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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sight >
빅3, SC & 아울렛도 장악(?)
Thursday, Sept. 5, 2013 | 김숙경 발행인,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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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 포털 업체 네이버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부동산 매물 정보 서비스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인터넷 대기업이 중소 업체의 영역에 뛰어들어 시장을 약탈했다’는 비난을 받아온 네이버가 두 손을 든 셈이다. 특히 네이버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 벤처기업의 모바일 서비스 등에도 무분별하게 진출해 고사 위기에 내몰린 수많은 중소기업으로부터 ‘인터넷 포털의 문어발 경영’을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국내 패션유통 시장에도 빅3 유통의 문어발식 확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이른바 빅3 유통이 백화점에 이어 온라인 쇼핑몰 아울렛까지 전 업태로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신세계와 롯데는 대형마트에서도 경합을 벌이고 있고, 현대와 롯데는 홈쇼핑 분야에서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 빅3 유통의 소매 시장 장악력이 눈덩이 불어 나듯 커지면서 업태별 중소 유통기업과 입점 패션기업들의 시름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패션 유통업의 전 분야에서 빅3의 독점적 지배력이 커질수록 업태 간 선의의 경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빅3 유통, 백화점 시장 지배력 75% 육박
단적인 예로 유통수수료의 경우 특정매입 형태로 운영되는 백화점은 이미 35~40%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운데 빅3 유통이 요구하는 아울렛 유통수수료도 20% 초반대로 껑충 뛰어 올랐다. 그동안 10% 중•후반대에 형성된 수수료 질서가 무너졌고, 자연스럽게 입점 패션업체들의 수익률도 2~3%포인트 정도 떨어졌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불황 상황에서 그나마 아울렛 업태 운영을 통해 수익을 맞춰 오던 패션기업들에 빅3 유통의 아울렛에 대한 공격적인 출점 소식이 그리 반갑지 않는 이유다.
업태별 대표 주자 달라야 ‘선의의 경쟁’ 기대
실명을 밝히기를 꺼려하는 빅3출신의 유통 컨설팅 대표는 “자금력을 갖춘 몇몇 지배기업에 의해 소매시장이 장악되면 위험에 빠질 공산이 크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더 나은 환경에서 쇼핑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당장은 좋아 보이지만 시설이 취약한 중소 유통기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입점 업체는 더 높은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진다. 악순환 체제로 접어들면 최종 소비자도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유통 업태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각각 존재해야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최종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미국은 업태별 대표 리테일러들이 따로 존재하는데 한국은 모두 한 배에 쏠려 있다”고 조심스럽게 우려감을 나타냈다.
실제 미국의 경우 각 유통 업태를 대표하는 리테일러들이 따로 존재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최적의 메리트를 최종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최고급 시설과 MD구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니만마커스 백화점과 초저가 가격대를 지향하는 월마트, 여기에 팩토리아울렛인 탱거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업태 성격과 철학에 맞게 운영방식이 진화 발전하고 있다.
반면 국내 유통환경은 빅3가 전 업태를 싹쓸이 하면서 업태간 성격 구분이 모호해지고 비슷비슷한 MD와 운영방식으로 소비자들의 피로감만 쌓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징조는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찾는 내점고객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이를 입증하는 바로미터다.
천정부지 유통수수료 백화점 이어 아울렛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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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유통의 백화점 업태 장악력은 독과점 수준인 75%까지 치솟았다. IMF 외환위기 전만 해도 국내 백화점 유통은 지방 백화점들이 탄탄하게 자리 잡고 빅3와 선의의 경쟁을 펼쳐 왔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막강한 자금력을 내세운 이들 빅3가 지방 백화점을 속속 인수합병(M&A)하고 경쟁적으로 신규 점포를 내면서 이들이 운영하는 백화점 점포 수만 2013년 현재 55개에 달한다.
