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 ‘그때 그 사람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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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04.08조회수 18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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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홍순 전 LG패션 대표(67세)는 패션계 최고경영자(CEO)의 로망이다. 90년대 중반에‘패션코리아’를 외치며 LG패션과 패션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킨 주인공인 동시에 은퇴 후에도 다각적인 활동으로 문화계와 학계에 영향력을 발휘해 지난해 7월부터 예술의전당 사장을 맡으면서 부러움을 샀다. 특히 예술의전당 사장을 맡은 것은 기업인 출신으로 처음 있는 일로, 그 의미가 크다.

    신홍순 사장, 예술의전당 CEO로 변신
    문화예술적 감각과 경영노하우를 모두 지녀 적합한 인물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임한 인물답게 신사장은 35년간의 LG맨 생활 이후에도 컬쳐마케팅그룹(대표 김묘환)의 문화마케팅 고문을 맡으면서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겸임교수 및 예원대 문화영상창업대학원장, 한국오가닉협회 회장 등 꾸준한 활동을 해왔다.
    특히 재즈 보급을 위한 공연에 관심을 기울여 컬처마케팅그룹과‘재즈파크’행사를 꾸준히 개최하는 등 문화 예술에 대한 사랑과 함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

    이원평 회장, 귀국 후 중국문화 전도사






    이원평 전 데코 회장은 데코를 떠나 약 2년 동안 부인과 함께 중국에 머무르다 귀국했다. 그는 중국에서 베이징 칭화대 국제경영대학원에서 못다한 ‘중국 공부’에 몰두하는 등 야인으로 생활하면서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패션 관련 일을 연결하거나 주선하는 역할을 했다. 가끔 전 데코 직원들을 비롯해 가까운 지인들과 만남을 갖는 정도이며, 귀국 후에도 톰보이 고 최형로 회장과 가장 가까운 관계여서 톰보이 관련 일이라면 언제나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중간쯤 눈에 띄는 편집숍 533갤러리가 있다. 김정은 전 풍연물산 회장이 운영하는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 수입 편집숍이다. 김 전 회장 역시 풍연물산 부도 이후 긴 시간 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 운영하는 편집숍의 실무는 조카가 맡고 있으며, 김 전 회장은 조카와 함께 해외 출장 때 브랜드를 결정하거나 상품 바잉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조학수 전 네티션닷컴 사장, 건축업 실패
    조학수 전 네티션닷컴 사장은 2006년 2월 회사를 이랜드에 매각한 이후 ‘경영고문’ 타이틀로 잠시 네티션에 몸을 담고 있다가 급작스레 회사를 떠났다. 이후 조 전 사장은 새롭게 투자한 건설 부문 사업이 성공적인 호조세를 보여 새로운 패션사업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이 돌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건설업 실패와 함께 사기로 거액의 부채까지 떠맡게 됨으로써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갖은 소문뿐 그의 거취를 정확히 아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조 전 사장은 회사 매각 이후에도 네티션닷컴의 성장에 기여한 디자인실장 이사들과는 정기적인 만남을 가졌다. 방미애 현 제일모직 상무, 이지연 전 네티션닷컴 이사, 이경희 전 아비스타 상무, 김수경 전 네티션닷컴 이사 등 자신이 아낀 여성복 디렉터들과는 종종 만나면서 이들 디렉터에 대한 신뢰와 함께 패션사업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조차 조 전 사장의 현재 정황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고 있다. 한때 국내 여성복 업계를 풍미하면서 여성복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패션사업가의 초라한 말년이 안타깝기만 하다.
    시대적으로 그 시대에 적합한 비즈니스의 핵심을 정확히 꿰뚫었다는 면에서 그는 전문가로서 이름을 남길 만하다. 또한 기인에 가까웠던 그의 생활태도와 행동양식은 늘 화제가 됐지만 그와 함께 참모로 일한 사람들은 지금도 그의 정확한 패션 안목과 해박한 지식, 풍부한 감성에 대해 ‘많은 것을 일깨워준 전문가였다’고 그를 평가한다. 현재 그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그가 했던 국내 여성복 업계에서의 기여는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박명수 전 사장, 10년 만에 귀국 ‘재기 노려’
    1990년대 중반까지 셔츠시장의 쌍두마차 가운데 하나로 꼽힌 동양어패럴을 이끈 박명수 전 사장은 2007년 중반에 귀국해 재기를 꿈꾸고 있다. 박 전 사장은 셔츠 제조업이던 가업을 20대 초반부터 이어 받아 셔츠시장 마켓셰어 2위로까지 끌어올리는 등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그뿐만 아니라 「찰스주르당」을 토털 남성복 브랜드로 런칭하는 등 활발하게 사업을 펼친 경영인이었다. 특히 프랑스 디자이너 마틴싯봉을 점 찍어 이 디자이너 브랜드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을 일찍이 추진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IMF 사태를 맞아 활발하게 추진하던 사업 확장이 오히려 화근이 돼 부도 후 프랑스로 건너가서 10년 만에 귀국했다.
    파리에 머무르는 동안 박 전 사장은 보성그룹을 마틴싯봉의 투자자로 유치해 인수하면서 파리지사장 격으로 파리 행정을 관장했다. 보성 부도 이후에는 쌈지를 투자자로 유치하기도 했다. 쌈지가 「마틴싯봉」을 접자 「노벰버(November)」로 슈즈 라인을 런칭하고 화장품 브랜드도 준비했다. 귀국 후 현재 동생인 박영수 사장이 전개하고 있는 남성복 「씨저스」의 상품기획과 영업망을 재정비하는 일을 돕고 있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보고 가능성 있는 브랜드를 인수합병(M&A)해서 직접 사업을 펼쳐 볼 계획으로 여러 대상업체를 놓고 조율하고 있다.

