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신분쟁’ 세력싸움 일단락?

    패션비즈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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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6.01조회수 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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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데즈컴바인」으로 한국형 SPA 브랜드라는 새 지평을 연 예신피제이가 최근 몇 달째 계속되고 있는 내우(內憂)에 시달리고 있다. ‘매화의 난’ 또는 ‘장미전쟁’으로 불리는 박상돈 회장과 박회장의 부인 오매화 감사(3월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나 독자 편의상 감사로 표기)의 팽팽한 경영권 쟁탈전은 이제 반환점을 돈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주주총회 이후 분쟁의 양상은 지분 문제 외에도 세력싸움으로까지 번졌고, 마지막 지분 대결만을 남겨 놓고 있다. 박회장은 경영권 재탈환, 오감사는 경영권 실권 장악을 각각 외치는 가운데 OB들이 속속 컴백하면서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 3월 26일 주주총회 당시 박회장 측이 내세운 황성욱씨가 찬성표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해 이사 선임이 무산됐으나 박회장은 김창환씨를 다시 불러 조직의 리빌딩을 주문했다. 국내 셔츠계의 대부라 불리는 황성욱씨는 우성에서 셔츠 「닥스」 라이선스를 도입하며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다. 박회장의 추천 속에 예신피제이의 새로운 대표이사 후보로 거론됐지만 결국 부결됐다.

    ‘예신맨’ 세 번째 입사, 초미 관심사
    황성욱씨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김창환씨는 예신의 급성장에 중추적 역할을 해온 일명 ‘예신맨’의 대표급으로 통한다. 예신피제이와 다른미래는 그에게 있어 친정과도 같다. 지난 1998년 예신에 합류해 「마루」 「마루이너」 「스멕스」 「노튼」 등 예신 계열 브랜드를 정상권에 올려놓았으며, 잠시 자기 사업을 하다가 2008년 예신퍼슨스 부사장으로 컴백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업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현재까지 재충전과 신사업 구상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예신의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이와 함께 관심을 모으는 것은 오감사 측의 세력 확대다. 지난 3월 26일 오감사는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되면서 확고한 경영 의지를 밝혔다. 동시에 지난해 3월 선임한 정주모 대표이사에게 실권을 부여하며 자신의 우호 세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한편 지난 4월 「코데즈컴바인」 본부장으로 컴백한 예전 멤버인 오승일 이사도 김창환 사장과 함께 대표적인 핵심멤버로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오이사 또한 「코데즈컴바인」 런칭멤버로 브랜드를 대규모화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여성 영캐주얼 「코데즈컴바인」을 런칭한 후 남성 「코데즈컴바인포맨」, 캐주얼 「베이직플러스바이코데즈컴바인」 등 라인 익스텐션을 성공적으로 이끈 MD 출신 본부장이다.

    시간이 갈수록 박회장 측과 오감사 측의 경영권을 둘러싼 대결구도가 확연해지는 가운데 장외싸움도 치열해져 가고 있다. 박상돈 회장은 올해 3월 주총에서 가족들의 지분(총 51.6%)은 명의신탁한 것으로 실제 소유는 자신의 것이라며 의결권 행사를 정지해 달라고 가처분신청을 냈다. 또한 이 신청에 대한 결과가 미처 나오기 전에 오이사 세력인 정대표가 대표이사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핵심멤버 퇴사 루머, 진상은?
    이와 함께 직무집행정지 기간에 적당한 자로 하여금 이사 겸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이 ‘적당한 자’는 3월 주총 당시에는 황성욱씨였고 5월 중순 현재 시점으로는 김창환 사장이 유력한 상황이다. 또한 오감사 세력 가운데 다른 멤버들에 대해서도 견제가 들어갔다고 한다. ‘ 예신 초기 핵심멤버로서 어떻게 경영 쿠데타 세력(오감사 측)에 합류할 수 있느냐’는 박회장 측의 압박이 있었던 것이다.

    이 일이 있었던 4월 말 일부 임원들의 예신 퇴사 루머가 나돌았다. 이들은 더이상 경영권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회사를 떠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5월 중순 현재 이들은 공식적인 퇴사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듯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대립 구도 속에서 양측이 원하는 것은 자기 세력을 지지할 ‘사람’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경영분쟁을 기해 예신그룹을 떠난 이도 적지 않다는 것을 시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올해 3월 예신피제이 관계사인 다른미래에서 「마루」와 「노튼」의 영업을 맡던 이수영 이사가 신화인터크루로 자리를 옮겼고, 4월에는 이 브랜드의 기획부장으로 있던 장숙향씨도 퇴사했다.

    제3의 인물 장흥수, 그의 선택은?
    특히 다른미래는 계속된 적자 속에 업무 환경의 전반적인 개선을 해야 할 시점에서 이러한 경영권 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이다. 여기서 세력다툼의 분위기를 또 한 번 전환하는 일이 생긴다. 4월 말 예신의 또 다른 OB 장흥수 이사가 컴백한 것이다. 장이사는 2003년 예신그룹에 입사, 「마루」와 「노튼」 사업본부장을 거쳤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가운데 다른미래를 책임질 본부장급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몇몇 후보자도 어수선한 이 상황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자리를 고사하기도 했다. 장이사도 마찬가지 이유로 몇차례 고사하기도 했으나 경영권 쟁탈전과는 무관하게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확고히 하며 영입되기에 이른다. 장이사 영입의 사례로 볼 때 경영권 대립 각 측의 ‘라인 형성’은 더 이상 없을 전망이다.

    현재 예신그룹은 김창환-오승일-장흥수라는 3인의 OB라인을 중심으로 박회장과 오감사 측의 경영권 분쟁으로 약화된 조직내 전열을 정비하고 협력업체, 유통가로부터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물론 아직 숙제는 남아있다. 이제 남은 것은 지분 대결이며, 이에 따라 예신피제이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된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어느 쪽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 박회장은 5월 10일자로 예신피제이 대주주인 IBCK-넥서스기업구조조정조합의 지분 12.0% 전량을 장외 추가 매입해 보유 지분율을 34.9%로 높였다.
    예신피제이의 경영권 분쟁의 끝에는 어떠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 분쟁의 후반전이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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