롯데백화점이 31개점(영플라점 3개점 제외)으로 가장 많고 현대 14개점, 신세계 10개점을 전국에 가동하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들 빅3 유통은 경쟁적으로 신성장 동력으로 쇼핑몰에 주목하고 앞다퉈 출점하고 있다. 대기업의 점포 출점 규제에 발목이 묶인 가운데 소비 트렌드가 쇼핑뿐만 아니라 여가와 문화활동까지 겸할 수 있는 몰링 형태로 바뀜에 따라 빅3 유통은 앞다퉈 초대형 쇼핑센터 개발 프로젝트를 속속 발표했다.
백화점, 호텔, 마트, 문화시설 등이 어우러진 복합쇼핑몰은 내년 5월 롯데가 잠실에 매머드급의 ‘C2’ 오픈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이어 수원 KCC 부지에도 복합쇼핑몰을 계획하고 있으며, 송도와 상암에는 오는 2015년 복합 쇼핑몰을 선보일 예정이다.
복합 쇼핑몰 놓고 롯데 vs 신세계 대격돌
신세계는 오는 2015년 동대구 복합환승센터에 복합 쇼핑몰을 선보이는데 이어 청라, 하남, 양재지역 출점을 확정했다. 이뿐만 아니라 의왕, 안성, 대전 지역에도 복합 쇼핑몰을 선보일 계획이다. 신규 출점은 아니지만 강남점과 광주점에 대한 대규모 증축도 예고해 놓고 있다. 현대측은 판교 알파돔시티 복합단지 내에 백화점 호텔 쇼핑센터가 어우러진 복합쇼핑몰을 계획하고 있다.
수천억원 투자가 요구되는 쇼핑몰뿐만 아니라 이들 빅3의 출점 경쟁은 아울렛 업태로까지 맹렬한 속도로 확산됐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들이 이월재고 물량을 싸게 살 수 있는 아울렛으로 몰리자 빅3 유통이 자금력과 바잉파워를 앞세워 전국 상권 공략에 들어갔다. 신세계가 미국 첼시와 손잡고 프리미엄아울렛을 여주와 파주에 선보인 가운데 롯데 역시 공격적인 속도로 아울렛을 늘려 가고 있다. 최근 현대도 내년 말 김포점에 이어 오는 2015년 송도에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을 출점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롯데가 올해 초 서울역사에 오픈한 ‘롯데아울렛’은 지금까지 선보여 온 교외형이 아닌 도심권 진출이라는 측면에서 우려 섞인 크나큰 화제를 낳았다. 도심권 백화점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칠 것은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속수무책으로 매출 하락세를 보이는 백화점과 달리 아울렛으로 고객이 쏠리자 빅3는 아울렛 사업 진출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중소 유통기업 즐비한 아울렛까지 섭렵(?)
신세계유통연구소에 따르면 백화점의 경우 작년 올해 매출이 4.9%로 정체돼 있는 반면에 교외형 프리미엄 아울렛은 작년에 전년보다 41.3% 성장했고, 올해도 31% 성장을 발표했다. 정체기에 놓인 백화점을 대신해 불나방이 불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들듯 국내 빅3 유통은 아울렛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과연 잘한 선택일까? 백화점과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SPA(Specialty store of Private label Apparel)와 같은 전문점 MD를 유치해 내셔널브랜드들을 고사 위기에 내몰고 백화점의 수익에도 경고등이 들어온 것이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일이다. 아울렛 역시 당장에는 눈앞의 이익이 될 수 있지만 백화점과 상반되는 업의 개념을 갖고 있는 만큼 어느 순간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유통의 맏형격인 빅3가 장기적인 비전보다는 눈앞의 현실에 굴복하고 말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백화점에 이어 아울렛까지 빅3의 유통시장 장악력이 커지면서 후폭풍도 거세다. 이들의 바잉 파워에 밀려 웬만한 중소 유통기업들은 시즌MD를 진행하는데 명함도 못 내밀기 때문이다. 이미 몇몇 중소 유통기업들은 상권이 중첩되는 지역에서 신규 MD를 진행하는데 상당한 애로점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롯데, 서울역사점으로 아울렛 도심 진출
아울렛을 운영하는 중견 유통기업 CEO에 따르면 “빅3가 전국구로 아울렛을 확장해 들어가면서 당장 상권이 중복되는 신규점 MD가 난관에 봉착했다. 패션유통업에 관한 한 무소불위 절대권력을 갖고 있는 빅3이다 보니 패션기업 입장에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재고나 기획상품 물량을 무한정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아울렛 매장을 선별해야 한다면 빅3 위주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동안 아울렛 상권은 중견 내지 중소 유통기업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2001아울렛’과 ‘뉴코아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는 이랜드리테일(대표 윤여영)과 ‘세이브존’을 운영하는 세이브존아이엔씨(공동대표 강명진 유영길), 여기에 ‘모다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는 모다아울렛(대표 박칠봉)이 전국구를 커버하는 유통업체로 탄탄하게 성장해 왔다. ‘패션아일랜드’ 3개점을 가동하고 있는 브라이트유니온(대표 한창우)도 빼놓을 수 없다.
