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패션산업 어디로 가는가?

    es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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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2.01조회수 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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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패션산업 어디로 가고있나? 아무리 둘러봐도 사면초가다. 위로는 수입 명품 브랜드, 옆으로는 대기업들의 무한경쟁 ‘영토확장’, 아래로는 글로벌 SPA브랜드들의 무차별 진입. 그 사이에서 국내 토종 패션전문 기업들은 숨통이 조이고 있다.

    현재 국내 패션마켓은 해외 브랜드들과 대기업들이 휩쓸고 있다. 백화점 1층은 「루이뷔통」 「샤넬」 「구치」 「프라다」 등 프랑스 이탈리아의 럭셔리 브랜드들에게, 2층, 3층은 「버버리」 「엠포리오아르마니」부터 「DKNY」 「띠어리」 「바네사부르노」까지 매스티지 브랜드와 컨템포러리 브랜드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내와 해외 브랜드간 MD의 경계도 사라진지 오래다.

    영층은 「자라」 「유니클로」 「H&M」 등 SPA브랜드들에게 내어주고, 바깥의 스트리트 상권 또한 대기업과 이들 SPA 초대형 메가숍에 내몰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대기업과 수입브랜드 주도로 바뀐 여성복에 이어 남성복, 캐주얼, 스포츠, 골프, 아웃도어, 아동복, 패션잡화, 이너웨어에 이르기까지 대기업과 수입브랜드 비중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국내 패션마켓서 50%는 해외 브랜드가 차지
    2009년 금감원 발표 기준 이랜드(1조4000억원, 유통제외), 제일모직(1조2000억원), LG패션(약 1조원), 캠브리지코오롱(약 1조원)에 이어 신세계인터내셔날(약5000억원, 이하 SI), SK네트웍스(약 5000억원)와 함께 아직 자체 패션부문의 매출은 작지만 롯데백화점도 이에 적극 가세하고 있으며 현대백화점도 최근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돼 빅 유통기업들의 패션 규모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르면 매출액 500억원이 넘으면 패션 100대 기업, 1350억원이 넘으면 50대 기업에 각각 속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1조원이 넘는 이랜드그룹과 제일모직을 비롯 LG패션 코오롱 세정 신성통상 등은 계열사를 포함해 화승과 휠라코리아는 단일 기업으로 50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상위 50대 기업을 놓고 보면 대기업과 수출주도형, 외국 직진출, 스포츠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제일모직, LG패션, 캠브리지코오롱, 이랜드, SK네트웍스, SI 대기업 6개사의 파워는 절대적이다. 이들 매출을 합하면 국내 패션마켓 31조원중 약 5조6000억원으로 18%를 차지하며 이들이 보유한 브랜드수만도 200개에 달한다. 게다가 지속적인 M&A와 신규 브랜드 런칭으로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글로벌 SPA 브랜드 가공할 속도 속 ‘사면초가’
    패션 100대기업중 패션 전문기업이라고 분류될만한 기업은 규모가 뚝 떨어져 3000억대의 F&F가 가장 크다. 이어 미샤(계열사 포함), 대현, 아이올리, 린컴퍼니, 아비스타, 아이디룩 등 1000억원대 기업만 6개고 나머지는 1000억원 이하의 중소기업들만 즐비하다.

    또 하나의 도전은 글로벌 SPA브랜드들의 가공할 속도와 위력이다. 가장 먼저 국내 진입한 「유니클로」가 올해 52개 매장에서 지난해보다 무려 64% 신장한 2300억원을 예상하고 있으며 2012년까지 한국에서 100개점으로 4000억원을 돌파하겠다고 큰소리를 뻥뻥 치고있다. 지금 속도로 보아 이 수치는 뻥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ZARA」는 올해 23개 매장에서 1800억원을, 아직 1년이 채 안되는 「H&M」은 단 2개 매장에서 600억원을, 「포에버21」도 단 하나의 매장만으로 연간 300억원을 올린다. 「갭」과 「바나나리퍼블릭」 역시 작년 대비 50% 신장해 올해 1000억원을 넘어선다. 글로벌 SPA브랜드 들을 모두 합하면 총 6500억원 규모이며 이들은 현재 지방 진출 등 매우 공격적인 유통계획과 함께 새로운 브랜드 런칭도 속속 이어져 훨씬 더 커질 전망이다.