    정귀섭 사장, 화가로 데뷰 후 꾸준히 작품 활동




    정귀섭 전 하라패션 사장은 화가로 데뷔했다. ‘화가 정귀섭’은 지난 2007년 첫 데뷰 전시회를 연 이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지센」을 끝으로 패션계에서 아쉽게 물러난 정사장은 이후 경기도 수지의 자택에서 화가로서 작업에 몰두해 왔다.
    여성캐릭터 브랜드의 원조(?)로 불리는 뛰어난 감성의 정귀섭씨는 논노 디자이너로 패션계에 입문한 국내 내셔널 브랜드의 1세대 디자이너다. 이후 하라패션을 「윈」으로 여성 캐릭터 시장에 포문을 연 데 이어 「파세르 」 「F컬렉션」 「엣마크」로 이어지는 여성복의 새로운 디렉션을 제시해 온 패션 전문인. 논노와 하라패션 사장에 이어 다컴퍼니를 설립하고 「Da」를 런칭했으며 슈페리어 「레노마」와 패션네트 「커스튬바이리씨」의 디자인 디렉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임소숙 전 사장, 중국 전문 컨설턴트로 활약




    국내 여성복의 ‘미다스 손’ 임소숙 전 모리스커밍홈 사장은 현재 중국 전문 기획회사를 설립, 컨설턴트로 변신했다. 최근 그는 가로수길에 조직을 갖춘 사무실을 내고 중국 리딩 의류기업의 여성복 기획컨설팅을 시작했으며, 성과가 좋아 올 봄에 이 업체에서 임사장이 주체가 된 신규 여성복 브랜드도 2개 런칭했다. 롯데백화점 자체상품(PB)인 「타스타스」 기획도 함께 맡고 있다.
    중국 시장에 도전하는 그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높다. 그와 함께하고 따르던 수많은 디자이너와 직원들에게 그의 변신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때문에 그의 성공과 실패, 새로운 도전은 국내 디자이너의 현주소와 바로미터를 의미하기도 한다. 디자이너, 디자인 디렉터, 여성 경영인을 거쳐 다시 기획컨설턴트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임사장은 최근 젊은 디자이너들과 함께 옷을 기획하고 만들어내고 있다. 그는 “옛날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라며 “다시 시작한 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기획에만 집중하는 일 자체도 그렇지만 다시 거울 앞에 선 누님(?)같이 임사장은 한결 자유롭고 편안해 보였다.
    1952년생인 그는 국내 여성복을 대표하는 1세대 디렉터로 손꼽힌다. 논노와 나산을 거쳐 대하패션(현 네티션닷컴) 시절 「세라비」 「센스」 「EnC」를 런칭하고 「미샤」 브랜드 주역으로, 이어 「모리스커밍홈」을 런칭하며 모수인터내셔널을 창업해 여성 CEO로 활동했다. 런칭 브랜드마다 히트를 기록해 ‘국내 여성복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모수인터내셔날의 부도로 뼈아픈 회사 정리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후 더휴컴퍼니(대표 권성재)가 런칭하는 여성복 브랜드 「보니알렉스」 디자인 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홍선표씨, 아들 로빈과 상하이에서 거주