단일 점포로는 구로디지털단지를 1조원 규모의 아울렛 스트리트로 키워낸 터줏대감 마리오(대표 홍성열)를 비롯해 ‘W몰’을 운영하는 원신월드(대표 박을규)와 올해 3월에 문을 연 세경디앤비(대표 정성욱) ‘하이힐’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전국 350개 아울렛 타운 슬럼화 수순?
아울렛 업태 운영 주체가 분명한 이들 기업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분양 방식을 통해 운영되고 있는 아울렛타운이나 스트리트 중심으로 형성된 아울렛 거리 등을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350개 정도의 아울렛몰과 타운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도 과포화 상태에서 빅3까지 가세함에 따라 과열경쟁에 따른 아울렛몰과 아울렛타운의 슬럼화는 당연지사가 됐다.
실제 파주 상권의 경우 신세계첼시에 이어 롯데가 프리미엄아울렛을 오픈한 이후 불야성을 이루던 덕이동 아울렛타운은 급격한 하락세를 겪었다. 신세계첼시 1호점 오픈으로 프리미엄아울렛 시대를 맞이한 여주의 경우 인근 이천 지역에 롯데가 대규모 프리미엄아울렛을 올해 말 완공하면 MD가 중복되는 인근 아울렛타운이 직격탄을 받을 것이란 예측이다.
부산 기장 상권에서도 롯데와 신세계가 아울렛을 둘러싸고 격돌한다. 지난달 말 신세계가 여주와 파주에 이어 부산 프리미엄아울렛을 오픈한 데 이어 롯데가 자동차로 5분 거리인 동부산관광단지에 프리미엄아울렛을 개점한다. 부산외곽순환도로를 타면 자동차로 40분 거리에 롯데가 김해 프리미엄아울렛을 6월말 확장 오픈한 만큼 초대형 아울렛몰 3개가 이들 지역에 포진하게 된다.
공정위, 현실성 있는 대안 제시 못해
부산 김해 상권에 이들 아울렛이 모두 문을 열면 이 지역 중소 아울렛타운이나 아울렛유통은 개점 휴업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결국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빅3 유통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것은 중소 아울렛타운이나 아울렛몰, 패션 입점업체들이다.
중견 패션기업의 사장은 “공정위나 정부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수수료인하, 인테리어비용 분담 등과 같은 오퍼레이팅과 관련된 소소한 일에 집착하기보다 유통 시장이 몇 몇 업체에 의해 독과점이 되지 않도록 큰 폭의 가이드 라인을 내놓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 그렇게 되면 업태간 자율경쟁에 의해 수수료 인하는 자연스럽게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은 빅3가 모두 거머쥐고 있기 때문에 ‘풍선효과’만 유발할 뿐이다.
뾰족한 해결책이 수립되지 않으면 중소 유통기업과 입점 패션업체가 고사 위기에 내몰리는 것은 시간문제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에 빅3유통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패션유통업체등의 안타까운 외침이 귓가에서 계속 맴돈다. 한국 패션산업 백년대계를 위한 유통의 혁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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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비즈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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