    이랜드, 제일모직, LG 등 대기업 6개사 18%나
    결국 31조원으로 성장한 패션마켓의 사이즈는 허울좋은 숫자에 불과할 뿐, 절반은 외국 브랜드가 점령하고 남은 절반의 2/3는 대기업이 휩쓸고 있다. 남은 토종기업들은 작은 마켓셰어를 놓고 경쟁하고있으나 역부족일 뿐이다.

    이런 흐름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례가 바로 본지 패션비즈가 조사한 2010년 베스트 패션 파워브랜드 앙케트 결과다(이번호 베스트 파워브랜드 기사 참조). 이 조사에서 복종구분 없이 국내 패션마켓을 대표하는 베스트 파워브랜드에는 「유니클로」 「노스페이스」 「H&M」 「ZARA」 「빈폴」 「MCM」 「뉴발란스」 「르베이지」 「나이키」 「토리버치」가 랭크됐다.

    결국 이 안에서 순수 국내 브랜드는 「빈폴」과 「르베이지」 2개, 국내 기업 성주가 오너십을 갖고있는 독일 브랜드 「MCM」까지 합하면 3개 뿐이다. 게다가 이중 2개는 제일모직 브랜드다. 국내 패션을 주도해온 전문 패션업체의 브랜드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이와 별도로 선정한 복종별 순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복 경우 2010년 랭킹 10위안에 든 기업은 미샤, F&F, 현우인터내셔널 세 기업, 2011년 유망주에는 F&F와 아이올리 두개 기업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글로벌 브랜드이거나 대기업 브랜드들이다.

    31조원 패션마켓 규모 허울좋은 숫자에 불과
    하지만 과연 국내 도입된 해외 브랜드들이 이렇게 국내 시장을 장악할만큼 모두 세계적인 브랜드뿐일까. 자국내에서 별볼일 없는 브랜드가 국내에서 럭셔리 브랜드로 둔갑하는 예도 적지 않다. 해외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핸드백, 시계 브랜드가 국내에서는 수천만원짜리 명품 브랜드로 둔갑, 강남 사모님과 졸부들의 ‘잇백’’잇워치’로 뜨는 것은 좋은 예다. 관세 등을 감안하더라도 어느 나라보다도 비싼 가격조건과 국내 상품에 크게 못미치는 품질 문제도 제기된다.

    금융위기 이후 유럽과 미국의 수많은 중저가 브랜드들이 한국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이들은 수입이라는 이유로 훨씬 낮은 수수료는 물론 백화점측으로부터 인테리어 비용을 제공받기도 하며 대신 면적은 넓게 차지한다. 국내 브랜드에 비해 ‘특혜’에 가까운 대우를 받고있는 것이다.

    대기업은 어떠한가?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근간으로 중소 전문기업이 흉내도 낼 수 없는 패션사업을 벌인다. 하지만 사실 대기업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람을 키우고 패션사업을 하기 보다는 돈되는 브랜드들의 판매상에 불과한 것 아닐까? 왠만한 것은 아웃소싱을 통해 충족하고 디자이너를 육성하기 보다는 길러진 인재를 돈으로 스카우트하는 양상이다.

    평범한 외국 브랜드, 국내서 ‘명품’ 둔갑
    요즘 중소 전문업체의 오너나 임원진들은 이들 대기업으로부터 ‘사람 지키기’에 전전긍긍한다. 특히 디자이너들 경우 대기업 선호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있으며 대기업의 패션사업 확장, M&A로 인한 수요로 인해 블랙홀처럼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토종 국내 패션기업들 역시 결코 잘 해왔다고는 할수없다. 그동안 국내 패션전문기업들의 패션사업은 너무 감성에 치우쳐왔다. 경영능력과 관리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게다가 패션전문인력을 제대로 양성하지도 못했다. 한때 국내 패션을 주도하던 리딩 브랜드들이 거의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결국 지금의 결과는 자승자박이라는 것이다.

    사실 외국 기업과 대기업들이 돈되는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은 체질개선을 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전문기업들 마저도 앞으로를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것이 참 암담하다. 글로벌의 파고를 넘을수 있는 준비된 전문기업은 과연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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