    패션계 대부 홍선표씨는 현재 외아들인 ‘로빈’과 함께 중국에 거주하면서 상하이와 서울을 오가며 새로운 데님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 제일모직 ‘상무’ 타이틀로 중국 내 「후부」와 「라피도」 사업의 디렉터 역할과 함께 중국시장을 겨냥한 신규 브랜드 「라피도핑크」를 출시했지만 ‘중국 사업 실패’라는 평가를 받으며 제일모직을 퇴사했다.
    제일모직은 중국 사업에서 100억원 이상 거액을 투자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자체 평가로 이후 거의 정리가 이뤄진 상태다. 홍선표씨는 이러한 중국사업에 대해 책임을 짐으로써 다소는 불명예스럽게 퇴직했다. 그는 다시 자유인으로 돌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선표씨는 「닉스」와 「스톰」 「카파」 등 언제나 국내 캐주얼 브랜드 역사에서 한 획을 그어온 인물이다. 런칭하는 브랜드마다 히트는 물론 시장내에 새로운 디렉션을 제시해 온 탁월한 감각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카파」 런칭에 이어 카파차이나에서 「카파」를 중국에 전개하며 중국 비즈니스의 노하우와 경험을 쌓아 왔으며, 한때 동대문에서 중저가 홀세일 데님 브랜드인 「로빈H」를 런칭하기도 했다.

    김명림씨, 수입 편집숍 사장 활동 재개




    국내 여성복 대표급 디자인 디렉터 김명림씨도 「아트」 이후 모습을 감추었다가 편집숍 사장으로 돌아왔다. 최근 가로수길에 ‘퀸(KWIN)’이라는 매장을 오픈한 그녀는 한결 건강하고 자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 다양한 나라의 브랜드를 그녀의 감성에 맡게 편집한 이 매장은 한눈에도 감각있는 사람이라면 눈에 확 들어올 법한 상품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요즘 유통가(백화점과 편집숍) 바이어들이 부쩍 높은 관심을 표하는 벨기에 등 북유럽 쪽 브랜드를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다.
    캐주얼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여성복 남성복 신발 스카프 모자 가방 액세서리는 물론 트렌디한 음악CD, 디자인 관련한 핫한 서적에 이르기까지 물건 하나하나에는 ‘김명림 스타일’의 테이스트가 묻어 나온다. 상품 가격은 4만~5만원의 서적부터 10만원대 니트, 20만원대 스키니 팬츠, 50만원대 트렌치 코트 등 다양하다. 안목 높은 디렉터가 엄선한 스타일리시한 패션상품을 구성하고 있다.
    한편 김명림씨는 1990년대 여성캐릭터 시장을 강타한 「윈」 「F.컬렉션」 「레지데67」 「유팜므」 등을 디렉팅한 스타 디자이너이다. 국내 여성캐릭터 브랜드의 런칭 주역이면서 캐릭터 마켓의 히스토리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다. 강한 캐릭터와 카리스마로 국내 여성복 역사에 획을 그은 인물이다. 요즘같이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해지는 시대에 그녀의 감성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있음에도 지금 그것을 현장에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하상옥씨도 중국 패션 컨설턴트로 활동




