좋은 가격, 적재적소에 필요한 아이템을 내놓았어도 금액을 지불할 만한 가치는 마무리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라며 “중저가 브랜드로 소싱에 주력했던 브랜드, 「숲」 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제는 MD와 디자이너가 분리된 일을 하는 시대가 아니다. 동광인터내셔날 본사 구조만 봐도 알 수 있다. 가장 최근에 런칭한 숍브랜드 「플러스에스큐」는 나머지 브랜드와 다르게 MD와 영업 디자인팀이 한 공간 안에 모여 있다. 서로 의자방향만 돌리면 회의를 할 수 있다. 김 실장은 “MD와 디자이너를 융합시킬 수 있는 내부적 장치예요. 각각 MD 디자이너 출신이지만 결국 업무의 경계가 허물어진, 머천디자이너로 구성된 조직이 완성될 것입니다”고 설명했다.





    “머천디자이너에서 중요한 역할로 파트너 업체와의 유대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티뷰」와 「앳마크」는 패턴 샘플 생산을 완사입 업체에 맡긴다. 본사에서는 상품기획부터 바잉 디자인만을 담당하기 때문에 기존 개발팀 역할을 맡아주는 협력업체 선정과 핸들링이 관건이다. 실력 있고 단가가 저렴한 업체를 메인으로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메가마트(대표 강선균)의 「티뷰」 「앳마크」를 이끄는 브랜드팀의 수장 이영리 팀장은 하루 4~5회 프로모션 업체와의 미팅으로 시간을 보낸다. 리테일 DNA로 세워진 메가마트 특성상 생산은 전문적인 완사입 파트너에게 맡기기 때문이다. 완사입 프로모션 업체, 동대문 도매 업체 등 이 팀장이 관리하는 업체만 20곳이 넘는다.

    이 팀장은 이전 가장 보수적인 조직을 갖고 있는 커리어 브랜드에서 활동했던 정통 디자이너다. 「보티첼리」 「쏠레지아」 「크레송」 등 실장제도로 자리잡은 제조 중심의 브랜드들이다. 이때는 작업지시서에 스케치하고 패턴사와 소통하고 디자인 실장의 컨펌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였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프로세스가 활력이 없다고 느낀 이 팀장은 고민 끝에 80% 이상을 사입 베이스로 생산하는 메가마트로 자리를 옮겼다. 이전과의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해 그는 “수도권부터 경남까지 매장을 순회하고 동대문과 중국 광저우를 옮겨가며 사입과 생산을 관리한다. 동선마다 연결돼 있는 업체들을 만나고 밀고 당기는 업무가 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이 팀장은 일주일에 한 번 물류센터에 가서 직접 수납관리까지 도맡는다. 시장 상품은 본사에서 직접 생산을 맡지 않아 끝마무리에서 퀄리티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세보다 배수율을 한 단계 높이 받으면서 품질이 낮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또 한 가지 달라진 점은 ‘소비자에 의한 상품’을 중심에 두고 바잉하고 디자인한다는 것이다. 예전 커리어 여성복에서는 주력하지 못했던 마인드다. 이 팀장은 새로 오픈할 매장 상권의 소비자를 미리 파악하고 점포별 고객 특성에 맡는 상품을 적절히 배치한다.

    이 팀장은 “머천디자이너로 일하며 생각의 방향이 늘 소비자 중심에 맞춰졌다. 이에 지방에 사는 지인들과 통화할 일이 잦다. 「티뷰」와 「앳마크」는 매장이 전국구 마트와 거주지역에 밀착해 있다. 지역별 특성을 수시로 파악하는 것은 매출과 직결되는 일이다”고 설명했다. 매일 수많은 파트너사, 다양한 소비자와 직면하는 이 팀장은 “수치에 민감한 기획력과 상품을 보는 감도가 머천디자이너의 필수 덕목이라면 협력사 소비자를 움직이는 스킬은 차별된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국내 숍브랜드를 선도하는 아이올리(대표 최윤준)의 「랩」. 2011년 런칭부터 지금까지 「랩」의 상품팀을 이끌어온 이지안 실장을 보면 난국 속에서도 고공행진 중인 브랜드의 행보가 이해된다. 이지안 실장은 철저히 ‘소비자의, 소비자에 의한, 소비자를 위한’ 상품에 충실한 머천디자이너다.

    적시에 필요한 수요를 읽어내며 「랩」의 디자인 2개팀, 벤더팀, 국내 바잉팀, 수입 바잉팀을 현장에 포커스를 맞춘 조직으로 아우른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는 그를 ‘커스터마이징 디자이너’라 부른다. 그는 변화된 소비자의 기호와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고 시기에 맞는 상품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에 능하다.

    이 실장은 “바잉과 생산에 두루 유능해도 소비자를 모르면 진정한 머천디자이너라 할 수 없다. 하이엔드 럭셔리에서 감각을 논할 것이 아니라면 발품을 팔아 고객을 쫓아야 한다”며 “소비자에게는 늘 정해진 정답이 없다. 어제 다르고 오늘이 다르다. 현장이 아니면 솔루션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리테일 시대 이 실장이 주목 받는 이유는 동대문 소싱처에 대한 당당함이다. 이 실장은 ‘나만의 디자인’보다는 ‘소비자가 선택하는 아이템’에 자부심을 느낀다. 모델 수 기준 「랩」의 40%를 차지하는 동대문 벤더 상품은 레이블에 모두 ‘+’로 표기했다. 타 유통에서 같은 상품이 있을 수도 있음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이 실장은 “해외는 이미 수많은 벤더들을 활용한 홀세일 브랜드가 자리잡고 있다. 국내도 이러한 니즈가 커지는 추세다. 시장 바잉 상품에 대한 우려는 선입견일 뿐이다”라며 “소비자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공급해 지금 당장 필요한 아이템을 살 수 있는 숍으로 인식되게 하는 것에 주력한다”고 강조한다.





    **패션비즈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Related News

    • 디자이너
    • MD
    News Image
    김지용 I 지용킴 대표 ‘선블리치’ 기법, 국내외 러브콜
    24.01.17
    News Image
    폴햄,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서 2년 연속 쾌거
    24.01.12
    News Image
    무신사X유스, '브랜드 온앤오프' 성료... 디렉터 육성
    24.01.11
    조회수 1035
    News Image
    작가 변신 이정화 디자이너, 10일 출판기념회 진행
    24.01.03
    More News
    Banner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