    국내 대표급 여성복 디렉터인 하상옥씨는 중국 패션 컨설턴트로 변신했다. 얼마 전까지 에프앤에프 「엘르」 총괄 디렉터로 활동한 하상옥씨는 F&F를 퇴사한 이후 잠시 휴식기를 가진 후 중국 전문 컨설팅 회사인 다비다컨설팅(대표 정송향)의 디자인 컨설팅을 맡게 됐다. 새로운 중국 비즈니스를 시작한 그는 한국 패션시장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접목하는 새로운 도전에 대해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는 “국내 여성복 업계에서 느낀 한계를 넘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았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패션계에서는 경험이 많지만 일정 나이 이후의 디렉터를 부담스러워하지만 이런 인력들을 중국에서는 환영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호관계로 인해 향후 중국 디자인 컨설팅 부문에 대한 국내 디자인 인력 공급 컨설팅 업무도 병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1962년생인 그는 성신여대 의류학과 졸업 후 지난 1985년부터 논노를 거쳐 하라패션, 풍연물산, 경빈 「지센」, 미샤 「미샤」, 이원에프아이「데스틸」, 제일모직 「엘르레이디」, F&F 「엘르레이디」 등 국내 대표급 기업과 브랜드의 디자인실장 및 기획 이사를 맡으면서 국내 정상급 여성 캐릭터 브랜드의 주역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지연씨, 커뮤니케이션 로이 대표로




    여성복 캐주얼 대표 디렉터인 이지연씨는 현재 커뮤니케이션 로이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시스템」 「니켄리쯔」 「96ny」 「닉스」의 런칭 멤버로 한섬과 지엔코를 거쳐 「마틴싯봉」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디자인 경력을 자랑하는 이대표는 최근 ‘모든 것을 시각적으로 소통한다’는 의미의 커뮤니케이션 로이를 설립했다. 로이(L’oeil)는 프랑스어로 눈(eye)이라는 뜻이다. 이 회사는 옷, 공간 디자인은 물론 광고 이미지 등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작업과 여러 브랜드의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MD, 비주얼 크리에이티브, 광고 등의 숨은 실력자들로 구성원 세팅도 마쳤다.
    친언니이자 전 네티션닷컴 뉴욕지사장으로 활동한 이지수씨가 이 회사의 마케팅을 맡아 함께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 큰 힘이 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사업팀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영 피플 대상으로 런칭한 온라인 쇼핑몰 샵에이트(Shop8 www.shop8.co.kr)를 런칭했다. 샵에이트는 케이블방송 ‘악녀일기’를 통해 유명해진 에이미(본명 이윤지)와 이대표가 함께 기획한 쇼핑몰로, 최근 희소성 높은 상품들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희소성 높은 상품에 메리트를 느낀 단골 고객이 많이 생겼다. 이지연씨는 23년 동안 다져온 디자인력을 발휘해 디자이너 편집숍 등에 직접 디자인한 상품도 내놓을 생각이다.

    아비스타 결별 이경희씨, 패션계 떠나나?




    여성복 스타 디자인디렉터 이경희 전 아비스타 상무는 현재 거취가 불분명하다. 아비스타를 떠난 그는 케이아린(대표 이상미)을 설립해 ‘내추럴’을 아름답게 해석한 여성 캐릭터 브랜드 「쉬에나브리시」를 런칭했지만 갑자기 국내가 아닌 해외 진출을 선언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독특한 캐릭터의 컨셉과 매장 인테리어, 새로운 실루엣과 상품 구성 등으로 차별화한 「쉬에나브리시」는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여행하면서 새로운 자신의 인생을 찾겠다고 회사를 정리하고 패션계를 떠난 그는 현재 강도 높은 영어레슨을 받으며 조용히 생활하고 있는 가운데 패션계 지인들과도 교류가 거의 없는 상태다.
    ‘정말 떠나나’에 대한 그의 행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 상무는 자타가 공인하듯 언제나 마켓에 새로운 이슈를 불러온 성공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EnC」 「96NY」 「A6」를 비롯해 「BNX」 「탱커스」 「에린브리니에」, 비록 공식 런칭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쉬에나브리시」에 이르기까지 런칭할 때마다 그는 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특히 「BNX」와 「탱커스」는 해외 시장에서도 색다른 오리엔탈리즘과 패션스타일로 화제를 모았다.
    그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 것이다, 패션계를 떠나 해외에서 살 것이다, 아비스타로 돌아갈 것이다 등 후문이 분분하다. 그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던 간에 분명한 것은 ‘이경희’라는 이름과 그가 남긴 아름다운 발자취는 국내 패션역사에 아주 뚜렷한 획을 남길 것이다. 그녀는 상품 기획부터 매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하나의 컬러와 컨셉으로 디렉팅하고 자유롭게 디자이너와 머천다이저, 때로는 마케터 역할까지 경계없이 넘나드는 국내 몇 안되는 진정한 디자인 디렉터였기 때문이다. 그가 패션계를 떠난다는 것은 큰 상실이다.

    박호준씨, 트렌디한 사케집 ‘쿠노요’ 사장




    국내 트래디셔널 상품 기획 전문가이던 박호준씨는 세정을 끝으로 패션계를 떠나 지난해 가로수길에 일본 사케(일본 소주) 전문 노바다야키 ‘쿠노요’를 오픈, 요식업체 사장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패션계에서 유명한 베스트 드레서이기도 했던 그가 운영하는 사케집 ‘쿠노요’ 구석구석에는 그의 패션 노하우가 잘 녹아 있다. 일본통인 그가 장시간 일본에 체류하며 발품을 팔면서 유명한 노바다야키와 전문 사케집에서 배우고 습득한 해박하고 전문적인 사케 지식은 물론 맛있고 새로운 각종 안주, 패션 감각이 녹아 있는 인테리어를 맛볼 수 있다. 고급스러운 식기들도 모두 그가 구입했다.
    박사장은 사케에 관해서도 해박해 그에게 청하면 ‘강의’ 수준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요리 역시 새로운 레시피로 개발한 것이 많다. 아직도 “트래디셔널을 너무 사랑한다”는 그는 메뉴에도 TD 사랑을 담아 ‘폴로코스’ ‘타미코스’ ‘빈폴코스’로 명명했을 정도다. 박사장은 신한인터내셔널의 「폴로랄프로렌」과 「다니엘에스떼」 상품기획 MD팀장을 시작으로 제일모직 「빈폴」, 동일레나운 「까르뜨블랑슈」 등의 상품기획과 마케팅 총괄을 담당하고 이어 예신 「노튼」과 세정의 「니」 등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기획자로 재직했다. 이후에는 트라이브랜즈에서 6개 브랜드를 총괄했다.
    그는 또한 TV와 신문 광고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트루프랜즈(사진) 신문광고 ‘당신은 어떤 여행을 하고 있습니까?’ 편에서 제복을 입고 운전하는 KTX 운전기사 역할로 등장,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베테랑 이미지를 연기했다. SK텔레콤의 ‘생각대로’시리즈 광고 중 ‘T끼리 온가족 할인’ 편에서는 나비넥타이를 맨 유쾌한 아버지 역으로 등장했다. ‘쿠노요’의 단골인 광고계 사람에 의해 모델로 발탁됐다. “40대 중년의 남자인데 부드럽고 여유로운 풍모와 스타일리시한 아우라, 다방면의 해박한 지식과 유머를 지녔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이석화 전 사장, 문화 서포터로 나서다




    이석화 전 지엔코 사장의 근황이 궁금하다. 이 전 사장은 지엔코 퇴직 후 현재는 문화 마케팅을 진행하는 회사 고문으로 있다. 이 전 사장이 경영권을 넘긴 지엔코는 최근 「엘록」을 정리하는 등 이 전 사장의 아쉬움이 크다. “지엔코의 경영과 직원들에게 마이너스 요소가 될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지분 매각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한 이 전 사장의 의지와는 달리 WGF 펀딩회사에 이어 큐로컴이 최대주주가 된 현 지엔코 직원들은 브랜드 정리와 함께 회사를 떠나는 등 마이너스 요소가 크다.
    최근 지엔코가 「서어스데이아일랜드」와 「TI 포맨」으로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지만 이 전 사장이 경영하던 시절보다 많이 다운된 것이 사실이다. 「엘록」을 비롯해 푸드사업인 「미얌미얌」도 정리했다.


    신명은 전 감사, 美 「사우스폴」 디렉터로




    이석화 전 사장과 함께 콤비로 활동한 신명은 전 지엔코 감사는 미국 「사우스폴」로 유명한 위키드패션(대표 김대완)의 디렉터로 활약하고 있다. 원래는 지난 2007년 지엔코가 미국 법인인 지엔코홀딩스를 설립하고 대표를 맡아 출국할 계획이었지만 조인할 것으로 예상한 조지포먼사와의 관계 불투명 및 지엔코의 여러 변화와 맞물려 지엔코 지분을 정리하고 재미사업가가 운영하는 위키드패션과 인연을 맺었다.
    뉴저지에 위치한 「사우스폴」과 「LOT29」 등의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직원은 400명, 매출은 연 5억달러를 올리고 있다. 오너가 한국 출신인 만큼 한국 브랜드 출신 디자이너와 MD를 선호해 1년에 한두 차례 정기적으로 한국 디자이너를 스카우트하고 있다.
    디자이너로 출발해 한주통산에서 10년, 지엔코에서 10년을 보내고 앞으로 10년은 미국에서 승부해 한국 패션 디렉터로서의 새로운 도전을 하고 하고 싶다며 출국한 2007년 이후 신 전 감사가 꿈꾸는 글로벌 브랜드 실현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힙합맨 전충민 전 사장, 새로운 사업 구상 중




    국내 패션 마켓에 힙합 브랜드 존재를 알린 주인공은 바로 전충민 전 엠에프트레이딩(현 유니버셜 티에스) 사장이다. 1997년 이 회사를 설립해 「MF!」로 국내에 힙합캐주얼 브랜드 붐을 일으키고 2005년 초에 「MF!」를 IT 회사인 휴먼드림에 매각한 뒤 다시 2년 뒤 MF트레이딩의 전문경영인을 맡아 컴백하는 등 「MF!」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고 있는 그가 지난해 다시 엠에프와 결별했다.
    현재는 본인이 구상한 셀렉트숍 및 다양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전 전 사장은 문화콘텐츠와 조인한 다양한 마케팅을 강력하게 추진한 CEO였다. 엠에프의 M&A 이후 2005년 3월에 설립한 JMC트레이딩에서는 ‘비비부스’로 셀렉트숍 마켓에 진출하고 새롭게 전문경영인을 맡은 엠에프에서도 ‘릴러시스트 라운지’셀렉트숍을 준비하는 등 변화하고 있는 마켓을 읽는 능력이 뛰어났다.
    전 전 사장은 골프웨어 「포커스」 「히즈허즈」를 전개하고 있던 주앙패션에서 2년여 동안 실무를 쌓고 「이신우 오리지널리」에 MD로 입사해 4년여 동안 일인다역을 하며 쌓은 노하우로 92년에 독립했다. 이때 처음 런칭한 브랜드가 「BYZANCE」라는 진캐주얼 브랜드다. 기획과 디자인은 국내에서 하되 홍콩에 오더를 해 여러 유통망으로 판매하는 선진시스템을 도입했다. 94년에 「펠레펠레」 사업부장을 맡으면서 「MF」 브랜드에 대한 그림을 그렷으며, 「펠레펠레」 멤버 7명과 함께 98년 압구정동에 「엠에프」 1호 매장을 오픈하고 ‘브랜드가 단지 트렌드를 좇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접목해야 한다’는 자신의 지론을 실현시켰다. 많은 젊은 패션인에게 도전과 성공의 멘토 역할을 해온 전 전 사장의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

    강덕남 사장 → 학계, 경문수 사장 → 사업




    2005년에 “캐주얼에 대한 새로운 욕구와 변화가 지금 이 순간에도 소비자들로부터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소비자 감성에 뒤처지는 캐주얼 브랜드들은 장기간 정체와 총체적인 몰락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강덕남 전 샘앤에프 사장(1961년생). 캐주얼 마켓의 화제 메이커로 패션계의 이단아로 불리기도 했던 그는 독립 전에 몸 담은 세정과미래에서 「니」를 런칭한 사업본부장 상무 출신이기도 하다.
    부산공대와 경영대학원 석사 출신으로 세정의 주임 직책에서 「레크」 브랜드를 런칭하며 15년 만에 40억원의 펀딩을 받는 사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됐던 그에게는 ‘뛰어난 지략가’ ‘추진력 있는 전술가’라는 닉네임이 오래도록 붙어 다녔다. 이는 세정과미래의 「니」를 런칭하고 3년 만에 1000억원 브랜드로 정착시킨 파워에서 얻어낸 꼬리표다.




    그러나 그가 직접 경영한 차세대 캐주얼 브랜드를 지향한 「레크」에서는 불운했다. ‘패션비즈니스의 성공 키는 실력도 돈도 아닌 운’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강사장의 경우에 해당한다. 현재 그가 주요 기업들의 브랜드 컨설팅 활동과 함께 직원들을 후배라고 불러왔듯이 학생들을 제자보다 후배로 삼아 대학에서 그가 평상시 좋아하던 많은 책을 읽으며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2005년에 예신퍼슨즈(회장 박상돈)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되며 큰 화제가 됐던 경문수 전 사장은 지난해 퇴사 후 분당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마케팅 판촉과 관련한 사업 아이템이다. 경 전 사장은 제일모직 「신시아로리」와 「로질리」 「엘르」 「디」 사업본부장 출신으로 여성복 디렉터로 인정받아 왔으며 예신의 대표이사 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마음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셔츠 전문가 이덕엽 전 사장, 푸드사업 펼쳐
    셔츠 전문업체인 로얄어패럴 기획이사를 거쳐 99년에 독립해 셔츠 전문 인터넷 쇼핑몰 ‘이셔츠(www.eshirts.co.
    kr)’를 오픈한 이덕엽 전 사장은 「힐스보러(Hillsboro)」 브랜드로 맞춤셔츠를 인터넷상에서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이지 오더 셔츠(Esay Order Shirts) 시스템을 제안하면서 가격은 맞춤셔츠의 30%이자 기성셔츠의 70%로 제안했다. 그러나 타이밍이 너무 빨랐다. 맞춤셔츠를 주로 입는 30~50대 고객들이 인터넷으로 셔츠를 주문하는 수요층이 성형되지 않아 고전했다. 참고 인내하며 기다리기에는 사업자금이 너무 부족했다.
    결국 2004년에 이를 정리하고 180도 사업 방향을 바꿔 일본의 지인을 통해 ‘왕다꼬야끼’라는 푸드 아이템 사업을 시작했다. 재료 가공기술을 익히기 위해 직접 요리도 배운 그는 지금은 30개의 가맹점을 확보한 사업가로 변신했다. 600만~800만원의 소자본 투자로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불황일수록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김미선 이랜드 헌트 본부장, 종교계로




    국내 캐주얼 브랜드 최초의 1000억원 매출 역사를 기록한 「헌트」를 총괄한 김미선 전 이랜드 본부장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작고 다부진 체구와 온화한 웃음으로 이랜드 퇴사 후 한국리더십센터 부사장과 성과향상센터 사장을 맡아 패션계 CEO들의 교육 현장에서 그는 꽤 유명한 여장부 스타 CEO였다.
    1988년 이랜드에 입사해 이랜드 브랜드장 및 헌트본부장을 역임하며 이랜드 캐주얼 발전의 키맨으로 활동한 그는 2000년부터 한국리더십센터에서 일했으며, 이곳 부사장을 거쳐 2005년 11월에는 계열사인 한국성과향상센터의 사장으로 선임됐다. 프랭클린 플래너 등 업무 능률 향상을 위한 다양한 도구 코칭 시스템 교육으로 많은 기업인과 친숙했던 그녀가 선택한 길은 독실한 크리스천의 길에 올인하는 것이었다.
    ‘언제나 유쾌한 농담을 날리던 환한 웃음. 작은 몸집 한 가득 뿜어나오는 열정의 카리스마와 장난기 가득한 미소로 편안하게 해주는 따뜻함,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답을 늘 가지고 있는 전설적인 탁월함. 새벽 기도로 시작해 늘 책을 가까이 하고 공부하는 성실함, 옆에 존재하는 것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등 배울 것이 많은 상사. 내 밑에서 일하라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고 싶다.’이는 김사장과 함께 일한 직원이 표현한 그에 대한 그리움이다.
    많은 어록을 남긴 그가 지인들에게 보낸 이메일 중 ‘온유함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는 것, 엄격함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진리를 지키는 것, 희생은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해 좋은 것을 포기하는 것, 파격적이라 함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라는 메시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귀다.

    선원규씨, NYU에서 EMBA 과정 공부




    국내 패션 비즈니스 산업구조 전반에 관해 탁월한 식견을 자랑하는 선원규씨는 현재 미국 NYU 경영대학원(Stern)에서 EMBA(Executive MBA) 과정을 밟고 있다. 올해 7월이면 공부를 끝내고 귀국할 예정이다. 그는 1988년 2월에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5년 동안 이랜드그룹에서 기획조정실과 전략기획실에서 활약했다. 특히 그가 리틀브렌(현 이랜드월드 전신)에서 전략기획실 실장으로 활동하던 IMF 당시에는 외국자본의 투자를 국내 패션기업 가운데 최초로 이끌어 낼 정도로 탄탄한 기업구조를 만들었다.
    2002년 9월에 모라비안바젤컨설팅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실무에서 터득한 내용을 토대로 경영컨설턴트로 활동했다. 2004년에는 FnC코오롱에서 경영기획실 담당 임원으로 지식경영시스템 구축에 힘을 실었다. 2005년에는 한섬에서 역시 경영기획실 상무로 회사의 중장기 비전 수립과 인력 평가 및 보상 시스템을 구축했다. 국내 굴지의 패션기업에서 전략가로 활동한 그는 2006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실무 경험을 토대로 한 이론적인 무장에 돌입했다.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그가 돌아와 한국 패션마켓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올려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응삼 전 사장, 중국 아울렛 벤더로 변신
    역시 이랜드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말 와이드홀딩스를 떠난 이응삼씨는 넥스트파트너스를 설립하고 중국 일본으로 여성복 영캐주얼 이월상품 수출 사업을 시작했다. 재취업과 사업의 두 갈래 고민 중에 장래를 생각하여 사업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의 주 업무는 국내 패션브랜드들의 이월상품 중 브랜딩 때문에 국내 유통을 꺼리는 브랜드 상품들을 중국 베트남 일본 등 제3국에 수출하는 일이다.
    불황으로 인해 대다수의 영캐주얼 브랜드들이 판매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패션기업 입장에서 브랜딩을 지키면서 재고를 소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수출하는 것으로 보고 이 사업을 시작했다. 다행히 국내 온라인 초창기의 멤버이고 에프터유(현 패션스토리)의 창업주라는 프리미엄이 있어 많은 온라인 쇼핑몰 업체가 넥스트 파트너스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아울렛을 전개하는 파트너와 제휴가 돼 속도가 붙고 있다.

    박영희 25년 디렉터, 프로모션 창업




    디자이너 출신 대모인 박영희 디렉터는 스폿 기획 전문, 디자인 프로모션 회사 유어스토리를 운영하고 있다. 한양대 의류학과 출신으로 85년에 「세라비」 「센스」 때부터 시작한 그의 패션 경력은 25년째를 맞는다. 「페페」 「뼝뼝」 「디자이너스에디션」 「로제」 「앗슘」 「비아트」 「엠씨」 「데코」 「비지트인뉴욕」 등 그녀가 몸 담은 브랜드에서 국내 여성복 마켓의 흐름을 읽을 수 있듯이 쉼없이 달려왔다.
    “25년 동안 한국 패션이 나에게 투자하고 알려준 많은 지혜와 노하우를 유어스토리에서 디자이너 후배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박영희 사장은 최근에 오픈한 청담동 사무실을 정리하고 송파구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어려운 시기에 공간보다 몸집을 가볍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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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은선 기자 esmin@ 김숙경 기자 mizkim@ 문명선 기자 moon081@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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